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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려먹었습니다.
흑... 다시 씁니다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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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녀와 만난지 정확히 615일이다. 동시에 우리가 만나지 않은지도 7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나는 날이겠다.

간밤에 비가 내려 흠뻑 젖은 도로는 섹시하다. 햇살은 눈부시게 상기되어 있다. 지금 내 귀에 흐르는 곡은 ... ... 가수가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목 외우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별을 견디는 몇가지 방법' 이였을 것이다. 가사와는 상반적으로 경쾌한 멜로디가 참 맘에 드는 곡이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럴 것이, 이별 앞에 모든 이별노래는 자신의 이야기로 불려진다. 지금의 내 상황이 노래와 겹쳐지고 있는 것처럼.
이어서 흐르는 노래는 그녀가 좋아하는 성시경의 노래. '안녕, 나의 사랑' 이란 노래였던가? 노래 가사처럼 내가 가고 있는 곳에 그녀가 기다리고 있고, 심심하단 듯 커피잔만 괴롭히고 있다. 뛰어가는 내 모습이 카페 유리창에 비추어 뮤직비디오 영상처럼 흐릿하다. 그녀가 나를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안녕.
-응, 어서와.

최소한의 인사.

-꽤 걸렸네?
- 아, 나올 때는 비가 안왔는데 말야. 버스 기다리고 있는 동안 비가 오기 시작하더라구. 그래서 다시 집에 들어갔다 나왔어.
- 그렇구나.

잠시 정적이 흐른다. 그 사이에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 ... 아! 그녀의 시선이 내 팔목을 어루만지고 있다. 조금은 격정적으로, 또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 서글퍼 보이는. 나는 습관처럼 시계가 있던 자리를 매만진다. 그녀가 우리의 200일 기념 및 나의 생일 파티 기념으로 선물한 커플시계가 있던 자리. 그 자리만이 피부가 하얗다. 멀리서 누군가가 본다면 시계를 차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서로 준비는 해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집행관이 없다. 죽은 자를 저승길로 인도하는 저승사자, 잘 준비되어 있는 오락프로그램의 MC. 지금 이 순간이라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줄 진행자가 필요한 것이다. 내가 준비해온 상자를 열어 줄 순간까지 그녀는 자신의 상자를 열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내 상자가 열리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녀는 자신이 준비해온 몇가지 상자들 중에 가장 알맞는 상자를 꺼내 보일 것이다. '상대방에게 최대한 상처 주지 않으려' 라는 배려라는 이름의 자기 방어. 내가 준비 해온 상자는 단 하나. 그렇기에 나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녀가 어떤 결과물을 꺼내놓던 내 결과물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 마음.
- 응?
- 마음 말야. 결정 지었니?
- 아! ... 아 ... 응.
- 얘기 해.



하늘이 맑다. 구름 한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얗다. 하얀 하늘 사이 사이로 파란 구름이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태양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늘이 참 맑다. 아니, 하늘이 참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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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충동을 느끼고 내 안의 것을 들춰내려 끄적였습니다. 아니, 낙서질을 했습니다.
딱히 뭘 생각하고 쓴 것도 아니고,
굳이 말하자면 독자도 제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완성이 나올 수도, 중간에 멈춰버릴 수도 있습니다.
쓰고 싶기 때문에 쓰고, 지금은 쓰는 게 좋습니다.

그저 쓰면서 바람이 있다면-
부디
바쁜 일상 중에, 이 글을 읽으시는 시간동안은 잠시 여유라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좋은 하루들 만드세요-^^
  • 발뭉 2008.08.18 19:17
    오오 느낌이 좋군요'ㅈ' 길었다면 좋았을것을..
  • 시니컬케이 2008.08.19 13:43
    핫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좀더 길게 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