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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ngel at the Redline’

 

 

 

신호가 바뀌었다. 이것이 그들의 출발신호였다.

타이어가 자동차의 앞부분을 들어올릴 기세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자동차는 하얀 연기를 내뱉으며 그대로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검은색 아우디가 앞으로 튀어나가자 오른쪽에 있던 수프라가 뒤따라 튀어나가면서 머플러의 굉음을 토해냈다.

 

-부아앙 ! 끼익 !

달아나는 아우디를 쫓는 수프라의 뒷부분이 잠깐 뱀처럼 S자를 그리더니 다시 자세를 잡고 가속하기 시작했다. 후륜구동의 불편한 특징이었으나 보는 이에 따라서 멋스러운 쇼맨쉽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부웅 ! 따당 !

수프라의 머플러에서 불꽃이 터지면서 박력넘치는 변속음이 들리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번쩍 든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이 반짝였다.

 

제임스는 새로 튜닝한 자신의 아우디 S6의 운전대를 느슨하게 잡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애마는 최고사양인 RS는 아니지만 거금을 들여 튜닝한 덕에 200마력이나 늘어났다. 20년도 더된 일제 깡통이 따라올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차는 V8이다. 거기에 터보차저까지 있으니 포르쉐 정도는 와야 해볼만 한 것이다. 제임스는 결승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애마와 수프라의 격차가 얼마나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사이드미러를 보았을때 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 젠장! 오 세상..."

-부아아앙 ! 따당 !

 

백밀러 코앞에 있던 은색 수프라는 굉음을 내며 그의 차를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제임스는 수프라에게 자신의 애마가 내팽겨쳐진 기분이 들었다. 절박한 심정으로 핸들을 꽉 붙잡았지만 그의 발은 이미 풀악셀이었고 그의 애마는 최선을 다해 RPM을 레드존까지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프라는 이미 결승선을 통과하여 저만치 달아나 사라져버렸다.

 

제임스는 은색 수프라가 사라진 도로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엑셀에서 발을 떼고 서서히 브레이크 패달을 밟았다. 결승선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라진 수프라에 흥분하며 소리치고 있었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차를 세운 그에게 시선을 돌려 스마트폰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그중에 양키즈 모자를 쓴 흑인 남성이 다가와 창문을 두드렸다.

 

"이봐! 너무 기죽지말라고! 엔젤은 아무도 못막아. 당연한 결과라고!“

 

창문이 내려가자 그는 제임스에게 위로를 건냈다. 비아냥도 조롱도 섞이지 않은 동정이었다. 제임스는 그를 쳐다보다가 수프라가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 수프라 주인이 엔젤인가? 그는 어디가서 볼 수 있지?“

"헤이, 그가 아냐 그녀라고! 그녀는 이 스트리트의 여왕이야! 수요일 새벽에 다시 와서 웨이드를 찾아!“

 

그가 한무리의 힙스터들과 함께 떠나고 남아있던 사람들까지 사라지고 나서야 제임스가 정신을 차린 듯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도시 세 곳을 돌아다니면서 속도만은 절대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S6에 달린 수동기어를 극한까지 다루었고, 때때로 슈퍼카도 만났지만 언제나 승리했다. 한 여름 밤의 열기로 달아오른 아스팔트는 한껏 접지력이 붙은 4륜구동의 훌륭한 발판이었고, V8 터보엔진과 경량화를 거친 차체는 로켓과 같았다. 혹시나 GT-R이나 아벤타도르라도 만나면 어쩌나 해서 튜닝까지 거쳤다. 그의 차는 거의 미사일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제임스는 생각했다.

엔젤이라고? 그 수프라에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내가 분명 방심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 차가 천 마력 이상 튜닝되어 언제 엔진이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되었든 다음엔 기필코 나의 S6이 부숴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애마에 올라타 시동을 걸고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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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병맛,하드, 킹!갓!엠퍼러! 스트리트 레이싱 단편 7부작 첫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