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조회 수 3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겁쟁이 집사와 마녀

회백색 콘크리트로 물들은 도시의 저녁.
주황빛 노을이 스모그에 가려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이 시간대의 도시는 정말 치열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려는 퇴근자들과 그런 퇴근자들을 날라야 하는 대중교통 종사자들.
개인 자가용으로 어떻게든 빨리 가려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아수라장을 만든 도심의 거리.
거기에 이질적인 무언가가 나타났다.

모두가 바쁜 와중에도 그것을 보고는 흘끔거리며 시선을 보낼 정도로 도시에서 붕 뜬 존재.
모노크롬의 화면에서 홀로 색채를 나타내는 것처럼 그것은 자극적인 존재였다.

한 명은 여성으로, 짧게 친 단발머리에 순백색의 매끄러운 이목구비를 가진 미녀로, 검은색의 긴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검은 경장을 걸친 모습으로, 끝 부분이 프릴 형식으로 마감된 형태의 옷이었다.
우아한 걸음걸이는 삶에 찌들은 현대인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어딘가의 양갓집 규슈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옆을 지키듯이 걷고 있는 남자가 있다.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길러 눈 근처를 가리고 뒤로 내려가는 머리카락을 어깨선 너머에서 하나로 묶어 내린 남자는, 흰 와이셔츠에 검은 정장이라는 통속적인 옷차림이었다.
단지 가장 위에 걸친 마이의 잠그는 방식이 단추가 아니라 체인을 이용한 고정식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특이한 점 이라면, 허리에 기다란 막대기를 차고 있고, 한 손에는 검은색 듀랄루민 케이스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군용에 가까운 듀랄루민 케이스는 손잡이가 가방 본체에서 따로 떨어저나와 고정 된 일반적인 방식이 아닌 몸체와 하나로 연결된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상당히 육중해 보이는 외관이다.
그걸 들고 있는 남자가 그다지 체구가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미루어 보아 보기와는 다르게 가벼울 수 있지만 한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 이라거나 지나가던 사람들의 가방 같은게 부딪혀 밀려나는 모습을 보아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특색이 넘치는 두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데 받았다.
모두가 지나가면서 거리공연인가? 싶을 정도로 독특했다.
저런 차림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차를 이용할텐데 굳이 도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부터 거리공연의 향기가 짙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걷는것만이 지상과제인 듯 묵묵하게 걸음만을 옮긴다.
그렇게 도심의 중심부로 걸어들어간 두 사람은 높은 빌딩들 사이에 가려지듯이 지어진 조그마한 빌딩에 들어갔다.
주변을 둘러보면 60층은 되어보이는 마천루의 향연이지만 이곳만큼은 별세계다.
높이라곤 3층이 전부인 조그마한 건물은 남쪽으로 설치된 계단과 각 층별로 하나씩 있는 방이 전부인 자그마한 빌딩.
층별로 있는 방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넓어봐야 20평 정도고 1층의 좁은 녀석은 16평이 될까 말까하다.
게다가 오래되서 낡기까지 한 이 건물에 들어선 두 사람은 3층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계단 구석구석에 쌓인 서류더미에도 아랑곳 않고 올라간 그들은 3층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방 안에는 고풍스럽기 그지없는 엔틱 가구들이 즐비해있다.
마호가니 나무와 윷냄세가 은은하게 풍겨나오고 품격있는 무늬가 짜여진 양탄자로 바닥을 장식하였으며 벽에는 그림을 좀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그리고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과 책장이 입구 반대편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여성은 경장을 벗고서는 뒤에서 따라오던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그 경장을 받아 한쪽에 마련된 옷걸이에 조심스레 걸어두었다.
여성은 남자에게 옷을 건네준 직후에 바로 멋들어지게 거대한 마호가니 책상과 세트로 준비된 푹신한 쿠션이 일품인 검은 가죽의자에 몸을 던지듯이 뉘이고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아가씨 그런 자세는 몸에 좋지 않습니다."
"흥,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는 넘겨. 그것보다 홍차 시간이야.”

여성은 걱정스레 말을 건넨 남자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마호가니 책상에 턱을 괴고 한 손을 남자에게 뻗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잠시 방문을 열고 나가더니 어느새 장비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다기에 진한 홍차를 한가득 따라서는 방문을 노크하고 안에 들어왔다.
소녀는 남자가 자신의 앞에 차를 가져다 주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달음박질하여 남자에게 다가가선 다기를 빼앗았다.
흰색 컵받침과 컵은 상당한 고가 제품인지 싸구려 특유의 미묘한 비닐광택이 아닌, 다기 특유의 빛을 은은하게 뿌린다.

"음... 오늘은 향기가 좋네."

여성이 정말로 즐겁다는 듯 웃으며 예기하자 남자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번엔 향기를 살리기 위해 이것저것 해봤습니다."

남자의 말에 여성은 자리에 돌아가서 눈을 감고 검지와 중지, 엄지만을 사용해 컵을 기울이던 상태에서 한쪽 눈 만을 슬그머니 떠서 남자를 살핀다.
정장 차림의 남성은 기쁘다는 듯 얼굴에는 함박미소를 지은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기에 맞춰 손가락이 조금씩 까딱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살펴본 여성은 다시 눈을 감더니 한마디 덧붙혔다.

"하지만, 불을 너무 약하게해서 물 맛이 강하네. 이래서야 아직 멀었어."
“죄송합니다. 아가씨.”

남성이 고개를 숙이자 여성은 조금 퉁명스러운 손짓으로 남자를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리고는 책상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종이 뭉치를 한 다발 꺼내 들었다.
얼마나 많이 본 것인지 여기저기 손때가 묻어있는 그 종이에는 짤막한 문구가 적혀있다.

‘TOP SECRET’

붉은색으로 인쇄된, 많은 뜻을 내포한 그 글자가 적힌 겉표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휙 던져버린 여성은 감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움직임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읽어 내린다.
무언가 검은 매직으로 성의없이 가려둔 부분 부분의 검은 공백을 제외하면 내용은 상당히 알아보기 힘들었다.

...

[               ]발생.

[        ]부로 [          ]발령.

[           ]가 [             ]를 [      ]함.

[                         ]는 [                    ].

[                   ]를 [        ]



아마 괄호 안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숨에 이해하기 쉬울 지 몰라도 그것을 모른다면 이게 대체 무엇을 위한 서류인지 감조차 잡을 수 없게 만들어둔 종이서류를 당연하게 이해하며 내려다보던 여성은 종이를 책상위에 던져놓으며 다시 홍차를 들었다.

“이 일은 오늘이던가?”

그 질문에 물러나있던 남자가 슬그머니 다가서며 미소지었다.

“예, 아가씨. 언제나처럼 준비했습니다.”
"좋아. 이동하자. 이 나라의 교통은 매우 혼잡하니까 말이야."

여자는 찌뿌둥한 듯 기지게를 한번 켜더니 책상을 한번 내려치며 몸을 일으킨다.
뒤에서 다가온 남자가 여자의 경장위에 두꺼운 트렌치 코트를 걸쳐주자 여성은 말없이 코트에 자신의 손을 넣어선 허리의 벨트부분을 적당히 졸라매곤 단추를 끼우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남자가 옷 소매를 봐주려고 하는 손길을 뿌리치며 여성이 방문을 닫고 나가자 문이 닫힘과 동시에 기압차이가 생겼는지 책상위의 종이가 산산히 흩어져 바닥으로 한 장씩 뿌려진다.
그리고 책상 위에 딱 한장 남은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               ] 미셸 T. M. 백작은 수행원과 함께 참가를 명함.'


-----------------------------------------------------------------------------------


날자 제한으로 긴급히 올립니다.


수정이 안되서 영 글이 보기 흉하군요 새로 쓰면서 좀 다듬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