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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9 21:56

[카오스] Seven Gate - Mon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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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논 군도에 진입한 스콜지의 대군은 지나가는 곳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유린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이 그들의 먹이였으며 노리개였다. 침공을 받는 칠주야 동안 지옥이 펼쳐졌다. 원주민들은 스콜지의 악행에 치를 떨며 센티넬의 전진기지로 이동했다.

도살자, 브록켄, 루시퍼.

브록켄 백작을 제외하면 스콜지에서도 비중이 매우 높은 명장들이었다. 스콜지의 대륙 1차 침략 때 멸망한 아케로니아 왕국의 가신(家臣)이었다가 배신한 브록켄 백작의 행각은 스콜지 내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서 크게 중용되지 못한 것이었다. 심지어 브록켄을 상대하는 센티넬 측에서도 브록켄 따위라는 식으로 과소평가를 하는 측면이 있었다.

" 아리아논의 정벌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검은 빛의 머리칼이 눈발에 휘날렸다. 핏기없이 말랐지만 잘생긴 외모가 하얗게 비쳤다. 대륙의 북해(北海)에 존재하는 스콜지의 수도, 네크로폴리안(Necropolian)은 계절이라는 게 존재치 않을 정도의 추위 때문에 건물들이 두껍고 견고했다. 브록켄 백작은 눈을 감고 스콜지의 대웅전(大雄殿)으로 걸어들어갔다.


저벅... 저벅...

붉은 융단 위로 검은 구두가 스쳐갈 때마다 지나간 자리가 얼어붙었다. 브록켄의 애검(愛劍)인 데스칼리버는 세계수를 파멸시킨 전설적인 마병이었다. 세계수를 근간으로 살아가던 나이트 엘프들은 분노하여 데스칼리버에 저주를 내렸다. 데스칼리버의 착용자는 사용할 때마다 극심한 한기에 시달리다 말라 죽어가는 것이었다. 원래라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지속적으로 브록켄의 몸을 좀먹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브록켄 백작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브록켄의 옆에는 약 열 명 가량의 인원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은 브록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눈길을 던졌다. 기분이 나쁠 법도 했지만 브록켄은 아무런 변화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야말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스콜지 제국의 최고 수뇌부였기 때문이었다. 브록켄은 속으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저들은 나를 애송이로 생각하고 있겠지...'

우뚝.

브록켄이 멈춰섰다. 눈 앞의 옥좌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옥좌의 끝은 목을 들어 올려보아야 보일 정도였다. 거인족의 것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 그것은 제국의 황제, 당대 최강의 마황(魔皇)만의 자리였다. 그리고 브록켄이 꿈꾸는 정점이기도 했다.

옆에 서 있던 늑대가죽을 둘러싼 샤먼이 말했다. 눈을 감은 채였다.

" 기다리게. 왕께선 하나의 가련한 생명을 거두고 계시니..."

" ......"

브록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묻지 않아도 익히 짐작할만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마검, 데스칼리버가 피를 묻힐 가치조차 없다고 회피한 한 인간의 최후가 궁궐의 심처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베나자르는 그다지 고문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니 곧 끝날 것이었다.

끄아악 - !!!!

끔찍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도열해있던 인원들 중 일부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직접 살을 뜯어먹고 선혈을 들이키지 않은 게 아쉽다고 입맛을 다시는 자도 있었다. 브록켄은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쿵.

쿵.

바닥이 울렸다. 어둠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존재, 그 압도적인 존재감과 마력이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던 패왕(覇王)이었다. 늑대 샤먼은 지긋이 눈을 떠서 모습을 드러내는 그 존재를 보았다.

" 왕이시여, 브록켄 백작이 귀환했습니다."



스윽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 피에 젖은 한 중년사내의 머리통이었다. 그것을 잡아채고 있는 팔뚝은 아름드리 나무보다 굵고 두꺼웠다.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팔뚝이었다. 즐거워하는 듯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 해냈군... 백작."

" 하명하신 것을 받든 것에 불과합니다."

" 크크크."


스콜지 킹, 베나자르는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가공할 마력이 깃들어있어 듣는 이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전쟁터를 누비며 수천 수만의 죽음을 본 스콜지 명장들조차 몸을 떨었다. 샤먼, 늑대인간은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 또 강해지셨구나.... 대체 저 분의 한계는...'

쿠우웅.
오오오오.

베나자르의 몸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로 마신의 후예임을 입증하는 그의 검은 날개가 팽창했다. 검붉은 어둠의 마력이 전기처럼 온 몸에서 튀어올랐다. 가공할 어둠의 오라가 퍼져나와 보는 이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옥좌에 앉은 베나자르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세상을 파멸로 이끌 마신(魔神)의 형상이나 다름없었다.

베나자르는 들고 있던 머리통을 브록켄에게 집어던졌다.

휙 -
데구르르.

브록켄은 고개를 내려 발치에 닿은 머리통을 보았다. 한 때 휴먼의 별이라 불렸던 그랜드 마셜 갈리토스의 최후가 거기에 있었다. 죽는 순간까지 공포에 질린 갈리토스의 눈이 브록켄과 마주쳤다. 브록켄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잔혹한 미소를 지었다. 베나자르의 무심한 음성이 들렸다.

" 백작의 공적이다. 누구도 손대지 않도록."

" 감사합니다."

머리통을 노리던 몇 명이 베나자르의 말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브록켄은 대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기쁜 표정을 지었다.

브록켄의 검은 군화가 갈리토스의 머리 위로 드리워졌다.

퍼억.

수박이 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얀 뇌수와 선혈이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대개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좋아했지만 몇몇은 무덤덤하게 서 있었다. 갈리토스의 최후를 지켜보던 베나자르의 말이 이어졌다.

" 백작, 기분이 좋은가?"

" ......"

" 그렇군."

지나가듯 말한 베나자르는 브록켄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스콜지에 대항하기 위해 마검을 잡은 줄 알았던 망국의 기사 브록켄. 그는 어느새 스콜지의 전쟁영웅이 되어 이 자리에 서 있었다. 가끔씩 스쳐가는 브록켄의 무심한 듯한 눈에는 야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베나자르는 크게 웃었다.

" 크하하하! 백작, 좀 더 기뻐해도 좋아. 잘못하면 무덤이 되었을 자리에서 아비를 죽인 원수의 머리통을 짓밟은 그 기쁨을, 좀 더 표현해도 좋아."

" 무덤?"

세티어가 어리둥절한 듯 브록켄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는 아리아논에서의 승전을 축하하는 자리가 아니었던가? 난데없는 무덤이 튀어나오자 곤혹스러웠다. 놀라워하는 건 세티어뿐만이 아니었다. 모두의 의문섞인 시선을 받은 베나자르가 씨익 웃었다.

" 나는 백작에게 제안했다. 아리아논의 방어를 3개월 안에 뚫을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콜지로써 인정해 주겠다고."

" ......!!!"

시종일관 브록켄을 영입하는데 반대했던 몇몇이 눈을 흡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스콜지로 인정해 준다는 것은 스콜지 최고수뇌부의 하나로 인정해 주겠다는 뜻이었다. 변절자에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승진이었다. 반대하는 자들은 입술을 달싹거리며 반대의사를 전하려 망설였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감히 스콜지 킹 베나자르가 한 약속에 토를 달 수 없었던 것이다.

암흑신전의 참사를 보고 진상을 알기 위해 귀환한 세티어의 눈이 번뜩였다. 그는 전술의 귀재였기에 이번에 브록켄이 해낸 공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 센티넬 최강의 십인 중 하나인 적혈귀와... 챈이 있었다. 적혈귀는 나로서도 감히 일대일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강자.... 챈 또한 마찬가지였음에도 아리아논의 센티넬을 전멸시키다시피 하고 갈리토스를 생포해 오다니. 브록켄, 무서운 녀석이다!'


아직까지 완성하지 못한 궁극기(窮極技), 소울 이터(Soul Eater)를 사용하면 승기 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만 두 명을 상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좌중의 모두가 경악스러운 눈으로 브록켄을 바라보는 가운데 베나자르의 말이 이어졌다.

" 그러나 실패했을 경우에는... 바로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이었다."

"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 크크크! 성공했으니 살해약속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 그리고 백작... 내가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길 바랬었지? 지금 말해 보라."

좌중의 이목이 브록켄의 입에 집중되었다. 베나자르에게 들어달라고 부탁할 소원임에야 평범한 것일 리가 없는 것이다. 부, 명예, 권력, 힘! 그 어떤 것일지라도 베나자르가 할 수 없는 것은 거의 존재치 않았다. 브록켄은 조용히 베나자르를 응시했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

" 한 친구를 스콜지에 편입시키기를 원합니다."

" 누구인가?"

베나자르는 흥미로웠다. 분명 브록켄은 혼자였음에도 친구를 편입시키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스콜지에 들어오고 싶으면 스콜지 킹을 알현해야만 하는 것이 관례! 브록켄의 행동은 분명 이상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브록켄은 말을 이었다.

" 지금 니바스님의 뒤에 있는 남자입니다."

" 뭐, 뭣?!"

흠칫!

스콜지의 4대 아크메이지로 불리는 니바스가 경악해서 외쳤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니바스의 어깨에 낯선 손이 올라갔다. 니바스의 등 뒤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렸다.

" 베나자르,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 호오!"

베나자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분명 장내의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는데도 태연히 검은 로브의 사내가 니바스의 뒤에 서 있었다는 것이었다. 저 검은 로브의 사내가 죽이려 했다면 니바스는 벌써 몇 번은 죽었을 것이다.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진 니바스를 못본 체 하고 브록켄이 말했다.

" 적혈귀에게 부상을 입히는데 도움을 준 친구입니다. 그의 능력이 스콜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 크크! 그래. 그렇군. 좋아... 네 이름은 무엇인가?"

검은 로브의 사내는 묵묵히 좌중으로 걸어나와 브록켄의 옆에 섰다. 일체의 살기조차 배제된 무정한 눈빛이 베나자르와 마주쳤다. 사내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 쉐도우 워커, 래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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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clan.com에서 연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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