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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3 22:40

==산

조회 수 53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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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새삼스럽게 자연의 광대함에 놀라곤 한다. 문득 산에 나무를 심고 가꿔낸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계절의 변화에 집착을 보이는 나로서는 당연한 궁금증인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오늘은 맑은 날이었다. 한결같이 군림하고 있는 소나무 사이사이로 벚나무와 식물의 방면에 지식이 없는 내가 알 수 없는 다른 종류들의 나무가 보였다.

나무가 아닐수도 있다. 멀리서 산을 보면 산에는 나무밖에 없는 걸로보이니까. 나무가 많으면 숲이고 높으면 산이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산들은 죄 나무뿐이었다.

등산을 한지 꽤 오래되어 정확하게 짚기란 어렵다. 어쨋든 산에는 많은 생명체와 나무와 꽃들과 돌들이 있다. 그리고 빌어먹을 쓰레기들도 있다. 나도 언젠가 산에 쓰레기를 버렸겠지만 그날은 쓰레기를 주웠던 것 같다. 산이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것일까. 보도나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하는 대인배의 성격을 지닌 건 아니다. 그날은 왠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자연은 서로를 도와가며 살고 있다. 융합하며 생명력을 갖추는 것이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천둥번개가 치는 것들까지 자연의 수명연장에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또한 사람들과의 관계안에서 서로를 도와가며 살고 있지만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왜 도와가며 살아야하는지 같은 생각따위들을 버리고 살아간다. 산에 버렸던 생수통처럼 내용물이 없고 쓸모가 없는 것들은 버린다. 말이 딴대로 세었다. 산에는 나무가 많고 나무를 심고 가꾼것은 누구인지 궁금했을때 내 안에도 -안이라고 하는 부분이 정확히 어디쯤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사람은 마음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음이라고 해두겠다.- 산이 있다면 산속에 군림하고 있는 소나무도 있을 것이고 마음이 변하면서 내 산도 변화하고 초목들도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산에는 벚나무가 없고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나무나 식물들도 없다. 지금 내 마음은 봄이 아닌가보다. 

이름모를 풀꽃들은 내 안이라고 하면 이미 잊혀진 사람들이겠다. 내 산속에도 쓰레기가 있다. 그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누군지는 당장 알아낼 수 없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색출해 낼 수 있을것이다. 찾아낸다고 해서 벌금을 물리거나 할 순 없겠지만.

내가 만났던 사람들중에 꼭 좋은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만났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은혜라는 것이 꼭 되갚아야 하는거라면 꼭 찾아뵙고 감사를 전하고 싶을 정도로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이름을 잊은 분들도 있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분들은 -이름을 잊은 분들도-나의 산을 더 아름답게 해주신 분들이다. 지금도 어떤 초목으로 온전히 계시리라 믿는다.

나는 많은 변화를 거쳤고 지금도 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시와 책을 사랑하고 자연과 동물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까지 사랑할 노력하고 있다. 나에게 시란 산속에서 들리는 새소리와 계곡 물 흐르는 소리와 나무들끼리 잎을 부비는 소리와 같다. 그 소리들은 항상 나에게 이롭게 작용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곤 한다.

좋은 시나 감명깊은 구절을 읽을때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지고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그럴때면 나는 온순해져 그 따스한 기분에 녹아들어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그런 나를 사랑한다.

변화중에 꼭 이로운 변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를 해하는 변화를 배척하고 차단하려 애쓰는데 늘상 상호작용은 있기때문에 이롭지 못한 변화도 겪어가고 있다.

나를 더 갈고 닦는다면 해로운 변화를 이로운 변화로 바꿀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고통과 해로운 변화에 목례를 올리겠다. 난 더 높은 산을 갖고 더 먼곳까지 보고 싶다. 아직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것들을 수용하며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변화를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산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래침을 밷는다면 욕먹어 마땅하다. 나의 변화를 망각한채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미안한 일이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나를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 지금 반성해야할 것들이 상당있지만 반성할때마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진다. 그렇게 자책하며 어깨를 떨구는 내 모습이 싫다.오늘은 나의 산에 후두둑 봄비가 한차례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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