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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4172059분 남동쪽 XX구역 뉴 에버딘 가 유스티나와 홍수진의 집]

 

집에 돌아온 유스티나와 수진은 샤워와 저녁식사를 한 후 2층 다과실에 모여 있었다.

유스티나가 우려낸 다즐링의 향이 방안을 가득히 채운 가운데 탁자위에는 홀로그램 같은 입체 환영-다만 좀 더 실감나는-이 표시되고 있었다.

입체 환영의 모습은 둘 이었는데 하나는 유스티나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서북부 패쇄된 부두가 창고 지역에서 만난 알렉산드라 였다.

차와 쿠키를 음미하며 두 소녀가 지켜보던 가운데 대치 상태에 놓여있던 두 입체 영상체는 불현 듯 변화를 보여주었다.

가상의 알렉산드라의 무기인 전투망치의 망치 머리에서 룬 문자로 이루어진 나선이 일어나더니 그때처럼 망치 머리 주변에서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맹렬하게 회전했다.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그녀의 온몸엔 전격이 휘감겨 있었다.

반면 가상의 유스티나는 건틀릿으로 감싼 왼쪽 팔뚝을 앞으로 내밀었다.

건틀린 손목 부분의 장신구를 중심으로 원형의 방패가 전개되었다.

룬 문자와 북구 신화를 연상시키는 전사나 신들의 모습이 음각된 방패는 수려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방패에선 잠시간 빛이 일어나는 듯싶더니 약간의 거리를 띄운 그 앞에 같은 모양에 크기만 두배 정도 커다란 빛으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방패가 나타났다.

이윽고 가상의 알렉산드라가 전격을 날렸다.

가상의 유스티나의 몸을 뒤덮고도 남을 충분한 정도로 커다랗고 맹렬한 기세의 전격이었다.

잠시후 알렉산드라의 전격이 유스티나를 덮쳤다.

파지직 거리는 파열음이 들리는 가운데 가상의 유스티나가 들은 방패는 어렵지 않게 알렉산드라의 전격을 막아내었다.

전격 공격을 끝내자 마자 가상의 유스티나는 수중의 롱소드를 쯔바이핸더로 변형시키더니 잽싸게 달려들어 가상의 알렉산드라를 공격했다.

이에 맞서 가상의 알렉산드라는 전격을 온몸에 두른채로 전투망치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망치의 공격권에서 벗어나있다 달려들어 공격하고 물러나기를 방복한 가상의 유스티나에게 휘둘리기만 할뿐이었다.

아웃파이터의 민첩함을 따라잡지 못한 인파이터처럼 가상의 알렉산드라는 조금도 타격을 주지 못한채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여기에 가상의 유스티나아 갑주 등쪽 부위에 플레이트를 개방하며 부스터를 전개해 달려들었지만 망치머리를 뽑아 휘둘렀다.

망치머리와 자루 사이를 연결하는 사슬이 자르르 소리를 내며 망치머리가 유스티나를 향해 날아간다.

그때 처음 싸웠을때와 달리 가상의 유스티나의 알렉산드라의 대결은 거의 대등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찻잔을 비워낸 유스티나는 새로 차를 따랐다.

쪼르르 하는 소리와 향긋한 다즐링의 향이 찻잔에서 올라와 그녀의 후각을 기분좋게 자극하였다.

 

지난번 시뮬레이션 때보다는 잘 버티는군.”

 

티스푼으로 설탕을 부어 저으며 유스티나는 가상의 결투에 대해 짤막한 감상을 읊조렸다.

잠시 후 가상의 유스티나와 가상의 알렉산드라가 거리를 띄우자 마자 망치머리를 자루에서 떼어내어 다시 프레일로 만들어 휘둘렀다.

유스티나와의 거리에 맞추어 사슬의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며 망치머리는 철저하게 그녀를 공격권에 넣었다.

이를 피하려 가상의 유스티나는 이쪽 저쪽으로 구르며 때론 부스터를 전개해 망치머리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이리저리 피하던 가운데 어느 한번은 허리를 숙여 공격을 피하고는 그 뒤를 따라오는 사슬위로 폴짝 뛰어 서커스 하는 사람처럼 사슬 위를 달렸다.

그러자 가상의 알렉산드라는 자루를 크게 흔들어 사슬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유스티나는 그 물결에 맞추어 도약하더니 여기에 맞추어 부스터를 전개에 높게 뛰었다.

이에 알렉산드라는 한쪽 손을 뻗어 전격을 쏘아내었다.

다시 한번 왼쪽 팔뚝을 내밀어 방패를 전개하자 그녀 앞으로 빛의 방패가 나타나 알렉산드라의 전격에 막아섰다.

하지만 알렉산드라는 전격을 날리자 마자 자루를 흔들어 망치머리를 유스티나에게 날렸다.

이번엔 피하지 않고 그녀는 빛의 방패를 앞세워 막아서려 했다.

알렉산드라의 거대한 전격을 막아섰던 빛의 방패이다.

이번에는 어떨까.

 

쿠웅-. 

 

빛의 방패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짓이겨졌다.

방패형상의 반투명한 광막은 조금도 망치머리를 저지하지 못했다.

이후의 결과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거대한 프레일에 강타당한 가상의 유스티나는 땅바닥인 탁자 위에 처박히고 말았다.

순간 전투불능에 빠진 그녀를 끝장내기 위해 알렉산드라가 달려들었다.

망치머리를 회수해 다시 자루에 붙인 그녀는 높이 치켜든 자세에서 유스티나를 향해 내려칠려 하였다.

 

그만! 거기까지.”

 

가상의 싸움은 현실의 유스티나의 외침과 함께 중단되었다.

유스티나와 알렉산드라의 가상의 대결은 시간이 정지된 듯 알렉산드라가 망치를 내려치기 바로 직전에서 멈추었다.

 

많이 나아졌군. 적어도 지난번과 같은 결과는 안 나올거 같네. 저 망치의 직접 공격만 제외한다면 말이야.”

상시 발동상태였던 이전과 달리 위협이 감지될 때 국부적으로 디펜스 베리어를 집중시킨 것은 효과적인거 같습니다.”

그래. 괜찮은 아이디어야. 스타 트렉의 전향 방어막을 응용하는 건 훌륭해. 그리고 또한 .”

 

입체 환영이 바뀌더니 이번엔 가상의 유스티나만 나타났다.

전투 태세를 갖춘 그녀의 전신을 타고 반투명한 빛의 장막이 선명하게 일어나 뒤덮었다.

 

복잡한 알고리즘 때문에 보류한 방안이지만 이것도 좋네. 방어력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효율을 높힐 수 있으니까.”

 

이후 몸을 뒤덮은 반투명한 막의 형태가 변하여 좀전에 알렉산드라와의 접전에서 보여준 빛의 방패 모양으로 나타났다.

가상의 유스티나 주위에서 이에 관련된 각종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그런 가상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유스티나의 눈초리는 편치만은 않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근본적인 역량에서 밀리고 있어. 왜일까.”

 

잠시 골몰히 생각에 잠겨 있던 유스티나는 손등에 괴고 있던 턱을 떼어내었다.

 

아머. 이 격차를 줄일 방도는 정말 없어? 어떠것이라도 상관없다.”

-현재로썬 통상의 방법으로 전력을 강화할 수단은 없습니다. 이미 당신은 현재 수준에서 거의 완성된 전투 레벨을 지니고 있습니다.

 

유스티나의 질문에 어디선가 여성의 것으로 짐작되는 가는 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런 감정이 일체 배제된체 발음의 고저차에 따른 목소리 변화가 있을 뿐인 목소리의 정체는 유스티나의 발키리의 갑주를 관장하는 AI의 것이었다.

평상시 갑주를 소환해 착용한 상태에서 유스티나를 보좌하는 그 목소리와 이에 따른 의지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들어낼 수 있었다.

탁자위에서 전개되는 환영은 갑주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알렉산드라. 발키리 라드그리즈는 전체 전력에서 나를 웃돌고 있다. 개개의 발키리에게는 동등한 역량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 그런데도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력 차를 극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말에 금발의 소녀는 한쭉 눈썹을 꿈틀이며 치켜올렸다.

해결할 방안이 있다는데 반가워마지 않는 그녀였다.

 

그래?”

-하나는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에인헤랴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봐. 그건 무리잖아?”

 

북구 신화에서 에인헤랴르는 전장터에서 전사하여 발키리에 의해 발할라로 인도된 그 영혼이 부활하여 다시 탄생한 전사를 의미한다.

이러한 에인헤랴르는 전사자들의 거처인 발할라에서 라그나로크가 올때까지 끊임없이 실전에 가까운 전투훈련으로 자신을 연마하고 그날을 기다린다.

적어도 신화상에선 그러하다.

스티나는 수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에인헤랴르에 대한 정보가 사실일지라도 지금 당장은 만들 생각은 없어.”

 

유스티나와 시선을 마주한체 멍하니 잠시 말이 없었던 수진은 몇 번인가 눈을 깜빡였다.

 

전 괜찮습니다. 갑주가 말한 사항이 사실이라면 전 더욱더 강한 힘으로 아가씨를 보필할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오히려 저는 그것을 희망합니다.”

널 죽음에 빠트릴수 없다. 설령 다시 부활한다 해도 말이지. 만약 그런 이유 때문에 수진이 네가 죽는다면 난 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거야.”

아가씨.”

일전에 넌 내가 소중하다고 했지?”

 

그 말을 듣고 두눈을 번쩍 뜨더니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며 수진은 양 볼을 붉혔다.

왠지 모를 쑥스러움에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무말도 못했다.

유스티나는 말을 이었다.

 

나도 네가 소중해.”

.”

이 이상 너에게 끔찍한 기억을 안겨주기 싫다. 그러니까 어리석은 소리는 하지마. 앞으로는!”

 

더더욱 얼굴을 붉히고는 수진은 잔뜩 고개를 숙여 개미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네에.”

그렇다면, 다른 방안을 설명해봐 아머.”

-알겠습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잔뜩 붉힌 수진과 함께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온 유스티나는 탁자 위의 환영을 주시했다.

 

-각성입니다.

 

유스티나는 잠시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뭔가너무 간단한데?”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당신은 지금 역량수준에서 최고 수준의 기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계에 다달했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당신은 이 이상의 발전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방법은 단 하나. 현재 수준의 역량을 그 범위를 늘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극이 필요합니다.

너무 소년 만화적인 전개인데?”

-문제가 있다면, 다시 한번 말했듯이 당신은 현재 한계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 학원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위협이나 전투로는 한계를 깨트릴만한 충분한 자극을 제공하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마약이라도 하라고? 아니면 이제부터라도 사고쳐서 군대라도 불러내자는 거야? GTA처럼?”

-삐빅. 경고. 답변 불가. 해당 질문에 대한 적절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똥씹은 표정이 된 유스티나는 입체 환영을 뚫어져라 노려보더니 단숨에 차를 들이켰다.

찻잔을 비운 유스티나는 주먹을 불끈 움켜 쥐었다.

옆에서 같이 지켜보던 수진은 한숨을 쉬었다.

 

정말 몰라?”

-최근까지 갱신된 데이터엔 이에 대한 사항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홀리드 스칼프에도 정보 접근 권한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중요한데서 도움이 안되는 구먼!”

-분명한 것은 모종의 강한 자극이 있어야 합니다.

 

잠시간 유스티나는 탁자 위의 환영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하지만 곧 흥미를 잃었는지 앉은 의자의 등받침 부분에 한쪽 팔을 걸치더니 다른 곳에 시선을 두었다.

반면에 수진은 한쪽 손으로 턱을 괴더니 찻잔을 기울여 잔속에서 출렁거리는 찻물에 지루한 시선을 두었다.

그러기를 잠시. 유스티나는 다시 자세를 곧바로 갖추었다.

 

자 그럼 다음.”

-이번 타깃인 네덜란드 국적의 대형 벌크선인 홀리 스타.

 

이후부터는 오늘 밤 목표물인 화물선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학원 도시 로엔의 전체 인구가 늘어나고 화물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도시 정부 측에선 본섬에서 조금 떨어진 동북부에 추가로 작은 인공 섬을 만들어 새로운 항구와 공항을 건설했다.

본래 수화물에 관한 하역 및 선적작업은 본섬의 서북쪽 부두가에서 처리해왔지만 본섬 항구의 수하물 처리 능력은 그 한계를 초월한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수하물의 처리는 동북부에 새로 세워진 항구/공항 역할을 하는 작은 인공섬에서 행한다.

덕택에 한때 북적였던 서북부 부두가 창고지대는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는 패쇄된 지역으로 변모되었고 그 자리에 대신하여 범죄자들과 아지트가 되거나 부랑자들의 거처가 되었다.

뭐 그러한 이유 때문에 경찰 병력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기 때문에 사람의 발길이 완전히 끊킨건 아니지만.

하여간 대부분의 수화물 처리 기능을 동북쪽 항구 및 공항 겸용 작은 섬에 빼앗기긴 했지만 가끔씩 불가피한 이유로 이곳에 배를 선적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선적하는 화물에는 별로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 물건도 있지만 상당수는 범죄조직이 관여되어 좋지 않은 물건을 실어나르기도 한다.

이를 태면 마약이라던가 제3국에서 인신매매로 사들인 성노예 라던가 또는 불법 무기라던가 그밖에 기타 등등.

이번 목표는 그러한 목적을 띄고 간만에 서북부 구 부두가에 배를 댄 한 선박이었다.

소유자는 미국 뉴욕 소재지의 대형 해운사의 것으로 되어 있는 이 배는 모든 민간 선박이 그러하듯 서류상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실려있는 화물도 대부분 감자, 옥수수 등의 식료품으로 문서상에 그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위장된 것으로 이 화물이 진짜로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은 중화기 였다.

대형 범죄조직이 유령회사를 통해 불법적인 수단으로 빼돌린 군사장비로 아시아의 분쟁지역에 팔아먹기 위함이었다.

불법 무기 판매 사업은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수익을 보장하는 그런 사업이다.

유스티나의 목적은 그 배에 실려있을 무기를 발견해 파괴하는 것이다.

어디로 침투할것인가, 저격수는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퇴로는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한 끝에 브리핑은 끝이 났다.

 

그럼 지금부터 자유시간. 앞으로 두 시간 뒤에 준비하자구.”

 

브리핑의 종료를 선언한 유스티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수진은 조용히 빈 찻잔과 티포트, 쿠키를 담았던 그릇을 쟁반 위로 챙겼다.

쟁반을 들고 일어서자 유스티나는 방문을 열고 막 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런 유스티나를 그녀가 불러세웠다.

 

저기 아가씨. 부탁할게 하나 있습니다.”

으응? 뭔데 수진아?”

 

의아해하며 유스티나가 고개를 돌린다.

 

이번 주 주말 집 좀 비워주세요.”

그건 왜?”

사실은.”

 

수진은 갑자기 고개를 붉히더니 말하기를 주저했다.

여기에 더더욱 의문을 품은 유스티나는 완전히 몸을 돌렸다.

 

대체 뭔데 그래?”

그게. 사실은. 이번 주 주말에그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잠시 수진이 한말을 이해 못한 유스티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나 이윽고 그 의미를 깨닭은 그녀는 빙그레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잘 되가는구나! 집에 초대할 정도라면.”

 

어렵게 어렵게 말을 꺼낸 수진에 대비되어 유스티나는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몸을 돌려 방문을 나선 그녀는 등 뒤 너머로 수진에게 살짝 시선을 두었다.

 

피임은 확실히 해야 한다?”

 

화들짝 놀란 수진은 새빨개진 얼굴로 뭐라고 하려했다.

그보다는 유스티나가 사라지는 것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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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성교육은 철저히 합시다.

 

안그러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제는 3화 완성이 눈앞에 있네요 끼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