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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23:54

크리시스 -1화 카멜레온의 사냥

조회 수 13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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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지역의 어느 구석진 곳.
개인적으로 개량을 거듭한 듯, 베이스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약한 개조를 해 둔 대물 저격총을 옆에 둔 스말턴은 파충류형 몸체에 달린 서브 암으로 무장을 점검하고 있던 도중에 사방에 뿌려둔 자신의 분신에게서 들어온 영상에 잠시 집중했다.

자신의 은신처가 있는 이곳 상공으로 날아든 오스프리가 선회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날아가버린다.

그것이 의미하는것은 단 하나.

자신의 저격총을 잡고 볼트액션식 장전 손잡이를 뒤로 당겨 탄환을 확인한다.

8인치 네이팜탄.
특수 제조된 그 탄환의 끝은 붉은 띠로 처리되어 있었다.

장전 손잡이를 원위치로 돌려둔 그는 날카롭게 주변을 살피더니 주변과 동화되어 조금씩 사라져갔다.


*


 조용히 전진하던 아하토는 갑작스럽게 제지하는 리 원일의 손길에 걸음을 멈췄다.
원일은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경계하더니 슬그머니 돌맹이 하나를 집어던졌다.

대원들이 조용히 움직일 때보다 확연히 큰 소리가 들리는걸 확인한 원일은 전광석화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듯이 재빠르게 얼굴만을 바깥쪽으로 내밀어서 휙휙 돌리더니 안으로 돌아왔다.


"15밀리 탄환의 정밀 저격이군. 대단해."


완벽하게 바스러진 돌맹이를 보고 원일이 씹어뱉은 말이었다.

상대방을 칭찬하는 말임에도 그만한 욕이 없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조차 알지 못한체, 다른 동료들은 오래간만에 보는 원일의 날카로운 모습에 적응하질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원일의 조언은 계속되고 있었다.


"알겠지만 이번 작전에는 공단에서부터의 압박 때문에 재밍은 쓸 수 없으니 피하거나 사각에 숨을 수 밖에 없었다. 상대방은 분명 개인적으로 개량한 소프트를 쓰고 있을거야. 탄환이 언제 발사되었는지 몰라 위치를 짐작하긴 힘들지만 탄연은 꽤 가까운 곳에 남아있었으니 아마 이쪽의 전력을 모른다면..."


말을 이어가던 원일을 보던 아하토의 시야에 그것이 잡힌것은 정말이지 운이라고 밖에 말 할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아있던 원일의 머리를 꾹 누르며 자신도 재빨리 몸을 숙인 아하토는 머리위로 스쳐지나가는 탄환의 소음에 전신에 소름이 돋는걸 느끼며, 재빠르게 손에 들고있던 SMG계통 무기인 RP-64k를 난사했다.

무작위적으로 탄흔을 찍어내며 아하토는 자신이 발견한 총구를 향해 조준을 올렸다.
금속제의 무언가가 파열하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주변에 있던 철제 기구들을 향해 방전하는 무언가.

그것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만한 크기의 파충류의 모습을 한 무언가였다.


"카멜레온?"


비슷하게 생긴 것을 본 적이 있는 크리시스팀의 무기 관리자이자 최고 미녀인 사츠키가 중얼거렸다.

신체 개조율이 25%를 넘지 않아 사람으로 분류되는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의체를 뛰어넘는 괴력을 가진 괴수이긴 했지만서도, 지금 당장 중요한 논점은 아니다.

일단, 상대방의 정체를 안 그들은 저마다 광학미체를 발동시켰다.

2300년을 맞아 개발된 광학미체인 K-2300 P형 광학미체.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광학미체보다도 은신도가 높은 최신형 광학미체로, 군 관계자만의 특권이었다.

광학미체의 발현으로 주파수 교환에 의해 위치를 확인하던 원일과 아하토, 사츠키는 각자 위치를 잡고 적의 저격에 대비하였다.

원일의 말에 의하면 적이 구형 광학미체를 사용하고 있어 무기를 사용할땐 반드시 총구를 드러낼 것이라고 했으니, 그 총구를 기다리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사츠키의 옆에서 슬그머니 검은 철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


능숙한 몸놀림으로 서커스단 뺨도 서슴없이 때릴 수 있을 정도의 묘기를 선보이며 공단의 철 구조물의 틈세를 광학미체를 전개한 체 이리저리 움직이던 예은은 안착한 어느 벽에서 적이 사용하는 물건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우연찮게 착지한 곳에 구형 광학미체를 사용하고 있던 카멜레온 형 저격 로봇을 밟아 터트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을 줄은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갑작스레 날아드는 탄환.

마침 발포음이 울려쳐서 들리지 않았다면 예은은 신속하게 이탈하지 못했을 것이다.
탄착지점에 불똥이 튀기며 화염이 일어나는 걸 본 그녀는 그것으로 상대방의 탄환을 짐작해내고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유지한다.

물론 최대한 규칙성을 갖지 않고 움직였다.
장시간은 무리겠지만, 일단은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탄환이 지속적으로 날아드는 것을 보면 카멜레온 로봇을 딛으면서 신호기라도 옮겨붙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것이, 그녀는 자기 자신이 내려다 볼 때도 주변의 잿빛 풍경이 비춰져 보이는 광학미체가 켜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막 철창을 붙잡고 반동으로 몸을 틀어 위로 날리는데, 철창에 꽃히는 탄환에 강한 불꽃이 이는걸 보니 섬뜩해진다.
적은 점차적으로 오차를 줄여가며 착실히 자신에게 좁혀오는데, 정작 자신은 적의 위치를 알 수 없었다.

일단, 엄폐물간의 사이를 통해 적의 위치를 멀리 보이는 굴뚝이나, 가까이에 있는 건물의 옥상 두군데중 한군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반대편의 급수탱크도 뺄 수 없는 구역이었다.

일단 패턴의 변화를 위해 바닥으로 한번 내려오자마자 뛰어오른 예은의 눈에, 바닥에 박히는 탄환의 흔적이 굴뚝과 건물 방향에서 날아들자, 그녀는 가까이에 있던 유조탱크를 발로 차내며 마치 로켓처럼 어느 지점을 향해 솟구치듯 올라갔다.


*


 사츠키의 괴력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절연체로 이루어진 특수부대용 워커를 이용한 발차기가 총구의 위에 작렬하자 카멜레온 형태의 로봇이 머리가 사라진 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단지 공포스러운게 있다면... 마치 적이 총을 들이대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미소와 함께 차를 대접한다거나 가련하게 쓰러져서 울먹일 것 같은 청순파 여인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서 로봇을 으깨는게 참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않는다면 멋진 여전사의 사냥 장면이었을 터인데....

마치 용서의 여신에게 미움을 산 죄인이 심판을 받는 모습같기도 한 모습인지라 주변 사람들은 애써 그 장면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츠키의 행동 역시도 최대한 무시했다.
그나마 그런 모습에 좀 적응해있는 리 원일만이 그녀를 말릴 뿐이었다.

왜냐면, 휘발성 물질이 잔뜩 널려있는 공단 내부에서 적을 일일히 찾기 귀찮다고 클러스터 식의 미사일[발사후 1차적으로 외관이 분리되며 내부에서 폭탄이 쏟아져나오는 산탄형 폭탄, 미사일 이라고 보면 된다. 위와같은 클러스터 식 미사일의 경우엔 초소형 미사일이 내부에서 2차 추진체를 달고나와서 25도부터 90도 까지의 발사각에서 약 25도 각도의 유도각을 갖은 미사일이 쏟아진다.]을 발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일단 아군이 피격당하는 것과 공단에게 손해배상하는건 둘째 치더라도 휘발유등이 유폭한다면 큰일이니 말이다.
그러는 둘을 모서리로 휙 끌어당긴 아하토는 나이답지 않게 주책인 두 사람에게 자중하라는 뜻으로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그 모습에 사츠키는 클러스터 미사일의 발사구를 내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원일은 좀 살겠다는 표정으로 손에 쥐고있는 불펍 형 소총을 굳세게 쥐었다.


[아마 적은 곧 이곳을 노리고 저격을 시도할꺼야. 전에 있던 곳 보다 좁아서 피하기도 어렵지. 그러니까, 섬광탄 세개를 뿌리고 단숨에 돌파한다.]


일단 여기 모여있는 세명중 가장 계급이 높은 아하토의 말에 사츠키는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은 여전하지만, 클러스터 미사일을 등에 매더니 허리에 매고있던 유탄 발사기를 집어든다.

특이하다고 한다면 일반적인 유탄 발사기처럼 리볼버의 탄창처럼 설계된 게 아닌 소총의 탄창처럼 설계된 유탄발사기로, 하단에 무려 드럼탄창을 장착한 사츠키는 말했던 3발의 3배에 달하는 섬광탄을 하늘과 후방, 좌 우와 그외 방향을 향해 난사했다.


"우왓 이 바보!!"


당황한 원일이 재빨리 양 손으로 눈을 가리며 몸을 숙이자 잠시 GPS로 주변을 살피던 아하토는 무슨 일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고, 난사를 마치고 피어오르는 화연이 걷히는 가운데 사츠키는 대 섬광탄용 선그라스를 낀체 미소지어보였다.

깜짝 놀란 아하토가 양 손으로 눈을 가림과 동시에, 빛의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며 일대를 마치 태초의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바꾸려는 듯이, 흰색으로 매꾸기 시작했다.

강렬한 노을의 붉은 빛 조차 세어들어올 수 없는.. 밝은 흰색 빛으로.


*


 순식간에 급수탱크의 위로 날아오른 예은이 손에 든 것은 전까지 들고있던 권총이 아니었다.

대 기갑 머신건.

전차용 라이플이 인간의 육체에서 무의미해져서 사라졌다가, 의체가 탄생하며 다시 나타난 것이 이 대 기갑 머신건 으로, 모든 형태의 기갑병기에 대항하는 탄환을 쏟아낼 수 있도록 설계된 소형 대포였다.

덤으로 예은이 손에 쥐고있는 것은 원래 고정 발사식으로, 풀 오토 사격까지 가능한 특제품이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보여준 히틀러의 전기톱, MG42의 파괴력을 뛰어넘는 탄환이 MG42보다도 빠른듯한 스피드로 총구에서부터 튀어나온다.
MG42가 전기톱이었다면 이것은 가히 불도저의 삽날과도 같은 위력으로 상대방을 분쇄하였다.

구멍이 나다못해 연사력에 의해 절단되다 시피 한 급수탱크에서 물이 뿜어져 올라오며 위에 엄폐하고 있던 스말턴이나, 위로 뛰어올라가 총을 난사한 예은에게나 가릴 것 없이 광학미체가 힘을 잃는다.

스말턴의 경우 표피의 미세한 전자회로가 합선되며 연기가 치솟아올랐고, 예은의 경우 빛의 굴절이 틀어지며 괴상한 배경이 펼쳐졌다.

이럴 경우엔 예은이 유리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적이 사이보그나 로봇이더라도 시계가 이렇게 불투명한 경계를 구분하는건 매우 힘들다.
지금을 이용한 공격이 가장 유요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예은의 총구가 스말턴을 향해 겨눠진다.

그 순간, 이미 조준을 마친 스말턴의 총에서 불꽃이 뿜어진다.

화악! 하고 피어오르는 불꽃이 대 기갑 머신건의 총열을 따라 번져나갔다.
고열에 의해 탄피가 연속적으로 유폭하는 것을 냅다 집어던진 예은이었지만, 들고있던 오른손에 심각한 화상을 입는것은 피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서브 암으로 볼트액션식 라이플의 장전 손잡이를 앞뒤로 움직인 스말턴이 예은을 다시 조준한다.

하지만, 예은은 호락호락 당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말로 받았다면 되로 돌려준다.
그것이 예은이 취하는 전술의 기본이었고, 그녀는 충실히 그 말에 따르기 위한 행동을 마쳤다.

저격총의 옆으로 파고든 그녀는 총신의 옆에 서서, 스말턴이 자신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들고, 다치지 않은 왼손을 바깥쪽으로 떨쳐내듯 털어내자 왼팔의 손날을 따라 빔 커터가 뿜어져나온다.
원래는 절단용 레이져 분사기였던 그것은, 고출력으로 바꾸어 촛점을 흐트러뜨리면 전자가 방향성을 잃고 특정 구획 안에서만 에너지를 갖는 빔 커터가 되는 것이었다.

그 즉석해서 만들어낸 검으로, 상대방의 팔을 총의 개머리판 째로 잘라낸다.
뒤이어 손에 네이팜 탄환을 쥐고 직접 휘둘러오는 스말턴의 공격을 회피한 그녀는 회피동작과 함께 오른손으로 무리하게 권총을 뽑아 단 한번 발포했다.


"죽어버려어!!!!"


무기질적으로 퍼지는 단 한번의 발포음.

매마른 그 소리가 한번 퍼지는 것 만으로 예은의 오른손은 화상으로 입은 데미지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그것 한번만에 스말턴의 뇌수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털썩, 네이팜 탄을 쥔 채로 쓰러지며 그것이 발화한 것인지, 불타오르기 시작한 스말턴의 모습을 바라보던 예은은 바닥에 떨어진 권총에서 오른손을 신경질적으로 빼내어 던져버리더니, 왼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 시신을 향해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시신이 모두 불타올라 재가되어 사라질 때까지 탄창이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당겼다.

그 모습은 마치 흑마법사가 죽어버린 원수를 향해 저주를 내리는 모습처럼 보였다.

  • 도톨묵 2009.01.10 12:56
    배경 묘사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가볍지 않은,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이니 만큼, 좀 더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0
  • 발뭉 2009.01.10 13:05
    그렇군요. 좀더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