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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사제는 고대 명가의 원혼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아름다운 노을빛의 아즈샤라 하늘을 따라 길을 재촉했다. '칼도레이'라 불리던 고대의 나이트엘프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숲의 중심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죽은 나무들 사이를 쓴 웃음을 지으며 걷던 중 갑작스런 절벽이 나타나 당황했다.


마치 땅이 아래로 푹 꺼진 것 같아 보이는 지형아래에는 한때 찬란했던 칼도레이들의 위대한 도시 '진 아즈샤리(Zin-Azshari)'의 폐허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까마득한 옛 조상들의 실패한 도시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여사제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현재의 나이트 엘프의 도시 구조와는 전혀 다른 웅장한 석조 건물들과 높은 탑들이 폐허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백색의 대리석 빛만큼은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폐허의 모습에 여사제는 마치 홀린듯 폐허로 내려가는 길을 찾았지만 곧 그것은 자살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칼도레이의 저주받은 후손인 나가들이 폐허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가들은 나이트 엘프들 뿐만 아니라 아제로스에 사는 모든 생명체에게 적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심연의 목소리를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한다. 그 목소리의 원천인 고대 칼도레이의 여왕 아즈샤라(Queen Azshara)는 어쩌면 뒤틀린 황천보다 더 깊고 깊은 혼돈의 소용돌이(Mael strom) 속에서 세상의 모든 나가와 바다 괴물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 아무리 지혜롭고 현명한 나가라 할 지라도 아즈샤라 여왕의 목소리는 본능과 같이 그들의 온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인간들이나 오크 또는 드워프들은 나가들이 그저 저주받아 세상의 모든 것을 증오하는 나이트 엘프의 돌연변이들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지만, 사실은 불타는 군단 보다도 직접적으로 아제로스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세력인 것을 나이트 엘프들은 알고 있다.

여사제는 절벽 아래로 내려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절벽을 따라 남쪽으로 걸어갔다. 마음 속에서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그녀를 괴롭혔지만 나가들과 홀로 맞서는 것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절벽을 따라 폐허의 모습을 기억속에 새기며 걸었다. 나무들이 울창해져 더이상 폐허를 볼 수 없자 여사제는 비로소 발길을 돌려 숲 속으로 사라졌다.

아쉬움은 염원으로, 염원은 간절한 기도로, 간절한 기도는 서글픈 노래로 바뀌어 여사제의 입술이 따라 불렀다.




'여왕은 여왕이 되길 원했네

칼도레이는 여왕을 사랑했네


영원의 샘이 눈물을 흘리고


달빛은 구름의 품에 안기네




이룰 수 없는 염원


이룰 수 없는 사랑


후회의 강물은


혼돈의 대해로 흘러가네




칼도레이는 여왕을 사랑했네


여왕은 여왕이 되길 원했네


눈물이 떨어져


돌아 오지 않는 사랑을 지우네.'



여사제의 눈물이 노을빛 아즈샤라를 적셨다.





  • 도톨묵 2007.04.24 15:33
    짜...짧아요. 아쉽지만 표현력이 이부분이 굉장히 좋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