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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사람들은 군대 갔다 오면 철이 든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도망치듯 갔다 온 군대라서 그런가? 내가 듣는 소리는 대게 '군대 갔다 왔니?' 라든가, '군대 다시 갔다 와라.' 라는 말들이었다. 군대에서도 길들이기를 포기한 내가 그런 소리에 신경쓸리는 없었지만 딱히 자주 듣고 싶은 말은 아니였다. 그래도 나름 강원도 전방에서 2년이란 군생활 끝에 나온 몸이기 때문에.

- 놀고 싶다!!

동기들은 말년 휴가를 나갔다오면서 최신형 핸드폰을 부모님께 착취해오기도 했고, 다들 이런저런 단장을 하고 돌아왔었다. 그날 민간인이 되지 못한 건 '나'뿐이었다. 나는 내일이라도 훈련장에 뛰어나가 군기가 바짝오른 일병처럼 능수능란하게 전장을 누빌 것같은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투정부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였다. 당장 내일부터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 할 터. 허튼곳에 돈을 쓸 수는 없었다. 일주일도 쉬지 않고 바로 아르바이트를 강행했다. 이런 내 모습에 '철이 들어 오진 않았지만 양심은 있으니까. 군대도 다녀왔는데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라는 합리화를 해냈다.
군대에서 배워온 것이라곤 힘쓰는 일이 다인지라, 백화점 창고에서 물건을 관리하고 운반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군대에서 작업하던 것보다야 이게 쉽지.' 라고 생각했는데, 간사한 몸뚱아리는 그세 사회에 적응을 해서 작은 일도 귀찮고 투정을 부리게 되었다.

- 역시, 군대 다시 갔다와야 할까봐.

나태해진 내 정신력을 채찍질하며 주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구했다.
전문대이기 때문에 2년이면 내가 아는 이는 전부 졸업했을 것이다. 그것을 노리고 군대를 갔다 온 것이니... 하지만 상황이 닥치고 보니 내심 조바심이 났다. 1학년들은 벌써 자기들끼리 패밀리를 구축했을 것이고, 그 사이에 내가 잘 끼어들 수 있을까?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그야 말로 무인도 같은 곳에서 1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 ... damn it ! 그렇다고 어영부영 다닐 수 있을만큼 대학 등록금이 싸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학점. 그렇다! 바로 학점이다! 학점이 잘 나온다면 분명 후배들이 이런저런 질문들을 빌미로 말을 걸어 올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별 토의나 비평시간에도 내 의견을 물으려 많은 아이들이 두런두런 거리겠지? 점심 시간, 밥을 먹고 오면 이곳저곳에서 자기 옆이나 자기 패밀리가 있는 자리로 오라는 손짓이 난무할 거야! 라는 얼토당토 않은 망상 속에서 공부의 의지를 다졌고, 그런 이유로 손님이 없는 시간대인 야간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을 잡았다.

- 앉아서 책이라도 읽지 뭐...

빌어먹을 군대. 내 주제에 공부는 무슨, 군대는 2년동안 나를 10시만 되면 애국가 울리는 Tv로 만들어놓았다. 핵심은 공부가 아니라 계산으로 바뀌었다. 졸다가 자칫 계산을 잘못하면 내 급료가 몽땅 유통기한 지난 삼각김밥으로 대체될 위기에 처했다.
'둥둥둥둥둥, 유브갓 메일.' 누가 보낸 것인지, 어떤 내용의 문자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입을 놀려 뇌를 쪼물딱 거려야했다. 그래야만 정신이 들 것 같았다. 누군지, 어떤 내용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이 사람에게 고맙단 말을 해줄 것이고 어떤 부탁이건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 ... 돈 꿔달라거나 보증 서달란 것만을 빼고는 말이다.

- 안녕하세요? 담보 없이 대출 가능한 무담보 대출. 지금 바로 상담 받아보세요. 상담원 연결은 0번을 눌러주세요.

고맙다. 돈 빌려달란 소리가 아니라, 꿔준단다. 그것도 무담보로 ... ...
'둥둥둥둥둥, 유브갓 메일.'
종료 버튼 누르기가 무섭게 또다른 문자 메세지가 왔다. 내 이놈들을 모두 수신거부 하리라! 그리고 등록된 번호가 만개가 넘어가는 순간 기네스북에 내 이름 석자를 새기리라! 두개의 문자 메세지의 발신 번호를 스펨 문자로 등록을 하고 수신차단을 설정한지 5분이 지났을까? 전화벨이 울렸다.

- 아직 만개 못채웠는데... 여보세요?

- 야이 문디 자식아!!! 잠도 안자고 있음서 답문은 왜 안하는거? 손가락 다 뽀사졌나?
- 누구...세요?
- 누구긴 누구? 내다! 영한이!



다음날 백화점 창고 아르바이트는 아프단 핑계로 빠져버렸다. 군대간 친구가 첫휴가 나왔다는데 얼굴 한번은 봐야하지 않겠는가? 거짓말이라고는 하지만 아프다고했던 나 자신은 그날 하루종일 쎌쭉셀쭉 웃고 있었다. 영한이를 만나러 간 그곳에는 그녀도 있었다. 영한이에게 '연락처 알려주지마!' 라고 말했다던 그녀가.

- 고맙다. 네 덕에 군생활 힘내서 열심히 했다.
- 어머, 그래? 근데 얼굴에 핏줄은 왜 섰어?
- 군대가서 2년동안 삽질해봐. 그래, 군생활 잘할 거 같다 너.
- 아, 그래? 고맙네. 오늘 너 좀 마셔야겠다.

웃고 있는 사람이 세사람. 비워진 술잔 두잔. 지금부터 달리기 ... ...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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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글을 올렸습니다. 요즘 그냥저냥 무기력증에 빠져버렸거든요.
죄송해요. 꾸준히 올리려고 했는데 말이죠.
아직 3편 밖에 안되지만-
전부 읽어주고 계신분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고개 숙여 감사 드립니다-  (' ') (_ _) 꾸벅!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