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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2017.07.27 01:10

(단편 7부작) 2. Talk The Tor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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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alk The Torque’

 

 

 

도시의 밤하늘은 온갖 인공조명으로 탁하고 분홍색이었다. 형형색색의 반짝이는 튜닝카들이 길게 뻗은 4차선 도로 위를 점령하기 시작하자 식어가던 아스팔트는 다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트럭을 개조하여 커다란 우퍼를 달고 조명을 설치하자 사람들이 몰려와 음악에 몸을 맡겼다. 많은 자동차들이 몰려와 굉음을 내며 거리를 달구자 새로운 세계가 벌어진 것 같이 들뜬 느낌이 들었다.

 

고막을 울리는 스피커와 화려하고 섹시하게 입은 여자들 사이로 제임스의 아우디 S6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 축제의 한가운데서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빠앙!

제임스의 S6옆에 파란색 스포츠카가 경적을 울리며 나란히 섰다. 그러자 제임스가 창문을 열고 그에게 소리쳤다.

 

웨이드는 어디있지?!”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백인 남성이 창문 밖으로 담배를 털었다. 그는 제임스의 차를 보더니 담배를 든 손으로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뒤에 천천히 제임스를 앞질러갔다. 제임스가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도로 옆에 작은 주유소였다. 그곳 주차장에는 한눈에 봐도 다른 차들보다 공을 들여 개조한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있었다.

 

앞서가던 파란색 G37쿠페가 그들 앞에 정차하자 무리 중에 한사람이 다가와 그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G37쿠페가 주유소를 나서자 그는 제임스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빨간 머리를 짧게 자르고 코에 피어싱을 한 그는 제임스의 차 문에 기대고 그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뭐야? 몇일 전 아우디잖아? 또 볼일이 있나?”

네가 웨이드인가? 엔젤을 만나러 왔다. 그 수프라 주인이 엔젤 맞지?”

 

그는 피식 웃더니 뒤에서 보고 있던 무리들에게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웨이드! 엔젤 찾는 남자가 있는데?!”

 

그러자 무리들이 웃으면서 저마다 한소리씩 내뱉었다.

 

! 저 자식 그녀한테 반한거야?”

푸하하! 안돼! 저놈은 아우디를 타고 있어. 엔젤은 레지스탕스라구!”

생긴 것 좀 봐! 하이브리드나 신봉하는 게이 같잖아!”

오 젠장! 저놈 나치 V8에 흰둥이잖아?! 저 자식 분명 짭새 일거야. 저 놈이 더 락을 불러서 주유소가 터지기 전에 내가 죽여야겠어!”

 

마지막에 말을 내뱉은 커다란 덩치를 가진 흑인이 제임스에게 성큼성큼 다가오자 빨간 머리 남자가 그를 제지했다.

 

! 그러다 너 감옥가면 네 할머니는 누가 돌보냐?! 너희들도 그만 놀려먹어. 오늘은 도너츠 냄새나는 머스탱을 보긴 싫으니까. 이 녀석이 버튼 하나 누르면 어디서 짭새가 몰려올지 모르잖아!?”

 

제임스는 손을 저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난 짭새 아냐. 그런 숨겨진 버튼 따위 없다고! 이봐, 난 웨이드를 찾으면 엔젤을 만날 수 있다고 들었어. 다른 건 없다고.”

 

그러자 주차되어 있던 차들 사이로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한가지 조건이 있다.”

뭐지?!”

 

제임스가 다시 묻자 빨간 머리 남자는 피식 웃더니 돈이라는 흑인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아무한테나 시비 걸어봐. 룰도 네 마음대로 정해도 돼. 만약 네가 이긴다면 나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어.”

왜 그래야하지?!”

 

제임스의 물음에 빨간 머리 남자와 돈이 동시에 웃었다. 그리고 덩치 큰 돈이 대답했다.

 

흰둥아, 네가 얼마나 겁쟁이인지 알아보려는 거야! 만약에 지면 곧장 네 집으로 가서 네 예쁜 애마랑 떡을 치면 되겠지!”

하하하하! 아냐, 쟤가 따먹힐거야.”

 

제임스 그들의 조롱에 대답하기보다 차에서 내린 후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하나씩 주시했다. 검은색 카마로, 흰색 GT-R34, 회색 370Z, 빨간색 XKR, 보라색 챌린저. 다들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고심한 끝에 그는 그나마 가장 쉬운 상대를 골라보기로 했다.


빨간색 재규어와 한판 붙어보겠어.”

 

그러자 빨간 머리 남자가 크게 웃으면서 소리쳤다.

 

하하하하하! 이봐! 독일이 영국을 또다시 공격했어!”

 

모두가 한바탕 웃어재끼고 있던 중에 무리에서 한 남자가 담배를 피면서 제임스에게 다가왔다. 흰색 셔츠에 진회색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베스트에 검정 페도라까지 쓴 그는 나는 영국신사요!’하는 듯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제임스 앞에 서서 거친 영국 억양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반갑소! 나는 스미스라고 하네! 흔한 영국 이름이지. 룰은?”

이 길 끝에 언덕이 하나 있고, 그 위에 작은 레스토랑이 있더군. 거기를 돌아서 다시 여기로 먼저 오는 사람이 이기는 것으로 하자. 어때?”

 

그러자 돈이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

 

이것 봐! 독일인들이란 유머도 없다니까? 룰도 정직하잖아!”

난 미국인이라고! 덩치 큰 테디베어 자식아.”

 

제임스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고 인상쓰며 돈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돈도 역시 인상을 쓰며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스미스가 끼어들었다.

 

그렇게 하지! 이기면 저 곰돌이를 상품으로 주겠네!”

필요 없어!”

 

제임스가 딱 잘라 말하고 S6에 타자 돈이 소리쳤다.

 

! 금방 돌아오라고 자기!”

 

섬뜩한 기분이 드는 말이었지만 제임스는 이내 떨쳐내고 시동을 걸었다. 앞에서 빨간 머리 남자가 수신호로 제임스와 스미스를 나란히 출발점에 세웠다.

 

-부릉! 그르릉!

왼쪽에 나란히 서있던 재규어 XKR의 소리가 생각보다 장난이 아니었다. 똑같은 V8에 트윈터보가 올라갔지만 기본적으로 XKR의 마력이 더 높았기 때문에 튜닝을 했다면 제임스의 S6가 열세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경주는 해봐야 아는 법. 언덕이 섞인 코스기 때문에 제임스는 자신의 애마에 달린 아우디 콰트로 4륜구동 기술과 튜닝을 거쳐 보강한 뛰어난 밸런스를 굳게 믿었다.

 

“Ready!”

 

빨간 머리 남자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

S6XKR이 울리는 V8엔진의 멋들어진 으르렁거림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하나둘 구경하러 몰려들기 시작했다. 역시 관중이 있어야 쇼는 빛나는 법!

빨간 머리 남자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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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중2병맛 스트릿레이싱 단편 7부작 2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