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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모래의 전쟁        -인도자-




#5





자줏빛의 황혼이 지고 안쉬(Anshi)가 수평선 아래로 도망치자, 여동생인 무샤(Musha)가 그 희미한 빛을 쫒아 하늘로 떠올랐다.


여사제는 푸른 용군단이 지키고 있는 마력의 절벽 위에 서있었다. 엉겁의 세월동안 무수한 변화를 거친 대지의 파수꾼이 가리킨 푸른 용군단의 성지.


‘데쓰윙(DeathWing)’이 된 검은 용 넬타리온은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푸른 용 말리고스의 용군단을 ‘데몬소울’하나로 거의 괴멸시켰고, 충격과 슬픔으로 상처 입은 말리고스는 혹한의 땅 노스랜드로 종적을 감췄으나 칼림도어에 남아있던 푸른 용 ‘아주어고스’는 휘하에 있던 소수의 용군단을 다시 일으켜 마법을 수호하는 신성한 의무를 다시 시작하였다.


마력의 무분별한 남용으로 고통 받던 아즈샤라의 대지는 마법의 수호자들이 다시 이 땅에 나타남에 따라 아주 느리게 그 생명력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명가의 영혼들 또한 저주받은 몸에 뒤엉켜 있던 마력의 폭풍들을 용군단의 도움으로 하나 둘씩 잠재울 수 있었다.


여사제는 마력으로 빛나는 푸른 절벽 밑으로 내려갔다. 작은 오솔길이 마치 여사제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자 온 갓 마법진들로 이루어진 넓은 평지가 나타났고 절벽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커다란 동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엘룬의 은총을 받은 나이트엘프여, 이곳은 함부로 발을 디뎌서는 안 되는 성역이다.”


그녀의 뒤에서 인간으로 보이는 인영이 나타나 걸음을 멈추게 했다.

여사제는 엘룬의 축복이 담긴 지팡이를 공중에 높이 치켜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곳 푸른 용군단의 수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길을 열어 주시겠습니까?”


파랗게 빛나는 그 인영은 빛을 거두고 인간 남성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사제를 뚫어져라 응시하다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은 한없이 찬란한 푸른빛으로 빛났다. 여사제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다시 말하였다.


“마법의 수호자여, 저는 엘룬의 사제로서 이곳에 왔습니다. 이곳 아즈샤라의 슬픔을 텔드랏실의 사제를 대표하여 치유할 의무가 있습니다.”


“필멸의 존재여. 그대의 영혼은 마력으로 더럽혀지지 않았구나. 이곳에 머물러도 좋지만 우리 용군단의 수장 아주어고스님은 이곳에 계시지 않구나.”


그의 말에 여사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용군단의 수장은 외부의 어떤 위협에 의해서 그것을 용군단 자체가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아니면 용군단을 떠나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사제가 생각에 잠기자 그가 이런 생각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사제에게 말하였다.


“그분은 나가에게 갔다.”


“나가라면, 버림받은 자들입니다.”


여사제는 버림받은 나가에게 용군단이 관심을 가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마력을 잃고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비참한 종족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가 대답하였다.


“나가 세이렌들이 아즈샤라 해변에 숨겨진 위험한 마법을 찾아냈다. 그들이 장군이라 부르는 우두머리가 그것을 자신들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더군. 아주어고스님의 부관인 ‘비아고스’님이 찾아가 마법을 빼앗아 오려 했지만 아주어고스님이 이례적으로 직접 찾아 가셨다.”


“그럼 나가가 있는 지역으로 가겠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말을 마치자 여사제는 서둘러 나가가 사는 진 아즈샤리 폐허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여사제는 뜻밖의 강력한 제지를 받았다.


“잠깐, 우리는 그분이 가시는 곳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받았다. 그분을 만나고 싶다면 여기서 잠시 머물러 있거라.”


그는 움직이려던 여사제의 지팡이를 강한 힘으로 끌어당겨서 그녀를 제지하였다. 지팡이는 놓치지 않았지만 여사제는 엘룬의 축복이 담긴 그 지팡이를 빼앗아 가려고 한 것에 분노하여 그에게 큰 소리로 소리쳤다.


“당신이 마법의 수호자라는 것에 경외감을 느끼지만 이런 무례한 짓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인간 남성은 여사제에게 푸른 눈을 번뜩이며 냉랭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자네 같이 당돌한 나이트엘프는 참으로 오랜만이군, 어리석은 용기는 거기까지 해라! 그 지팡이에 담긴 엘룬의 은총은 한 낱 상징에 불과하지 않느냐!”


“용군단이 이렇게 무례할 줄은 몰랐습니다! 당신이 용군단의 비호를 받고 있다지만 한 낱 인간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어둠의 권능을 당신에게 쓰고 싶지는 않군요.”


여사제의 말이 끝나자 그가 쓴 웃음을 짓더니 여사제의 코앞으로 순간 이동하였다. 여사제가 당황하여 어떻게 할 틈도 없이 그가 여사제의 허리를 안고 어디론가 공간 이동을 하였다. 순식간에 공간이 비틀리고 두 인영이 있던 자리에 작은 마법진과 푸르스름한 마력의 불꽃이 일렁이다가 그것도 곧 사라져 버렸다.


두 인영이 사라진 마력의 대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른 빛 만 감돌뿐이었다.

  • 미라쥬 2009.05.31 21:46

    잘..쓴다..

    엄청 오랫만의 연재인데 녹슬지 않았군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