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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2 01:21

[카오스] Seven Gate - Ruin and Decay

조회 수 229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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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티어와 칸젤은 눈앞에 펼쳐진 악몽 같은 현실에 할 말을 잃었다. 철저하게 파괴된 그들의 고향, 사테로스의 모습이 그들 눈에 아프게 투영되었다. 잿더미로 변해 버린 집들과 군데군데 방치된 유골들이 황혼에 물들어 붉게 변해 있었다.

칸젤이 입술을 꽉 깨물며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모르겠다. 다만 이 참사가 한달에서 한달 반전에 발생했다는 것 말고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알 수가 없구나...”

파괴의 잔재에서 사건의 시간을 추정할 뿐, 더 이상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데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그만큼 사테로스는 철저하게 파괴돼 있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알아내야지...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했고 누가 저질렀는지... 그리고... 복수를 해야지!”

세티어는 이를 갈았다. 그 동안 스스로 수많은 살육과 파괴를 저질렀지만 자신이 몸담아 있던 거처가 파괴된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세티어의 눈동자에 증오와 복수의 불꽃이 활화산처럼 타고 있었다. 세티어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가자.”
“어디로 가야 합니까?”
“암흑신전. 마신관의 거처다.”
“알겠습니다.”

세티어와 칸젤은 암흑신전으로 향했다. 암흑신전은 어둠의 신인 사테라온을 믿는 신도들이 의지하고 기대하는 정신적인 터전이었다. 그러나 사당으로 가는 길목은 불타고 파괴된 건물의 잔해와 살해당한 유골들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신전을 향해 묵묵히 걸어갔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동자는 수많은 말들을 하고 있었다.

“역시 암흑신전도 파괴됐군.”

세티어와 칸젤을 잿더미가 돼버린 신전이 반겨주었다. 수천 톤이 넘는 대리석 기둥이 부숴져서 볼품없이 널부러져 있었다. 곳곳에 오크들과 세티어 일족들의 시체가 있었다. 세티어가 나직이 읊조렸다.


“하지만 신전은 많은 말을 하고 있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티어의 뜬금없는 말에 칸젤은 두 눈에 의문을 가득 안고 질문했다.

“무너진 탑을 보아라.”

세티어가 신전의 한가운데 있던 탑의 흔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칸젤은 눈을 크게 뜨고 자세하게 노려보았다.

“그렇군요. 이건...”

무너진 탑에는 수많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신관이 사용했던 얇은 쇠사슬이 남긴 자흔(疵痕)부터 카게가 휘두르던 칼의 궤적까지...

“바닥에도 수많은 흔적이 남았다.”

“최소한 서른 놈 이상이 신전에 쳐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한 놈 한 놈이 상당한 고수들이었습니다.”

“정확하다. 전원 시미터류의 병기를 사용한 자들이다. 단 한 놈만 제외하고.”

세티어가 주시하는 것은 마당 한 가운데에 깊숙하게 파여 있는 발자국이었다. 무려 다섯 치 깊이의 족인은 강력한 진각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스콜지와 센티넬을 통틀어 이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는 많았다. 범인을 유추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 세티어가 고개를 저을 때, 칸젤이 세티어를 불렀다.

“ 세티어님. 사투의 흔적은 사방에 가득한데 정작 중요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 시체 말이냐?”
“ 네. 신전을 공격하다가 죽은 놈들은 지들이 알아서 회수했다고 치더라도 마신관은 어떻게 된 것인지...”

신관의 종적이 묘연하다는 칸젤의 말에 세티어는 마신관이 살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신전에 난 흔적으로 보아 난입한 놈들은 강자들이다. 만약에 살아 있다고 해도 치명상을 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멀리는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장소를 고르라면... 맞아! 거기야!’

세티어는 신전의 본당을 향해 뛰어갔다. 돌계단을 몇 단씩 성큼성큼 뛰어 오르는 세티어의 발걸음에 다급한 심정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칸젤은 세티어의 갑작스런 행동에 눈을 껌뻑이다가 그 뒤를 따랐다.

“ 세티어 어른.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잿더미로 변해 잔해만 남은 사당의 본당을 세티어가 정신없이 헤집자 칸젤은 질문했다.

“지하실을 찾아야한다.”
“네? 지하실이라니요?”

칸젤의 반문에 대답할 정신이 세티어에게 없었다. 세티어는 잔해를 치우고 본당의 바닥을 드러내는데 전력을 다했다. 칸젤은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한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세티어와 행동을 같이했다. 얼굴과 손, 옷가지가 재로 인해 지저분해졌지만 두 사람은 말없이 본당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찾았다!”

세티어가 불타 버린 잔해를 치우고난 바닥에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게 오목한 홈이 파여 있는 석판을 바라보며 외쳤다.

“이것이 지하실로 들어가는 출입구입니까?”
“그렇다. 예전에 신전을 지은 목수한테 비밀리에 지하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

세티어가 석판을 열자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 안은 한줄기 빛도 없어 어둠에 묻혀 있었다. 세티어는 거침없이 지하로 내려가자 칸젤은 주변에 있던 나무막대기를 주웠다.

칸젤은 세티어를 뒤 따라 가면서 주운 막대기에 천을 감싼 뒤 기름을 뿌려 횃불로 만들었다. 불을 다스리는 블레이즈 라이더인 칸젤만이 가능한 묘기였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도 불이 필요 없을 만큼 가공할 시야와 공간포착능력을 지닌 세티어에겐 필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음습한 지하계단을 내려가는데 한줄기 불빛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계단마다 누군가 흘린 피가 굳어 검게 변한 흔적도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마신관이 지하실로 피신했군. 하지만 흔적을 보니 심하게 다친 것 같군. 어서 내려가 봐야겠어.”

세티어는 빠르게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나 지하실은 물경 십장 깊이나 되는 지하 속에 만들었고 계단을 꼬불꼬불 휘어 있어 세티어의 속을 새카맣게 태웠다.

“문이 잠겼군. 아직 마신관이 안에 있군.”

지하실 입구는 철판을 엽 겹이나 두른 철문이었다. 세티어는 철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에서 잠겨 있어 열지 못했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증거였기에 세티어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 마신관... 나 세티어요.. 어서 문을 여시오.”

철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외쳤지만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었다. 일각이 넘도록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쳐도 지하실 안에서 일체의 반응이 없자 세티어의 얼굴은 굳어져 갔다.

“뒤로 물러서라.”
“네, 세티어 어른.”

세티어는 피의 성직자 엘딘과의 전투에서 반겸(半鉗)으로 변해버린 애병을 꺼내 들었다. 마치 장작이라도 패는 듯 세티어는 반겸을 두 손으로 잡고 아래로 내리쳤다.

우웅~.
콰쾅.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칼의 궤적을 따라 새파란 초승달이 분출되었다. 암흑투기로 이루어진 푸른 초승달, 다크 스톰이 철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들어가자.”
“네.”

안으로 들어가자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실 한 가운데에 돌 침대가 놓여져 있었고 그 위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마신관!”

세티어는 돌 침대를 향해 뛰어갔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기 썩은 냄새가 진동하자 세티어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런! 빌어먹을...”

돌 침대에 누워 있는 마신관은 사람이라기보다 고깃덩이에 가까웠다. 왼팔이 잘려져 있었고 보기만 해도 섬뜩한 흉측한 암기 열 개가 몸통 전체에 박혀 있었다. 게다가 심한 화상으로 짓이겨진 피부는 썩어가고 있었고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마신관. 정신 차리시오.”

세티어가 애타게 외쳤지만 신관의 반응은 없었다.

“어서 눈을 뜨시오. 내가 왔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마신관은 시체나 다름없었다. 세티어는 마신관의 맥을 짚어 보고는 절망했다.

“늦었어... 너무 늦었어...”

세티어는 마신관의 손을 놓고 고개를 숙였다.

“ 세티어... 왔느냐....”
“ 마신관!”

마신관이 눈을 떴다. 그러나 너무나도 미약한 음성은 최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젠... 아프지 않... 구나... 그동안 너무나 아팠는데...”
“마신관......”
“괜... 찮다... 그보다... 이렇게 성장한 너를 볼 수 있게... 해준 하늘에... 감사... 드려야 겠구나....”

세티어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마신관을 보자 가슴이 발기발기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누구요? 누가 마신관을 이 꼴로 만들었소? 누가 신전을 지옥으로 만들었단 말이오?”
“카... 카게... 센티넬의 카게가...”

세티어의 가슴에 원한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고 뇌리에는 복수가 떠나지 않았다.

“카게... 카게... 빠드득... 내 이 원한을 잊지 않겠다. 필히 복수를 하고 말테다.”
“세티어... 중요한... 건 복수가... 아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암흑신전의... 부활이 가장... 중요... 하다... 그것도 더 이상 권력의... 앞잡이가 아닌 자유롭고... 독립된 암흑신전을...”

마신관은 자신이 목표하던 꿈을 세티어에게 부탁했다.

“알았소.. 하지만 마신관이 없는 암흑신전이 어디에 있겠소. 그러니 일어나야 하오.”
“난 늦었다... 새 술은 새 부대란 말을 너도 알고... 있지... 새 신전은 새로운... 마신관이 있어야한다... 나처럼... 과거의... 망령에... 빠져 있는... 쿨럭, 쿨럭...”
"마신관!”

기침 속에 피가 섞여 있었다. 그러나 바닥에 떨어진 마신관의 피는 신선한 선혈이 아니었다. 검게 죽어버린 피. 내장마저 썩었다는 증거였기에 세티어의 얼굴에 참담한 기색이 떠올랐다.

“밑에.. 목갑이 있다...”
“무엇이오?”

세티어가 목갑을 두 손에 안고 질문했다.

“리절렉션과.. 네 아버지가 쓰던... 다크 사이더가... 들어 있다...”
“어째서... 어째서 리절렉션 스크롤을 쓰지 않았소?”
“써봐야 ... 생명을 연장할... 뿐이니까... 게다가 이렇게 다친 지금... 리절렉션의 신성력을... 견뎌낼 자신도... 없었다...”
“크윽...”

목갑이 세티어의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목갑이 열리면서 밀봉한 스크롤 한장과 마신관의 징표, 먹빛으로 빛나는 얇은 낫이 떨어졌다.

“리절렉션과 마신관의 징표는 차기 마신관에게 주어라...”
“차기 마신관은 누구요?”
“그... 그 아이... 10년 전 찾아왔던...”

세티어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경직됐다.
그러나 곧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았소. 내 목숨을 걸어서라도 마신관의 소원을 들어주겠소.”
“고맙... 군... 그리고 염치없지만... 부탁을 하나 더 하마...”
“무엇이오?”
“절대... 스콜지의 최고 간부에 들지 말아라... ”

세티어는 한참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분명히 마신관이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부터 알아보고 행동해도 늦지 않은 일이었다.
  
“알겠소. 내 꼭 그렇게 하겠소...”
“드레나이의... 직계는 내가... 마지막이다... 혈족이라고 해봐야... 그 자만이 남았구나... 그에게... 신전의 재건을... 도와달라고 하여라...”
“그자가 누구요?”
“허억... 아, 아크마... ”
“아크마!”

세티어는 경악했다.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이름을 들었으니 당연했다. 세티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가 마신관의 숨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신관! 마신관...”



그는 세상을 떠나버렸다. 눈 가득히 세상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안고서... 세티어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마신관의 눈을 감겨주었다.

“칸젤.”
“말씀하십시오.”
“이곳 전체를 폭발시켜라...”
“네? 네. 알겠습니다.”

세티어는 칸젤의 힘으로 지하계단을 봉쇄하기로 마음먹었다. 지하실을 마신관의 무덤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지하 십장 깊이의 무덤이라면 앞으로 그 누구라도 마신 사테라온을 향한 마신관의 여정을 방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콰쾅.

칸젤의 화염마법이 지하계단을 완벽하게 함몰시켰다. 세티어는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은 사당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모르겠어... 생각할수록 의문만 느는구나. 일단 루시퍼 늙은이부터 찾아보자. 둘이 합심하면 이 의문들을 풀 수 있겠지."
“세티어 어른. 비가 옵니다. 일단 비를 피하셔야지요.”

칸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제야 세티어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새파란 청발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어둠 속에 숨어버린 하늘이 암흑신전의 참사를 슬퍼하는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 SKEN 2006.01.12 14:50
    잘 읽었습니다!
    워3 유즈맵 카오스를 소설로 만들어내시다니
    몇 판 카오스를 했던 사람으로서는 흥미있게 읽을 수 있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게임 하나로 스토리를 잘 짜시는듯! 앞으로도 건필하세요/[..개인적으로 오블리를 어서!(푹!!)]
  • 카이지아 2006.01.12 18:59
    ... 오블리는... 나중에나 등장할 거예요 ㅠㅅㅠ(쿨럭;)
  • 미카엘 2006.01.16 15:56
    오블리!!
    무한의 몸빵!!
    이라지만..
    다래언니가 더썌요~ 랄라..
    다래언니는 먼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