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2010.05.23 22:13
10. 5. 14. 無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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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앉은 자리를 따라 빙 둘러가는 뿌연 모래길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면
부스럭거리며 방향을 바꾸는 모래길
뒷덜미와 두 귀를 잡힌 채로 대롱거리는 그 녀석
손바닥으로 공기로 얼굴을 씻긴다
터무니없이 큰 발도 털어내고
조그맣게 톡 튀어나온 꼬랑지도 털어내고
그런데 실컷 털어내고 보니
이 녀석 원래 잿빛이다
어이가 없는지 먼지가 콧속을 간지럽힌 건지
그 큰 귀가 흔들리도록 깔깔대며 웃는다
귀를 붙잡은 나도 덩달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