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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23:32

조개껍데기(13)

조회 수 25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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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다음날 아침 할머니가 밖으로 외출을 하셨을때 부엌에서 보온병을 찾아 젖을 짯다. 전보다 젖의 양이 줄었지만 보온병이 어느정도 찼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사내에게 준단 말인가. 사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사내의 집도 모르는 나는 망연자실한 기분이었다. 할 수 없이 마을을 뒤져 사내를 찾는 수 밖에 없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보온병을 품에 안은채 사내를 찾으러 나갔다.
바닷바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불었고 이내 옷으로 가리지 않은 부분에 바람이 닿을때마다 뽀족한 물건으로 피부를 긋는듯 하여서 옷깃으로 얼굴을 재차 덮었지만 바람이 멋대로 불어 재차 여며야했다. 품에 안은 보온병을 신경쓰느랴 더욱 힘이 들었다. 바다에는 사람이 한명도 보이질 않았고 해송들만이 바람에 머리채를 휘여잡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민박과 작은 슈퍼주위를 배회하다 다시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갔다. 몸이 얼어붙을 대로 얼어서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바다를 보았을때 선외기 한대가 뭍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선외기에는 사람이 한명 뿐이었고 배에는 그물같은 것들이 실려있었다. 선외기가 가까워졌을때 탑승한 사람이 남자인듯 했고 곧 그 남자가 사내인 것을 알았다.
사내는 나를 보고는 많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선외기를 끌어 해변에 옮겨 놓고 배가 파도에 쓸려가지 않게 밧줄을 말뚝에 묶었다. 그리고는 다가와 말을 걸었다.

-추워보이는디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슈. 어여 들어가세유 장정도 얼어죽을 날씨구만.

사내의 까칠한 피부가 바닷바람에 빨갛게 변해 손이 닿으면 피가 나올것만 같았다. 굵은 눈썹과 큰 콧망울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아직 사내가 입은 방수바지에서는 바닷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말없이 품에 안고 있던 보온병을 사내에게 건냈다. 사내가 멋쩍게 웃었고 고맙다며 보온병을 열었다.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사내가 내 젖을 마실것만 같아서 놀라, 손을 뻗어 보온병을 가로채서 뚜껑을 닫았을때 사내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나는 안에 든 것을 무어라고 말해야 몰라서 다시 내밀며 말했다.

-얼른 가서 아이에게 먹여요. 집에 전자렌지가 있으면 20초 정도 데워 먹이면 될거예요.

그제서야 사내는 보온병에 든 것이 젖이라는 것을 알았다는듯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 손에 든 보온병을 가로채 작은 슈퍼가 있던 방향으로 뛰어갔다. 나는 사내가 사라진 뒤에도 그 방향을 한동안 쳐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