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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8 00:49

조개껍데기(6)

조회 수 14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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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계속 불었다. 하루를 꼬박 구들장에 누워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는데 시간을 보냈다.

어제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 싸들고 왔던 가방을 뒤적거렸는데 아이를 갖을 때부터 다이어리에 써왔던 메모와 글들 사진들이 나왔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또 울고 말았다. 숨 죽여 울어도 새벽의 적막에 쌓인 방안에 가득한 슬픔은 밖으로 세어나가는 것만 같았다. 결국 울음을 그칠 수 밖에 없었다. 인기척으로 보아 할머니는 잠에서 깨신 듯 했다. 다이어리를 가방안에 넣고 잠에 들었다.

바람이 그치고 난 뒤 바닷가는 정리되어 있었다. 떨어뜨리고 날려 보낼 것들을 바람은 구별했다. 짧은 해안도로를 걸었다. 오가는 차 한대 없고 갈매기 한 마리도 없었다.

눈이 해변을 따라가다 움직이던 물체에 멈췄다. 작은 개한마리가 백사장에 코를 박고 있다가 무언가를 입에 물고 다른 개에게 가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할머니네 집 마당 앞에 있던 개들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개들을 따라갔다.

개들은 어느 민박집 뒤로 이어져 있는 그리 높지 않은 절벽으로 가고 있었다. 자주 가는 길 인양 발 한번 바꾸지 않고 그저 가고 있었다. 해송 사이사이를 걷자니 금세 숨이 차왔다. 겨울이 가까워져 옷을 두껍게 입었는데도 추위가 밀려왔다. 멀어져가는 개들을 보았다. 그때 눈과 귀에 연갈색 점박이를 하고 있는 개가 날 뒤로 쳐다봤다. 알고 있었다는 눈치였다.

그 개는 그렇게 나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다른 개가 먼저 간 방향으로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