본문 바로가기

쓰기

AA
조회 수 7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던전에는 시간과 시간이 교차하는 몽환의 시간대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 시간대에 걸리게 되면 지금이 어느 시간인지 알 수 없게 되버린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것은 이 시간대에 던전을 출입하면 시간개념을 일순간 상실해버린다는 것이다. 시간 개념을 상실해 버린다면 자신이 5시간을 던전에 있든 10시간을 던전에 있든, 아니 몇일 몇년을 있다 해도 자신은 그 시간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시간대에 걸리게 되어 끝도 없이 던전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다가 다시 던전밖으로 나왔을 때, 분명 출입할 땐 봄이었는데 나왔을 땐 겨울이었다는 경험담도 있다. 그 만큼 이 시간대는 모험가들이 출입을 금기하는 시간대이다. 그렇다면 이 시간대라는 건 과연 어느 시간을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마소가 던전을 덮을 시간이 되기 3시간 전부터 마소가 덮이기 시작하는 자정까지이다. 즉 21시부터 24시까지 던전에 출입하면 몽환의 시간대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몇몇 초보 모험가들이 자정 전에 시간을 노리고 던전에 달려드는데 이 시간대에 걸리게 되어 죽거나, 또는 다른 길드원에게 구조되거나 한다고 한다.

'제길 뭐야 대체! 설마 몽환의 시간대에 걸린 모험가는 아니겠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몽환쪽이다. 이 시간대까지 남아있는 모험가는 그리 흔하지 않고, 출입장부에도 기록되지 않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뭐, 몇몇 모험가들은 굳이 장부에 기록하거나 하지 않지만. 대부분은 장부에 기록하니까 말이다. 발을 빨리 놀려서 긴 복도를 벗어나 세 갈림길을 만났다.

'어디로 가야하지?'

이렇게 3갈림길에 접어들게 되면 이정표가 되는 비명소리를 다시 한 번 들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 이정표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들린 것이 비명이라면 그 상대는 틀림없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을 것이니까. 비명이 한 번 더 울린다면 그것은 지금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레드사인과도 같다. 그리고 방금 그 비명소리를 나만 듣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이 층의 몬스터들도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된다. 상대방이 몬스터에 의한 습격으로 비명을 질렀다면 그 비명으로 인해 몬스터들이 몰려왔을때에 그 위급함은 이루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 따라서 망설일 시간은 없다. 셋 중 하나는 비명소리가 들린 곳과 이어져 있을 것이다.

'그래, 이게 아니면 저거겠지!'

고민할 시간도 없기 때문에 나는 내 감을 믿고 직진했다. 그렇게 또 긴 복도를 뛰어가고 있으니까
내 숨소리가 아닌 거친 숨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 점점 볼륨업 되는 숨소리를 들으며 안심하였다.


'다행이다.'


왜냐하면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단 것이니까. 감이 틀렸다면 비명의 주인공을 만나지도 못할 것이고 이 거친 숨소리를 들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별로 히어로같은 짓은 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이 위험에 처한걸 내 실수 때문에 구하지 못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 나 자신을 매우 혐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난 지금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난 나 자신을 혐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


난 계속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를 이정표 삼아 그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인 여자와 그 여자와 대치 중인 붉은 늑대를 봤다. 나는 위험해 보이는 그녀의 앞을 가로막아 붉은 늑대와 대치했다. 붉은 늑대는 매우 굶주려져 있는 것 처럼 약간의 거품을 물고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처럼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마소의 영향일까? 원래 붉은 늑대는 일반 늑대하고는 달리 움직임이 민첩하며 지능도 어느 정도 존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붉은 늑대는 그저 굶주려 있는 포식자의 지나지 않았다.

난 단검을 들어 녀석의 숨통을 끊을 태세를 갖추었다. 그때 날 불러세우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머,멈춰주세요. 그 아이를 죽이지 마세요!"

이 여자가 지금 무슨소릴 하고 있는 걸까. 몬스터를 죽이지 말라니? 설마 이 사람 테이머인 건가?

"무슨 소리에요? 설마 당신 테이머에요?"

'테이머' 라는 것은 몬스터들을 길들여서 싸우는 전투를 하는 자들을 부르는 말이다.

"네! 그러니까 그 아이를……."

그리고 그런 테이머가 길들여놓은 몬스터가 가끔식 이렇게 풀리면 본인만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 아닌, 다른 모험가들도 피해를 입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테이머들은 다른 모험가들에게 민폐이다.

"알게 뭡니까."

난 얼음처럼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알게 뭡니까.' 정말 그 말대로이다. 길들였다고는 하나 몬스터라는 건 애초에 마소로 부터 태어난 괴물들이다. 그런 녀석이 자기 주인을 못알아보고 거품을 물고 위협하고 있는데 이 녀석을 굳이 살릴 필요가 있는 걸까? 적어도 나에겐 없다.

하지만, 나에겐 없을지 몰라도 상대방에게 그럴 이유가 충분히 존재할 것이다. 아무리 내가 냉혈한 사람이라 해도 남이 어렵게 길들인 몬스터를 나 혼자의 사정을 갖다붙이며 죽일 생각은 없다. 길들인 몬스터를 죽이거나 살리는건 테이머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니까.

"아, 죄송합니다. 말이 심했군요. 그렇군요 테이머이셨나요. 그러면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지금 테이머는 반항하고 있는 몬스터를 훈계하거나 제압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 따라서 나는 그녀의 대리 수행인으로서 그녀가 몬스터를 죽이거나 살리는것을 나에게 대신 맡기게 된다. 조금 불만이 생길지도 모르나 이것이 던전에서의 룰이니 잔말말고 지키는 편이 좋다고 교육받았다.

"던전의 들어오기 전만해도 그아이는 매우 얌전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아하, 그렇군요. 혹시 지금 시간이 어떻게 되시는지 아세요?"
"네? 지금 시간요? 지금 시간이……. 에? 지, 지금이 몇시였더라?"

역시나. 몽환의 시간대에 길들인 몬스터와 같이 던전을 돌파하다가 시간개념을 상실하게 되어 지금까지 있었단 것이다.
즉, 그녀의 아이는 이 시간까지 머물러 마소가 급격하게 증가되었고, 그녀의 허용범위를 넘어 그녀가 제어할 수 없게 되어 이렇게 흉포해진 것이다.

'정말 이런 경우가 흔하지가 않은데. 아, 늑대 피하려다가 범을 만났구나.'


티아님의 잔소리를 피한것에 대한 티아님의 벌인 것일까. 그렇다면 정말 무서워지는데. 등에서 갑자기 오한이 드는 건 뭘까.
나는 마음을 추수리고 그녀가 정말로 몽환의 마법에 걸려든 것인지 확인하기로 했다.

"혹시 던전에 들어갔을때의 시간은 아시나요?"

그러면 먼저, 언제 던전에 출입했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네, 그거라면 기억나요 분명……. 10시였던 걸로 기억해요."


출입시간이 10시라는 것은 몽환의 시간이 발동하고 있을 때 던전에 출입했다는 말이다.

"역시나."
"네? 역시라니 무슨 말인가요?"

그녀는 영문을 모르는듯 했다. 당연하다 몽환의 마법에 걸려든 자는 시간개념을 완전히 상실해버리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를지도 모른다. 뭐, 그것도 그거지만.

"자- 그 이야기는 당신의 아이부터 진정시키고 난 다음에 이어서 하자고요."

지금은 그녀와 같이 몽환의 마법에 걸려 결국 마소의 폭주하게 된 가여운 그녀의 아이부터 구하는게 먼저다.

"그 아이를 진정시키려면 마취제를 직접 그 애의 몸속으로 투여시키는 방법 밖에 없어요."

'마취제? 아하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을 줄이야.'

이제야 생각났다. 테이머들은 규칙상 던전에 출입할 때 마취제를 5개 이상 소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혹시라도 일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일어날 사태는 몬스터가 폭주했을 시, 또는 다른 몬스터를 길들이려고 할 때의 그 만약이고 테이머들은 이 마취제를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상시 소지해야 한다. 왜 이것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녀석을 상처입히지 않고 지금 상황을 무사히 종결시키려면 마취제 만큼 좋은 약도 없을 것인데. 그래,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단검이 아니라 마취제라는 무기이다. 그리고 그 마취제는 그녀에게 있을 터.

"그러면 마취제를 주시겠습니까?"

난 붉은 늑대에게 시선을 유지하며 그녀쪽으로 왼손을 내밀었다.

"그게……. 하나 밖에 없어서…"

그녀는 뭔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젠장 뭐하잔 거야, 이런 위급한 사태인데 그깟 마취제가 중요한건가?

"지금 마취제가 문제에요? 당신의 그 아이가 잘못하면 다른 사람들 까지 다치게 할건데!"
"우리 아이가요? 절대로 그럴리가 없어요!"
"당신눈엔 저게 소중한 아이같겠지요! 하지만 다른 모험가들에겐 그저 굶주린 매우 위험한 몬스터에 지나지 않는다고!"

누가보면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지금 상황은 내가 언성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 앞엔 붉은 늑대와 뒤엔 테이머가 있다. 그리고 앞에 붉은 늑대는 테이머의 파트너이다. 테이머는 본래 몬스터가 폭주하면 마취제를 사용해 폭주한 몬스터를 무력화 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자신의 몬스터가 날뛰어 다른 모험가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것이 테이머들의 규칙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 규칙을 어길려고 하고 있다. 남은 마취제의 개수에 연연해 제대로된 판단을 못하는 상태이다. 이런 사람에겐 부드럽게 말하는 것 보단 강하게 말하는 편이 효과가 있다.

"아, 알았어요 드릴게요. 대신 절대로 그 아이 몸에 상처 하나 내면 안돼요!"
"알았으니까 얼른 내놔요, 언제 당신의 저 아이가 도망칠지 모르니까!"

그녀는 치마춤에서 마취제를 하나 꺼내 내쪽으로 내밀었다. 나는 팔을 최대한 뻗어 그 마취제를 건네 받았다.
내가 건네받은 마취제는 초록색의 액체가 든 주사기의 형태였다. 이제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너무 시간을 끌어버렸다. 얼른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몬스터들이 몰려올것이다. 나는 초조함을 느끼며 으르렁 거리는 붉은 늑대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의 움직임을 보고 도망치려 하는 붉은 늑대의 갈기털을 잡고 날뛰는 녀석의 목부분에 주사기를 힘껏 꽂았다.

─!!

강하게 울리는 녀석의 비명소리. 이 비명소리로 확실히 다른 녀석들이 이쪽으로 몰려올 것이다.
나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힘껏 눌러 액체가 녀석의 몸속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고나니 녀석의 움직임이 점차 진정되기 시작하더니 녀석은 잠에 들었다. 나는 다 쓴 주사기를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고 있는 테이머쪽으로 던졌다. 주사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그녀의 발앞에 '톡' 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그 주사기를 줏어 가방에 넣고 붉은 늑대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는 푸른 크리스탈을 꺼내 잠든 붉은 늑대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푸른 크리스탈이 빛나더니 그 푸른 광채가 붉은 늑대를 완전히 감쌌고 붉은 늑대는 그 광채와 함께 크리스탈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행위가 끝나자 나는 그녀를 재촉했다.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요.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몰려올거에요!"
"에, 네…네!"

나는 그녀와 함께 뛰어 갔던 길을 반대로 갔다. 가던 도중 몬스터들 몇 마리가 달려들어왔다.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아까의 그 아이와 같이 잔뜩 굶주려있는 것 같은 녀석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녀석은 으르렁 거리다가 내쪽을 향해 송곳니를 들어내 달려들었다.

'지금이다!'

녀석의 공격범위로 부터 벗어난 나는 녀석이 배를 들어내는 순간을 노리고 단도를 휘둘렀다. 단도는 깔끔하게 녀석의 배를 갈랐다. 보통 녀석이라면 이제 행동을 못하겠지. 라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뭐?'

분명 녀석의 배를 갈라 녀석에게서 피가 흘러 웅덩이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녀석은 쓰러지지 않고 여전히 으르렁 거리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녀석에게 그만 어깨를 허가해버렸다. 녀석의 발톱이 왼쪽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어깨로부터 쓰라린 격통이 신경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쯧."

나는 혀를 차고 피가 흐르는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누르며 녀석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녀석은 여전히 광폭하게 움직이며 다시 한 번 나에게 달려들어왔다. 그때, 돌연 내 앞으로 테이머인 여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달려드는 녀석의 목을 작은 단검으로 베었다. 베인 정도는 얇았지만 녀석이 움찔거리게 하는 건 충분한듯 했다.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것은 녀석을 죽일 기회였다. 나는 왼쪽 어깨를 짚고 있던 오른손을 때어 녀석의 머리를 노리고 강하게 찔렀다.

─……

녀석은 침묵했다. 단도는 확실하게 녀석의 숨통을 끊어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머의 그녀는 날 구했다고 생각하는 듯 자랑스럽게 말했다.

"테이머도 일단은 모험가라고요!"

손으로 재스쳐까지 취하며 그렇게 말하니 웃음이 새어나와버렸다.

"하하하하 그렇네요, 하하하하."

'그래, 맞아요. 일단은 모험가죠 일단은.'

그 후엔 겨우겨우 던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던전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아침해가 트고 있는 아침이었다.
나는 허탈감에 웃었다. '하하하하. 이런, 이래가지곤 밤에 일부러 나간 보람이 없잖아.' 그렇게 보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테이머의 그녀는 왜 지금이 아침인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당연한거지만.




----------
보통 저런 민폐캐릭터는 주인공이 구해주지 않으면 죽죠. 하지만 우린 주인공이 아니니 구하려다 둘다 죽을거에요. 그러니까 구하려하지말고 119나 112의 신고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