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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있었다. 정확히 4년전에도 한번. 이런 일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입학과 동시에 2주만에 난 소위 C.C라는 것을 했다.

- 씨발놈!
- 죽을래? 그럼 내 여자친구가 씨발년이냐?

그 당시 그녀는 내게 있어 처음으로 사귀는 여자친구였으며, 너무도 상냥한 성격의 여자였기에 나는 그녀를 시험했다. 아니, '시험했던 것 같다.' 라고 표현해야 맞겠다. 내 의지와는 상관 없었으므로.
내가 앓고 있는 병은 '경계성 인격장애' 라는 정신병이었다. 이 병이 무엇인가 말하자면. '상대편을 지나치게 이상화하거나 평가절하하는 등' 격렬하고 불안정한 대인관계 때문에 반복적으로 지나친 기대를 가지고 가깝게 접근했다가 곧 실망해서 원망하며 멀리하는 양극단의 양상이 반복되는 증세라고 한다. 말하자면 아무 것도 믿지 못하면서 상상 속의 세계만 너무 미화시켜서 살고 있단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난 스무살, 처음 사귄 그녀를 너무도 쉽게 믿어버리게 되었으며 ... ... 아니, 그녀를 너무도 쉽게 믿어버리고 싶었으며, 급기야 시험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이란 녀석이 치르는 시험. 난 그저 손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험의 결과는 나의 참패. 그녀는 날 떠나갔고, 급기야 날 왕따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을 견디기가 힘들어 간 곳이 군대였다.

그리고 첫 휴가 때, 난 그녀를 알게 되었다. 내 중학교 시절의 친구녀석 여자친구로. 하지만 그 당시 그녀가 그녀석의 여자친구였단 것을 알게 된 것은 좀 더 후에 일이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날 나는 경민이와 경민이의 여자친구인 그녀. 그리고 영한이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그 자리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시간을 내고 나와주었어야 할 내 정신머리는 없었다. 감독은 술이고, 편집장은 정신머리라 그날, 그녀를 만났다는 기억은 모두 자체 검열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나와의 첫만남이란 기억을 망각하고 내게 있어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은 그 다음 휴가 때였다. 그 때에 그녀는 솔로였다. 경민이는 그녀와 헤어진 상태였고, 그녀를 소개시켜준 것은 영한이었다. 영한이는 경민이와도 친한 친구사이였지만 그녀와도 절친한 사이였던 지라 경민이에겐 비밀로 그녀를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비밀스런 사이에 내가 참여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좋은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 처음, 아니 두번째로 만난 그녀가 썩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좋은 느낌과 달리 그녀와 나의 사이에는 어긋남이 참 많았다. 그 뒤로 휴가 때마다 영한이와 그녀를 만났지만 사이에 있어 조금의 진전도 없었던 것이다. 서로가 그저 영한이의 친구로만 만났을 뿐이었다.

- 나 여자 좀 소개시켜주라.
- 내가 여자가 어딨냐? 나나 좀 소개시켜줘라.
- 아휴, 인간아. 군바리에게 여자소개시켜달라는 건 또 뭔데? 그 외... ... 있잖아? 저번에.
- 누구?




군바리는 참 불쌍했다. 군인이 아니였다면 스스로가 어찌해 볼 수라도 있을 것을, 연락처 하나 얻어내는 것도 남에게 의지하여야만 했던 연약한 군바리는 단칼에 거절당했다. '너한테 연락처 알려주지 말래.' 라는 단 한마디로. 그것은 군 생활을 하는 내게 있어 '악!' 소리가 나게 해준 일이었고, '악(惡)'이라는 상큼한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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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써보고 싶으나, 뇌 베터리의 아웃으로 인하여 짧게 짧게 밖엔 써내지 못하는
자신의 미력함을 깨닫고 살며시 귓속의 off 버튼을 눌러주었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 발뭉 2008.08.19 18:15
    씨투가 뭐죠?
  • 시니컬케이 2008.08.19 21:48
    c.c = campus couple. 캠퍼스 커플이라는- 것이구요. 또 속칭으론 씨발놈 씨발년;; 이라는 과격한 표현으로도 불리운답니다. 이건 커플이 부러운 솔로들의 반항적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