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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valiers Rhapsody  ~ 기사의 노래 ~
                                『 제 1 악장 【 Raven # The Silver Wolf

 

 에류시아 대륙의 북쪽에 위치한 죽음의 산맥이라 불리는 루나키아 산맥.

산맥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헤라쿠스 산 중턱에는 특이한 마을이 하나 있었다.

루나키아 산맥의 유일한 산 민족 셰르나크토 족이 만든 이 마을은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지 않았으며 사람들은 이 마을을 라게셰르라 불렀다.

라게셰르는 산 중턱에 있는 산골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생활수준과 번영도는

내륙의 중도시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는데, 그것은 이 마을의 위치와 특성 덕분이었다.

대륙의 특히 내륙지방에 있는 상인들에게 있어서 제일 큰 돈벌이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상인들은 미치광이들의 나라라 불리는 리핀 토르의 물건들을 꼽는다.

하지만 서쪽으로는 루스토니아, 동쪽으로는 라자헤임, 남쪽으로는 붉은 산맥과 루나키아 산맥에

가로 막힌 리핀 토르의 폐쇄적인 지형 특성 때문에

리핀 토르의 물건들은 내륙 지방의 상인들에겐 지극히 손에 넣기 어려운 물건이었다.

거리 상으로는 루나키아 산맥을 넘어가는 것이 제일 가까운 거리였으나,

신수(神獸)베르자네크의 레어가 있다고 전해지는 루나키아 산맥의 자연환경은

죽음의 산맥이라는 이명이 알려주듯 평범한 인간이 넘어가기에는 혹독했다.

하지만 라게셰르의 셰르나크토 족은 루나키아 산맥에 한해서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산 민족어로 길잡이란 뜻을 지닌 샤나크라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했는데,

샤나크는 산맥을 넘나 드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존재가 알려지게 되자 내륙의 상인들은 앞다투어 라게셰르로 몰려 들었고

리핀 토르로 가기 위해 그곳에 머물며 적절한 샤나크를 고용해 산맥을 넘을 준비를 했다.

자연스럽게 라게셰르에는 각 종 상인들과 그들이 고용한 용병 등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왔고,

라게셰르는 그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관광 수익을 통해 번영을 이루었다.

그곳에는 여느 도시 못지 않게 여관을 겸한 주점들이 많이 있었고 레임도 그 중 하나였다.

 

 끼이익 쿵!

라 퀴노스 라는 곳에 데려다 줄 수 있는 샤나크를 찾고 있어요! 보수는 얼마든지 드리죠!”

 

 주점 레임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주점 안에 울려 퍼진다.

목소리에 반응하듯 주점 안의 사람들 모두가 방금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남녀를 바라봤지만,

그것도 잠시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문 앞에 서서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리던 여성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짜증스런 표정으로

주점 안쪽의 바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고 옆에 있던 남성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여성의 뒤를 쫓아갔다.

 

도대체 뭐야 이 마을은! 지금까지 모든 주점을 다 돌아다녔는데! 샤나크가 한 명도 없는 거야?”

 

 바의 빈 자리에 털썩 앉으며 신경질을 내는 여성.

그런 그녀에게 바텐더는 물 한잔을 건네주며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샤나크들은 원래 갈 수 없는 곳을 요구하면 대답조차 하지 않아요, 아가씨

갈 수 없는 곳? 샤나크들은 이 산맥에 한해선 어디든지 갈 수 있지 않나요?”

두 분다 라게셰르엔 초행이신 것 같군요, 그들은 루나키아 산맥에서 가장 안전한 길을 알고 있고 그 길로만 다니는 안내인입니다.

아가씨가 말한 라 퀴노스는 산맥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악마의 산, 그곳을 가는 샤나크는 한 명도 없어요.”

 

 바텐더의 설명을 들은 여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빠진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고

뒤편에 서있던 같이 들어온 남성도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여성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맙소사, 거길 가기 위해서 이곳까지 찾아온 건데..”

아리따운 아가씨, 라 퀴노스엔 왜 가려 하는 거지?”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다부진 체격의 사내가 다가와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을 건넸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여성은 고개를 들었다.

사내의 뒤편, 그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으로 짐작되는 테이블에선 그의 일행들이 히죽거리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고, 사내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여성은 눈썹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고

옆에 앉은 사내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은 거기에 데려다 줄 수 있나 보죠?”

아쉽지만 그건 무리지, 난 그곳에 갈 수도 없고 애당초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거든.”

 

 한 손으로 손사래를 치며 말한 사내는 다른 한 손에 든 맥주병을 입에 가져갔다.

맥주를 한 모금 삼키며 사내는 눈 앞의 여성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윤기가 흐르는 적갈색의 긴 머리칼, 새하얀 피부와 뚜렷한 이목구비는

그녀의 얼굴이 앳돼 보임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인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고,

두터운 겨울용 로브를 걸치고 있어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체형으로 보아 로브 안의 몸매도 보통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던 사내는 맥주병을 입에서 떼며 이어 말했다.

 

다만, 그런 위험한 산을 타는 것보다는 나와 함께 오늘 밤 서로의 몸을 타고 오르는 건 어떨까 해서 말이야.”

이런 무례한! 감히 아가씨께!”

 

 사내의 노골적인 언행에 여성의 뒤편에 서있던 남자가 허리춤에 찬 검에 손을 가져가며 소리 쳤다.

 

오 뭐야? 호위 기사라도 데리고 다니는 건가 아가씨?”

 

 여성 뒤에 있던 남자가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자,

사내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일어나더니 자신을 노려보는 남자 앞에 섰다.

앉아있을 땐 몰랐지만 일어서서 마주보자 사내는 상대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고

두 사람의 체격도 그만큼 차이가 있었다.

 

충고하나 하자면, 이미 가져간 손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 검을 뽑는 건 좀더 신중히 생각하는 것이 좋을 거야

망신 당하기 싫으면 말이야.”

이런 쓰레기가..!”

 

 흥분한 표정으로 진짜 검을 뽑으려는 듯 손에 힘을 주는 남성을 여성이 손을 들어 막는다.

 

그만둬 로이에르.”

아가씨! 하지만..!”

 

 로이에르는 여성의 표정을 보고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녀 스스로도 지금 상황을

간신히 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아가씨가 뭘 좀 아는군, 괜히 허세부리지 말고 모시는 아가씨 말 듣는 게 좋아 형씨

하아.. 기껏 먼 길 떠나 여기까지 왔는데 이런 벌레 같은 거나 꼬이고 나도 참 재수가 없지..”

“…?”

 

 여성은 흥분을 가라 앉히려는 듯한 깊은 한숨과 함께 나지막이 중얼거렸고,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들은 사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순간 자신이 잘못들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반문한 사내.

여성은 그런 사내를 똑바로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 주제를 알긴 아는 거야? 어디서 감히 누구한테 수작을 부려

내가 아니더라도 정신머리 제대로 박힌 여자가 당신한테 넘어가기나 할거 같아? 본인이 생긴 게 볼품 없다는 걸 모르는 건가?

그 정도 외모로는 여자한테 설설 기고 온갖 예의를 다해도 모자랄 판에 다짜고짜 질 떨어지는 말만 골라서 하고

정말 생긴 대로 하는 짓도 최악이네, 당신 같은 쓰레기한테 놀아날 여자는 돈 받고 일하는 여자 아니면 약에 취한 여자 뿐이겠지.

그리고 난 둘 다 아니니까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

 

 여성의 쉴 틈 없이 쏟아지는 날카로운 말.

그리고 짧은 시간에 귀를 거친 수많은 말이 머리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 듯 찾아온 잠깐의 정적.

정적을 깨뜨린 건 사내가 원래 있던 테이블에 남아있는 그의 일행들이었다.

 

“..푸하하핫! 거봐 내가 뭐라 그랬어요 대장! 어림없다고 그랬죠!”

킥킥,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눈이라도 즐거웠을걸 괜히 나서서 본전도 못 찾았네!”

어서 이리 와요! 마시던 술이나 마저 먹게!”

 

 여성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곱씹어본 사내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졌고

일행들의 야유까지 더해지자 그의 얼굴은 시뻘겋게 되었다.

흥분을 참지 못한 사내의 커다란 주먹이 바 테이블을 향했다.

 

 쾅!

닥쳐! 이 빌어먹을 놈들아!”

 

 테이블을 내려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고

일행들의 야유가 멈춘 것을 확인한 사내는 씩씩거리며 여성을 노려보았다.

여성은 사내의 위협적인 행동에도 불구하고 표정하나 안 바뀐 채

분노한 남자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고, 그것이 사내의 심기를 더 건드린 듯

사내는 이를 갈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이런 건방진 계집..네 년 입에서 꼭 우는 소리를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군,

어이 호위 기사 그 검 뽑을 생각이 있다면 지금 당장 뽑는 게 좋을 거야. 모시는 아가씨가 험한 꼴 안보게 하려면 말이야.”

 

 굳이 사내가 충고해주지 않아도 로이에르의 손은 이미 검을 뽑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다.

그도 사내의 행동 때문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고, 이번엔 말려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가 미처 검을 뽑기도 전에 이미 무언가가 사내의 목 언저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자네 가게도 아닌데 다른 손님에겐 피해를 주면 안되지.”

 

 어느새 날카로운 쇠꼬챙이를 손에 쥔 채 태연한 얼굴로 사내의 목을 위협하고 있는 바텐더.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사내와 로이에르는 물론 여태까지 표정하나 안 변하던 여성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내의 일행들은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당황한 듯 멍하니 보고만 있더니,

이윽고 상황이 파악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바텐더를 향해 소리쳤다.

 

어이! 바텐더! 감히 우리 대장한테 뭐 하는 짓..”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하려던 말을 이어서 할 수 없었다.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들도 자신들의 대장처럼 위협 받는 처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주점 안의 많은 사람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 가까이 위치해 있던 몇 명은 순식간에 검을 뽑아 그들의 목을 겨누고 있었고

멀찍이 앉아있던 다른 손님 몇몇은 한 손에 쥐고 있던 식사용 나이프의 끝을 잡고

당장이라도 그들의 미간에 날려 버릴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여긴 댁들처럼 질 낮은 사람을 보면 목을 그어주고 싶어하는 사람이 꽤 있거든,

그러니 사지 멀쩡하게 나가고 싶다면 지금 바로 나갈 것을 권유하지, 서비스로 술 값은 안받겠네.”

 

 바텐더는 사내의 목을 겨누고 있던 쇠꼬챙이를 치우더니 웃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날카롭게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눈빛에 위압감마저 든

사내는 엉거주춤 뒤로 물러나더니 자신의 일행들에게 손짓했다.

그들은 주점 안의 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가게 문을 향해 걸었고,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려는 건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가게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아가씨, 샤나크들은 저들처럼 무례하지 않아요.

이 마을에서 사고를 치는 무리들은 언제나 상인들이 호위를 위해 고용한 저런 무식한 용병들뿐이지요.

많이 놀라셨을 텐데 따뜻한 차라도 한잔 내드릴까요?”

신세를 지는군요, 고마워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듯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바텐더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여성.

그런 상황에서 거구의 사내에게 겁먹지 않고 당찬 표정과 언행으로 쏘아 붙여주긴 했었지만,

실상 속마음은 그렇지만은 않았던 듯 긴장이 풀린 그녀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따뜻한 차를 능숙하게 한잔 타서 건네는 바텐더.

여성은 그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하며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손을 통해 차의 온기를 느끼던 그녀는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라 퀴노스에 갈수 없는 걸로도 모자라서 이런 모욕까지 겪어야 한다니.”

아참, 그러고 보니 아까 하려던 말을 마저 못했었군요.”

 

 깊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리던 여성에게 바텐더가 말했고,

그녀는 바텐더가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한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았다.

 

라 퀴노스에 갈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긴 합니다.”

? 뭐라고요?! 하지만 아까는 그 곳에 갈 수 있는 샤나크는 한 명도 없다고 했잖아요?!”

 

 바텐더의 말에 깜짝 놀란 그녀는 따지듯이 되물었고,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듯 바텐더는 미안한 표정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아까 말했듯이 그곳에 갈 수 있는 샤나크는 한 명도 없는 게 맞습니다. 제가 말한 한 명은 샤나크가 아니에요.”

 

 여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라노키아 산맥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안내인인 샤나크가 가지 못하는 곳을

샤나크가 아닌 사람이 갈 수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고 상식적으로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반신반의하며 바텐더에게 물었다.

 

“..그게 누구죠?”

우리는 그를 엘라시 라쿠스라고 부릅니다. 산 민족어로 은빛 늑대란 뜻이지요.”


『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1 악장 【 R a v e n  # The Silver Wolf.1 

by SKEN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여러분이 찾아줘요(난 지쳐서 여길 벗어나야겠어!)

★전편 보기

# Prologue

  • 홍차매니아 2015.08.30 20:25

    세상에 1화가 나왔어!

    해냈다! 해냈어! 우리 스켄이가 해냈어!

    심지어 데자뷰도 안느껴져!

  • SKEN 2015.08.31 16:35

    이제 님도 좀 쓰시져...

  • PORSCHE 2015.08.30 21:32

    재밌어서 다음편이 읽고 싶네요.

  • SKEN 2015.08.31 16:35

    히이이이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