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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12 01:19

[카오스] Seven Gate - Evil W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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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휠 로즈가! 우움! "

" ......"

붉은 제단 위에서 한 인영이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 인영의 눈은 눈자위가 하나도 없이 허여멀건데다 흉측한 뿔이 머리 곳곳에 돋아나 있었다. 차마 쳐다보기도 끔찍할 모습... 그러나 그는 그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의 발 밑에는 입이 막히고 공포에 질린 모습의 중년여자 한 명이 몸서리를 치며 누워 있었다. 끊임없이 바둥거리지만, 그럴 때마다 그 인영의 발길질에 커다란 고통을 느끼고 내장이 뒤틀리는 듯 했다. 거의 반쯤 정신이 나간 그녀의 눈에, 천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끼우우우우우 -
크아아아악 -

" 암 바로. 크라크르르온테... 샤마알로우드..."

괴물같은 자가 주문을 외울 때마다 끔찍한 귀곡성이 천장에서 울려퍼진다. 그녀는 눈을 감고 싶었다. 그러나 감을 수가 없었다. 익숙한 얼굴이, 정이 든 얼굴이 천장에서 고통에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하늘을 뒤덮은 듯 어두워진 천장에는 수천, 수만 개의 얼굴이 매달려 있었다.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고통을 호소하는 표정이었다. 후웅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 파이어볼의 주문이 떠오를 때마다 거꾸로 매달린 그들의 얼굴은 그을려졌다가 금새 불타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파이어볼이 다시 용암지옥으로 내려가자 마자 꾸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시 얼굴과 몸통이 다시 생겨났다.

그 중에서 그녀의 아들이 있었다. 이제 겨우 12살이 된, 그녀의 아들 알베르. 숲속 마을에서 제일 활기차고 어른들에게 귀여움 받던 소년. 그러나 알베르의 얼굴은 거의 타버려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머엉하니 눈을 희뜬 알베르의 모습은 이 지옥도의 잔혹함을 말해주는 증거였다.

' 죽고 싶어.'

산 채로 남편이 거대한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보았다. 도살자라고 불리던 그 괴물은 남편의 내장을 핥으면서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악마들은 그녀에게 그 내장을 강제로 먹였다. 몇 번이고 토하면서도 그 괴물들에 대한 증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아들이 고통받고 있었다. 차라리 죽여달라는 듯.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다. 잠시동안 그녀와 아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아들은 억지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이 나오지 않는 듯 했다.

톡.

그녀의 뺨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아들의 눈에는 물기가 맺혀 있었다. 아들의 눈물이었다. 한참 주문에 열중하던 괴물은 놀라운 듯 주문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참동안 억지로 눈을 아래로 맞춰 아들의 눈물을 바라보려 했다. 큰 물방울이 그녀의 시야를 채웠다. 괴물은 껄껄 웃었다.

" 크크, 놀라운 일이군... 1억도가 넘는 불길에서도, 인간에겐 눈물이 나오는가?"

" ......!!"

" 크하하하! 좋아좋아... 사실 여기서 실험체는 모조리 태워버리려고 했는데... 네 아들은 특별히 되살려주지. 충실한 구울로 말이야."

" 루시퍼님! 큰일났습니다!"

괴물의 이름은 루시퍼였다. 한참 끌끌대며 그 상황을 즐기고 있던 루시퍼는 부하의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 손가락을 들었다. 그러자 급히 나타난 부하 구울의 팔이 화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타올랐다.

" .. 으... 으으..."

" 이래서 멍청한 구울이 싫어... 어쨌든 말이나 하고... 타서 없어지거라."

" 으.... 적이... 기지를... 침입..."

" 뭐?"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사람들이 매달려 있던 천장이 폭음과 함께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두 인영이 떨어져 내렸다. 깜짝 놀란 주변의 구울과 스피릿들은 저주의 발톱과 악마마법을 뿌렸다. 수백, 수천에 이르는 적들의 공격에도 전혀 겁먹지 않은 듯 한 인영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입에서 조그마한 말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등에 매달려 있던 대검이 번개처럼 뽑혔다.

투웅!

" 화풍신공(火風神功) 화륜천람검악(火輪天攬劍岳)."

맨 앞에서 그 대검의 사내에게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던 구울은 눈을 의심했다. 대검이 뽑혀져 나오면서 검날이 완벽하게 불꽃으로 화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그 구울은 다행이었다. 죽기 전에 최강의 용병으로 불리는 질풍기사단장의 검법 제 일식을 구경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쿠화아아아아!
콰자자자작!

무지막지한 소리와 함께 대검의 사내를 둘러쌌던 수많은 구울과 스피릿들이 한 순간에 연기가 되어서 피어올랐다. 검날에 맺힌 화풍신공의 기운은 만사(萬邪)를 제압하는 정화의 불꽃. 스콜지의 영웅조차 당해내기 힘든 절학을 구울 따위가 당해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 일격에 반수의 병력이 몰살했고, 구울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 단장! 너무한 거 아냐?"
" 단장! 너무한 거 아냐?"
" 또 너먼저 다 해먹냐? 넌 이제 단장이 아니라 젠장이다!"
" 또 너먼저 다 해먹냐? 넌 이제 단장이 아니라 젠장이다!"

왁자지껄하며 뒤에 나타나서 욕설을 퍼붓는 두 아인족(亞人族)이 있었다. 그들은 기이하게 생긴 마차에 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말은 없었다. 무엇으로 움직이는지 궁금한 마차였다. 그 때 허공에 뛰어올라서 마차를 공격하려고 하는 구울 한 마리가 끼에엑 하고 외쳤다.

쌍둥이인 듯 완벽하게 닮은 두 형제. 그들은 구울을 쳐다보는 표정도 같았다. 무언가 한 마리 낚았다는 듯한 즐거운 표정. 구울의 손톱이 반쯤 내려왔을 때 그들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뻗어나와서 구울의 얼굴에 닿였다.

콰콰콰콰쾅!

어마어마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단순히 한 줄기의 기운이 나타난 것 뿐이었는데도 주변의 남아있던 구울들은 모두 터져나갔다. 그게 끝이 아닌지 그 뒤에 있던 스피릿들에게도 폭발이 연속해서 덮쳐나가서, 마침내는 제단 위에 있던 루시퍼 이외에는 어떠한 스콜지도 남지 않았다.

질풍기사단장, 버서커는 조용히 검을 들어서 루시퍼를 겨눴다. 그의 눈에는 거대한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동방의 무예수련자인 사부에게 화풍신공을 전수받고 전설의 갑옷인 실버 아머를 입게 된 이후로 그에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이 난세에 약한 자를 위해서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위해서는 스콜지이든 센티넬이든 상관이 없었고, 때문에 용병단을 창설해 떠돌아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버서커는 분노해서 외쳤다.

" 베나자르의 충복, 루시퍼! 사람을 마법 연마의 제물로 쓰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 큭, 버서커 나리시군. 게다가... 옆은 폭음형제인가? 노움 족에서 쫓겨난 천재 과학자 쌍둥이... 마법으로 마차를 개조해서 폭발하는 마법의 기운을 쏟아내다니 대단해. 아... 연속폭발이라고 부르면 딱 알맞은 기술이군."


폭음형제는 루시퍼의 칭찬에 으쓱하는 표정을 짓다가, 버서커가 노려보는 것을 보고 황급히 화를 내며 외쳤다. 칭찬에 약한 녀석들이었다.


" 뭘 믿고 그렇게 여유만만한지 모르지만, 오늘 너는 죽을거야!"
" 뭘 믿고 그렇게 여유만만한지 모르지만, 오늘 너는 죽을거야!"

" 글쎄, 그럴까?"

루시퍼는 웃었다. 그의 손이 천장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허공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곧 퍽! 하는 소리가 수박 터지듯 울렸다. 모든 인간들의 몸통과 머리가 터져나가며 피의 비가 내렸다. 피로 흠뻑 젖은 루시퍼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중년여자의 머리에 손을 대고 중얼거렸다.

" 크흐흐... 지옥의 죄인들을 다스린다는 염라대왕. 그 염라대왕이 너의 몸으로 현신하는 것이다! 인간의 여자여, 영광으로 알거라...!!"

" 뭐라고? 염라대왕을 소환한다고...!!"

버서커와 폭음형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스콜지의 제왕 베나자르나 센티넬의 여왕 마이에브 조차도 죽어서 망자의 강을 다시 넘어올 수는 없다. 왜냐하면 염라대왕을 이기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세계의 태초부터 존재해 온 마왕을, 이 자리에 현신시킨다는 것이다. 그들은 급히 루시퍼를 공격해 갔다. 여차하면 여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었다.

" 죽어라, 루시퍼!"

버서커의 대검에서 붉은 빛이 튀어나와 그의 온몸을 감쌌다. 눈마저 붉어졌고 이빨이 굵게 돋아났다. 흡혈귀의 먼 후예인 버서커만이 쓸 수 있는 광전사의 기술이었다. 신진대사가 활성화된 그의 몸이 허공을 날아서 수십 바퀴를 돌았다. 광폭한 사자후가 터져나와서 광장을 가득 메웠다.

[ 질 풍 유 혈 난 참 ]

그와 동시에 폭음형제는 음과 양의 플라즈마가 담긴 비커를 꺼내어서 허공에 흩뿌려서 마법의 주문을 외웠다. 플라즈마가 충돌하면 일순간 모든 공간이 초전도상태에 빠지고, 그 때 불안정한 마법의 기운을 흘려넣으면 공간이 일그러지며 공간이 수억 도의 고열로 터져나간다. 폭음형제는 그 기운을 이렇게 불렀다.

" 광폭발!!!"
" 광폭발!!!"

우오오오오오오오 -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공간이 찢겨저 나간다. 시간을 수십 배나 압축한 듯 버서커의 몸이 음속, 초음속을 넘어서 수천 번이나 대검을 휘둘렀다. 화풍신공을 극한으로 성취한 자만이 화풍신공의 신기를 이용해서 질풍유혈난참을 쓸 수 있었다. 루시퍼의 마법 실드는 질풍유혈난참에 부딪혀서 힘없이 깨어져나갔다. 그러나 루시퍼에게는 특이한 아티팩트가 있는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 젠장!"

버서커가 튕겨나듯 물러남과 동시에 폭음형제의 광폭발이 루시퍼가 있는 곳을 덮쳤다. 음과 양의 플라즈마의 합일은 감당할 수 없는 위력의 부조화를 낳는다. 루시퍼의 얼굴이 새하얀 백광에 덮히면서 공동 전체가 날아가는 듯 굉음이 울렸다. 노움들이 핵폭발이라고 부르는 최악의 사고나 다름없는 위력이 강림했다.

소리가 너무 크면 들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광폭발이 일으킨 에코 웨이브가 회랑의 절벽을 부숴서 모든 것이 가라앉는 와중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뭐라고 소리치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폭음형제와 버서커를 바라보며, 중년부인은 힘없이 눈을 감았다.








그녀가 눈을 뜬 것은 센티넬의 수도, 알비온이었다. 알비온에서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미친 듯이 울었고, 3일 밤낮을 우는 그녀를 간호한 것은 폭음형제들이었다. 버서커는 큰 일이 생겨서 나갔다고 왁자지껄 떠드는 폭음형제들의 수다는 방문을 열고 한 여인이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 당신이 루시퍼의 실험에서 구출되신 분인가요?"

" ... 예...."

" 저는 시종장, 실크라고 합니다. 잠시 저를 따라오시지요."

실크라는 여자는 아랍이라고 불리는 대륙에서 흔히 입는 무희복을 입고도 창피함이 없는 듯 당당히 궁중을 걸어갔다. 중년부인은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실크를 따라서 커다란 왕궁 안으로 들어갔다.

큰 대전 안에는 경갑을 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린 마스크를 벗고 중년부인을 향해 싱긋 웃었다.

"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군요."

" ... 누구...?"

" 전 이 센티넬 연맹을 책임지고 있는 마이에브라고 합니다."

마이에브는 부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그 모습에 그녀도 마음이 풀어져서 어느샌가 예전처럼 말을 하게 되었다. 마이에브는 한참이나 센티넬과 언데드의 투쟁에 대해서 설명하다가 말했다.

" 루시퍼는 정말 교활한 자였습니다. 있지도 않은 염라대왕의 소환을 말하면서 그의 장기인 매스 텔레포트(Mass Teleport)를 준비하고 있다가 도망갔더군요."

" 루시퍼...!!"

그녀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남편도, 아들도, 주변 사람들도. 그 모든 것은 루시퍼 때문이었다. 스콜지 때문이었다. 그녀의 분노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이에브는 말을 이었다.

" 얼마 전 그가 명계의 수호장인 둠 가드를 소환하는 술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을 그대로 놔두었다면... 당신의 몸은 둠 가드가 소환되는데 쓰일 매개체가 되어서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정말 악독한 자입니다."




" ... 복수... 복수를 원해요!"



여인의 눈에 게걸스럽게 웃고 있는 마귀의 얼굴이 투영되었다.
눈 속에서 진홍색 지옥불이 미친듯이 타올랐다.
복수심이 마음을 말렸다.

여인의 온 몸이 떨렸다.
상종할 수 없는 원수와 같은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치욕스러웠다.



"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당신만이 얻을 수 있는 힘이 있어요."

" 어떤...?"

마이에브는 상냥하게 웃었다. 그녀는 그 웃음 속에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 헬 드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