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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7 19:56

조개껍데기(9)

조회 수 29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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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어머니의 얼굴은 떠나시기 전보다 더 그늘져 있었다. 그 여자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빌어먹을 여자는 아이를 낳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는데 도망친 이유도 도망간 장소 또한 알수 없었다. 이른 새벽 아이 울음소리에 깨어나 그 여자에게 기척을 내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질 않았고 아이를 달래고 있었는데 그렇게 한시간. 아이를 어르고 달랠때 까지도 그 여자가 집을 나갔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여자가 집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낮은 가구함에 올려 있는 여자의 가족들이 찍힌 사진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였다. 사진안에 여자는 없었다. 언젠가 그 이유를 물어보려 했었지만 그 이유를 알아도  여자의 마음을 알지는 못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삼일이 지난 후였다.

아이는 몸이 약했다. 얼마간 초유를 먹어야했을 아이는 여자가 집을 나가서 어쩔수 없이 분유를 먹여야 했다.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면 먹인것에 반 이상을 뱉어냈다. 그런 아이를 도저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시내 병원을 찾았을 때 아이의 소화기관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는 나에게 얼마간 초유를 왜 먹이지 않았으냐며 나무랐다. 나는 차마 이 아이의 엄마가 아기를 낳아 놓고 도망갔다고 그럼 당신이라도 아기에게 젖을 좀 물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두 말 다 하지 못했다. 의사는 아이에게 당장 엄마의 젖을 물릴것을 권고했다. 나는 아기를 다시 집으로 대려올 수 밖에 없었다. 시내 마트에 들러 소화가 잘되는 분유를 물어 그것을 한통 사가지고서.

어머니가 돌아오신 후 건너 옥림이 할머니께서 놀러오셨다. 엿듣고 싶어 들은 것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손녀가 와있다는 것과 그 손녀의 뱃속에 있던 아이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굴도 보지 못한 그 여자에게 이유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옥림이 할머니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계시던 어머니는 그 여자를 알고 계셨다. 어머니가 서울에 다녀오셨을때 터미널에서 만났다는 여자. 그 여자는 옥림이 할머니의 손녀가 분명했다. 그 여자가 죽은 자기 아이에게 물리지 못했을 그 젖을 나의 아이에게 물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내 아이에게 그 여자의 젖을 물린다면. 난 그것을 상상할수 없었다. 지금 나의 괴로움을 알기때문에 그 여자의 고통 또한 느껴졌다. 만일 그것을 상상한다면 그 고통은 두배. 세배로 커질텐데 머리속에서는 계속해서 그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어머니는 그 베트남 여자를 데려오시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셨지만 나는 어머니께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것을 어머니도 아마 알고 계셨으리라.

시골 농고를 졸업한 나에게 혼사자리를 얻기란 어려웠다. 천성이 꿈도 없고 숫기도 없었다. 농고를 졸업한 이후로 죽 이 시골에 처박혀 농사를 짓고 고기를 낚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단지 무엇이 싫고 무엇이 좋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내가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쩌다보니 시골노총각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내 아내를 먼 베트남에서 데려왔다. 그 여자 이름은 때루였다.

때루는 웃으려 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밥을 짓고 점심이면 나가 일하고 저녁이면 들어와 잠을 잤다. 대부분을 저멀리 바다를 보며 넋을 놓고 있는 일이 잦았는데 때루가 보고 있는 바다 건너에 때루의 고향이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직언도와 황죽도에서 캘 수 있는 약초와 섬과 섬사이에 많은 해산물이 나고, 봄 , 여름, 가을, 겨울. 이 바다를 이동하는 생선들의 이동경로만을 알았다. 내가 바다를 보는 것과 때루가 바다를 보는 이유는 달라, 내가 때루를 이해 할수 없었을지도 몰랐다. 나는 때루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때루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해 보였고 그래서 나도 대화를 포기했다.  

결혼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때루는 임신을 했다. 어머니는 때루가 임신을 한 후로 그 여자를 예뻐하셨다.

어머니께서 때루를 예뻐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5일장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과일을 입에 잘 대지 않으시던 어머니께서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사와서 그것을 때루에게 먹였다. 때루는 말도 없이 그 것을 다 먹었다. 아마 그때 처음으로 때루가 웃는 것을 보았던 것 같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베트남 쌀국수라는 간판의 음식점을 본 적이 있었다. 국수집 안에 베트남 여자- 아마 베트남 여자들이 맞았을 것이다- 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국수를 먹는 것을 본 일이 있었는데 때루도 국수를 먹고 싶어 할 것 같아 대려가 먹이려 했지만 때루는 그것을 한번 집어먹어 보더니 다 식을 때까지 저멀리 바다를 보듯 쳐다보기만 했다. 때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똑같은 시선을 창밖으로 던지고는 조금 울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때루와 외식을 하는 일도 없었고, 주전부리를 사다 주는 일도 없었다. 그 일은 어머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 비둘기 2010.12.27 19:59

    원본인 문서를 찾아내 게시를 하려했는데 저도 모르게 수정을 하고 말았네요. 원래 수정을 거듭하는 성격이 아닌데... 원본을 토대로 고쳤지만 이 글이 묵은지 일년도 더 되어가는지라 글을 썼을 당시 품던 상상을 할 수 없고 단지 원본의 줄거리에만 내용을 추가해서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진 않은지 조금 염려 되네요. 보잘것 없는 글이지만 찾아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 sonic youth 2011.01.03 23:35

    내용이 갑자기 변해서 따라가지 못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