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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남자, 노아는 자칭 인형사였다. 노아는 국가공인시험에 합격 한 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유명한 공방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였다. 다만 노아는 남들에 비해서 많이 만져봤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단순한 취미였던 안드로이드 제작과 정비가 직업이 되어있었다.

그가 버려진 안드로이드를 지나치지 못한 것은, 어쩌면 직업병 때문일지도 몰랐다.  

 짙은 황사에 가시거리가 확연하게 짧아진 대낮의 골목길. 허물어져가는 담벼락 아래,' 그 것'은 앉아있었다. 정확히는 팔과 다리가 박살나 머리와 몸통만 버려져 있었다. 20대 여성의  날 것 그대로의 알몸. 엉기성기로 얽혀버린 옅은 금발머리..창조주인 인간을 모방한, 생동감을 잃어버린 갈색의 피부가 부분 부분 떨어진 쥐가 파먹은 듯한 외형. 예쁘장하게 조형된 얼굴과 빠져버린 왼쪽 눈알과 텅빈 안구. 안구 속에는 복잡한 회로와 전선들이 보인다. 멀쩡하게 남은 오른쪽 짙은 파란 눈동자는 전력을 잃어버려 눈동자 색이 침전물 마냥 가라앉아 있었다.

 거기에 황사로 수북히 내려앉은 황토빛 먼지는 안드로이드를 무척이나 처량하게 보이게 만들었다. 낡아버리고, 고장나고, 녹이 슬어버린 흉뮬. 

 노아는 뜀박질로 거칠어진 숨을 몰아 쉬었다. 황사가 잔뜩 끼어 필터에 누런 먼지가 잔뜩끼인 마스크덕분에 숨쉬기가 불편했다. 달라붙은 이마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털고선,  노아는 버려진 흉물 앞에 쭈구려 앉았다.

 안드로이드 관련 법률에 의거, 오른 쪽 빰에는 회사 로그와 왼쪽 빰의 모델링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길바닥에 버려진 이 안드로이드는, 커스텀화 되었는지 빰의 문신이 무척이나 희미하게 새겨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자칫 무시하고 지나갈 뻔했다. 제작사는 아이봇, 모델링은 SS0123.

 노아는 저도 모르게, 모델링 넘버를 왼손으로 건들였다.

 그 순간, 침전물이 내려앉은 오른쪽 눈동자에 하얀 빛깔이 튀어오른다. 굳게 닫힌 조그만한 입술이 움직인다.

─안녕

너무나도 여린  여자의 목소리가 노아에게 전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