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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3 10:50

릭의 전설 #1

조회 수 43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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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수많은 전설과 전승도 시간이 지나면 왜곡되고 바뀌어 진다.
오로지 진실이란 그순간의 것. 순간의 지나면 또다른 진실이 나타나는 법.
역사란 그런것. 오로지 현인들의 손끝에서 그리고 서민들의 입담에서 각기 자기들의
좋아하는 그런 이야기가 그러모아지면
그것의 시작과 결과가 같더라도.. 아니 그시작 조차 왜곡되어져 사람들 사이의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가장 가까운 세대라도.. 불과 두세대 차이로
모든 일상은 신화가 되고 모든 교훈은 변질되며 모든 의미는 시대의 흐름으로 바뀌어 간다.

그대 믿을수 없는가? 그러나 그것은 사실.

오크들의 라벤더산맥으로 침공한 이후로 벌어진 모든 전설의 시작. 혹자는 엘프들이
핍박받아 도망치면서 그일이 벌어 졌다고 한다. 이름바 1차 영웅전쟁!

그러나 혹자 인간이 먼저 그 비극을 먼저 당햇으며 현명하고 강력한 엘프들에게 인간들이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그것은 저 메마른 헥스터의 오크들의 낙원에서 시작한것이 아니라
비옥한 평야인 이클레시아에서 시작되었으며 킬리아니라 부르는 두려운 악마가 자신의
거대한 마법의 힘으로 온통 시체들의 세상을 만들엇다고 한다.

불의 급습에 따른 이클레시아의 인간들은 성급히 베르시아 남쪽으로 도망쳤으며 그곳에서
엘프와 드워프의 도움으로 다시 이클레시아를 탈환 했다고 했다. 어쨌튼 그과정에서 우리는
그이름도 유명한 '져크의 7기사'의 태동을 보게 된다.

혹자는 그 빛나는 광휘에 왕! 혹은 아질리아의 건국영웅 케져가 히로니덴의 사람이며 그곳
기사단의 단장이었다고 한다.
또 혹자는 그는 오크침공이전의 기록이 전혀 없으며 그가 기사단장이라 칭한건 아질리아를
건국한 그의 품위를 승격시키기 위해 후세 사가들이 조작 했던 것이라 한다.
그는 오히려 라벤다 산맥 끝자락에서 조용히 밭이나 갈던 촌부였으며 오크의 침공으로
마을을 잃고 방황하는 그를 역시 빛나는 영웅 릭마이너가 그를 거두고 교육시켰으며 원래
영웅의 자질을 타고난 릭의 탁월한 지도력에 의해 저 킬리아니의 검은 마수에서 하로니덴을
그리고 이클레시아를, 그리고 헥스터를 평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질리아의 건국을 릭이 아닌 케져가 할수 있었던것은 부모를 모두 잃어버리고
미쳐버린 릭이 그들 곁을 떠나 갔기 때문이며 그의 동지였던 케져가 단지 릭의 위업위에
앉은것 뿐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줄곧 아질리아의 건국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에클레시아 법국에 전해져 내려왔던 것으로 그 진위의 신빙성에 악의가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당시 많은 현명한 이들이 에클레시아 있었으며 수많은 기록들도 전통의 에클레시아
에서 발견되어지고 고증된다는 점을 미루어 볼때 또다른 진실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천하든 천하지 않든 그 출신이 무엇이든 간에 한인간의 놀라운 인내와 위업
으로 후세에 길이 전할 대왕국을 건설 하였다는것은 경탄에 마지 않을 것이다.




1.
우리들은 신들의 꿈속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을 보고 있는거야....

셀린은 저광경을 볼때마다 언제나 입버릇 처럼 말햇지.. 하지만 나에게 암울한 피빛으로만 보여..

격한운동후에 오는 자신의 거칠은 숨소리만이 귓가에 들렷다. 그의 눈앞에보이는 메마른땅
헥스터의 평야 아래로 깔리는 태양에게 자신의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늘엔 비가 곧 오려
는듯 양털구름들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고 그 자신의 주변에는 하늘과 조화를 이루려는
듯 반토막난 오크들의 시체들이 피의 내를 이루며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자신의 내부에 서 미칠듯이 들끊던 피와 끊이 없이 솟아오르는 힘때문에 겪는 고통 을 달래
기위해 지나가는 오크의 일행을 발견한 그는 다짜고짜 덤벼들어 모조리 도륙했다. 살육의 쾌
감과 맞바 꾸어 몸의 고통을 어느정도 내부로 갈무리 하고 있는 중이었다.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이 고통에서 해방될수만 있다면..

그러나 그에겐 죽음조차 쉽지 않았다. 완전히 변한 육체가 아직 변하지 않는 정신과 부조화
를 이루면서 끊임없이 그를 갈등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그는 자신의 이름조
차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고통에서 정신을 보호 하려는듯 자신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뇌이기 시작했다..

릭마이너.. 릭마이너.. 릭마이너.. 이것이 나의 이름..



2.
"릭이 사라졌다구!?"

케져의 당혹한 목소리가 홀안에 울려퍼졌다. 아질리아 왕국의 창건이래로 눈코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그가 한동안 만나지 못한 절친한 친구의 소식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내잘못이야.. 며칠 동안 탑에서 자리를 비운사이 지하감옥을 부수고 탈출한거 같아."

젊은 문라이트는 자신의 부주의에 한탄하며 고개를 숙인체 말했다.

"언제 일어난 일인가?"

"에클레시아 법왕공국에 볼일이 있어 다녀온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까 2달은 됬다네."

"......"

케져는 얼굴을 찌푸렸다. 비록 그가 킬리아니를 물리쳐 베르시아에 평화를 가졌왔지만 강
한 왕권을 주창하는 아질리아의 건국에 방해하는 세력들이 너무도 많았다. 그런 그에게 이
러한 소식이 밖으로 알려지면 그의 권위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게 될것이다. 그는 잠시 침묵
을 하다 낮지만 그러나 화가났음에 분명한 말투로 문라이트에게 물었다.

"추적은 어느정도 진행 됬는가?"

"그가 처음에는 종종 흔적을 남겨 어느정도 방향을 잡을수 있었네. 아마 리벤트 산맥을 넘
어 헥스터의 거친 평야로 달아난듯 하네만 그 이후론 찾아볼 길이 없네."

"자네의 마법으로도 찾을수 없었는가?"

"알다시피 릭은.. 완전히 다른존재가 됬다네.. 그가 스스로 원한다면 자신의 존재를 나에게
감추는 것 따윈 식은죽 먹기지. 다만 그가 살육의 힘에 몸을 맡겨 스스로의 정신을 잃게 된다
면 그 강력한 힘의 파동을 느낄수 있겠지."

"답답하군!! 일이 그지경이 된뒤에야 그를 찾는다면 그땐 이미 우리가 손쓸방법이 없지 않은가!?"

케져는 버럭 화를 내며 일어났다. 문라이트는 침울한모습으로 그런 케져에게 아무말 못한
체 묵묵히 바닥을 쳐다 보았다.

자신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나의 욕망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케져와 문라이트는 동시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케져는 문뜩 문라이트 너머로 언뜻보
이는 테피스트리에 그려진 모습을 보았다.

위압적이면서도 강렬한 눈빛을 뿜으며 거대한 체구로 내려다보는 자신의 그림뒤로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동료들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도열해져 나가며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밑에는 처참하게 난자된 칼리아니의 시체가 놓여 있었다.

아득히 올려봐야될 정도로 쌓아올린 돌벽돌과 기둥사이로 있는 그것은 자신의 위대함을 한
껏 자랑하고 있었다. 케져는 그림속 자신의 모습에 구역질이 솟았다.

원래 저자리엔 릭이 있어야 했는데..!

그는 잠시 릭과 만났던 때를 회상했다.

3.
자신은 평범한 농부였었다. 라벤트 산맥 끝자락에서 밭을 갈고 있었던 그는 하루의 일상은
어제도 그리고 내일도 모두 같은 단조로운 생활에 고마움을 느끼며 매일을 살아가고 있었
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킬리아니의 언데드 군단과 베르시아평의회가 조직한 엘프, 휴먼, 드
워프의 동맹군이 결전을 벌였으며 그결과 동맹군은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소식만 간
간히 접하 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았다. 그저 먼나라의 이야기 였
을 뿐이엇다.

재아매미가 낮게 깔린 어느날 약간 안개가 깔린 새벽 마을 뒤로 그는 여느때 처럼 괭이를 메
고 일하러 나갔다. 아직 비몽사몽한 정신을 새로이 일깨우기 위해 그는 약간 낮고 단조롭지
만 경쾌한 곡조의 가락을 휘파람으로 불었다. 그가 마을 어귀에 다다랐을때 그의 흥얼거림
은 끝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곡조가 들려왔다. 그소리는 그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들려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챘다. 그리고 그것은 비명소리였다.

그가 소리나는 쪽으로 미치는 듯이 달려갔을때 그의 눈을 의심케 할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저 멀고 먼 헥스터의 저편에서만 산다는 오크들이 지금 이자리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들은 칼이라고 불러보기엔 너무도 민망한 쇠몽둥이를 들고 마을주민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앞에서 한마리 오크에게 무기에 맞은 주민이 베어지지 않고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
다. 그러나 맞은 부위는 처참하게 너덜너덜 해졋다. 오크는 신이난듯 칼로 쓰러진 사람의 몸
위로 난타했다. 살점이 뭉개지고 비틀어지고 피떡이 오크와 주민의 몸을 지저분하게 칠하였
다. 마침내 신음소리 조차 들리지 않자 오크는 재미없다는 듯 몸을 세우고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붉은 눈에 문듯 정신이 나간듯이 서있는 케져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크는 고함을 지르며 사
냥감에게 달려 들엇다.

케져는 꿈을 꾸는듯 멀건히 오크에게 도륙당하는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자신이
잘아는 - 마을사람 전부 잘알겠지만...- 사람이엇다. 그는 쉴때면 라벤트 숲자락에서 이것저
것 약초를 캐왔다. 그가 산에서 따온 이름모를 꽃으로 만든 차는 마을사람 누구나 좋아했다.
그러나 그자신이 피의꽃으로 변해 여기저기 흩어졌다. 그리고 그 오크가 눈을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 붉은 눈을 똑바로 본 그순간 케져의 내부에서 공포, 두려움, 허망함등 평범한 시골농부
가 이런상황에 닥칠때 느껴야할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단지 그가 살아오면서 여태껏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분노가 그자신을 감쌌다. 마치 자기 자신이 다른사람 으로 변한듯한 느낌
조차 들었다. 오크가 그에게 달려올때. 그의 몸은 자기의 감정에 충실히 따랐다.

분노는 높아지지만 그의 정신은 이상하게 차가와져 갔다. 그는 괭이를 무기 삼아 오크의
움직임에 맞춰 가볍게 휘둘렀다. 오크는 가소로운듯 칼을 치켜들어 내리쳤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칼에 맞아 동강나야 분명할 괭이가 시야에서 사라졋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새 오크의 목 깊이 박히었다.

오크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괭이를 만졌다. 괭이가 다시 뽑혀나가자
오크는 목에서 길게 선혈을 뿜으며 쓰러졌다.

케져는 정신없이 괭이를 휘둘럿다. 그러나 그가 잡을수 있었던건 처음에 방심하고 달려든
오크밖에 없었다. 이윽고 두마리의 오크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에 다가왓을때 그가 할수있는
건 마구잡이로 괭이를 휘두르는 것이엇고 오크는 빈틈을 노려 그의 옆구리와 다리, 손목등
에 칼인지 몽둥이 인지 모를 물건을 휘둘렀다.

마침내 그가 크게 괭이를 휘둘렀다가 잠시 비틀거릴때 뒤쪽의 오크가 그의 다리에 칼을 휘둘
렸다. 극심한 고통속에 그는 무릎을 꿇엇다. 다시 이어지는 일격에 그는 어깨를 감싸쥐고
괭이를 놓쳐 버렷다. 그리고 주변에 잇던 오크들이 그에게로 하나둘 모여들엇다.

오크들은 신이난듯 새로얻은 이 장난감이 무슨 발악을 할지 궁금해 하며 그의 곁에 점점
다가 왔다. 그순간 케져에겐 공포도 분노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를 어떻게 요리할까
하며 다가드는 오크들의 모습이 역겨웠을 뿐이었다. 오크 한마리가 그의 멱살을 그러
잡았다. 키는 자기 가슴만한 오크가 엄청난 힘으로 무릎을 꿇고 잇는 케져를 자기의눈까지
들어올렷다.

"크르르.. 더 반항해 보시지.."

주변의 오크들은 조롱하며 왁자하게 웃엇다. 그러자 케져도 덩달아 웃엇다. 그리고 갑자기
그는 오크에게 달려 들어 오크의 코를 깨물었다.

"크아아악~~!!"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멍해진 오크들은 비명소리가 한참 지난뒤에야 정신차린듯
케져에게 달려들어 케져가 부둥켜 안고있던 오크와 그를 떨어 뜨렷다. 케져는 오크의 피를
입가에 가득히 묻힌체 뭔가를 우물거리다가 퇘하고 뱉엇다. 오크의 코엿다. 얼굴을 감싸쥔
그오크는 실성한 듯이 고함을 고래고래 질렀다. 주변의 오크들은 그광경을 어이 없이
바라보다가 화가 난듯 케져에게 칼을 휘둘렀다.

케져는 두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칼들을 지켜보았다.

"케엑"

"꾸억"

갑자기 오크 두마리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졋다. 케져를 치려했던 오크들은 당황해서 쓰러
진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위 등뒤에 하얀깃이 붙은 화살이 나란히 박혀 있엇다. 그리고
이어서 거대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크르.. 인간놈들의 군대다!"

"인간놈들의 군대가 왔다!"

오크들은 당황해서 그자리에 붙박힌듯 함성소리가 나는곳을 바라 봣다. 이윽고 다시 2개의
화살이 날아와 오크의 목을 정확히 관통햇다. 그러자 오크들도 정신 차린듯 고함을 치르며
인간의 군대쪽으로 마주 달려갔다.




"자내가 괭이를 휘두르며 오크들과 싸우는 것을 보았네. 도와주고 싶어서 뛰어 왔지만 거리
가 너무 멀었어."

한 워리어가 웃으며 케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리가 부러지는 것 같아지만 그는 워리어의
손을 잡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워리어는 치료해 주겠다며 케져의 어깨를 부축하고는
본진쪽으로 걸어갔다.

"달려오면서 자네가 오크의 코를 물어뜯는 것도 보았지. 자네의 용기에 감탄 햇다네."

"별로.. 말로만 듣던 오크맛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크하하하핫~!"

워리어는 통쾌하게 웃엇다. 케져는 걸을때마다 칼에 맞앗던 어깨와 종아리가 심하게 아렸지
만 쓰게 웃었다.

"이처럼 통쾌한 친구는 평생 하나도 만나기 어려운법이지. 우리 통성명이나 하세. 내이름은
릭. 이클레시아에 있는 마이너가문의 막내 릭 마이너라고 하지. 그냥 릭이라고 부르게.
자네이름은 뭔가?"

"제 이름은 케져.. 평민이라 성은 없습니다."

자기를 릭이라고 소개한 이 워리어는 자신의 부대는 라벤트산맥의 에센스숲에 사는 엘프군
과 합류했으며 지금은 히로니덴의 주력부대와 다시 합류하러 가는 도중이라 하였다. 그 곳
으로 아질리아에서 온 병사들도 합류하게 될것이며 병력이 모두 집결되는 대로 이클레시아
를 침공한 킬리아니의 부대와 결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했다.

케져는 그의말을 들으며 묵묵히 걸어 갔다. 워리어는 그를 수도사에게 맡기곤 보고를 해야
한다면서 본 막사로 향했다. 수도사는 케져의 상태를 살핀후 그를 치료햇다. 부러진 뼈를 맞
추었을때 엄청난 고통을 느꼇으나 그는 얼굴만 조금 찡그렷을 뿐이엇다.

수도사들은 그의 인내심에 혀를 내둘렀다.

"이정도 상흔은 웬만한 워리어들도 고래고래 소리지를 뻔 한데 대단한 인내심이군요."

케져는 아무런 표정도 답변도 짓지 않았다. 마을에서 오크들을 소탕한 워리어들이 하나둘
본진으로 들어 왔다. 스쳐지나가면서 하는 목소리들은 마을주민들은 모두 죽었다는 말들 뿐
이엇다.

부상당한 워리어 한명이 자신의 옆으로 앉아 수도사들에게 치료를 받다가 케져에 대해
들려준 말에 놀라며 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당신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했다. 주민은
물론 기르던 가축들도 모두 죽었으며 그속에서 당신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슬픔은 조용히..그리고 강렬히 다가 왔다. 석양이 지는 마을의 먼빛을 바라보는 케져의 눈
빛은 평소의 것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되돌릴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으로
차있었다.

"신들의 꿈속에서 가장 아름다운것을 보고 있군요. 당신의 마을인가요?"

뜬금없는 소리에 케져는 고개를 돌렸다. 붉은광선 속에서도 희게 느껴지는 피부와 훤칠한
키. 그리고 2개의 뾰족하고 긴 귀가 보엿다. 그녀의 등엔 그녀의 예사롭지 않는 신분을
나타내는듯한 황금으로 조각된 거대한 활이 메어져 있었다.

가장 아름답다고? 지금 아름답다고 내게 말하는거냐? 내친구들.. 내형제들.. 내가 아는 모든
이가 순식간에 비참하게 사라져 버린 저마을을 바라보면서 지금 내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거냐 지금!!!?

케져는 욕이 입앞까지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막앗다. 분노한 그의눈은 마을에서 그녀에
게로 옮겨져 갔다. 그녀는 그러한 케져의 눈빛을 아는듯 모르는듯 마을만 바라보고 있었다.

"잃어버린것의 소중함을 우리는 정작 잃어버려야만 느낄수 있지요."

"......."

"슬픔에 파묻혀 절규하던가.. 슬픔을 잊고 나아가던가.. 슬픔을 토대로 살아가던가.."

그녀는 지나가듯 말하고 몸을 돌리곤 막사들 사이로 사라졌다. 케져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
를 마치 석상인 된듯 움직이지않고 바라만 보았다.





"제기랄!!"

해가 한참 진무렵 2명분의 식사를 들고 한워리어가 케져에게 다가 왔다. 릭이었다.
그는 '나 무척 화났소' 하는 모습을 몸전체에서 보여주고 있었다.

"오크놈들 갑작스럽게 덤벼든 통에 동맹군에 금이 가게 생겻어!"

그는 케져에거 음식을 넘겨주곤 자기도 음식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원래 히로니덴에 모든 주력이 집결해서 이클레시아로 단숨에 쳐들어가 해방시킬 계획
이었는데 그놈의 오크놈들이 헥스터에서 넘어오는 바람에 엘프들이 모두 돌아가려고 해!"

케져는 묵묵히 넘겨준 음식만을 먹고 넘기고 있었다. 릭은 케져가 대꾸도 없이 음식만 먹는
데 전혀 개의치없고 독백하듯 떠들어댓다.

"헥스터에서 오려면 필연적으로 라벤더산맥을 넘어 와야 되는데 그곳은 엘프들의 근간이
있는 곳이거든. 자기집 앞마당을 오크들이 멋대로 넘어 다니는데 남의집 지키려 갈수는
없다는 거야!"

그는 잠시 우물거리면서 급하게 음식을 넘어 삼킨뒤 내뱉듯 말했다.

"덕분에 동맹군중 주력인 엘프들이 빠진체로 이클레시아에 향하게 생겼어. 말도 안돼는
소리! 엘프들의 도움 없이는 킬리아니의 막강한 언데드들을 상대할수 있을거 같나?
이제서야 한방에 킬리아니의 군대를 초토화시킬 기회를 잡았는데!!"

그는 무척 분한듯 보였다. 어느새 그는 남김없이 먹어치운뒤 포크를 내팽개 쳤다.
씩씩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자기의 손가락에 붙은 기름끼를 쪽쪽 빨았다.
그러다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안돼겠어!"

그는 두주먹을 마주치며 말햇다.

"확실히 오크들의 참전은 전쟁의 새로운 국면이야. 그렇다고 병력을 둘로 나눠 이클레시아
에 있는 적의 본대와 산맥을 넘어오는 오크들을 동시에 친다는건 말도 안돼. 만약 오크들이
전면전이 아닌 게릴라 전을 펼친다면 전선은 길어질테고 모처럼 킬리아니 를 치기위해 규합
된 동맹군은 지리멸렬 할것이네. 전체적인 힘만 따지면 킬리아니의 부대가 훨씬 우세한 상황
에서 양면 작전 이라니!! 설사 엘프들만 따로 오크쪽을 친다해도 다시 합류하려면 적지않는
시일이 걸려. 그동안 인간의 부대는 속수무책으로 깨져 버릴꺼야 차라리 히로니덴 동맹군 전
체가 이클레시아가 아닌 엘프와 같이 오크들을 먼저 친다음 여세를 몰아 이클레시아로
돌진 해야만 승산이 있어! 전쟁의 승패는 엘프들이 쥐고 있다고. 정식으로 상관에게 탄원서
를 내야 겠어! 내가 비록 말단병사지만 우리가문 이름은 함부로 하지 못할거야!"

그는 케져가 아니라 자신에게 확신 시키기위해 말하고는 뒤를돌아 본영으로 나갔다.
케져는 급히 일어나더니 입을 열었다.

"만약~!!"

릭은 외침에 놀라 멈추고는 뒤돌아 보았다. 케져는 무언가 결심한듯 그를 바라 보았다.

"만약 오크를 치기위해 가는 것이라면 저도 한몫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요."

"....."

"오크들의 몸안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겠습니다!"

릭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시 가던곳으로 바삐 걸어 갔다. 어둠속에서 케져는
하늘을 쳐다 보았다. 구름이 잔뜩껴서 별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이었다.

릭의 제안은 철회 되었다. 릭은 불같이 화를 냈지만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엘프에게 동맹
의 우정으로 인간들의 별동대를 보내주겠다고 하였으며 릭은 스스럼 없이 별동대에 자원
하였다. 별동대는 자원자에 한해 받아 들였다. 그러나 공고가 붙자 인간들중에 자원하려는
이는 거의 없었으며 그나마 자원한자들도 평소 릭과 친분이 있는 자들뿐이었다.
동맹군의 인간 대부분은 이클레시아의 사람들로 모두 한시바삐 이클레시아를 탈환하고자
하는 염원뿐이고. 엘프들이 받는 오크들의 위협은 안중에 없었던 것이었다.

릭 역시 이클레시아 사람 이었지만 그는 조급함에 몸을 맡기지 않고 냉철히 전체적인 대국
을 보고 있었다. 도저히 말단 워리어라고 볼수 없는 놀라운 지혜였다.

케져는 서슴없이 릭의 별동대에 자원했다. 그는 더이상 잃을 것이 없으 며 오로지 받을것만 남았다고 했다. 그는 금방 받아들여졌다. 별동대에 지원자가 없는 관계로 자연스럽게 릭이
별동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명목상으로라도 장군급 사관이 맡아야 하나 그들의 관심은 온통
이클레시아였으므로 지위는 낮지만 이클레시아에서 유명한 가문의 귀족이었던 릭에게 그일은 맡긴것이다.

쾌활한 릭은 흔쾌히 일을 받아들었지만 엘프들은 불쾌하게 여겼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