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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4 23:11

인형사와 고장난 아가씨

조회 수 4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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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랏빛 전등 불빛이 살갗에 내려앉는다. 식물 생장용 LED의 보랏빛과 영양제가 꽂혀있는 싸구려 화병과 너무나 힘이 없어 보이는 관상용 식물들. 그리고 큰 거울이 놓여있는 어둑어둑한 방.

 남자는 그 방에서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추레한 민소매 티를 입은 남자의 오른쪽 관자놀이는 푸른 빛이 들어오는 링이 박혀있었다. 남자는 무척이나 단조롭고, 사납기보다는 음울한 인상이었다. 가뜩이나 식물 생장용 LED의 빛은 남자의 음울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남자의 왼쪽 팔은 성모 마리아와 종교적 상징이 가득한 문신이 있었다. 그리고, 창백한 남자의 피부와 다른, 새하얀 기계였다.  

 남자의 왼팔은 의수. 세밀하게 작동되고, 생각대로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최고급형 보급 의수였다. 제작사는 '아이봇' 모델명은 CX-12.  남자의 왼팔 팔꿈치에는 '아이봇'의 로그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남자는 딱딱하기 그지없는 회사 로그를 가려버리기 위해 무척이나 화려한 타투를 의수에 새겨버렸다.

  가느다란 난초가 덜덜거리는 선풍기 바람에 흔들렸다. 근래에 태양은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상이 되버린 황사는 벌써 2달 넘도록 도시의 일상을 지배했다. 창밖을 바라보면, 오늘도 역시나 짙은 황사에 간신히 건물의 윗층이 보이는 실정이었다. 남자는 창에 비쳐지는 뉴스를 바라본다. '네트워크'에서 수신되는 영상과 소음들. 어김없이 TV 뉴스는 황사 이야기가 나오고는 했다.  

 남자는 문신이 가득한 손가락을 오른쪽 관자놀이 링에 가져다 댔다. 

남자의 귓가에서 들려오던 뉴스라는 소음과 창에 비치던 영상은 사라졌다. 남자가 철없던 시절에 시술받은 ‘9G 네트워크’와 '임플란트'는 이제는 터무니없이 비싸진 가격으로 악명높아진 차세대 기술 중 하나였다.

 남자는 무감각하게 임플란트에 저장해놓은 무작위 음악을 재생시킨다. 그리고는 두꺼운 후드티를 집어 들어 입는다. 코와 입을 덮는 필터 달린 마스크를 쓴다. 호흡에 지장이 올 정도로 불편함이 바로 느껴진다.

 남자는 자신의 집을 벗어난다. 강한 황사에 새로 갈아 끼운 필터의 기능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라는 정보가 딱딱한 AI 음성으로 남자의 귓가에 퍼진다. 남자는 망설임 없이 밖으로 뛰어나간다. 24시간 집안에 처박힌 일상에 가만히 있다면, 남자는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 

 뜀박질하는 순간, 남자의 심장 날뛰는 박동에 남자는 들려오는 음악 소리마저 잃어버린다. 한참이나 뛰던 남자가 가파 오른 숨을 토하면서 멈춘 것은, 길가에 불법 투기된 고장 난 여성형 안드로이드 때문이었다.

 남자의 이름은 노아.
 그의 직업은 '인형사'라고 별명이 붙은 안드로이드 제작사 겸, 정비사였다.

  • SKEN 2018.07.05 00:09
    좋다..! 하지만 짧다.. 2019년 발매예정작인 초 기대작의 트레이너 영상을 본 기분이 이런걸까
  • 반딧불 2018.07.17 01:49
    시대적 배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