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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9 23:53

크리시스 -1화 카멜레온의 사냥

조회 수 1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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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쪽 눈썹위로 피어싱을 조금 한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인상의 스말턴이 무표정한 얼굴로 이쪽을 보고있는 사진.
그것을 보며 혀를 찬 예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서양 조각같은 미와 동양 여인의 미를 동시에 겸한 그녀의 얼굴은 일견 평온해보였지만,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게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다.
아하토는 그런 분위기를 읽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암암리에 분위기를 읽고선 헛기침 뒤섞인 브리핑이 계속된다.


"라 스말턴 드류예거. 즉 스말턴은 젠트리스 회사 옥상에서 모습을 감출 당시 벽을 통해서 이동한 듯 하다. 시민 한명이 거대한 파충류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사진으로 찍어뒀둬군."
"위치는?"


목격자가 있다는 말에 성급하게 물어보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브리핑 룸의 모두의 시선이 쏠린 그곳엔 예은이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얼굴로 브리핑 화면을 보고 있었다.


"목격자가 사진만 찍고 급히 도망쳤기 때문에 위치는 특정되지 못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진행 방향을 따르면 아마 남쪽 공단지대에 머물고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군."


홀로그렘이 한국의 중부 태백산맥을 비춘다.
3번째 수도 계획에 의해 신설된 도시.
산맥을 따라 땅을 들어내고, 산맥의 중상층과 높이를 맞춰 평지를 만들어 지어진 계획도시.
파츠별로 크기는 다르지만 총 길이는 강원도의 길이보다 조금 긴 수준이니 꽤 큰 도시다.

충청북도에 접하는 지역은 거대한 공단으로 이루어져있어, 그나마 자연경관이 유지되던 대한민국 중남부 지역은 이미 도시 못지않은 스모크를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곳에서부터 위쪽, 경기도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공단 사람들 용 주거단지가 펼쳐지고, 그 위로 거대한 도시. 지금 이 사무실이 존재하는 중앙시가 존재한다.


위성 카메라는 순식간에 줌인을 하더니 공단지역 최 서단을 비추었다.
사람들이 기계를 조작하고 있는 모습까지 잘 보이는 해상도의 위성 해상도에 감탄하는 사람 하나 없이, 사무적인 눈으로 그 사진을 쭈욱 훑어보는데 갑자기 권총의 안전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자 다시한번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대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사람은 다름아닌 예은이었다.
그녀는 막 화면 중심으로 옮겨지는 사람의 형태가 아닌 그림자를 향해 약실이 텅 빈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달그락 하고 초 경량 카본으로 만들어진 의자가 삐그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브리핑룸의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빠른 전개에 다른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할때 아하토만이 재빠르게 사라진 예은의 뒤를 따라 브리핑룸을 나섰다.


"너무 그러다간 우리쪽 팀원들이 먼저 신경쇄약에 걸려버릴거라고?"


막 브리핑 룸을 벗어나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던 예은은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뒤를 돌아보니 브리핑 룸을 벗어난 아하토가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잠시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던 그녀는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윙크를 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넋이나간 아하토가 정신을 차린것은, 예은이 자신의 전뇌를 해킹하여 브리핑 룸 앞 복도에 마련된 음료 자동 자판기의 옆 구석에 쪼그려앉은지 10분이 경과한 뒤였다.


*


 무기질 적으로 움직이는 권총의 슬라이드는 뭔지모를 힘이 숨겨져있다.
그 차가운 모습은 장전되는 모습 만으로도 보고있는 사람에게 알 수 없는 중압감을 주게끔 설계된 듯이 그것을 당겼다 놓을 때 마다 긴장감도 함께 당겨졌다가 놓아진다.

예은은 브리핑 룸 에서부터 시작된 약실이 텅 빈 권총으로 하는 장전과 발사를 끝내지 못했다.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오스프리[수직이착륙항공기. 근현대의 터보프롭형이 아닌 제트엔진형식이다. 렘제트와 일반 제트엔진의 복합구조.]의 안에서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예은의 모습은 확실히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팀원들이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다는건 아니다.
무려 생 다리가 그대로 뜯겨지는 아픔을 겪은 그녀였기에, 아무리 냉철한 사람이라더라도 그런 걸 겪고나면 판단력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아직 채 30은 커녕 25살도 넘기지 못한 그녀에게 그정도로 성숙한 인내심을 요구하긴 힘들었고, 그런 것을 다들 내심 알고 있기에 입을 닫고 있었다.

이내 마음의 정리를 끝낸 것인지, 예은의 손놀림이 멈췄다.
총은 슬라이드의 공이에 걸려 탄피 배출구가 열린채, 텅 빈 예은의 마음처럼 비어버린 그 속을 보이고 있었다.


"이제 그쯤 해 두라고."


옆에서 점잖게 말하는 리 원일의 말이 아니더라도 진정 하려고 했는지, 비어있던 탄피 배출구의 안으로 탄환이 가득 찬 탄창이 들어서는게 보인다.
적동색 표준형 9mm파라블럼탄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예은이 안전장치를 건드려 슬라이드를 원위치 시키자 탄피 배출구는 다시 자신의 속을 가린다.

그리고 그 타이밍에 절묘하게 맞춰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오스프리가 고도를 낮추며 카고베이[화물칸]의 문을 열어젖혔다.
날카롭게 휘몰아치는 바람의 너머로 작열하는 태양이 공장들의 굴뚝 사이에서 카고베이의 칙칙한 회색조차 붉게 물들일듯한 노을을 뿜어내고 있다.

그 석양을 배경으로, 예은이 뛰어내렸다.
그녀의 표정은 어느세 차갑게 식어, 이제는 그녀 자신이 아니면 그 속내를 읽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낙하로 인한 압력에 의해 짧은 탄성조차 힘겹게 내뱉은 그녀는 낙하하던 무게를 다리로 최대한 감쇄하고, 몸의 반동을 이용해 범인은 뛸 수 없는 높이의 도약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자유낙하하는 동안 태양에 녹아들듯이 광학미체를 발하는 그녀의 모습은 가히 아름답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