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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12 20:59

늦었으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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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연습용

 

[20XX7608:45 남동쪽 주거구획 뉴 에버딘 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몇 개 안난 창문으로 강렬한 햇빛이 들어와 내부를 희미하게 밝힌다.

널따란 지하실을 가운데로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경계로 하여 한쪽에는 온갖 공구와 공작기계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여러가지 운동기구들이 저마다 육중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탱크탑에 숏팬츠 차림의 소녀가 바벨을 양 손을 이용해 앞 어깨와 쇄골 언저리에 얹으며 서 있었다.

역도 용상의 중간 단계 머리 위로 들어올리기 전의 그 자세를 취한 소녀는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꼿꼿히 세워 푹 주저 앉더니 그대로 다시 일어서며 몸을 곧추세웠다.

동시에 하체와 몸통에서 일으킨 힘을 이용해 바벨을 머리 위로 올린다.

그리고는 다시 바벨을 내려 어깨와 쇄골선에 얹더니 앉은다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소녀가 움직일 때 마다 바벨에 매달린 육중한 플레이트가 철걱거리며 진동하고 회전한다.

그 동작을 20번 정도 반복했을 무렵 소녀는 바벨을 거칠에 바닥에 내려놓았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바벨은 두어번 통통 튄 다음 바닥 위를 굴렀다.

그녀는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소녀가 향한 곳에는 커다란 중장비용 타이어와 길다란 슬랫지 해머가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함마라 알려진 슬랫지 해머를 양손으로 집어든다.

머리 뒤로 망치와 자루를 넘긴 그녀는 온몸의 힘을 실어 망치를 휘두른다.

단단한 쇳덩어리로 이루어진 망치머리가 타이어를 가격한다.

망치가 타이어를 때린 순간 타이어가 살짝 진동한다.

단단한 바위도 부술듯한 기세로 내려친 망치질 이었지만 중장비용 커다란 타이어는 이를 흡수할 탄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망치질은 뒤이어서 계속되었다.

한번, 두 번,세번, 네 번...

20번을 더하고 몇 번인가 망치질을 더했을 때 소녀는 해머를 손에서 놓은다음 아무것도 없는 바닥으로 나와 엎드려 양손으로 바닥에 바쳐 몸을 지탱한 다음 푸쉬업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보통의 푸쉬업과는 다른 자세였는데 다리를 넓게 벌리고는 땅을 바치는 양 팔은 상체와 일직선을 이루었다.

엉덩이를 높게 치켜든 자세였는데 푸쉬업을 시작하자 팔굽치는 굽히고는 가슴 윗부분부터 천천히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윗 가슴이 바닥에 다을락 말락했을 무렵 뒤이어서 가슴 중간 부분이 아래로 내려오고 뒤이어 아랫부분이 내려온다.

마치 바닥을 미는 듯이 진행된 이 특이한 푸쉬업은 등허리는 활처럼 굽어지고 쭉 핀 팔은 상체를 지탱한 자세에서 끝났다.

시작 자세로 돌아온 그녀는 이 역시 반복한다.

20번을 반복하자마자 몸을 일으킨 그녀는 다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바벨을 어깨 넓이 보다 약간 넑게 잡은다음 허벅지와 둔근, 등허리의 힘으로 들어올렸다.

바벨이 무릎을 살짝 넘었을 무렵 사지에 힘을 주어 어깨와 쇄골 언저리에 중량 기구를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처음에 실행했던 운동동작 -쭈구려 앉았다가 폭발적으로 일어서면서 둔근과 몸통힘으로 바벨을 머리 위로 올리는 운동- 인 바벨쓰러스터를 다시 시행하였다.

이 작은 개인 체육관에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소녀의 숨소리와 철컹거리는 쇳소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리고 목표 반복회수를 절반정도 넘겼을 무렵.

숨소리와 쇳소리의 합중주는 갑자기 울려퍼진 제임스 브라운의 강렬한 노랫소리에 깨져버렸다.

 

-GET UPpphh-! GET UPphh-! feel like being a sexmachine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 상태에서 소녀는 동작을 멈추었다.

거칠게 숨이 몰아쳐나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두 눈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해있었다.

아이폰이었다.

 

뭐야. 갑자기 난데 없이!”

 

투덜거리며 바벨을 바닥에 던져놓은 그녀는 그녀의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옴겼다.

쿵쿵 거리며 바벨이 바닥에서 튀며 구른다.

아이폰의 화면을 보니 이진이라고 수신자의 이름이 뜬다.

이에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터치스크린의 아랫부분 잠금 바를 누르고 옆으로 밀어 전화기의 수신에 응신한다.

얼굴 옆으로 가져가 덴다.

 

무슨 일이에요. ?”

-어머. 전화받자마자 용건을 묻는 건가요. 유스티나? 인사도 없이? 섭해라.

 

그 소리를 들은 소녀, 유스티나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간만에 생긴 여유를 즐기느라요.”

-. 그래요? 그럼 잘됬네요. 안그래도 여유가 많을거 같아서 전화한건데.

여유롭다고는 했지만 그렇게 여유로운게 아니거든요? 어제밤에 짜놓은 휴일 계획에 따라 움직일려면 진이 생각하는 것처럼 시간이 넘쳐흐르는건 아니에요?”

-무슨 계획인데요?

듣고나면 부러워서 죽을텐데요?”

-그래도 알려줘요.

 

순간 유스티나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가 내려앉았다.

왠지 모를 기쁨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남자친구가 와서 같이 지낼거예요.”

-어머나! 부러워라.

그러니까 진도 어서 애인이나 사귀라구요. 이상한 일 시키려고 저에게 전화하지 말고요.”

-싫어요.

으윽!”

 

그 말을 듣더니 금발의 소녀는 혀깨무는 듯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표정은 똥씹은 것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미간이 좁혀지며 주름이 일어났다.

 

아 쫌!”

-하하하! 이겼다. 이겻어! 왠지 모르게 이긴 기분이 드네요.

기분 좋아요?”

-.

좋겠네요. 하지만 전 별로 기분이 안좋아요. 그러니까 전화 끊을께요. 안녕히

-, 잠깐만 기!

 

손아귀의 직사각형 기계를 얼굴에서 뗀 유스티나는 전화를 끊었다.

중간에 불러세우는 이진의 부름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가차없는 행동 이었지만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사람을 가지고 놀아!

유스티나 그녀로썬 오히려 왠지 모를 화가 치밀어 오를 뿐이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는 한 호흡을 쉬기 무섭게 다시 예의 ‘get up feel like being a sexmachine이 울려퍼진다.

그러자 이번에는 송신자의 이름도 보지 않고 전화기를 든다.

 

, 유스티나입니다.”

-어이구. 왜 이러시나. 제가 장난좀 친거 가지고 삐지시고선 말이죠. 기분 푸세요.

자꾸 그러시면 끊겠습니다?”

-아 네네. 죄송해요. 사과할께요. 됬죠?

 

그러자 유스티나는 전화를 들지 않은 손을 허리에 얹었다.

그리고는 웨이트 트레이닝용 벤치에 주저앉았다.

 

흐흠-.”

 

한숨을 푹 내쉬고는

 

용건이 뭡니까?”

 

그 말에 건너편에서 약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스티나가 좋아할만한 일이에요.

어떤건데요? 총질하고 칼질해야하는 그런 일이죠?”

-~.

 

대답을 듣고는 유스티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약간은 경망스러운게 학생회장인 이진 본인답지 않은 뉘앙스라고 느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엘파트가의 프쇼 모이 코헤에서 해요. 할수 있으면 점심도 함께 했으면 하는데요?

, . 그러죠.”

 

통화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전화기를 다시 내려 놓더니 유스티나는 벤치 위에 쪼그려 앉은 그 자세에서 잠시동안 허공을 멍하니 주시했다.

문득 옆을 돌아보니 벽면에 마감해 놓은 전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땀에 흠퍽 젖은 자신의 모습이 말이다.

그것도 역시 몇초동안 주시하던 유스티나는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조금전까지 그녀 자신에게 고통과 인내를 부과하던 쇳덩이들을 향해 발걸음을 옴긴다.

 

 

 

[11:21 서북부 엘파트 지역 볼보튼 11번가 빨간아가씨’ 1층 카페 프쇼 모이 코헤]

 

서북부 구획은 하렘가와 동의어라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적어도 로엔에서는 그렇다.

과거 로엔 초창기에 로엔 섬의 대문 역할을 해온 서북부 항구 구획은 북쪽에 새롭게 항구 및 공항 전용 인공섬을 만들면서부터 쇠퇴하고 버려져 부랑자나 하류인생들이 모여들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하렘가는 어째서인지 유기체처럼 점차 넓어져 가기만 하였다.

이를 보다 못한 학원도시행정부에서는 일련의 도시 개발 정책을 내 놓았다.

그런 정부의 재개발 정책 하에 허름한 건물들은 헐려 나가고 십수층에 다다르는 지극히 로엔스러운고층에 현대적인 건물들이 하나둘씩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서북부 구획을 이루는 대표적인 지역인 엘파트 지역 역시 그러한 재개발의 바람을 피해갈수 없었다.

새건물이 들어서고 도로 체계가 재정비되가며 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자 거리에는 활력이 감돌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골목에만 들어가기만 한다면 부랑자와 건달들이 약에 취해있다던가 화장을 떡칠한 창녀들이 야한 옷차림으로 행인들을 유혹한다던가 쓰레기와 버려진 고물차들이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던가 하는 풍경이 남아있긴 해도 말이다.

그런 변화의 바람이 부는 가운데 고색창연한 5층짜리 벽돌 건물 하나만은 그 자리에 변한거 없이 그대로 있었다.

1층의 카페 또한 십수년전 그 모습 그대로 그곳에 있었다.

커피향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러했고 유럽에서 들여놓은 가구로 분위기낸 모습도 그대로다.

그러던중 부르릉 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부가티 바이크 한 대가 미끄러져 들어와 가게 앞에 멈추었다.

라이더는 짙푸른색 헬맷을 쓰고 검은색 조끼에 티셔츠, 하얀 숏팬츠 차림의 여성이었다.

숏팬츠 아래로 들어난 허벅지가 탄탄하고 날씬하고 다부진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암사슴의 것 같은 다리를 들어 바이크에서 내린 여성은 헬멧을 들어올려 머리에서 벗으려 하였다.

 

이봐 언니.”

 

목이쉬어 컬컬한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돌려보니 누더기를 걸쳐 입은 라틴계 백인 부랑자가 낡은 권총을 들이밀고 있었다.

 

좋은 바이크를 가졌네. 가진거 있으면 적선 좀 하시지? 그리고.”

 

말끝을 흐린 남자는 시선을 위아래를 돌리며 여성의 몸을 훝어 보았다.

양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색이 누렇게 떠 상태가 별로 안좋아 보이는 치아가 입술 사이로 들어난다.

 

나랑 저쪽 골목에좀 같이 가줘야 겠어.”

 

여성 라이더는 몸을 완전히 돌려 남자와 마주 섰다.

헬멧의 바이저에 누더기를 걸친 남자의 모습이 왜곡되어 비친다.

 

싫어.”

 

아무렇지 않게 거절을 선언한 여성은 순간 오른손을 남자의 권총 아래쪽에서 감싸 잡아 비튼다.

동시에 왼손은 수도를 새워 남자의 권총을 쥔 손목을 쳐 날린다.

그 충격에 남자는 총을 놓쳤다.

하지만 여성의 손속은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튕겨저 나가는 듯이 단단히 주먹쥔 손등이 남자의 인중을 가격한다.

 

커헉!”

 

고개를 뒤로 젖힌 남자는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며 비틀거린다.

여성은 뺏은 총을 슬라이드를 쥐어 마치 도끼질을 하듯이 남자의 쇄골 위 목덜미를 향해 비스듬히 내려친다.

목표는 명백했다.

핏줄이 굵게 도드라진 경동맥이었다.

 

-.

 

그 일격을 끝으로 남자는 마치 실끊어진 인형처럼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아 쓰러진다.

이에 아랑곳 하지 않으며 여성은 권총의 슬라이드를 잡고 앞뒤로 왕복시켰다.

흠집이 수없이 많은 금속 관이 권총의 약실을 들어낼 때 마다 사용하지 않은 권총탄이 튀어나와 바닥을 굴렀다.

일부는 바닥을 타고 굴러가 하수구로 빠졌다.

탄환을 모두 제거한 여성은 아무렇지 않게 권총을 분해하더니 공이를 제외하고는 바닥에 널부러트렸다.

얻은 공이를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여성은 그러고 나서야 헬멧을 벗었다.

그러자 물이 쏟아지듯 길다란 백금발이 흘러나오며 여자의 얼굴이 들어났다.

 

뭐야 이 머저리는?”

 

유스티나는 불평하듯 투덜거렸다.

두터운 체인을 꺼내 값비싼 그녀의 바이크를 결속하고 헬멧을 옆구리에 낀채로 유스티나는 카페를 향해 발걸음을 옴겼다.

길다랗게 그지 없는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허벅지 언저리에서 흔들거렸다.

나무문을 밀자 끼이익 거리며 황동경첩의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가게 안엔 늘 정해진 그 자리에 있는 잘 아는 중년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손님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게 주인의 부인되는 미녀와 함께 깔깔 거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은 유스티나의 존재 따위는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유스티나는 입술을 삐쭉 내밀 뿐이었다.

 

이것 또 뭐야?’

 

한숨을 내쉰 그녀는 성큼성큼 유진에게로 걸어갔다.

바로 옆에 올때까지 이진은 웃어젖히느라 유스티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녀를 보며 유스티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잘도 이런데서 만나자고 했군요. 이진.”

깔깔깔깔. . 왔어요? 키키킥.”

 

헬멧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의자 하나를 꺼내어 앉은 유스티나는 떫은 감을 씹을 듯한 표정일 지었다.

뭐라고 말을 걸고 싶었지만 유진의 웃는 기세는 좀처럼 줄어들 줄 몰랐다.

그것은 가게 오너의 아름다운 부인인 아나스타샤도 마찬가지였다.

한쪽 턱을 괴며 유스티나는 두 여인의 웃음이 잦아들길 기다렸다.

그리고 몇분인가 흐른후 그제서야 웃음을 멈춘 두 여자는 너무 웃어젯기느라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고는 가쁘게 숨을 쉬었다.

 

하아. 하아. 정말 간만에 격의 없이 웃었어요. 크큭.”

그러게요. 키키킥. 아샤 씨.”

 

그 둘이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스티나를 본 것은 조금더 숨을 고른 뒤였다.

가장 놀라해 한 것은 아나스타샤 였다.

 

어머나. 제정신 좀 봐. 손님이 왔는데.”

 

턱을 괴고 있지 않은 유스티나의 나머지 손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긁었다.

 

하여간 잘 왔어요. 유스티나 양.”

아 네. , 잘왔죠. 잘 왔구말구요 아나스타샤. 근데 이 동네 좀 청소해야 될거 같아요. 웬 시덥잖은 것들이 총 들고 구걸하고 있잖아요.”

 

이어서 이진이 말을 건낸다.

 

잘 왔어요. 유스티나.”

안녕하세요. 이진. 좋은 정오에요.”

갑자기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니요.”

 

고개를 저으며 유스티나는 대답했다.

끈을 꺼내 머리를 치켜 올려 묶어 포니테일을 만들며 유스티나는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뭐좀 시원한게 마시고 싶네요. 밖은 너무 더워서요.”

뭘로 드릴까요?”

 

기다렸다는 듯이 아나스타샤가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유스티나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기를,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네요. 에딩거 있나요?”

잠시만 기달려요. 꼴랴! 손님왔어요.”

 

스탠드 쪽으로 고개를 뺀 아나스타샤는 남편의 애칭을 부르며 니콜라이를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탠드 뒤쪽 문이 열리더니 소매를 접어 올린 셔츠에 검은 정장 조끼 차림의 건장한 늙은 남자가 모습을 들어냈다.

그의 손에는 차가운 밀맥주가 500ml잔에 들려있었다.

맥주잔에는 붉은 글씨로 멋들어진 Paulaner 가 그려져 있었다.

 

와우-. 파울라너!”

아가씨가 뭘 좀 아는 군.”

 

늙은 남자는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거품이 올라오는 뿌연 밀맥주를 바라보는 유스티나의 얼굴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환희가 가득했다.

 

 

-------------------------

 

 

흐읍-!”

 

선현은 모래가 가득찬 항아리를 앉은채로 몸을 일으켰다.

중간부분은 볼록했다가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더니 입구 쪽으로 가선 다시 넓어지는 이 그리스식 항아리는 이렇게 양팔로 안아서 단련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마치 데드리프트와 스쿼트를 합친듯한 이 운동은 고대 전사들도 즐겨 해온 운동으로 그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안에 모래와 흙을 가득 채운 이 항아리는 무게가 90kg를 넘나들었다.

여기에다 물을 부으면 좀 더 강하고 색다른 부하를 줄 수 있을 태지만 이정도로 몸을 혹사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십수번 항아리를 들었다 올린 선현은 장비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벽면에 수도관 파이프를 박아 만든 턱걸이 바(bar)를 향할려고 했다.

 

-!

 

90kg을 넘나드는 이 항아리는 아무리 조심스럽게 노을려 해도 바닥에 내려놓을 때면 요란한 소리가 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고무패킹 처리했지만 워낙에 무거운 물건인지라 어쩔수 없었다.

 

후우-. 후우-.”

 

턱걸이 바를 향해 걸어가는 내내 그는 깊은 숨을 들어내 쉬었다.

땀에 흠뻑 범벅된 그의 몸이 햇빛을 받아 빛이 난다.

밧줄 같은 굵은 힘줄과 고대 전사와도 같은 선명한 근육이 햇살에 비추어 모습을 들어낸다.

길다란 바 앞에 잠시 멈춰선 선현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탄력있게 점프해서는 봉을 잡는다.

그리고 쉴세 없이 엄청난 속도로 턱걸이를 실시한다.

 

-!-!-!”

 

광배근이 꿈틀 거릴 때 마다 그의 몸이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잔뜩 힘줄선 선현의 팔뚝과 이두근은 이에 맞추어 수축했다가 이완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턱걸이도 끝났다.

바에서 손을 때어 바닥에 착지한 선현은 그대로 팔굽혀펴기에 들어갔다.

무거운 것들과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사투는 그 후로도 수십분을 이어갔다.

마지막 운동인 메이스벨(Mace bell) 돌리기가 끝났다.

몸을 한계까지 혹사시킨 그는 거칠게 운동기구를 내려놓았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그의 거친 숨은 그칠 줄 몰랐지만 아직 그의 단련은 끝난 게 아니었다.

이번엔 검을 꺼내든다.

그가 사용하는 검은 분류해 보았을 때 카타나와 비슷한 모양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일본도 특유의 휨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예 없다 해도 좋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조선시대때 사용하던 환도에 더 가까운 휨각을 지니고 있었지만 이 물건은 또 환도랑 다르게 단면적이 육각형인 육각도엿다.

에도시대때부터 시작되어 널리 사용된 삼각도가 아니라 전국시대나 그 이전 시대에 전장터에서 널리 사용된 육각도였다.

때문에 그의 검은 배형단면적을 지니고 있는 환도보다 좀 더 묵직했고 튼튼했다.

예리함을 살리고 예술성을 살린답시고 하문 무늬를 넣어 칼날의 내구도를 떨어트린 다른 일본도보다도 압도적으로 튼튼한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 그의 검이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