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패러디
2006.04.09 21:55

[카오스] Seven Gate - KaGe

조회 수 19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br]








센티넬 어둠 용병단의 수장, 카게는 일백 명의 고수들을 이끌고 스콜지의 전진기지에 도착했다. 사나흘동안 카게는 워프게이트 근처에 비밀리에 세워진 스콜지 전진기지의 주변을 감시했다. 카게는 뜻모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공격을 해야겠군."

카게는 전진기지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인 그레이브야드(Graveyard)를 노려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브야드는 야심한 밤인데도 화려한 등으로 빛나고 있어 마치 백야성(白夜城)을 방불케 했다. 카게는 검은 옷을 입은 일백명의 부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공격을 시작한다."
"예."

일백 명은 일제히 대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입을 열어 마치 한 사람이 말한 것 같았고, 나지막한 음성으로 대답해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섬뜩한 느낌이 들게 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말살시켜라. 그게 설령 갓 태어난 아기가 됐던 마소와 같은 짐승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 모두 죽여라. 그 피가 우리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카게의 음성은 지옥의 밑바닥에서 울려나오는 것처럼 음산했다. 그러나 일백 명의 고수들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카게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가자."
"알겠습니다."

카게의 뒤를 따라 일백명의 고수들은 그레이브야드의 담벼락을 뛰어넘었다.그들이 담을 넘는 순간 그레이브야드에 매복했던 스콜지의 대원들은 일제히 경보를 울리고 방어에 들어갔다.

"적이다. 막아라."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그레이브야드의 방어는 철저했다. 그러나 카게가 선정한 일백 명의 고수는 센티넬 최심부의 뇌옥에서 심혈을 가지고 키운 살인귀들이었다.

챙. 챙. 챙.

"아악!"
"허억..."

그레이브야드의 몽환적인 정원과 풍경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해 버렸다. 사방에 비명이 가득했고 병장기가 부딪치는 금속성이 울렸다. 각종 기이한 마도병기로 무장한 그레이브야드의 대원들은 단순한 시미터로 무장한 일백 살인귀에게 무참하게 학살당했다.

일백 살인귀들은 일차 매복을 전멸시키자 세력을 반으로 나누었다. 절반은 그레이브야드에 있는 모든 생명체를 말살시키는 것이었고 남은 반은 곧바로 그레이브야드의 내원을 향해 돌진했다. 그곳에 목표물인 스콜지의 대장이 있었기 때문인지 그들의 돌진은 무서울 정도로 맹렬했다.

"돌격하라."
"와~, 와~."

피를 보아서 그런지 살인귀들은 처음의 냉정한 모습은 사라지고 광기에 젖어있었다. 그들은 그레이브야드의 내원을 넘어 모든 생명체를 보자마자 참살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콜지의 대장급이 있는 그레이브야드 내원은 결코 쉽게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찰칵. 찰칵.

기묘한 기계음이 내원의 담장에서 울려 나왔다. 그러나 흥분한 살인귀들은 그 소리를 무시해 버렸다. 그 댓가는 컸다.

피융. 피융.
파바박.

"크아악."
"으악."

그레이브야드의 담장이 갑자기 벌집의 격자처럼 변하더니 엄청난 양의 화살과 암기를 쏟아 낸 것이다. 여름날의 장마처럼 쏟아지는 암기세례를 살인귀들은 피하지 못했다.

일순간에 이십 여명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렸다.

그런데 살인귀들은 동료의 시신을 들어 방패로 삼으며 돌진했다. 암기로 인해 시체의 피와 내장을 터져 나가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걸레가 되다시피 한 동료의 시신 조각을 들고 가 암기가 나오는 구멍을 막았고, 어느 정도 형체를 유지한 시신은 내원 안으로 집어던졌다.

푸슝. 푸슝.
퍼벅. 퍼버벅.

내원에 있던 그레이브야드의 정예대원들은 담장을 넘어 오는 시신을 침입자로 착각해 암기를 날렸다.

"멈춰라. 저건 시체다."

내원 호위를 담당하던 스피릿의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공중을 향해 발사하던 암기는 잠시 멈추어졌다. 그 순간 담장에 기대고 있던 30여명의 살인귀들은 일제히 월담을 감행했다.

"공격하라."

푸슝. 푸슝.
파바박.

"크윽."

엄청난 양의 암기가 발사됐지만 살인귀들이 담을 넘는것을 막지는 못했다. 살인귀들은 일제히 내원의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피융. 피융.

"크아악."
"으악."

정원을 가로지르며 돌진하던 30여명의 살인귀들은 일제히 비명을 지르더니 땅바닥을 굴렀다. 그들의 신체가 땅바닥을 구르면서 두동강나더니 내장과 피를 쏟아 부었다.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 정원에 칼날보다 날카로운 철사(鐵絲)가 움직이는 기관을 설치했던 것이다.

살인귀들은 스콜지가 설치한 기관에 걸려 허리가 잘리는 비운을 맛보며 일제히 몰살당했다. 그러나 스콜지 대원들은 기뻐할 틈이 없었다. 그레이브야드의 외원에서 도살극을 벌이던 살인귀 50여명이 어느새 담을 넘어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막아라."

스콜지 스피릿의 외침에 백여 명에 달하는 구울들이 각종 병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나 왔다. 살인귀들이 정원을 피해 공격해 왔기 때문이다.  두 세력은 내원에 있는 십 여채에 달하는 건물의 지붕이나 주변에서 처절한 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아악!"

사방이 일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이다."

살인귀들 중에 방화를 담당한 자가 외원에 불을 지르고 나서는 내원의 건물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그레이브야드는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카게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마젠다 누님이 자랑할 만한 자들이군. 엘딘 어른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세력 중에 하나라더니... 과연 훌륭해."

카게는 살인귀들의 위력이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다가 내원의 안쪽에 있는 화려한 2층 건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곳이 대장이 있는 곳이군."

그레이브야드 내부을 향해 카게는 몸을 날렸다. 그런데 정신 없이 살육을 벌이던 살인귀들 중에 열두 명이 카게가 몸을 날리자 바로 그 뒤를 따랐다. 병력을 지휘하던 스콜지 스피릿은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버렸다.

"저들을 막아라.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

스피릿의 명령은 처절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레이브야드 수비병력은 인원이 보강돼 물경 이백 여 명이 넘었지만 고작 삼십여명에 불과한 살인귀를 막는 것조차 힘이 부쳤던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도 스피릿의 명령을 들을 정도로 제정신을 차리고 있을 정도로 한가롭지도 못했다.

카게가 목표로 한 건물에는 오십 여명에 달하는 경비 병력이 몰려 있었다. 하나 같이 엄선된 병력인지 구울들이 내뿜는 기도는 만만치 않았다. 카게는 뒤따라온 열두 명에게 시선을 돌렸다.

"목숨을 걸어라."
"예. 이곳에 뼈를 묻겠습니다."

열두 살인귀들은 일제히 비장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들이 보기에도 오십 여명에 달하는 구울들 중에 만만하게 보이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일대일의 격전을 벌여 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인데 그 수가 네 배가 넘었으니 살 생각을 포기한 것이다.

"공격하라."

카게의 명령이 떨어지자 열두 살인귀들은 부나방처럼 화염 속을 향해 일제히 달려갔다.

챙. 챙. 챙.
파박. 파바박.

"크윽..."
"으아악~."

고통에 울부짖는 비명소리가 병장기가 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성과 타격음을 잠재 울 정도로 처절한 혈전이 벌어졌다. 카게는 혈전으로 인해 경비가 느슨해진 틈 을 이용해 건물 안으로 잠입했다.

건물 내부는 네크로폴리안에 못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거대한 기둥과 기둥 사이에는 라비단으로 만든 휘장이 걸쳐져 있었고 바닥은 반듯한 판석(板石)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건물 내부의 곳곳에 매복한 구울들이 뿜어내는 살기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느낄 여력이 카게에겐 없었다.

윙.
서걱.

"커억!"

매복을 하다가 순식간에 기습한 구울의 이마를 카게는 일도(一刀)에 갈라버렸다.
새하얀 판석이 회색의 뇌수와 붉은 피로 물들었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파바박.
윙.

"크아악!"

카게가 그레이브야드의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기습은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카게는 발걸음을 더욱 빠르게 움직여 대전의 입구에도착했다. 대전에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요염해 보이는 20대 미녀가 척 보기에도 귀공자로 보이는 젊은이 와 포옹을 하고 있었다. 젊은이의 머리칼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기가 막히는군."
"무엇이 그리 기가 막히나요?"

요염한 미녀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했다.

"밖은 지옥인데 안에 있는 자들은 아직도 극락을 헤매고 있으니... 어찌 기막히지 않겠는가."
"하하하, 죽고 사는 것은 그들의 운명. 이렇게 극락세계를 떠도는 것도 운명인 셈이지."

귀공자가 카게의 빈정거림을 맞받아 쳤다. 웬만한 여인이라면 누구라도 넘어올 만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영원히 극락으로 보내주겠소. 메두사와 함께 말이오."
"오호~, 이 여인이 메두사인줄 안다면 내가 누군지 알텐데 그런 말을 한단 말인 가."
"그대가 설령 스콜지 킹 베나자르라 할지라도 오늘 내가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을 거두기로 한 이상 죽음밖에 갈 길은 없다."
"으하하하..."

귀공자로 보이는 젊은이는 미친 듯이 대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웃음 속에 얼마나 가공할 마나를 실었는지 대전 내부가 가볍게 진동했고 메두사는 견디기 힘든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카게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았다.

"놀랍군. 도대체 너는 누구냐?"
"내가 누구이기를 묻기 전에 자신의 정체부터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닌가? 젊은이."
"뭐라? 감히 내 앞에서 어른 행세를 하려 해. 참으로 웃기는 일이구나."
"세상물정 모르는 아해(兒孩)로군."

카게가 비아냥거리자 귀공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박수를 두 번 쳤다.

짝. 짝.

"부르셨습니까."

물경 스물이 넘는 인원이 마치 귀신처럼 나타나더니 귀공자 앞에 시립(侍立)했다.

"저 어리석은 놈에게 염라국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거라."
"알겠습니다. 아그리스님."
"아그리스? 그럼 아그니의 아들!"

카게는 센티넬 기지에 비치(備置)돼 있던 인물사전에 나와있던 한 인물이 떠올랐다. 아그리스는 인간여자와 결혼한 아그니의 아들로써 그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흐흐흐. 너무 늦게 알았다. 아그리스님께서 네 목숨을 원하니 그만 가줘야겠다."

아그리스의 부하 20여명은 카게를 포위하며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카게는 포위를 당했는데도 오히려 기쁘다는 듯 통쾌한 대소를 터트렸다.

"우핫하하. 이거 생각지도 않았던 대어를 낚는구나."
"뭐라고! 이런 미친놈을 봤나. 쳐라!"

카게의 행동이 어이없다고 느낀 아그리스의 부하들은 분노를 터트리며 일제히 공 격했다. 그런데 카게의 쌍도가 뽑히는 순간 불가사의한 일이 발생했다. 카게가 칼을 머리위로 들어 올려 마치 도끼질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자 아그리스의 부하들의 몸에 푸른 불꽃이 튀어올랐다.

"너희들과 놀 시간이 없다. 이만 가거라."

카게가 허공을 향해 칼을 내리긋자 아그리스의 부하들은 사색이 되었다.

"크아악."
"으악."

화르르륵.

그들은 일제히 비명을 터트리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런데 일제히 그들의 이마가 갈라지더니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곧 피조차 말려버릴 정도의 푸른 불꽃이 그들의 시체를 태워버렸다.

"무, 무슨 사술이냐?"

아그리스는 눈앞에서 벌어진 연극 같은 도살극(屠殺劇)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심하게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사술! 흥, 이몰레이션(immolation)의 힘을 모르면 그런 말이 나올 법하지."
"이몰레이션?"

아그리스가 이몰레이션을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카게의 스승이 이몰레이션을 완성한것은 십 년도 채 되지 않았고 전투에서는 단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센티넬의 영웅들조차 카게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는데 아그리스가 알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요상한 사술을 믿는가 본데 내 실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아그리스는 다가오는 카게에게 큰소리를 치더니 양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카게는 머리가 어지러워짐을 느끼고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울 번(soul burn)!"

아그니가 자랑하는 제일의 수법인 소울번이 아그리스의 손을 통해 나타났다. 그러나 카게는 아그리스의 양손에서 피어오르는 핏빛불꽃을 비웃었다. 가공할 불꽃의 파괴력을 지닌 인시너레이트(incinerate)였지만 카게에겐 조롱거리 이상이 되지 않았다.

" 아그니가 펼쳐도 두려워하지 않을 나다. 겨우 초입의 경지에 이른 인시너레이트를 가지고는 네 목숨을 간수하기 힘들 것이다."
" 뭐라고! 네가 감히 나를 모독한 것으로도 부족해 아버님까지..."
" 큭큭큭..."

아그리스는 분노를 이기지 못해 이를 갈며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아그리스.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흥분하면 저자의 농간에 넘어가는 거예요."
"아, 알겠소."

메두사는 아그리스를 다독이더니 끈적끈적한 시선을 카게에게 돌렸다.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군요. 그러나 내 아이들은 쉽지 않을거예요."
"기대하지."

메두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벽 뒤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거대한 뱀들이 꿈틀거리며 기어나왔다. 카게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허! 놀랍군. 정말 카롤 늪지대의 왕뱀들을 소환할 수 있을 줄이야..."
"그놈의 주둥이를 다시는 놀릴 수 없을 것이다."

취에에엑 -

왕뱀들이 스믈스믈 기어나오며 카게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척 보아도 한 마리 한 마리가 5미터는 넘을 듯한 엄청난 것들이었다. 그런데 카게는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왕뱀들의 움직임을 방관했다. 메두사는 카게의 행동을 오만하게 느껴 격분했다.

"건방진 놈!"

왕뱀들은 네 마리씩 두 조로 나누어 카게를 이중으로 포위하더니 덮쳐갔다.

휘리릭.

팔방에서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왕뱀들은 기가 질릴 정도였다. 만근거암도 일격에 두 동강낼 듯 힘차게 움직이는 여덟 마리의 왕뱀들은 대전 내부를 폭풍 속으로 몰았다.

"타!"

왕뱀이 지척까지 도달하자 카게가 기합성을 내더니 허공을 향해 날아올랐다. 카게가 몸을 던지자 메두사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화약을 들고 불속을 향해 몸을 던진 부나방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카게는 어리석은 인물이 아니었다.

왕뱀들이 거미줄처럼 덮쳐왔지만 거센 폭포를 헤치는 잉어처럼 유연한 움직임으로 모두 피해버린 것이다. 왕뱀들은 카게의 실력에 놀람을 금치 못해 감탄하다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두 번째 공격을 감행했다.

카게를 포위한 안쪽의 네 마리는 좌측으로 회전하기 시작했고, 바깥쪽에 위치한 네 마리는 우측으로 회전했다. 순식간에 여덟마리에 불과하던 왕뱀들은 수백 개가 넘게 보일 정도로 어지럽게 난무했다.

사방팔방이 수백 마리나 되는 뱀들이 춤을 추며 꿈틀거리자 카게의 안색은 굳어 져버렸다. 저 흐름에 감기거나 얻어맞는 순간 치명상인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카게는 나비처럼 훨훨 날며 블링크를 이용해 피하는데 전력을 다했지만 왕뱀은 여덟 마리나 됐다.

따당.

마침내 머리 하나가 카게의 흉부를 강타하고 말았다. 그러나 왕뱀들의 안색은 무섭게 굳어졌고 카게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했다.

"쏜즈(thorns)!"

왕뱀이 카게의 몸을 강타하자 금속성을 내며 퉁겨나가자, 메두사가 소태를 씹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그 순간 톱니바퀴처럼 돌던 왕뱀 여덟 마리의 포위에 빈틈이 발생해버렸고 카게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타아!"

"취에엑!"
"취엑!!"


츄아아아악 -


핏물이 길게 궤적을 그렸다. 카게의 칼은 순식간에 왕뱀의 이마를 갈라버렸다. 무정하고 섬뜩한 칼의 요사스런 궤적을 따라 피가 뿜어졌고 대전 바닥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여덟 구의 시신들이 추가됐다.

"인정머리 없는 잔인한 놈!"

메두사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카게에게 매서운 눈빛을 던졌다.

"으하하, 이것이 전쟁이 아닌가!"

카게는 피에 젖은 칼을 높이 치켜세우며 미친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너도 전쟁의 본 모습을 느껴라."

메두사가 대궁를 들고 카게를 겨누자 아그리스도 뒤따랐다. 남녀가 힘을 합쳐 공격해오자 카게는 기이한 미소를 짓더니 퍽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블링크였다.

서걱.

카게가 블링크로 남녀 사이를 관통하고 지나가자 잠시 후 고기가 잘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그리고 아그리스의 수급이 허공을 향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갔고 메두사의 아름다운 얼굴은 사각으로 갈라져 두 동강나버렸다.

털썩.

메두사의 두 쪽이 난 머리의 일부가 대전 바닥을 구르고 아그리스의 잘려진 목 부위에서 솟구치는 피는 천장을 붉게 채색해 버렸다. 카게는 떨어지는 아그리스의 수급을 왼손으로 잡고는 다시 한번 대소(大笑)를 터트렸다.

"으하하. 이게 네크로폴리안에 도착하는 순간 센티넬과 스콜지는 시산혈해로 변해버릴것이다. 모든 것은 그분이 원하는 대로..."

붉게 물든 카게의 눈에는 처참하게 변해버린 대전의 참상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직 명령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이행할 수 있다는 기쁨에 빠져 있었다. 카게는 밖으로 나가기 전에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질렀다.

화르르륵...

우아한 가구와 수백이 넘는 장식물로 아름다웠던 대전은 지옥으로 변한 현재를 감추고 싶었는지 너무도 쉽게 화염을 받아들였다. 화염속에 사라지는 그레이브야드는 생사가 일순간에 결정나는 전쟁의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유혈이 강물을 이루었다.


그런데 대전 바닥에 쓰러져 있던 메두사의 얼굴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자 피부가 쪼그라들더니 떨어져 나갔다. 뜻밖에도 메두사는 흉측한 구울의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다.




  • 카이지아 2006.04.21 23:50
    카오스를 안하시는 분이라면 이해를 못할 부분이 많은 거 같아서 죄송하네요...
    되도록 비 카오스 플레이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