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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진 부인은 소파에 앉아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푹신한 소파는 검은 가죽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고풍스런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잠에서 깨어나면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이 있었다. 일어나자 마자 그것에 앉는 느낌이 좋았다. 늘 하던 대로 소파에 앉지 않으면 하루 일과가 자신이 의도 하지 않는 쪽으로 일상의 경험에서 그곳에 앉곤 하였다.

그녀는 익숙한 거실에 한번씩 시선을 주었다. 파출부 아줌마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닦여있는 예술적이면서도 고풍스럽기만 한 티 테이블, 소파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이 그녀의 감각을 말해주고 있었다. 화이트 색상의 활 처럼 휘어진 테이블다리, 수공예를 한 듯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는 르네상스풍 문양에 시선을 던지고 갓 로스팅한 커피를 음미한다. 귀퉁이들이 부드러운 반원으로 마감된 직사각형의 테이블, 그 위의 엔틱풍의 도자기 전화기 한 대가 본차이나 커피 잔 옆에 있었다.

경진부인은 익숙한 시선으로 카펫을 쳐다본다. 붉은 색과 흰색의 조화로운 그녀가 일 년에 한 번씩 교체 한 것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화려한 무늬도 전체적인 거실의 품격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조화롭지만 이질적이지 않는 장미의 가시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장미에 어울리지 않는 튀는 듯 한, 대조 감.....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 있어야 할 대칭이다.

푸른 숨결을 간직한 꽃대의 백합들. 연한 분홍과 연한 노랑의 진하지 않는 색감의 벽지가 100평 규모의 거실을 향기롭게 한다.

경진부인은 탐닉 하듯 커피를 음미하고 그녀의 아침도 커피향처럼 여유롭기만 하다.

어디선가 낯선 전화벨이 올린다.

"네, 평창동입니다."

"으~~~"

낯선 남자의 저음에 신음소리가 얏은 호흡을 타고 수화기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녀는 장난 전화 일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지만 혹시나 하여 수화기를 때지 못한다.

 "누구세요?"

남자는 말이 없었다. 또 다시 간격을 두고 신음소리가 울린다. 경진부인의 귀를 타고 뜨겁고 불결한 느낌이 온 거실안을 역겹게 울린다.

그녀는 귀가를 타고 들어오는 불쾌한 신음소리에 숨이 넘어 갈 듯 불안했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물어본다.

"누구신데 이런 전화를 하시는 거죠?"

듣고 있을수록 텁텁한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지만 남자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경진부인의 불안은 불쾌감으로 변하고 있었다. 장나전화라고 치기엔 상대가 치기어린 십대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삼십대의 이상의 남자 같았다.

"용건 없으면 끊겠습니다."

'변태같은 자식' 경진부인은 속으로 욕을 했다. 교양있는 부인이라서 저질스러운 전화에도 겉으론 욕하지 않았다. '끊겠습니다.'라고 했지만 그녀는 끊지 않았다. 수화기를 타고 몇 마디의 남자 음성이 들렸기 때문이다.

"접니다. 부인."

썩은 앙금 같은 울림의 소리. 그 소리는 경진부인이 전에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고 가래가 누런색의 끊은 고름 같은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전화기를 타고 들어오는 지독한 악취에 코를 막고 싶었다.

"다 알고 있습니다."

"뭘 알고 있다는 말이죠?"

 경진부인은 숨을 쉴 수 없었다.  더러운 무언가가 그녀의 몸을 기어다니는 듯 했기에 그녀는 몸을 쓸어냈다. 도데체 이 자는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인가? 그 말이 귀에 닦는 감촉조차 역겨웠다.

"너의 탐스러운 유방을 보았다. 네가 지금 만지고 있는 부위 말이야. 내 신음소리가 그렇게도 듣기 좋았나?"

경진부인은 우연히도 자신의 볼록한 가슴에 손이 얹혀 있었다.  그녀는 남자의 말에 놀라고 말았다.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니면 투시 능력같은 초능력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우연히 넘겨 짚은 것일 것이다.

"정체를 밝혀라? 이 변태 놈아."

경진부인의 교양있는 말씨와 태도는 사라지고 없었다. 더 이상 그런 태도를 유지 할 수 없었다. 놈은 변태 싸이코이다. 그녀는 전화를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놈에게 농락당한 기분을 갚고 싶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놈은 더러운 말들을 입에 담고 그녀를 조롱하고 있었다. 경진부인은 전화기를 티 테이블에 잠시 내려놓고 핸드폰을 찾아서 112에 신고하기 위해 안방으로 갔다.

"어디를 간 모양이군. 흐흐흐........"

전화기에서 놈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경진부인은 핸드폰으로 경찰에 전화를 하였다.

"이상한 놈이 전화를 했어요."

그녀는 핸드폰을 전화기와 겹쳐서 놈의 음성을 듣게 하였다.

"여보 듣고 있나? 어머니 병원에 모셔드리고 약 타오는 거 잊지 마."

놈은 남편인척 태연하게 연기를 하였다. 112에 전화는 끊어졌다. 장나전화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년. 목숨은 하나다. 그런 방법은 안통한다."

"원하는 게 뭐냐?"

부인은 그렇게 말했다. 싸이코는 분명 원하는 게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는 이런 전화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는 사이 처럼'접니다'라고 했다.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이년 달아오른 모양이군.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급하게 서두르지 마라. 나는 느긋한  사람이....."

수화기에서 다시 더러운 신음이 세어 나왔다. 싸이코는 전화에 대고 입김을 불었다.

"경진부인..... 당신은 남편과 13쌀 짜리 딸 하나, 11쌀 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집은 평창동 15-3번지 이화여대를 나오고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연애를 한 번 했다. 듣고 보니 어떤가?"

부인은 숨이 막혔다. 전혀 알지 못하는 자가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부인은 목구멍에서 드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카펫에 토사물을 뱉었다. 미지근한 커피액이 카펫에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역한 냄새와 커피향이 뒤섞여 부인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데체 이 자는 누구란 말인가? 놈의 말은 계속 되었다.

"남편은 MB그룹의 후계자인 이진철. 사십대 후반의 대머리가 천천히 진행 중이지. 딸은 이은영, 아들은 이천. 흐흐흐...."

부인은 구토를 멈추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적절한 대응을 하기로 하였다.

"원하는게 뭔냐? 그 정도는 조사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니가 도데체 원하는 게 뭐냐? 나를 농락하고 싶으냐?"

말을 하고 나니 부인은 갑자기 화가 나서 그녀가 자제 할 수 있는 선을 넘어가 버렸다.

"진정하시죠 부인. 부인의 머릿결은 부드럽고 매력적입니다. 나는 너의 오데코롱 냄새가 나는 몸이 좋다. 나를 미치게 하지. 밤마다 네년의 펜티를 가지고 음부가 있는 부위를 개처럼 꿍꿍거리며 너의 냄새나는 그곳을 상상하면 아랫도리가 달아오른다. 또한 물컹물컹한 유방은 어떤가? 그것을 잡고 비틀던 기억을 가지고 이불속에서 내 물건을 주무르지. 네년이 쓰던 피가 배인 생리대를 전부가지고 내가 너인 것처럼 착용을 한다. 어떠냐? 내 사랑이?"

"경진부인 내 말 들리나?  삼십대 후반인데도 네년의 몸은 아직도 달아오른 십대의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나를 흥분시킨다. 어때 이제 거기가 뜨거운가? 김경진 나에게 욕을 해봐? 내가 좀더 흥분 되게?"

놈은 분명 수음을 하고 있을 것이다. 경진부인이 욕을 하면 놈은 더욱 흥분을 해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를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었다. 변태의 더러운 욕정이 전화기안을 뜨거운 구렁덩이로 만들고 있었다. 지옥의 유황불속으로 놈을 짚어 넣고 싶었다.

"이 미친놈 죽어라."

부인은 순간 눈물이 찔끔 나왔다. 전화기 속에서 놈의 팔이 나와서 자신의 유방을 움켜 잡는 것 같았다. 더럽고 끈적끈적한 손길이 그녀의 몸을 더듬는다. 그러한 환상에서 부인은 탈출하고 싶었다. 순간 핸드폰이 눈에 들어 왔다. 다시 112에 전화 해야 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 자가 하는 말을 듣게 하여야 겠다. 핸드폰에 버튼을 누르는 손길이 심하게 떨렸다. 자꾸 1자만 누르고 있었다. 한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 티 테이블위의 핸드폰을 누르기 때문에 누르는 손은 힘이 들어가지 않고 부자연 스러웠다.

"112교환원 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핸드폰에서 희미하게 소리가 났다. 부인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에 핸드폰을 겹쳤다. 전화기 소리가 들리도록 말이다.

"......."

싸이코는 눈치를 채는지 숨을 죽인다.

"좀 전에 전화했던 분 맞죠? 무슨 일이 십니까?"

교환원은 그렇게 말했다. 놈은 교환원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남편인 척을 한다.

"아닙니다. 아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걱정하실것 없습니다."

"분명합니까?"

교환원 여자의 목소리는 의심하는 것 같았다.

"이 전화를 받는 분 성함이 모죠?"

"이진철입니다. 아내는 김경진이고요."

놈은 태연하게 남편 흉내를 내었다.

"전화기 소유주가 맞는다고 확인 되었습니다. 이상없으신거죠?"

교환원은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혹시 강도라도 주인의 이름인 모를 것이다 하고 생각하고 끊으려던 차에 정신을 차리고 양손으로 전화기와 핸드폰을 겹쳐서 있던 부인이 두 사람의 통화를 듣게 되었다.

"이 자는 남편이 아니라고요. 미친 변태에요."

그러나 이미 핸드폰은 끊어져 있었다.

"흐흐흐.... 너를 미친년이라고 알고 있다. 다시 전화해도 소용 없어."

부인의 핸드폰이 울렸다. 112가 확인 전화를 하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발신자가 없는 전화였다.

"부인 접니다."

"이 변태 자식 무슨 짓이야?"

놈은 전화 통화를 끊지 않고 핸드폰을 하였다. 놈도 집 전화와 핸드폰이 있을 것이다. 두대의 전화를 동시에 연결한 것이다.

"핸드폰을 들고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가라."

"왜 그렇게 해야 하지?"

"안 하면 후회한다. 어서 컴퓨터를 켜라."

경진부인은 시키는 대로 하면 안 좋은 결과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 너머에 이 자가 무슨일을 꾸밀지 궁금했다. 장난 전화라고 치부하기엔 도가 지나쳤다. 놈에겐 그녀가 알지 못하는 동기가 있는게 분명하다.

컴퓨터 부팅소리가 나고 윈도우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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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소설을 페러디 해보았습니다. 내용은 비슷하지 않고 제목만 가지고 온 겁입니다.

 

  • PORSCHE 2011.11.24 00:40

    '그녀는 귀가를 타고 들어오는 불쾌한 신음소리에' 에서 귀가 => 귓가

    '장나전화라고 치기엔 상대가 치기어린 십대 같지는 않았다'
    '장나전화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두 문장에서 장나전화 => 장난전화

     

    '부인은 목구멍에서 드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에서 드거운 => 뜨거운

     

    오타가 좀 있군요. ^^

     

    선정적이면서도 흥미진진한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