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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데드리프트 하는 소설

 

귀에 꼿은 이어폰에선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케리 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아귀에는 아이반코사의 역기가 양 끝에 각각 20kg짜리 바벨 디스크를 꽂고 출렁이고 있었다.

바닥을 떠나 허공에 들린 140kg 짜리 중량물은 그걸 쥔 유스티나의 무릎을 지나 탄탄한 허벅지를 거쳐 올라갔다.

공기를 잔뜩 머금은 배는 소녀의 복부를 단단히 신장시켰다.

등과 어깨는 있는 대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허리는 튼튼한 아치를 그리고 있었다.

양 발은 어깨 넓이 정도에서 뿌리박은 듯이 단단히 땅을 디디고 있었다.

이제 허벅지 뒤편과 볼기에서 일으킨 힘이 온몸을 타고 허리를 피고 바벨을 들어올릴 일이 남아있을 뿐이다.

 

흐흡!”

 

짧게 끊은 호흡 소리와 함께 바벨은 완전히 들어올려서 소녀의 허리 부근에서 멈췄다.

유스티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완전히 들어올린 지금의 상태를 확인하고 떨어트리듯 바벨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하는 소리가 진동을 일으키며 체육관 공기를 살며시 흔든다.

바닥에 깔린 완충제가 이를 잡아내기 때문에 무게에 비해 큰 소음이나 진동은 없었다.

유스티나는 몸을 수그려 다시 자세를 잡았다.

널링(바벨에서 잡는 부분. 빗금이 쳐져 있어 마찰력이 높다.)을 잡은 손 간격을 확인하고 견갑골을 다시 모은다. 발 간격을 확인하고 정강이를 바벨이 가까이 붙인다.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핀다.

마지막으로 횡경막이 허락하는대로 공기를 머금고 목구멍을 잠가 배속에 강력한 에어백을 만든다.

의심하지 말고 엉덩이와 허벅지 뒤편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킨다.

 

끄으으으응!”

 

바벨을 들어올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무릎이 먼저 펴지고 엉덩이를 축으로 접힌 상체가 펴진다.

이번에도 바벨은 어렵지 않게 들었다.

거울속의 모습을 확인한 후 바닥에 내던지듯 바벨을 내려놓는다.

 

.

 

이번 횟수를 끝마치니 심장이 뛰며 가쁜 숨이 그녀의 입에서 내뿜어져 나왔다.

아직 여력은 충분하다.

바벨을 잡고, 정강이를 붙이고, 견갑골을 모으고 엉덩이를 뒤로빼 허리를 피고, 숨을 잔뜩 들이마시고, 목구멍을 잠그고 의심없이 든다.

 

으으윽!”

-.

 

이번에도 바벨은 응당 그래야 할 거처럼 바닥을 떠나 들렸다가 다시 내려왔다.

세트가 끝났다. 현재 맞춰놓은 중량으로 수행해야할 오늘 훈련은 끝이 난 것이다.

무게를 올려서 수행해야할 차례다.

 

헉 헉 헉.”

 

100미터 달리기를 수회 한 듯 가쁜 숨을 몰아 쉰다.

그녀가 입은 스포츠 탱크탑은 앞뒤 할거 없이 땀으로 범벅되 있다.

복근 선을 타고 맺은 땀방울은 때때로 한데 모여 타고 흘러내려간다.

바벨을 내려다 본 유스티나는 고개를 올려 정면의 거울을 보았는데, 거기엔 숨가빠 하는 자신의 모습뿐 아니라 뒤편에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몇몇 남자들이 비춰졌다.

살며시 뒤를 돌아 그들과 눈을 마주하니 몇몇은 모른척하고 몇몇은 미소를 지어보이거나 몇몇은 어색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로써는 여느 남자 못지 않게 바벨과 씨름하는 이 소녀가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내 뒤태가 끝내주긴 하지.

피식 웃음을 터트린 유스티나는 남자들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음 훈련을 진행했다.

양쪽 끝에 5kg씩 디스크를 더 꽂고 두어번 숨을 가다듬더니 바벨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때 마침 이어폰에선 케리 온이 끝나고 에미넴의 거친 랩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이 시작함과 동시에 사지에 힘을 주어 바벨을 들어올린다.

이번엔 150kg이다.

 

 

.

후우.”

 

아까 전 보다 조금 늦긴 했지만 중량을 들어올리는 힘은 부족하지 않았다.

여전히 몸에는 힘이 남아있다.

하지만 거기서 유스티나는 더 이상 반복수를 들지 않았고 바벨의 무게를 조정했다.

5kg을 빼고 이번엔 10kg씩 끼웠다.

160kg이다.

다만, 이번엔 곧바로 바벨로 직행하지 않고 세발자국 한쪽 뒤편에 자리잡은 하얀색 페인트 통으로 가서 거기 안에 담긴 초크를 한움쿰 쥐어 손에 발랐다.

악력이 부족할 때 그리고 손이 미끄러울 때 초크는 실로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바벨로 돌아가 손간격을 잡고 정강이를 붙여 자세를 잡는다.

들어올린다.

 

우으읍!”

 

악 다음 입, 턱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심장이 펌프질 하며 피를 공급하니 목에도 핏줄이 선다.

실로 온몸이 긴장하며 하나가 되어 160kg 중량물을 든다.

허리까지 바가 올라가자 미련없이 바닥에 내려놓는다.

 

-.

허억. 허억. 허억.”

 

거친 숨이 쉼없이 뿜어져 나온다.

체중의 2~3배를 넘나드는 리프팅은 좀처럼 지치질 않는 그녀로써도 숨찬 것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중량을 조절할 시간이다.

그런데 주변을 돌아다 보니 구경꾼이 아까전 보다 늘어나 있는 상태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아까보다 배 이상 늘어나 있는 것이 전부다 유스티나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게 중 몇몇은 사진을 찍거나 영상 촬영을 하느라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구경꾼 중 한 덩치 큰 사내가 유스티나와 눈을 마주쳤는데, 그러자 그는 팔짱을 풀고 걸어나왔다.

 

도와줄까요?”

 

유스티나는 이어폰을 빼며 그 남자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앵간해선 이런걸 거절 안하는 성격이다.

 

그래주면 저야 고맙죠.”

 

남자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해줄까요.”

“10kg을 빼고 15kg을 끼워주세요.”

 

남자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이름이 뭐예요.”

맥콜린이요. 리처드 맥콜린. 그쪽은?”

유스티나 란스터.”

 

그러는 사이 10kg이 빠져나왔고 15kg이 바벨 슬리브를 타고 들어갔다.

도와주는 이가 있어 중량 디스크 교체는 금세 끝났다.

 

고마워요. 맥콜린.”

리처드라고 부르세요.”

“..리처드. 그럼 저도 유스티나라고 불러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곤 리처드는 낮게 유스티나의 이름을 읖조리며 한발자국 물러났다.

유스티나는 그남자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바벨 앞에 섰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좀더 집중해야할 시간이다.

자세 주요 포인트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확인하고 들어올려야 한다.

얇게 뜬 눈으로 발 위에 놓인 아이반코 사의 바벨을 내려다 본다.

간격 잡기 좋게 바 정 중앙에 표시된 빗금친 널링을 뚤어져라보더니 허리를 숙여 손을 뻗어 바를 잡는다.

정강이를 재차 바벨에 갖다붙인 다음 엉덩이를 서서히 뒤로 빼며 허리를 핀다.

동시에 등의 견갑골을 단단히 조이는데 이때의 느낌은 가슴을 앞으로 쑥 뺀다는 기분이 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등과 허리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그리고 중량물을 바닥에서 들어올리기에 알맞은 등의 곡선이 완성된다.

중량 운동시에 유의해야할 점은 실패를 겪어선 안된다.

반복수 실패를 겪는다면 이성적으로는 어떨지는 몰라도 실패를 겪은 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종의 공포를 일으켜 다음 회차 반복에서 실패할 확률을 크게 높힌다.

이를 극복하려면 좋은 훈련 파트너나 인스트럭터가 붙어 용기를 붇돋아주고 무의식속의 방어기재를 무력화할 모종의 조치를 취해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들어야할 중량물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유의해야할 사항이다.

현재 바벨의 무게는 170kg. 그녀의 체중은 약 58kg 가량.

체중의 3배 가까이 되는 무게다.

의심없이 들어야 하는데 유스티나는 아슬아슬한 서커스 같다고 생각했다.

 

자세는 완벽해요. 들어올리세요.”

 

리처드의 말이 들려온다.

 

반드시 들어올릴수 있어요. 그러니 들어요. 어서! 들어! 들어! 들어어!!”

흐흡-! !”

 

리처드의 응원소리와 동시에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소녀는 온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바벨이 조금 휘는 듯 하더니 양 끝에 가득 실린 바벨 디스크들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 크큭!”

 

악문 이 사이로 신음소리가 세워나온다.

심장이 격렬하게 펌프질 하는 게 느껴진다.

혈관이 요동치고 얼굴이 빨게진다.

 

, 크아아아-!”

 

미쳐 참지 못하고 나오는 희미한 비명소리와 함께 바벨은 서서히 올라가며 무릎 즈음을 거친다.

시야는 점차 흐릿해진다.

이와 동시에 다리는 완전히 펴진다.

그런 가운데 주변에서 한껏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들어. 들어. 들어. 들어!”

올려! 올려. UP!UP!UP!UP!”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올려라!”

 

다양한 인종,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 남녀노소 할거 없이 모두가 체육관에 있는 사람 태반이 그녀를 응원한다.

이에 힘 입어 바벨을 드는 몸에 힘이 더 실린다.

서서히 허벅지 중간을 거친다. 그리고 중간에서 상단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비명속에서 완벽하게 완수한다.

끝이다.

 

우와아아! 대단하다!”

휘이익!”

 

사람들의 환호속에서 유스티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거기엔 완전히 바벨을 들어올린 그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숨은 가쁘다.

온몸은 땀으로 흥건하다.

완만하게 휜 바벨은 미세하게 출렁거리고 있다.

그러나 자세는 더 할데 없이 완벽하다.

아무런 미련 없이 그녀는 바벨을 놓는다.

 

-.

와아아!”

 

환호와 함성, 박수소리가 체육관을 한가득 매운다.

그녀는 만족하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훌륭해요. 유스티나.”

 

리처드가 다가오더니 어깨를 두들긴 다음 박수를 친다.

 

덕분에요. 리처드.”

끝인가요?”

아니요.”

 

유스티나는 반문하더니

 

“5kg 더할거예요.”

 

호흡을 가다듬고는 디스크가 꽂히있는 곳으로 가서 2,5kg 원판 두 개를 빼내온다.

바벨 조임쇠를 풀어 2.5kg을 꽂는다.

다시 바 한가운데 서서 손을 뻗어 잡은 다음 자세를 잡는다.

등과 어깨 확인, 허리도 쭉 펴졌다.

공기를 머금고 다시금 복부에 긴장을 가한다.

자세가 잡혔다.

다시금 엉덩이를 축으로 힘을 불어넣어 바벨을 들어올릴차례다.

 

!”

 

새빨개지는 얼굴, 조금씩 굽어질려 하는 허리, 손아귀에선 바벨이 벚어날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바벨은 완벽하게 들어올라갔다.

 

.

이봐 유스티나양. 너무 무리하는거 아니에요?”

 

리처드는 염려스러워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늘은 180kg까지 도전해볼거에요.”

 

그러면서 1.25kg 디스크 두 개를 들고와 끼워넣었다.

이젠 177.5kg이다.

체중의 3배를 살짝 넘는 중량이다.

남자 운동선수 중에서도 체중 2배이상 데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다리를 좀 더 넓게 벌리고 허리를 좀더 낮추고 실시하는 스모데드리프트 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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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다가 왠지 타입문 나스 키노코의 문체 스러워서 중2병 돋아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