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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1 악장 【 R a v e n # Prologue


소년은 울지 않았다.

불타고 있는 마을의 한복판, 공교롭게도 이곳에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소년 자신 밖에 없었다.

마을의 술주정뱅이, 빵집의 벤 아저씨, 옆집의 롬 아저씨와 에리 아주머니, 촌장 할아버지,

그 외 소년이 이 마을에서 알고 있던 많은 어른들과 친구들은 이제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그들의 육신은 이곳에 존재하지만, 그것은 그저 시체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소년의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다.


「타닥..타닥!


짙은 어둠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마을을 대낮처럼 밝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불길은 소년 앞에 누워 있는 부모님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아버지의 얼굴은 잠을 자는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하지만 언제나 소년의 손을 잡고 마을을 걸어 다녔던 아버지의 튼튼한 두 다리는

더 이상 아버지의 허리 아래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옆에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서 마을 최고의 미인이라 불렸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름다운 빛깔을 자아내며 항상 정돈되어있던 어머니의 긴 금발은 헝클어지고 빛을 잃었다.

항상 단정하던 어머니의 옷은 찢어져 형상을 알 수 없었고 가슴은 옷 사이로 노출되어 있었으며

허리 아래부터는 실오라기 하나 없이 살갗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소년은 그저 부모님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부모님 앞에서 울지도, 아무런 말도 않고 그저 멍하니 있는 소년에게 누구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마을의 생존자들은 소년에게 눈길조차 한번 주지 않고 살기 위해 마을을 떠났다.

지금 이 마을에 숨을 쉬며 살아있는 사람은 소년 혼자였다.


『...생존자다-! 여기 어린 아이가 있다-!


말발굽 소리, 이어지는 한 남자의 외침.

더 늘어나는 말발굽 소리. 누군가 말에서 뛰어내려 소년에게 다가왔고

그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쫓아왔다.


『유스티니아 대공, 더 찾아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이 아이뿐인 것 같습니다.


들려오는 목소리에 소년은 고개를 돌렸다.

약 열명 정도의 남자들이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대다수의 사람이 소년의 주위에 일어난 참상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수군거리는 말이 밤바람을 타고 소년의 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지독하군..!’

한 남자가 소년의 코앞까지 걸어왔고 그러자 또 다른 남자가 뒤따라 걸어왔다.

소년의 앞까지 걸어온 남자는 무릎을 굽혀 소년에게 눈높이를 낮추었고

소년의 눈에는 아버지와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한 남자가 들어왔다.


미안하구나, 좀더 빨리 이곳을 지나갔더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을..


소년의 눈에 비치는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여있었다.

금방이라도 흐를 것 같은 눈물을 소년은 빤히 쳐다보았다.

남자의 뒤를 지키듯 서있던 또 다른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


『대공, 외람되지만 이곳에서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대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고 있네 캡틴 루더, 우선 이 아이만이라도 내 마차에 태워주게 이 마을의 수습은 후속부대에 맡기지.

『알겠습니다.


뒤를 지키듯 서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몸에 두르고 있던 붉은 망토를 풀러

소년의 몸을 덮어주고 소년을 들어 안았다. 낯선 남자에게 안겨 어딘가로 가는 소년의 눈은

계속해서 대공이라 불린 남자의 눈을 쫓았다. 그 남자의 눈에는 여전히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 고인 눈물을 소년은 빤히 쳐다보았다.

소년은 울지 않았다.




로이에르는 울고 싶었다.

전장에서 공을 세우고 기사가 되어 돌아오겠다며 가문의 문을 나선지 약 3개월이 되는 오늘.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 만 있다면 문을 나서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능하다면 돌아가서 3개월 전의 자기 자신에게 객기부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며 뺨이라도 한대

때려주고 싶었다.


..하아..


귀족 가문의 자제인 그는 사실 정식절차대로 기사의 길을 갈 수 있었다.

귀족의 자제에게 기사단 입단의 문턱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기사단 입단과 기사가 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기사단 입단이 의미하는 것은 견습이라는 신분을 얻게 되었다는 것에 불과하다.

이후 수 년간의 훈련과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뒤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쳐야만

기사라 불릴 수 있게 된다.


..내가 미쳤지」


그가 태어난 나라, 제로너스 제국은 인재를 선발함에 있어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제약을 두지

않는 나라였다. 에류시아 대륙 통일을 목표로 적극적인 영토 확장을 노리는 제국은 현 황제이자

일명 용제의 기사라 불리는 레오크 카 제로너스황제의 통치 아래 제 3 차 정복전쟁을 일으켰고

제국은 전통적으로 전투에서 합당한 공만 세우고 능력만 있다면 성품, 출신은 일절 따지지 않고

기사로 임명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제도는 제국이 대륙 최고의 기사단 전력을 보유할 수 있게 만들어 그 유용성을 입증했다.

로이에르는 이 제도를 이용하여 고지식한 교육과 훈련 없이 기사가 되고자 전장으로 나왔지만,

수 년간에 걸친 정식 절차로 기사가 되는 것이 더 쉬운 것임을 깨닫는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젠장!


욕지거리와 함께 그는 몸을 일으켰다.

주변은 난장판이었다. , 칼이 부딪치는 소리, 병사들의 함성과 지휘관들의 고함

여러 가지 소리가 뒤섞여 나는 전장의 소리가 그의 귀를 어지럽혔다.


『어이 신참 괜찮나?


뒤를 돌아보자 낯익은 사내 하나가 말을 타며 다가왔고

그 옆에는 불과 몇 분전 자신을 내팽개쳤던 괘씸한 말이 멀뚱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로이에르는 손에 쥐어진 창으로 말을 찔러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며 다시 말에 올라탔고

자신의 말을 끌고 와준 사내에게 고개 숙여 예를 표했다.


『괜찮습니다. 기병대장님』


기병대.

처음 지급받은 말에 올라탔을 때 로이에르는 이미 기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그의 소속은 그를 비참한 현실로 끌어내렸다.

'제로너스 제국 중앙 7 군단 5 기병대'

그는 기사가 아닌 기병이었다. 그 증거로 창을 쥐고 말에 올라타있는 그의 모습은 기사라 불리기에는 너무 초라한 모습이었고

그건 기병대장을 포함해 주변의 5 기병대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불만스런 표정으로 그는 손에 쥐어진 창을 바라보았다.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검술 선생들에게 검을 배워왔고 검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가문의 문을 나서 전장으로 나왔건만 현실은 그에게 검을 잡아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제국의 전장에서는 어지간한 검술의 달인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말 위에서 검을 잡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지금 로이에르에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대열을 정비해라, 전선이 밀리기 시작했다.


기병대장의 말과 함께 주변의 기병대 동료들과 대열을 맞추면서 로이에르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최전선에 있는 보병들의 비명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자욱한 먼지 속에서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렘..!


루스토니아의 거신병 골렘[Golem]’

평균 4미터의 높이, 갑옷을 입히지 않아도 바위처럼 단단한 몸,

갑옷을 입은 병사를 갑옷 통째로 찌그러트리는 완력

특별히 뛰어난 정예군도 기사단 전력도 없는 루스토니아가 제로너스 제국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싸움을 가능하게 만드는 루스토니아의 상징이 다가오고 있었다.

로이에르는 얕은 신음소리와 함께 본능적으로 손에 쥔 창을 꽉 쥐었다.

저 거대한 골렘의 공격 반경에 파고들어 그것들의 유일한 약점인 마력석을 찌르기 위해서는

검이란 무기는 터무니없이 짧은 무기였고 그것이 그가 말 위에서 창을 잡고 있는 이유였다.

반대로 제국의 기사란 검을 사용해도 저 골렘을 능히 제압 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했다.

자신이 기사란 존재에 대해 얼마나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깨달았을 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로이에르 자신에게 중요한 건 그저 이 전장에서 살아남는 것뿐이었다.

 



『중앙 제 7 보병대, 11 보병대 붕괴! 중앙 전선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귀에 달려있는 이어링[Earing]을 통해 전장 상황을 전달받은 전령의 외침소리와 함께

제로너스 제국 중앙 7 군단장 에르가프는 얼굴을 찌푸렸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루스토니아의 전력이 많았다.

현재 그와 그의 군단이 위치한 곳은 엄연히 말해 주 전장 지역이 아니었다.

몇 년째 루스토니아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제국 서부의 최전선 일명 붉은 산맥 방어라인에서

다소 동떨어진 지역이었고 불과 몇 일전만 해도 별 소득도 없는 소규모 소모전만 일어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오늘 일출과 함께 쳐들어온 루스토니아의 전력은 평소의 배로 늘어나있었다.


『망할 녀석들! 척후들은 도대체 뭘 한거야!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주 전장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 기습적으로 전력을 집중하여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은 흔한 일이 었다.

에르가프도 그것을 경계해 척후를 이용, 적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불운하게도 루스토니아의 움직임은 그의 척후를 피해갔다.

그리고 그것은 기습적으로 늘어난 적의 전력에 대비해 원군을 부르지도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적의 늘어난 전력을 보고 급히 원군을 요청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은 에르가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중앙 9 보병대로부터 보고! 전선에 적 커맨더 골렘 식별되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식별 명은?!


전령의 보고에 에르가프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소리쳤다.

커맨더 골렘[Commander Golem]’

골렘이 일반 병사라면 커맨더 골렘은 말 그대로 지휘관이다.

말도 하지 않는 거신 병기에게 지휘관이란 말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존재를 설명하기엔 지휘관이란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높이부터 각각이 다르지만 약 5미터 이상으로 일반 골렘보다 더 컸고, 갑옷을 입히지 않아도 단단한 몸에는 갑옷까지 입혀져 있었으며,

그 외 일반 골렘과 구분되는 다양한 장식이 붙어있었다. 당연히 외관만큼 그 성능 역시 비교조차 되지 않는 존재로

각각이 가진 다른 특징들로 인해 제국에서는 전장에서 식별된 커맨더 골렘마다 식별을 위한 별칭을 부여해 부르고 있었다.


『식별 명 확인! ‘파란 눈입니다!


전선으로부터의 보고를 한글자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귀에 달린 이어링을 부여잡고 있던

전령의 입에서 커맨더 골렘의 별칭이 흘러나오자 에르카프는 눈을 감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젠장, 이곳에는 제국 기사단도 없단 말이다..!


각 전선을 지휘하는 제국의 장군들에게는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불문율이 한가지 있었다.

기사단이 없는 곳에서 커맨더 골렘을 상대하려 하지 말 것. 수 많은 전투 속에서 경험으로 생긴

이 불문율은 기사단이 없다면 커맨더 골렘이 있는 전선에서 후퇴하더라도 그 지휘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였다.

루스토니아에서 제국의 기사단 전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 커맨더 골렘이었고

바꿔 말하자면 그것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기사단 전력뿐이었다.

지극히 범용한 지휘관인 에르카프는 눈을 감은 채 전선에서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 후퇴하기 위한 방법을 떠올리고 있었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깊은 고민에 빠졌던 그는 순간적으로 또 다른 전령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잠깐-! 방금 뭐라고..?

『후방 병참대로부터 보고입니다! 후방에 제국 부유요새 식별! 요새코드 확인 중..

 

눈을 번쩍 뜬 에르카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순간적으로 찾아온 정적.

에르가프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숨소리조차 내지 않으며 전령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곧이어 이어진 말에 에르가프는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코르부스 요새, 까마귀 둥지입니다-! 레이븐입니다-!




로이에르는 한 골렘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앞에 있는 골렘보다도 월등히 큰 크기, 그냥도 단단한 몸에 왜 입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철의 갑옷과 투구, 푸른색의 거대한 망토,

그리고 거대한 투구 속에서 빛나고 있는 푸른색의 안광.

골렘의 머리부분에서 흘러 나오는 그 푸른 안광은 어딘가 모르게 섬뜩해서 보고 있으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파란 눈그것이 제국으로부터 부여 받은 커맨더 골렘의 이름이었다.

로이에르의 창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저런 괴물을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이곳에 있다가는 모두가 죽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죽는것도 못 느낄 정도로 순식간에 죽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압도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그의 몸을 뒤덮었다.

파란 눈이 나타난 후 급격하게 전선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더 커진 아군의 비명소리가 그의 공포심을 부추겼다.


..살아남으려면 도망쳐야 한다!


공포로 뒤덮인 이성은 그의 마음속에 소리쳤다.

이 전장에서 싸워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살아남기 위해선 도망쳐야 한다고

그를 뒤덮은 공포는 이미 주변에도 퍼져있었다. 그의 주변에 있는 다른 기병들도 공포에 눌린

표정으로 자신들의 대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병대장은 부하들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휘관 급에게만 허락된 이어링을 통해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무슨 말이 들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기병대장의 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제 5 기병대 전원 좌측으로 이동! 서둘러라!


갑작스럽게 터진 기병대장의 외침을 신호로 하듯 전장이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각 부대의 지휘관급의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고 여러 부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어떤 부대는 좌측으로, 어떤 부대는 우측으로 움직이는 그 일련의 움직임을 멍청히 바라보던 로이에르는 다소 의아한 광경을 목격했다.

전선의 한 가운데가 열리고 있었다.

최전방의 부대에서부터 시작해 모든 부대가 좌우로 갈라지고 있었고 당연히 반으로 갈라진 부대의 가운데가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제 남은 명령은 후퇴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지금 부대의 움직임은 도저히 후퇴를 위한 움직임이라고 생각 할 수 없었다.

적군에게 길을 안내하듯 가운데를 열어주고 후퇴하는 방법은 들어 본적도 없다.

공포심과 의아함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로이에르에게 또다시 기병대장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서둘러-! 가운데를 열어라-! ‘적홍의 검이 온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판단력을 잃어버린 로이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뭐가 온다고? 그의 머리 속에 찾아온 의문이 사라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쉬이이익-! -!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그의 귀를 덮쳤다.

눈깜짝할 사이에 수십 개의 커다란 화살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갔고 화살들이 전방에 있던

일부 골렘들의 마력석을 꿰뚫었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부대가 만들어낸 가운데의 길로 한 무리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과 같은 칠흑의 갑옷에 마치 피로 물들인 것 같은 붉은 망토

그리고 그들의 사이사이에서 펄럭이는 붉은 깃발에는 검은 까마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자 로이에르는 아까 전 기병대장의 외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제로너스 제국에는 자랑이자 상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유명한 기사들이 몇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로 황제로부터 적홍의 검이란 이명을 받은 기사가 있었고 그 기사가 이끄는 기사단의 이름은 분명..


『레이븐..


로이에르는 조용히 그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제국 중앙 독립 기사단 레이븐, 제국의 최정예 집단 중 하나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5 기병대 앞에서 멈추었고 로이에르는 똑같이 말에 올라타 전장에 있음에도

확연히 다른 그들의 모습을 보며 현실과 이상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느꼈다.


『기병대 대장은 어디 있나?


한 기사가 무리의 앞으로 나오며 기병대장을 찾았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지만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배어 나왔다.

투구로 가려져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로이에르는 이 기사가 적홍의 검이라고 생각했다.

기병대장이 부름에 답하자 기사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전장은 제국 중앙 독립 기사단 레이븐이 지휘한다

중앙 7 군의 모든 기병대는 기사단의 후미에 붙어 적진으로 돌격한다. 전달해라.


말을 마치자마자 기병대장에게 볼일은 끝났다는 듯 그는 자신의 기사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자크, 엘루시아-!


적홍의 검즉 이들의 캡틴으로 보이는 그가 누군가의 이름을 호명하자 선두에 있던 두 명의 기사가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전방에서 다가오는 적의 무리를 바라보며 두 명에게 말했다.


『이자크, 파란 눈의 목을 가져와라 엘루시아는 이자크를 엄호한다.

『캡틴, 파란 눈의 목을 가져오라고요? 마력석이 아니라?

…..둘 다 가져와.


로이에르를 포함한 기병대 인원들은 그들의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까까지 그들에게 절대적인 공포를 심어주었던 존재를 그들은 너무 가볍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자크란 기사의 반문에 대답하는 캡틴의 목소리엔 잠깐이지만 귀찮음 마저 느껴졌다.


『나머지는 평상시처럼 적을 분쇄한다. 전원 전투준비, 모든 것은 황제 폐하를 위하여.

『황제 폐하를 위하여.


캡틴이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하며 움직이자 검은 갑옷의 기사들이 따라 말하며 뒤를 따랐다.

그들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아군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 루스토니아 군을 향해 진군했다.

로이에르는 그들의 뒤에 붙어 그들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칠흑의 갑옷, 붉은 망토, 그리고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 그가 너무나도 꿈꾸고 동경하던 기사란 존재가 지금 바로 앞에 있었다.

그들은 로이에르의 꿈이자 미래의 목표다.

아군에게는 희망을 적에게는 공포와 절망을 주며 스스로는 전장을 나서는데 두려움이 없는 존재,

때로는 아군에게 경외심 마저 들게 하는 전장의 스페셜리스트그들을 세상은 기사라 부르고 있었다.


 C h e v a l i e r s  R h a p s o d y  ~ 기사의 노래 ~ 』       

                         『  1 악장 【 R a v e n  # Prologue 』 

by SKEN

* 무려 5년만의 복귀! 

  이젠 소설 쓰는 법을 잊어버려서 글쓰는게 너무 어려움.

  지구 종말 프로젝트의 또 다른 시작

  • 별바 2014.06.21 21:23

    엌 ㅋㅋㅋㅋ 먼저 올려서 1타 4피를 하려 했는데 ㅋㅋㅋ

  • SKEN 2014.06.21 22:34

    늦었어-! 빨리 발뭉 죽이기에 동참해라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