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패러디
2009.01.08 10:26

크리시스 -1화 카멜레온의 사냥

조회 수 13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젠트리스 테크놀러지.
한때 의체의 아버지라 불렸을 정도로 의체 생산량이 많던 회사지만, 인간의 형태를 벗어난 의체가 규격외의 것으로 정착되어가는 법률이 하나 둘씩 생기기 시작한 현재에는 거의 문을 다 닫아가는 불쌍한 회사이다.
거대해진 회사의 사무건물을 지탱할 수조차 없어 120층의 높디높은 건물의 대다수가 비어있었다.
그 건물의 맨 위에서 밑으로 세번째 층.
혹시 미사일 테러를 당할때 안전하지 않겠느냐는 괴짜 사장의 방침에 의해 결정된 사장실에선 한참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 의체가 이제 규격 밖이라는 말은 없었잖나!"
"흥, 뭣모르고 산 사람이 잘못이네! 우린 주문대로 만들었을 뿐이야."


목 밑이 4족 보행 파충류의 그것처럼 설계된 의체에 몸을 실은 스포츠 머리의 남자가 버럭 고함을 지르고 있고, 사장용 책상 너머로 푹신한 의자에 몸을 실은 중년 남성이 책상 위 시거 함을 열어 이제 몇 없는 커터로 손질된 시거를 하나 입에 문다.
그 중년 남성의 몸은 의체였는지 왼손 약지 손가락을 시거 끝에갖다대자 손가락 끝이 열리며 불꽃이 치솟았다.


"뭐?! 그래놓고 전의 몸을 돌려달라는데 그러지도 못하겠다니!"
"이미 고객이 사 갔네."
"뭐라고?!"


어이가 없어진 듯, 항변하던 스포츠 머리의 남성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중년 남성은 시거를 잠시 입에서 빼내며 한숨을 푹 내 쉬었다.


"우리 처지도 어려운 판에 남의 뒷바라지나 해 줄 처지가 아니었네. 용서하게나."
"...."


조용히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
그 두 사람의 끝은, 홀로그램에 의해 어느 해안가를 출력하고 있던 사장실의 한쪽 벽이 파열되는 소리와 함께 종국을 맞았다.
낮은 피육음이 들리는 가 싶더니 중년 남성의 의체는 목 위가 사라져버렸다.
사방으로 튄 핏자국과 육편만이 방금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말해주는 듯 했다.
씨익, 일견 비열해보이는 웃음을 띈 스포츠 머리의 남자는 몸을 돌려 사장실로부터 나가려고 했다.
다음순간, 배기구를 뚫고 푸른 눈 두쌍이 빛났다.
불꽃을 흩뿌릴 정도로 세개 배기구 철조망을 걷어차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튀어나온 그 그림자에 놀란 스포츠머리의 남성이 펄쩍 뛰어 뒤로 물러난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착지한 그 그림자는 다름아닌 건물 옥상에서 침투하던 여성이었다.
그녀는 두터운 슈트의 허벅지 부근에 재빠르게 한번 손바닥을 가져다 대어 툭 쳤다.
순식간에 허벅지 부근의 슈트가 앞뒤로 쪼개어지며 복잡한 요철형태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이 완전히 벌려지기도 전에 틈 사이로 가는 검지손가락을 찔러넣은 그녀는 몸을 위로 띄워, 천장으로 향했다.
뒤이어 슈트의 허벅지 부근에서 권총을 뽑아내며 천장에서 남자를 향해 뛰어내린 여성은 동시에 권총을 남자의 머리를 향해 겨눈다.
바싹 달라붙은 그녀의 총구는 남자의 이마 정 중앙에 착 달라붙었다.


"라 스말턴 드류예거! 네녀석을 체포한다."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그녀의 목소리가 사장실을 쩌렁쩌렁하게 호령하는 가운데, 스포츠머리의 남성. 라 스말턴 드류예거라 불린 그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뒷 꿍꿍이가 있음을 눈치챈 여성이 사장실에 난 탄흔에 신경이 미쳤을 땐, 스말턴이 몸을 날린 이후였다.
스말턴의 움직임으로 공격의 방향과 형식을 눈치챈 여성의 몸이 최대한 빠르게 바닥에 밀착한다.
혹시 모를 탄환의 움직임에 대비하여 몸을 돌리며 바닥을 향해 몸을 던지며 사격.
세번의 총성이 사장실을 뒤덮는 사이, 날아든 탄환은 여성의 왼쪽 어깨 옆을 스친 것에 불과했다.


"칫! 역시 제어 소프트에는 한계가.."


괜시리 불평을 입으로 내뱉은 사내는 사장실 밖으로 몸을 날렸다.
파충류식 의체의 기본 옵션인 흡착 빨판으로 건물 벽을 타고 도망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장창! 유리깨지는 소리와 함께 밑 층에서 대기중이던 요원이 유리창에 걸터앉아있다가 스말턴이 그 층을 지나가려 움직일때 묘기에 가까운 동작으로 등을 찍어눌러 층 안으로 던져넣은 것이다.
뒤이어 윗 층에서 바닥 부분을 잡고 한층 밑의 깨진 유리를 향해 정확하게 내려온 여성이 어지러히 깨진 유리조각 위에 서자 아드득 하고 유리조각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스말턴을 이 층에 처박은 장본인은 막 이 층에 내려선 여성과 잘 알던 사이인지 씩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예은, 너 정말 봐주는거 없이 쐈구나?"
"그쪽도 마찬가지야. 아하토."


서로 인삿말을 주고받은 예은과 아하토는 천천히 정신을 잃은 스말턴을 향해 접근하며 무기를 겨눴다.
체포했다고 생각한 아하토가 자세를 낮추는 순간, 예은의 몸이 반바퀴 회전하며 아하토를 걷어찬다.
생각지도 못한 동료로부터의 공격에 무방비로 몸이 날아간 아하토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지만, 그 표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을 걷어찬 예은의 발이 바깥에서 날아든 공격에 의해 무릎부터 떨어져 나간 것이다!
뒤이어 거세게 벽에 부딪힌 아하토는 재빨리 잔해를 벗어나서 어떻게든 공격권을 벗어나려 다리 하나만으로도 두 다리가 있을 때 못지않은 재빠른 점프로 바닥에서 천장으로, 천장에서 벽으로 도약하면서 중심을 잃은 예은을 받아내 함께 바닥을 구른다.
그러는 도중에도 얼마 전 까지 서 있던 자리에 구멍이 나는걸 보며 등골이 섬칫해진 아하토는 몸을 일으켜 전력으로 달려나가서 바깥에서 부터의 시각이 차단된 곳으로 몸을 날리면서도 통신을 날렸다.


[저격당하고 있다!! 예상 포인트에 재밍을 걸어줘!]


말이 끝날 때 즈음엔 손빠르게 움직인 본부의 오퍼레이터 AI덕분에 통신에 잡음이 들어간 아하토가 얼얼해진 귀를 문질러야 했다.
지금은 사라진 스말턴이 있던 자리를 아깝다는듯 입맛을 다시며 쳐다보던 아하토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게 우선이라 생각하고선 강력한 전파 재밍 덕분에 동작하지 않는 엘리베이터 문을 억지로 열고 로프를 통해 끝없는 지옥의 무저갱마냥 입을 벌리고 있는 엘리베이터 통로 하단을 향해 사라졌다.

  • 도톨묵 2009.01.08 15:21
    이전에 비해 정돈된 느낌이네요. 한 문단을 새로이 시작할 때는 들여쓰기를 해주세요. 그래야 더 보기 편하답니다 :)
  • 발뭉 2009.01.08 15:52
    앗!!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