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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7 02:43

(단편 7부작) 3. Horses For Cour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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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orses For Courses’

 

 

 

-끼이익! 부우우앙!

두 대의 V8엔진이 순식간에 RPM을 레드존으로 끌어올리며 타이어를 괴롭혔다.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아스팔트위로 흰색 연기를 내뿜고 제임스와 스미스의 경주가 시작되었다. 역시 4륜구동의 접지력으로 먼저 앞으로 튀어나오는 S6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XKR은 후륜구동의 특징으로 차체 뒷부분을 휘청이면서 뒤따라갔다.

 

제임스는 핸들 양쪽에 있는 패들쉬프트를 바삐 움직이며 기어변속에 열중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최적의 변속 타임을 놓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의 엔진에서 충분한 토크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추월당하게 될 것이다. XKR과의 거리는 자동차 두 대 정도였지만 그는 여전히 방심하지 않고 묵묵하게 변속을 이어나갔다.

 

-부앙!

기어는 3단으로 변속되고 이제 속도계의 눈금은 150km/h를 지나쳐 빠르게 가속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직선 구간은 250미터 남짓, 그는 왼쪽 사이드미러에 다가오는 XKR을 주시하며 변속을 했다.

 

-부아아앙!

4단 기어를 올리고 속도는 190km/h를 돌파했다. 레드존 근처까지 RPM이 치솟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의 S64단에서 가장 강력한 토크를 쏟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좀더 엔진을 쥐어짜기로 마음먹었다.

 

-부아앙! 부웅!

이제 5단이다. 속도계는 220km/h를 돌파하고 남은 거리는 이제 100미터 남았다. 그리고 언덕으로 진입하는 완만한 경사와 코너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브레이크 성능과 운전자의 타이밍에 의존해야 한다. 그때 제임스는 XKR이 사이드미러에서 사라진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순간 당황하여 빠르게 다가오는 언덕을 잠깐 놓쳤다가 룸미러로 보이는 XKR의 불빛에 정신이 퍼뜩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빌어먹을! 인은 내주지 않겠다!”

 

완만한 코너였지만 역시 인코스를 내주면 금방 추월당할 것이 뻔하다. 게다가 당황하여 생각했던 브레이킹 타임을 놓쳐 버렸기 때문에 제임스는 재빨리 인코스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XKR은 바깥쪽 코너를 돌기위해 왼쪽 사이드미러에 나타났다.

 

언덕이라고 멍청아! 콰트로를 무시하지마!”

 

-부웅!

제임스는 재빨리 기어를 4단으로 내렸다. 그리고 언덕 코너가 시작되자 엑셀을 힘껏 밟았다.

그러나 XKR은 사이드미러를 지나쳐 그의 애마와 거의 나란히 달려나갔다.

 

슬립 스트림!”

 

XKR이 직선에서 그의 차 뒤로 바짝 붙은 이유는 뒤에서 공기저항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가속을 하며 튀어나가기 위함이었다. 이것을 레이싱 용어로 슬립 스트림이라고 부르는데 스미스는 이미 자신의 차가 제임스의 차보다 가속이 느릴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과감히 뒤에 붙어서 슬립 스트림을 이용했던 것이다. 제임스는 아차 싶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코너의 끝은 반대쪽으로 더 급격한 코너가 시작된다. 이 상태로 나란히 달리면 XKR이 인코스가 되기 때문에 제임스는 어떻게 해서든 앞서나가야 한다.

 

젠장! 어떻게든 되겠지!”

 

제임스는 기어를 3단으로 더 내렸다. 코너를 돌던 중이었지만 레드존까지 RPM을 끌어올려 가속을 시도하기 위함이었다. 급가속으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미끄러지려했지만 S6의 콰트로 시스템은 아슬아슬하게 아스팔트의 접지력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S6는 조금씩 XKR보다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스미스도 그것을 인지했는지 XKR에서 RPM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이익!

그리고 XKR의 뒤 타이어가 미끌리기 시작하면서 앞 타이어의 방향이 바뀌어 카운터를 주고 드리프트에 들어갔다. 아슬아슬하지만 XKR은 콰트로가 없는 대신 쓸만한 후륜 밸런스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접지력에서 손해를 봤기 때문에 격차는 벌어지지 않았다.

 

-딸각!

제임스의 오른손이 기어 변속을 하고 레드존에서 흔들리던 RPM이 안정을 찾으면서 엔진이 잠깐 진정하는 순간 급격한 반대편 코너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제임스는 핸들을 반대로 돌리면서 엑셀을 살짝 떼어 인코너를 선점하기 위해 차를 몰아 붙였다.

 

-부아아앙! 끼이이익!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스미스는 XKR의 엑셀을 떼지도 않았고 오히려 기어를 한단 더 낮추면서 반대편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적절하게 앞바퀴를 반대로 돌리면서 카운터를 주자 XKR은 관성드리프트에 들어가며 아슬아슬하게 인코스를 먼저 선점해 버렸다.

 

제기랄!”

제임스는 인코스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 빠르게 가속하며 앞서는 XKR의 옆모습이 점점 뒷모습으로 바뀌자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제 곧 있으면 고저차가 심한 3연속 헤어핀으로 이어지고 레스토랑이 보일 것이다. 만약 레스토랑까지 인을 선점하지 못한다면 오르막 보다 더 급격한 변화가 펼쳐지는 내리막길에서 마력과 토크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게다가 좀더 무거운 S6는 내리막에서 XKR에 비해 나을게 하나도 없을 것이었다.

 

-끼이이익!

조바심으로 급하게 엑셀을 밟는 바람에 S6의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고 속도에서 손해를 보았다. 결국 그는 XKR의 꽁무니 뒤를 쫓아갈 수 밖에 없었다. 코너 탈출 후 재가속에서는 제임스의 S6가 가진 4륜구동의 능력이 빛을 발휘하여 금방 쫓아갔지만 좀처럼 인코스를 내주지 않는 XKR 앞에서 번번이 블로킹 당하고 말았다.

 

비켜! 내가 더 빠르다고!”

성질 부려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제 3연속 헤어핀이 끝나가고 코앞에 레스토랑이 보였다.

 

-끼익! 끼이이익!

레스토랑 앞에서 두 대의 차가 한바탕 요란하게 턴을 하고 사라졌다. 이제부터 마력과 토크는 쓸모가 없어지고 가벼운 차체가 최고의 무기가 되어버린다. XKR은 멋지게 꽁무니를 흘리면서 코너를 타기 시작했다. 반면에 무겁고 무게배분이 불리한 S64륜 콰트로 시스템으로 간신히 타이어 접지력을 유지하며 쫓아갔다. 제임스에게 이 순간이 매우 길게만 느껴졌다.

 

그래! 완만한 마지막 코너, 거기서 승부를 내주겠어!”

별안간 스쳐간 기억이 그의 눈을 반짝이게 해주었다. 그것은 조금 전 스미스가 이용한 슬립 스트림이었다. 내리막길 끝에는 이전에 언덕 진입 후 만났던 완만한 코너가 있었고, 만약 그곳에서 XKR의 꽁무니에 붙어서 공기저항을 받지 않고 있다가, 코너 탈출시에 가속하여 빠져나온다면 곧장 직선으로 이어지는 결승선까지 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그때 집요하게 따라붙어주겠어.”

제임스는 마지막 코너까지는 조금의 틈을 보여주며 달리기로 했다. 지금부터 XKR의 꽁무니를 따라붙는다면 스미스가 알아차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오버 페이스인척 4륜 답지 않은 오버스티어도 보여주면서 스미스를 안심시키기 위한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급격한 코너들이 사라지자 마지막 코너가 보였다. 앞에는 뻥뚤린 4차선 직선 구간이 보였고 그것이 제임스에겐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부웅!

제임스는 여유롭게 올려놨던 기어를 급격히 내리고 마지막 코너가 시작되자 XKR의 꽁무니에 바짝 붙었다. 스미스는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이전까지 신나게 보여주던 드리프트를 멈추고 네 바퀴를 모두 지면에 밀착시키며 인을 점령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행동에서 결과는 나왔다. 코너 탈출 후 2차선에서 4차선으로 바뀌고 직선구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블로킹은 피하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코너가 끝날 때 즈음,

 

-부아아앙!

직선구간의 시작점에서 XKR의 꽁무니에서 공기저항을 받지 않고 있던 S6가 바깥으로 튀어나온다.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한껏 가속이 되어 튀어나가는 S6XKR을 스쳐지나가며 멋들어진 V8 엔진 소리를 과시했다.

 

그리고 그대로 경주는 끝이 났다.

결승선에 먼저 들어온 S6가 멈추자 관중들이 제임스를 둘러싸고 환호했다. 스마트폰에서 플래시가 터지고 제임스는 승리의 기쁨에 취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축하하네! 마지막에 그런 잔꾀를 부리다니 내가 배웠군!”

 

스미스가 미소 지으며 제임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제임스도 흔쾌히 악수를 받아들였다. 잠시 후 화끈한 레이스에 취해있던 관중들이 사라지자 주유소에 있던 무리들이 제임스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젠장! 영국이 점령당하다니!”

생각보다 멋진데? 사실 코너를 타는 것은 우리 중에 스미스가 제법이거든!”

웨이드는 주차장에 있어. 네 곰돌이는 어떻게 할까?”

 

마지막에 빨간 머리 남자의 질문을 듣고 제임스가 돈을 쳐다본 뒤 말했다.

 

내 스타일 아니야. 다른 남친 찾아보라 그래.”

 

곰돌이는 서운한지 한번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화통하게 웃어넘기고 스미스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제임스는 S6를 주차장에 주차한 뒤에 자신을 보고 있던 한 남자에게 다가갔다. 양키즈 모자를 쓴 흑인이 그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그래 네가 엔젤한테 박살날 때 만난 적 있었지. 내가 웨이드다. ‘스키드 데빌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는 일전에 엔젤에 대해 얘기했던 남자였다. 제임스가 그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바뀌었다.

 

하하하하! 이러니까 좀 더 보스 같지 않아? 헤이! 인상 펴라고. 우린 수요일마다 이 스트리트를 달구고 있다고!”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이건 우리 크루 스티커인데, 가지라고! 뭐 유치하겠지만 우리만의 소속감을 느끼는데 이런 것도 중요한 것 같더라고. 붙이고 싶으면 붙이고! 실력으로 보여줬으니 언제든 들어와도 돼!”

 

제임스는 얼떨결에 스티커를 받은 후 주변을 다시 쳐다보았다. 어둠고 칙칙해 보였던 주유소는 이제 보니 제법 정겨웠다. 생각하기 나름이라 했던가?

 

아참! 엔젤. 그래. 그녀한테 연락은 했어. 하지만 워낙 제멋대로라서 말이지?”

만날 수 없는 건가?”

 

제임스가 묻자 웨이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 만나려는 목적은 뭐야 친구? 그녀한테 반했어?”

 

제임스가 피식하고 웃은 뒤에 대답했다.

 

아니, 단지 그녀한테 졌을 때 느꼈던 무력감이 도전욕구를 일으켰어.”

 

그 말에 웨이드가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래 친구! 그녀는 재미없고 차갑지, 하지만 그녀가 달리는 걸 보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이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3일 뒤에 저 위에 언덕 레스토랑에서 보자고. 그녀는 거기 단골이니까 그땐 틀림없이 있을 거야!”

알겠어.”

 

제임스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자 웨이드가 다가와 그에게 말했다.

 

헤이! 그전에 8번가에 한번 들러. 우리 크루가 있는 아지트인데, 작은 튜닝샵이야. 와서 손해볼 건 없잖아? 그곳 이름은 Loco Motive. 담에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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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똥망해가는 병맛 스트릿레이싱 단편 7부작 3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