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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같은 사치스러운 것이 없는 나는 나라고 소개할 만한 도구가 없다.

밀레시안으로써 수십, 수백번은 환생해온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이름 같은 사치스러운 물건은 없다.

그것은... 그 어떤 상황이건 내가 혼자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무명씨의 일기장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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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피로 물든 대지에 양손검을 깊숙히 박아넣는다.
검에 깃든 정령은 미약한 빛을 흩뿌리며 가련하다고 밖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옅게 깜빡인다.
그리고, 거의 형체가 없어지기 직전의 정령이 간신히 실체화 한다.

"----!"

이름을 부르는 것 같다.
그것은 나의 이름인가?
신경쓸 여력같은건 없다.
나와 마주 서 있는 것은 내가 사랑했던 여성.

이제는 새빨갛게 물든 순백이었을 팔라딘의 갑주는 그녀로부터의 배신의 증거.
서 있는 여성의 등 뒤로부터 거대한 검은색의 날개 한쌍이 펄럭이며 펼쳐진다.

어째서, 진실을 안 다음에도 그대를 믿은 나를, 그대는...

버리려고 하는가.

거의 박살이 나 버리다 시피 한 가슴에 들어있는 고장난 심장이 덜그럭거린다.

시야가 점멸한다.

마치 고장나기 직전의 형광등처럼, 위태롭게 깜빡이는 그 세상의 마지막 모습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가슴에 브류나크를 박아넣은 여신의 얼굴 뿐이었다.

하지만 참 웃기게도, 나는 다음순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니, 차려야만 했다.
내가 눈을 완전히 감음과 동시에 엄청난 소음이 내 귓전을 때렸기 때문이다.

[퀘에에에에에에에!]

그것은 괴물의 기성.

처음에는 그녀가 완전히 본 모습을 드러내 마물에게 내 뒷처리를 명한 것인 줄 알았지만, 죽으면서 듣는 소음과는 거리가 멀다.
고막이 그 기능을 다한 것 처럼 흐리게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생생하게 울려오는 소음이다.
뒤를 이어서 귀를 따갑게 하는 소음을 동반한 무언가가 물건을 태우는 냄세와 함께 들려온다.

"병사,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보군!"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다.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니 보이는 것은 어딘가의 사제복으로 추정되는 것을 걸친 여성의 모습이었다.
손에 들고있는 황금빛 지팡이로 내 몸 위를 뒤덮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쳐올리고 있다.
그 지팡이가 대상에 닿음과 동시에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기 힘들 정도의 푸른 섬광과도 같은 빛이 퍼져나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와 버금가는 밝기의 황금빛이 내 동공을 파고든다.

"크읏..."

그리고 그, 빛으로 내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황량한 대지는 녹색과 보라색으로 뒤덮혀있고, 고약한 냄세를 풍기는 채액이 막, 내가 서 있는 곳의 위에서 사방으로 분출되었다.
녹색의 점액질과도 같은 그것이 후두둑 떨어지는것을 그대로 뒤집어 쓴 나는 당장 욕실에 들어가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병사. 그러고 있다가 언제 처형당할지 모르니 조금 더 분발해보게."

여성이 명심하라는 듯이 한번 더 말하더니 코 바로 위까지를 덮어버리는 모자를 땅에서 줏어 흙을 탁탁 턴 뒤 머리에 쓴다.
그래, 머리에서 썼기에 알아봤지 쓰지 않았다면 어딘가의 주머니 정도로 생각했을 크기다.
어쨌건 여성이 말하는 것을 나는 빨리 이해해야만 할 것 같다.
그것이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
어째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그런건 어찌되도 좋은 기분이다.
그저 일단 살아남고, 충성을 맹세한 그녀에게 돌아갈 뿐이다.
그것이 나의 사랑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 나의 현재를 파악한다.
잠시의 시간을 들여 몸을 내려다보니 풀 플레이트도 아니고, 가죽갑옷도 아니고, 플레이트도 아닌 갑주같은 기이한 옷을 입고 있었다.
전신에 착 달라붙어 불편해보이면서도 의외로 움직이기 편한 이 옷이 슈트라고 불린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철덩어리.
주변에서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철덩어리의 끝에서부터 마법 비슷한것을 발현해 적으로 보이는 거대한 벌레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현실성이라곤 하나도 없네..."
"전쟁에서의 현실은 적이 있고, 내가 있다는 것으로 충분할거야. 그럼, 운좋게 내게 구해진 가드맨씨 그 생명 질기게 이어나가보라구!"

기이한 사제복 차림의 여성이 어디론가로 뛰어가버렸다.
이제 처음 본 세계에서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기합이 들어간다.
어째서일까?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모리안..."

 

 

지르긴 했지만 연재는 후일입니다.

  • 별바 2010.03.19 00:17

    제목을 보고 식겁했으나...

     

    마비노기가 섞여있는 것을 보고[..]

     

    아 이거슨 방남의 안습한 이야기가 아닌, 밀레시안의 깽판물이로구나

     

    다행이로다[....]

  • 홍차매니아 2010.03.19 01:41

    가드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