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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숲이 어두워지고 하늘 위는 달이 지배하고 있었다.
항상 노을빛이라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아즈샤라의 특징이었다.
여사제는 밤이 되어도 아무도 없는 텅빈 숲을 걸었다. 고대의 칼도레이 도시에 대한 깊은 슬픔을  느끼며 걷고 또 걸었다.

검게 변한 낙엽이 수북히 쌓인 숲은 밤이 되자 더 을씨년스러웠다. 바람이 불어 낙엽과 죽은 나무들을 몇번 흔들어 놓고 지나가자 여사제는 어디선가 낯이 익은 냄새를 맡았다. 여사제는 조심스럽게 바람이 불어온 쪽으로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죽은 숲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또다시 높은 절벽이 나타났다. 그 곳에서 여사제는 바람을 타고온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절벽 아래를 맹렬히 때리는 성난 파도가 흩어지면서 깊은 바다 냄새가 바람에 실려왔다.
달빛이 검은 바다를 비추자 새 하얀 파도가 달빛을 삼키기 위해 맹렬이 뛰어올랐지만 파도 또한 달빛의 은은한 빛에 정체를 드러냈다. 곳곳에 암초들이 솟아올라 기이한 형태를 보였고 절벽 밑에는 커다란 바다 생물들의 뼈가 파도가 부서질 때마다 보였다.

"이곳은 바다마저도 죽어있구나."

여사제는 슬픈 목소리로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즈샤라는 잔인한 땅이었다. 활기차고 강한 생명도 이곳에 오면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끈임없이 되물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타나리스의 사막도 이보다 삭막하랴.

여사제의 볼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땅은 엘룬마저도 버렸다고 생각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제서야 여사제는 피로감을 느끼고 배고픔도 느꼈다.

사냥이 엘룬의 축복이라 여기기 때문에 나이트 엘프 들은 사냥을 즐긴다. 그러나 이 곳은 생명체는 커녕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잿빛 골짜기에서 가져온 다르나서스 치즈를 여행 가방에서 꺼내어 먹었다.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그녀는 이 곳에 더이상 미련을 두지 않기로 마음먹고 날이 밝으면 아즈샤라를 떠나리라 다짐했다.



그때 땅이 울리고 대지를 깨우는 듯한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 여사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숲은 적막했다. 그러나 땅은 더욱더 크게 울렸고 새들이 있었다면 그자리에서 놀라 날아가 버릴 만큼 큰 소리가 숲속에 울려퍼졌다.

무엇인가 거대한 물체가 걷는 소리같이 들렸다.
여사제는 불현듯 두려움을 느꼈으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숲속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진동은 이제 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그녀의 발을 흔들어 댔으며 쿵쾅 대는 요란한 소리가 숲에 울려퍼졌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사제는 혹시라도 모를 적의 기습에 대비해 공격적인 주문을 외웠다.

죽은 숲속에 거대한 형체가 나타났다. 달빛에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괴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여사제는 그 모습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두발로 걷는 거대한 거인.
나무들 보다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는 그 것은 다름아닌 대지의 파수꾼이었다.

여사제는 대지의 파수꾼이 모습을 드러내자 공격적인 주문을 멈추고 그 거인에게 다가갔다.
거인의 몸은 절벽과 같은 회색의 돌로 이루어졌고 곳곳에 검은 이끼가 붙어있었다. 목이 없고 어깨 위로 머리가 솟아나 있었는데 얼굴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거인은 여사제를 내려다보고 공기가 떨릴 정도로 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흠. 엘룬의 사제인가?"

여사제가 거인의 앞에 한발짝 다가간 후에 엘룬의 축복이 담긴 지팡이를 들어보이자, 거인이 경계의 눈빛을 풀고 손에 들려있던 통나무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낮은 음성으로 사제에게 말했다.

"앉게."

사제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모든 대지의 파수꾼들이 나이트 엘프들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몇 거인들은 사냥을 즐기는 나이트 엘프들을 싫어하며 대지 위를 소란스럽게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들의 힘은 강대해 모든 종족을 적으로 보는 나가들 조차도 거인들에게는 조심스러울 정도이다.

"…얼마 전에도 한무리의 나이트 엘프들이 이곳을 찾아 왔었네. 사냥꾼 처럼 보였지. 보다시피 이곳엔 사냥할 만한 생명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이곳을 떠나더군. 그대 또한 그들처럼 실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군."

사제는 쓴 웃음을 지으며 거인에게 말했다.

"전 슬픕니다. 이 곳은 저희 조상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돌이 킬수 없게 되어 버렸으니까요."

거인은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수많은 세월을 견뎌낸 그는 이 곳에서 일어난 많은 일을 목격하고 부딪혀 왔다. 그 숨가쁜 사건들에 대해 슬픔에 잠긴 사제를 보며 그 또한 안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는 거대한 손으로 썩은 낙엽과 시커먼 흙을 한움큼 쥐어 바람에 실었다.

"이 땅은 죽어가고 있네."

그리고 주먹을 쥐고 분노를 느끼며 말했다.

"…이미 되돌릴 수 없어."

"……."

사제는 말없이 땅만 바라보았다.
이땅은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사제가 이곳에 온 목적은 고대 조상들의 영혼이 편이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그들은 자신이 손쓰지 못할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고, 대 다수는 증오가 가득한 나가가 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이 땅을 위해 해줄 일이라곤 그저 그냥 이대로 두는 것 밖에 없었다.




"…그가 곧 큰 소란이 일어날 것이라 하더군."

거인의 말에 여사제가 고개를 들고 거인을 쳐다보았다. 거인은 남쪽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저 곳에 푸른 용이 살고 있네. 그의 지혜는 날 뛰어넘지. 가끔씩 그가 이 곳을 배회하는데 어느날 나에게 찾아와 곧 이 곳이 소란스러워 질 것이라 하더군."

여사제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인에게 푸른 용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푸른 용군단의 수장이네. '마법의 수호자 푸른용 아주어고스'. 어느날 한무리의 용군단이 나가들에게 찾아갔지. 그 이후로 저 아래에 사는 나가들이 꽤 소란스러워 지더군. 궁금하다면 찾아가 보게. 용군단을 만날 용기가 있다면 말일세."

말을 끝내고 거인은 땅에 내려 놓았던 커다란 통나무를 손에 쥐고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멀어지는 거인을 보며 여사제는 내일 용군단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다.












사진- 푸른 용군단의 수장 [아주어고스]

  • 아델 2007.05.09 01:33
    라산타나 안하시고 이거 재연잽니까 ;ㅂ;..

    뱅상씨도 좋지만 워크♡
  • [D.O.H]아쿠아마린 2007.05.17 00:13
    lol 브론즈비어드의 일기와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감정이 더 충실히 표현되어있어 또다른 재미로군요;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