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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00:56

조개껍데기(7)

조회 수 1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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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찐 고구마를 까먹으며 TV를 보고 있을 때었다. 밖에서 조금은 인기척이 들렸다.

 

-계세요

 

먼저 번에 할머니에게 쇠고랑을 빌려간 사내인 듯 했다. 창호지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히 내밀었다. 나를 알아본 사내는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쇠고랑을 가리켰다가 그것을 놓고 가겠다는 듯 마당 구석을 손가락으로 집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것을 놓고 고개를 한번 숙이더니 집밖을 빠져나갔다. 처음에 봤을 때도 그랬지만 나에게 무언가 물어보려는 듯 우물 주물 거리는 사내가 조금은 신경쓰였다.

 

이제 얼마 뒤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남편이 기다리고 있고, 남편이 계획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돌아갈 날을 정해보려 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이곳에 있고 싶었다. 나는 좀 나아져 있었다. 거울을 들여다 볼 때에도 알 수 있었고, 밥을 먹을 때에도 알 수 있었다. 수척했던 얼굴이 조금씩 생기를 찾고 있었고 식욕을 찾으려는지 이따금 단것이 당기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남편에게 전화 한통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옆에 거의 울리지 않는 전화기 한 대가 있었다. 짙은 감색 전화기는 먼지 한 톨 없었다.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었을 때에도 청소를 자주하셨던 것 같았다. 아침이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밥을 지으시고 청소를 하셨다. 내가 온 뒤로도 거르는 적 없이 매일 하셨다.

전화기를 들어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가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기다린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었다.

 

-잘 지내고 있는거야? 며칠 전에 장모님께서 연락이 오셔서 바꿔달라고 하는 바람에 시골에 내려갔다고 했는데 전화는 받았어?

 

할머니는 아무 말도 없으셨다. 전화가 왔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마 나를 생각해서 말하지 않은 것이리라..

 

-잘 지내고 있어요.. 밥은 챙겨 먹고 있어요?

 

-그럼.. 나는 걱정하지 마. 몸은 좀 어때?

 

-괜찮아요. 많이 좋아졌어요.

 

-다행이다.. 언제쯤 올라올 생각이야? 조금 더 길어질 것 같아?

 

-일주일 정도만 더 있고 싶은데.. 금방 갈까요?

 

-아니야 아니야. 조금 더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다음 주에 와서 하루 같이 지내고 올라가요. 할머니께는 제가 말씀 드려 놓을게요

 

-정말? 알았어. 잘 잡수시는 거 없어? 여보 챙겨 주시는데 보답이라도 하고 싶어서 그래..

 

그 말에 어제 저녁에 TV를 채널을 돌리다 홈쇼핑에서 게장이 나오는 것을 유난히 오래 보고 계시던 것이 생각났다.

 

-그럼.. 게장 조금 사올래요?

 

-바닷가인데 게장을 사가도 되려나? 알았어. 그렇게 할게.

 

-네.. 고마워요..

 

-목소리가 좋아 보여 다행이야. 고마워 여보.

 

-네.. 바쁠텐데 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