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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게 있어서 편안하게 작성해본 스토리입니다

리마스터 하기 전에 쉬어가는 편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에이리아편에 비해서 길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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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ge_logo_index.jpg


GAGE -Character Story-

  바이스(1)


대충 아무렇게나 모래가 깔려 있는 금빛 운동장 뒤쪽에 창문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된 길고 높은 학교 건물이 있었다. 3층 구조로 되어 이따금씩 창문이 열려있는 곳도 있었는데, 간간히 수업을 하는 선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중 3층 구석에 있는 교실에서 창가에 앉은 여학생이 한숨만 푹푹 내쉬며 지루한 표정을 지었는데, 수업에는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칠판을 보는 것보다 창밖을 보는 게 더 많았고, 책에 낙서를 하며 수업시간을 보냈다. 그렇지 않으면 대놓고 엎드려 자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여학생을 만류하는 선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오후 식사시간 종료 후 다음 수업시간이 되어서, 뱃살이 늘어진 중년 남자 선생이 들어왔는데 손에 당구채의 큐대가 들려있었다. 들어오자마자 교실을 둘러보다가 학생들의 인사를 받곤 수업을 진행했다. 선생이 한창 수업을 하던 도중, 창가에 앉아있던 여학생은 연신 하품을 내쉬다가 피곤함을 견디지 못했는지, 그대로 엎드려 잠을 청했다. 그렇게 여학생이 잠을 자던 중 중년 남자 선생이 그 학생을 보곤 신경질이 난 표정으로 다가가 들고있던 당구 큐대로 자고 있는 여학생의 머리를 툭 내리쳤다.

아얏

반재은 너 또 자냐? 내가 저번에 자지 말랬지?”

완전 지루한데다가, 재미도 없으니 잠이 쏟아지죠. 그러니까 자는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 ?”

그럼 재밌게 하시던지요

여학생이 남자 선생을 골리는 투로 비아냥거렸다. 그 태도에 화가 난 남자 선생이 당구 큐대로 칠판을 가리켰다.

그럼, 니가 가서 풀어봐!”

남자 선생이 칠판을 가리고 있기에 재은은 몸을 기울여 칠판에 시선을 향했다. 그녀는 선생을 보며 씨익 웃고는 당당하게 칠판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적힌 것을 얼마 보지도 않고 순식간에 써내려갔다. 그녀는 다 적고 나서 분필을 받침대에 무심하게 내려두고 선생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보는 다른 학생들의 표정은 그저 어이가 없는 표정들이었다.

어떻게 문제도 이렇게 하나같이 창의성이 없으실까. 선생이라는 분들은 정말 하나같이?”

? 이게 정말 좀 똑똑하다고 보자보자 하니까

[-]

갑자기 재은이 휘청거리며 편두통이 일어난 듯이 한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았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앙다물었다.

이런 씨... ...’

재은의 머리에 -’하는 이명음이 계속 들려왔고, 이로 인해 두통이 발생했다. 그녀는 잠시 주저않아 이명음이 없어지기를 기다렸지만, 남자 선생이 다가와 그녀의 귀를 잡아당기며 일으켰다.

어디서 이게 또 쇼를 하냐, 불리할 때만 그러더라 너는 진짜

아야얏, 아니야! 아니라고 이 무식한 선생아! 아파! 아프다고! ! ! 제발!”

재은은 어떻게 해서든 선생의 손을 뿌리칠려고 했지만 선생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남자 선생은 그래도 재은을 복도 밖으로 내쫓았다.

너 거기서 서있어

~! 어차피 수업 따위 안봐도 다 알거든!”

... 어휴... 마치고 교무실로 와라

남자 선생의 말에 재은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없이 벽 쪽에 몸을 기대며 고개를 숙였다.

어휴.. 저 진짜 어쩌려고

교실문이 쾅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자 선생은 교실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재은은 복도에 혼자 남겨진 채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이명음에 대해서 잠시 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재은의 앞을 지나가던 검은 정장의 여성이 그녀를 보며 비웃었다.

너 또 복도에 나와있니

재은은 말없이 고개숙인 채 눈알만 돌려서 여선생을 보았다.

쯧쯧쯧, 똑똑하면 뭘하니 인성이 개판인데

여선생은 악의가 담긴 말투로 재은을 비아냥거리곤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재은은 아무말없이 바닥만 응시했다.

재은은 7교시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에 갔다. 남자 선생에게 한동안 잔소리를 듣고 나서 교무실에서 나와 교실로 돌아갔는데, 아이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가방과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또 토끼냐?”

, 완전 개노잼

재은의 뒷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무심한 투로 손톱을 다듬으며 말했는데, 마치 처음이 아니라는 식으로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너 담탱이가 또 부모님 부르면 어쩌려고

내가 알빠냐. 나 간다

어 잘가라

재은은 무심하게 가방을 둘러메고 교실을 떠났다. 복도로 나와 교무실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하며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선생이 있나 주의를 살폈다. 중앙 계단을 지나 학교의 뒷문으로 나간 재은은 건물 밖을 둘러보다가 맞은편 식당 건물에 선생이 있나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다고 판단하자마자 식당 쪽으로 곧장 내달렸다. 그녀는 곧바로 식당 옆길로 빠졌다. 식당 주변에 세워진 조경들을 벽으로 삼아 은밀하게 학교 담장으로 향했다. 재은은 곧장 담장을 뛰어넘으려고 했지만 오른쪽 멀리 뒷문 앞에서 남자선생이 서성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몸을 숨겼다. 걸리면 쫓아올 것이 분명했기에 남자 선생의 시선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 얼마 후 남자선생의 몸이 다른 곳으로 향하자 그녀는 가방을 담장 너머로 던져버리곤 가벼운 몸짓으로 벽을 타고 올라 담장을 뛰어넘었다. 격한 몸짓으로 인해 체크무늬 교복치마가 배위로 말려 올라갔지만 안에는 체육복 바지가 있었기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녀는 주변에 선생이 있나 둘러보다가 곧장 2차선 도로를 건너 골목길로 몸을 숨겼다.

재은은 길을 걸으며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낮에 들려왔던 이명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귓가에 들려온 이명음은 그녀를 항상 괴롭혔다. 많은 병원에 가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정신상담을 받았는데, 어릴 때부터 지적수준이 뛰어났던 그녀의 뇌가 원인모를 이상 현상이 아닌가로 잠정 결론을 짓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결과를 만족해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정신이상자가 된 것 같아서 그렇게 취급받는 것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 이후 그녀는 의사가 돼서 이명음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낼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해 수능 성적이 발표됐다. 재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학교 컴퓨터실에 앉아 인터넷을 켜서 수능 성적 발표를 확인했다. 수능 만점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결과가 노출됐지만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주변에 다른 학생들의 웃음과 울음이 동시에 터져나오며 희비가 갈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이상하게도 재은의 표정은 담담했다.

자신의 교실로 돌아온 재은의 앞에 담임 여선생이 증오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반재은... 내신 만점에 수능 만점까지. 아주 기가 살겠구나?”

재은은 말없이 선생을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점수가 선생님들 덕분에 나온건 아니죠. 오직 제 능력으로만 나온거죠. 그러니까 선생님들께서 좋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없고 지루한 수업을 이제야 안볼 수 있게 됐다니. 시원해졌을 뿐이죠

“아니 이런 싸가지 없는...”

그렇게 학생 누구 욕하시기 전에 선생님이나 잘하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의 국사 수업 진짜 최악이거든요

, ?”

그냥 돈벌기 위해 선생하시는 거니까, 의무적으로 하는 교육에서 뭐가 나올까요. 좋겠네요. 선생은 아무나 할 수 있어서

, ! ! 수능 만점자라고 뭐 특별한 대우해줄 줄 알아? 너 마치고 교무실로 와

, 네 그러시겠죠

여선생은 짜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재은을 노려봤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은 꽤나 담담했다. 학교생활 내내 선생들을 재은의 수업태도를 지적해왔다. 그 덕분에 그녀를 좋아하는 선생은 없었고, 별난 그녀의 성격은 누구도 쉽사리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항상 선생들은 재은에게 날이 선 모습이었다. 그날도 재은은 교무실에 앉아 여선생의 잔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말없이 잔소리를 들었다. 대략 한 두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재은은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재은은 어느날 학교에서 학생 기록부를 받았다. 온통 인성문제에 대한 지적이 가득했고, 칭찬 한마디 없는 학생 기록부를 살펴보다가 말없이 덮었다.

어차피 실력... 실력만 있으면 돼.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없...’

그런데 재은이 갑자기 다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명음이 들리며 그녀의 머리에 편두통이 몰아쳤다.

아씨 한동안 안나오나 했더니 또...’

재은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부여잡다가 고개를 창문 밖으로 향했는데, 시가지 건물 사이로 초록빛 육각면체가 문득 보였다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이명음과 편두통은 귀신같이 사라졌고, 그녀의 머리에 의문만이 남았다.

방금 뭐지?’

재은은 창문가로 다가가서 시가지를 살폈지만, 방금 보았던 초록색의 건물 같은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봤나?”

야 쌤 들어온다

뒷자리에 앉은 친구의 말을 듣곤 재은은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재은은 방 안의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낮에 봤던 초록색의 건물 같을 것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선명히 봤던 초록색 형태의 각진 건물이 보였다가 사라졌을 때 이명음과 편두통이 사라졌던 것을 느꼈다. 분명히 이명음이 관련이 있어보였다. 이제야 이명음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재은은 대충 학교 운동복을 걸쳐 입고 집 밖을 나갔다.

재은은 오랫동안 주택가를 걷다가 학교 앞에 도착했다. 불이 꺼져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학교가 무서웠지만, 낮에 봤던 초록색의 건물이 있던 곳에 가보기 위해 기억을 더듬었다. 그녀의 지적 수준은 굉장히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기억을 의심한다던가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곧장 주택가 골목을 지나 초록빛 건물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가로등만 길을 비추고 주변에 빌라같은 거주 건물만 가득하게 서있었다. 불이 켜진 집으로부터 깔깔깔 거리는 소리만 간간히 들려왔고, 아무리 둘러봐도 초록빛 건물이 세워질 만한 공간도 없어보였다. 낙담한 재은이 돌아서려는 찰나에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 PORSCHE 2018.10.17 20:32
    바이스의 학창시절이라니! 학생때는 귀엽...아니 지금보다 더 싸가지가 없는거 같네요.
    이명이라니 자공간능력이 뛰어나다보니 일종의 능력에 대한 성장통같은 걸까요?
    편안하게 쓰셨다는데 이리 잘쓰시다니 부럽습니다!
    다음이야기도 기대하겠습니다.
  • SKEN 2018.11.08 00:04
    새로운 캐릭터 스토리! 벌써 외전격이 2편째!
    작가님의 작업력과 그 양은 어마무시하네요.
    캐릭터 스토리는 단순 외전격에서 더 나아가 본편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태도등에 대한
    그 기원? 같은 것을 짚어나가며 알려주는거 같아 색다르게 흥미가 생기는거 같습니다.
    바이스의 이야기라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이건 뭐 취향문제니까요(...) 새로운 이야기는 항상 굳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