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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08.05.19 01:00

조그만 손

조회 수 8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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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 문예 백일장 예선작으로 낸 작품입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잘 봐주세요< 

“누나 - 헤헤”
 동생이 나를 부르며 달려온다. 나는 인상을 찌푸린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도망가 버렸다. 나와 동생뿐이다. 이게 다 동생 철우 때문이다.
 “소리야, 철우 잘 돌봐야한다… 철우가 우리와 똑같은 아이는 아니잖니?”
 철우는 나보다 훨씬 어린 늦둥이 동생이다. 하지만, 아직 유치원생 같다. 늦은 어머니의 임신…좋지 않았던 집안형편… 그리고 잘못 되어버린 아이.
 “누나…미안해…”
 바닥을 훔치고 있는 나에게 철우가 계속 울면서 이야기한다. 저 말을 듣는 것도 이제 짜증이 난다. ‘너 때문에 엄마가 도망갔어! 너 같은 건 필요 없단 말이야!’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말. 나는 마음속으로 외치며, 바닥을 훔치기만 했다. 텔레비전에서나 나오는 것처럼 나도 부잣집 며느리가 되어서 이 고생을 벗어나고 싶다.
 밥을 차렸다. 밥이라고 해봐야, 반찬도 김치밖에 없었지만. 내 맞은편에 앉은 동생은 수저도 제대로 못 다루어서 여기저기 다 흘리고 먹고 있다. 입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야 하나… 왠지 모르게 치 밀어 오르는 화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히 성질 낼까봐.
 “누나 나갔다 올게, 늦게 올 거야. 먼저 자”
 순간 벽에 걸려있는 코트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냥 그대로 나왔다. 달빛이 비추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밝은 건물과 길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물결치는 조명아래 밝히고 있는 길들. 나는 그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밝은 곳과 어두운 곳.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운 곳에는… 어느 곳이든 있을 법한, 추한 일들이 보였다. 어두운 세계. 암흑의 세계. 다가가고 싶지 않은 곳.
 한참을 그렇게 걸어 다녔다. 점점 더 추워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땐, 환한 집이 나를 반겼다. 또 불을 켜놓고 잔건가, 아니면 안자고 있는 걸까, 어떤 쪽이든 나에게는 혼나겠지만. 홧김에 방문을 확 열었다. 하지만, 보이는 건 없었다. 내가 나가기 전과 똑같았다. 다만 사소한 변화가 있다면, 내 동생 철우와, 벽에 걸려있던 내 코트가 없다는것.
 “철우야 -!”
 뛰어나갔다. 동네를 뛰어다니며, 철우를 불렀지만, 어디에서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사고라도 나버렸을까? 누가 데려가 버렸을까? 나쁜 사람들을 만나버린 것은 아닐까…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에 뜬 해가 어느새 나를 밝혀주고 있었다. 하룻밤을 꼬박 찾아보았지만, 철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렇게, 집에 돌아왔을 때, 내 눈에 보인 것은 어제 먹었던 저녁이었다. 그대로 남아있는 음식들. 아직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는데, 고기반찬 한번 챙겨주지 못했고, 옷 한 벌 제대로 사주지도 않았다… 눈물이 흘렀다. 내가 다 잘못했는데… 어머니의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아서… 내가 나가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켜야 했어야 하는 건데…
 그때,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 황급히 수화기를 들었다.
 “아, 유철우 환자 분 집 맞죠? 여기 병언이에요, 어제 사고가 났었는데…”
 툭, 수화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한 방울씩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강이 되어 흐르고 있었다. 철우가… 나 때문에 사고가 나버렸다…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갔다. 초조했다. 우리 철우가 죽어 버릴까봐… 도착하자마자 운전수에게 돈을 쥐어주고는 미친 듯이 뛰었다. 철우를 찾아다녔다. 한 간호사가 안내 해준 그곳에는 철우가 누워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누워있는 철우. 어떤 사고가 났던 거니…
 “철우야, 누나왔어… 철우가 좋아하는 누나 왔어…”
 “누…나…”
 산소 호흡기에 의지한 채 희미하게 부르는 철우의 목소리. 입을 틀어막았다. 울음소리가 나오지 않게. 얼마나 아팠을까… 이 어린것이 얼마나 아팠을까… 나는 철우 앞에서 입을 틀어막고 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도 너무 많이 흘린 데다, 몸이 약해서 괜찮을련지…”
 “제발… 제발 우리 철우 살려 주세요…돈은…”
 엄청난 액수의 수술비… 집에서 나올 때, 손에 쥐고 온 통장을 열어보았다. 대학비용이었다. 푼돈을 조금씩 모은 돈, 하지만, 동생을 살려내는 게 우선이었다. 바로 은행으로 가 모든 돈을 찾았다.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비.
 의사선생님께 돈을 드리고, 병실 앞에서 기다렸다. 곧이어, 침대와 함께 나오는 철우. 옆으로 가서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 철우의 손이 이렇게 작았던가…
 “철우야, 누나 여기 있을거야. 우리 철우, 잘 참아 낼 수 있지?”
 “응, 누나. 나 씩씩하니까… 누나, 울지 마…”
 그 조그만 손을 뻗어 내 눈물을 닦아준다. 나는 그 작은 손을 더 꼭 잡아주었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철우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철우를 그저 그렇게 보고만 있었다. 의자에 가서 앉았다. 엄습해오는 불안감과, 초조함.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스스로를 그렇게 달래고 있었다. 철우가 살기를 빌었다. 조금만 참아내자, 철우야… 하지만, 내 기대를 져 버리고, 얼마 안 있어,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얼핏 보이는 철우. 철우는… 철우는 안돼…
 수술실 불이 꺼졌다. 그리고, 나오는 사람들.
 “철우는요? 우리 철우는…”
 희망을 가졌다. 철우가 살았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다.
 “죄송합니다.”
 “..........”
 의사를 붙잡은 채로 주저앉았다. 죽어버렸다. 이젠, 아무도 남지 않았다. 혼자다. 수술실로 걸어 들어갔고, 철우가 침대에 누워있었다. 가만히 그 작은 손을 잡았다.
 “철우야, 왜 여기서 자. 여기 싫잖아, 그치? 집으로 가자,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줄게, 응?”
 철우를 달랬다. 볼을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안아주기도 하고, 손을 꼭 잡고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철우의 손은 차가워져만 갔다.
 “철우야, 왜 차가워져. 우리 철우 아픈거야? 아프지 말아야지… 응?”
 알고 있었다. 철우는 죽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내 손위에 놓이는 종이 한 장.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어요. 자기 누나한테… 받아적은 거에요.”
 반으로 곱게 접힌 종이. 가만히 손으로 펼쳐보았다. 적혀있는 짧은 문장
 ‘누나, 미안해. 내가 많이 잘못했어. 우리 누나. 철우가 많이 좋아해.’
 …종이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내가 잘못했는데, 내가 그렇게 모질게 굴어버렸는데, 모두 내가 잘못한건데…착한 철우는 잘못이 없는데…울지 말라고 했잖아, 다시 내 앞에 나타나서 웃어줄것 같았으면서…그 피투성이 작은 몸 위에 엎드려 울었다. 이젠… 다시 볼 수 없다.
 “철우야, 나 왔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많이 가져왔어. 맛있겠다, 그치?”
 가만히 꽃과 음식을 내려놓았다. 그 일 후에, 철우가 사고가 나 죽은 후에, 어머니가 찾아왔다.
 “미안하다. 소리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바보 같았어… 그런데, 철우는?”
 그 좁은 집. 뒤질 곳이 없는 그 조그만 집을 뒤지며 철우를 찾는 엄마의 모습. 난 그저 엄마와 마주했던 그대로 앉아 울어버렸다. 어머니는 사과했다. 나에게, 미안하다고… 철우가 받아야할 사과를 내가 받고 있었다…
 나는 얼마 후,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나는 가난을 벗어났다. 그리고 난 지금 철우의 앞에 서있다. 눈앞에 철우의 그 순진한 웃음이 떠올랐다. ‘누나 - ’ 하고 부르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조그만 손을 다시 잡아주고 싶다.
 “우리 철우.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지? 우리 철우는 착하니까 반드시 천국 갔을거야, 거기서 만약, 누나를 만나게 되면… 누나 반겨 주는 거다 - 꼭이야…”


그..그래도 이런 실력으로 예선 합격은 했습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