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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1 23:11

티레이나 연대기- 프롤로그

조회 수 3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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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농민들, 사기꾼들, 고상한 지식인들, 주정뱅이들, 심연에 가라앉은 지식을 발굴하는 마법사들, 자애롭거나 혹은 잔혹한 신관들이 듣고, 알아내고, 널리 세상에 전파한─ 세상이 한점에서 쏟아져 내려, 혼돈이 되었다가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이 흘러서 질서가 태어나, 신들을 빚어낸 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재차 흐르고 흘러, 이제는 다시는 쓰이지 않는 1384년에 멈춰버린 제국력이 한참 쓰이던 제국력 805년.

제국력을 세상에 퍼뜨리고 세계를 지배하던 륜제국 시절인 805년에 한명의 마녀가 있었다.

옛 것에 몰두해 퀘퀘한 냄새를 사랑하는 역사가들이 기록으로 남긴 마녀는 '새벽을 부르는 저녁달'로 알려진 아도리스라는 마녀로, 그녀는 805년에 길이길이 남을 전설을 만들어냈다.

강대한 마력을 지녔던 이 마녀가 바투릴 해협에 나타난 미쳐버린 정령을 사냥하기 위해 지금은 잊혀져버린, 심연에 가라앉은 수많은 마법 중 강력한 마법으로 바투릴 해협의 바다밑의 가라앉은 대지를 뽑아내어, 바다위에서만 힘을 쓸 수 있었던 미쳐버린 정령을 봉인해버렸다.(단 한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낸 일이었다.)

그 이후, 마녀가 만들어낸 정령을 봉인한 이 섬은 마녀의 이름을 따, 아도리스 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새로운 섬은 바투릴 해협의 풍요로운 섬들과 달리, 거대한 황무지와 까마득한 높은 절벽, 황폐한 언덕이 뒤엉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새로운 섬을 만들어낸 마녀 아도리스가 강대한 능력을 지닌 마녀의 능력을 시기한 신들의 장난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나서 200년이 지날 때까지 무인도로 남아 있었다.

무인도였던 아도리스 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륜제국의 황제였다. 지중해를 무대로 악명높은 해적들은 대담하게도 황실의 전함을 습격하고 황녀를 포로로 삼아 황실로부터 엄청난 재화를 얻어낸지 3년 후, 황제는 아도리스 섬에 수 백명의 건축가들과 수많은 노예, 막대한 재화를 투입해 대담한 해적들로부터 상선과 어선을 보호하기 위해 요새를 세웠는데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이 요새는 '붉은 요새'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황제의 의도대로 붉은 요새는 바투릴 해협의 관문으로써 5년만에 139척의 해적선을 침몰시켜, 지중해에서 바투릴 해협까지 안정을 가지게 했다.

붉은 요새는 잔혹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탐욕스런 장군들이 황제 자리를 놓고 오랫동안 내전을 치루고 있을 때도, 일곱 현자들이 제국의 황제로 차례차례 등극해, 제국의 제 3의 황금기를 열었 을때도 묵묵히 자신의 역활을 수행했다.

이제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1384년 13월 26일. 「운명의 날」 제국이 반신─'달의 저주받은 딸' 라스미야에 의해 사실상 멸망한 날, 마법사들이 어둠의 귀족이자, 라스미야의 아이들인 뱀파이어를 피해 륜제국의 수도이자, 륜제국의 어머니인 륜에서 탈출해 붉은 요새로 숨어들었다. 제국의 충직한 26군단 붉은 요새 수비병들은 마법사들이 알린 비보에 검과 방패를 들고 당장이라도 제국을 멸망시킨 라스미야를 토벌하려고 했지만, 현명한 마법사들의 설득에 요새를 버리지 않고 섬을 수호하기로 맹세했다.

바투릴 해협을 방어하던 붉은 요새의 성격은 그 날을 기점으로, 신비와 지식을 탐구하는 마법사들의 요새로 바꿨다.

새로운 달력인 성력이 제정되기 전까지 기나긴 공백기동안 붉은 요새를 수비하던 26군단 요새수비병들은 사라진 황제 대신, 마법사들에게 충성을 바쳤다.요새 수비병들의 헌신적인 지원과 수호를 받은 마법사들은 오랜동안 시도하고 실패를 거듭해 좌절의 시간을 쌓고 쌓아올리면서 제국의 적인, 불멸의 삶을 사는 반신인 라스미야를 죽이고자 노력했다.

오랜 시도끝에 마법사들은 폐허로 전락한 제국의 어머니, 륜의 미궁과 같이 복잡한 지하수도에 라스미야를 봉인시켰다.

라스미야가 봉인되고 나서야, 봉인된 날을 기준으로 세계는 새로운 달력을 쓰기 시작했고, 성력이라 이름 붙은 달력은 오늘날까지 쓰이고 있다.

성력 875년. 세계를 구해낸 마법사들의 요새는 마법사들과 신관의 대립으로 시작된 '3년 전쟁'이 막바지였던 295년, 붉은 요새가 함락되고─ 마법사들의 전멸이라는 처절한 패배를 끝으로 여지껏 거대한 폐허로 전락했다.

그 후, 아도리스 섬의 붉은 요새에 마법사들의 숨겨진 유산이 있을 것이라 믿고, 찾아 왔다가 아무것도 찾지 못한채 욕설부터 내뱉는 얼치기 용병이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탐험가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찾지 않는 불모지가 되었다.

그런 불모지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자는 핏줄까지 비쳐보이는 하얀피부에 윤기없는 머리카락이 달라붙은지도 모른채, 폐허나 다름없는 붉은 요새가 희미하게 보이는 낮은 언덕에 매말라버린 죽은 나무의 밑둥을 손톱이 깨져나갈 정도로 움켜잡았다.

그녀의 앳된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연민보다는 공포에 일으켰다. 여자는 외로이 나무에 기대고 있었다.

여자는 배가 불룩했다. 여자는 숨도 고르지 못한채, 밀려오는 고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그녀의 갈라지고 부서져가는 비명이 끝이 났을때, 그녀는 벅찬 숨결을 몰아쉬면서 자신의 생명의 불꽃을 이어받은 어지껏 자신에게 고통을 준, 핏덩이와 자신을 잇고있는 탯줄을 날카롭게 조각난 붉은 벽돌로 내리찍어 끊고는 핏덩이를 자신의 품에 꼬옥 끌어앉았다.

[아가, 내 아가야... 이 섬에 남겨진 비밀과 유산은 모두 너의 것이란다. 아가야 기뻐하렴]

여자는 처량한 웃음을 눈웃음을 짓고는 아기의 빰에 입맞췄다.

아기는 반응이 없었다. 단지 아기는 무거운 눈꺼풀을 깜박였다가 울음은 커녕 멀뚱히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의 거친 숨소리만 섬에서 들려왔을 뿐이다. 여자의 품의 아기는 작은 가슴과 배를 오가면서 만들어내는 숨결의 움직임이 없었다.

[아가, 내 영혼의 반쪽아. 사랑한단다]

여자의 말에 아기는 졸린듯 힘겹게 눈을 떴다가, 이대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