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정신을 차려보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LED의 강렬한 조명이 눈을 살짝 찌푸리게 만드는 갈색 빛의 천장이었다.

그것이 천장이라는 걸 깨닭는 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아가씨!”

 

 

귓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즉시 정신을 차린 유스티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주변사람도 놀랄 기세였다.

긴 금발의 소녀 유스티나는 주위 반응에 아무말 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전 전투술 동호회의 체육관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것 또한 아직 젤라틴 질의 도검방호복이었다.

이번엔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약간 그을린 피부에 약간 갈색 빛을 띄는 흑발의 동년배 동양인 소녀가 있었다.

홍수진.

그녀는 염려와 걱정 불안에 가득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기절했었어?”

 

 

그런 수진에게 유스티나가 질문을 던졌다.

조금 전에 기절했었던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 뉘앙스는 수업 중에 졸다가 깨어나 옆의 친구에게 자기 자신이 졸았냐고 묻는 것처럼 너무나도 담담하고 자연스러웠다.

아무 이상없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수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정말인지. 걱정 좀 그만 끼치세요.”

“하지만 끝내준단 말이야. 이거. 짜릿하다구.”

 

인상을 찌푸른 수진에 대조되어 유스티나는 장난꾸러기 꼬마 애처럼 실실 웃었다.

 

“그보다 코토노하는 어디있어?”

 

고개를 주변에 두리번 거리며 자신을 기절시킨 소녀를 찾는다.

별로 수고들일필요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긴 흑발에 커다란 가슴을 지닌 작은 체구의 소녀가 앞으로 나왔다.

약간 고개 숙인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었다.

유스티나에게 다가온 그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거 같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유스티나 상.”

“끝내줘 코토노하! 시현류는 언제 배운거야?”

“…아무렇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코토노하가 물었다.

유스티나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상 없음. 머리가 깨질 거 같아.”

“아. 그렇군요. 네?”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유스티나의 말에 자연스럽게 대답한 코토노하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유스티나의 관심은 조금 전 코토노하가 보여준 검술에 가 있었다.

 

“그보다 시현류지? 시현류는 언제 배운거야? 정말 대단한데? 실제로 시현류랑 대면한건 처음인데? 언제 배웠어?”

“그…그건. 지난 겨울방학 때 아는 사람을 통해 속성으로….”

“정말? 그래? 나도 좀 가르쳐줘. 응? 응? 아 물론 고류 검술인 만큼 몇 번 만나서 익혀지는 건 아니지만. 하여간 가르쳐주라. 가르쳐줘. 응? 사부라고 불러줄게. 응?”

 

멋진 장난감을 가진 친구를 보채는 동네 꼬마처럼 유스티나는 눈빛을 빛내며 코토노하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코토노하는 어쩔 줄 몰라해 하며 근처에 서 있던 수진을 돌아보았다.

그 눈빛은 수진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볼을 긁적이던 수진은 잠시 팔짱을 끼고 머리를 기울여 생각했다.

자세를 풀고 고개를 절래절래 젓더니 수진은 코토노하에게 달려드는 유스티나에게 다가갔다,

 

“아앙. 사부니임-. 가르켜 주셔요. 응? 다음부턴 가슴만지기 라던가 이곳저곳 더듬지 않을께요. 네?”

“아가씨. 이제 그만하시죠.”

 

유스티나는 수진을 돌아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약간 고압적인 자세로 그녀는 말했다.

 

“가만히 있어. 확 가슴 만져버린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수진의 두 눈에 검은 안광이 치솟았다.

동시에 검은색 오오라가 피어올라 다크포스를 사방에 쏘아대고 있었다.

적어도 유스티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 기세에 눌린 유스티나는 새하얗게 질렸다.

 

“지금 이러실때가 아닐탠데요? 어서 의료실에 가봐야 하잖습니까.”

“우웅. 그치만. 그치마안-.”

화아악-.

 

수진을 감싼 어두운 기운이 더욱더 기세가 올랐다.

반면에 수진은 오히려 활짝 웃음을 지었다.

 

“아.가.씨?”

“아, 그래. 빨리 의사에게 가봐야겠지? 운동중에 부상입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니까 말이야. 하하하! 거참 내가 왜 그랬을까? 오버 트레이닝의 방지를 강조했으면서 오히려 내가 오버하고 다니고 말이지. 그지? 나 바보 같지? 아하하하.”

 

그 즉시 유스티나는 비굴한 자세로 말을 바꾼다.

억지 웃음을 지어 상황을 마무리 하려들자 곧바로 수진을 감싼 검은 기류가 사라졌다.

한숨을 쉰 유스티나.

유스티나로부터 해방된 코토노하 또한 한숨을 쉬었다.

아직 코토노하에게서 아쉬움을 못 땐 그녀였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수진의 눈길은 그녀로썬 뜨끔하게 만든다.

 

“그런데 정말 괜찮으세요?”

 

다시 한번 유스티나의 안위를 걱정하며 코토노하가 그녀에게 묻는다.

여기에 유스티나는 아무것도 실지 않은 순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아. 그런데 내 헤드기어는 어디있어?”

 

그말에 코토노하는 한쪽으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돌린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유스티나는 처참하게 박살한 그녀의 헤드기어 그리고 연습용 롱소드와 연습용 카타나인 보켄이 부러진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금발의 소녀의 얼굴엔 놀라워 함이 가득했다.

 

“우와아-! 완전 박살났잖아? 저거 특수 합성수지로 만든거라 내구성이 장난 아닐탠데? 게다가 목검도 모조리 부러졌는데….”

 

목검은 실제 도검과 근접한 무게로 만들기 위해 단단하고 무거운 소재의 나무를 썼다.

헤드기어는 재료공학적이나 구조역학적인면에서 모두 고려해 보았을 때 실제 무기를 사용한다 해도 어지간한 중량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착용자에게 피해주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군.”

 

고개를 끄덕이며 왠지 모르게 납득했다는 자세를 취한 유스티나는 다시 코토노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가만히 코토노하를 들여다 본다.

시선을 돌려 다시 유스티나와 얼굴을 마주한 코토노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의아해 했다.

 

“저, 저기?”

“…하여간 패배자는 나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유스티나는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졌다.

코토노하와 수진은 화들짝 놀라해 했다.

특히 코토노하의 큼지막한 눈망울은 번쩍 떠지며 입으로는 유스티나를 염려하는 말을 한다.

 

“아, 아가씨?”

“유스티나 상! 괜찮나요? 역시 무리였던게…”

 

그런 그녀의 말에 신경쓰지 않으며 유스티나는 방호복 지퍼를 풀어 한쪽 어깨를 들어냈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남성 회원들이 뜻하지 않은 그녀의 노출에 휘파람을 불었다.

뒤이어 한쪽 팔로 상체를 지탱한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한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수줍어 하는 듯이 말을 한다.

 

“난 당신의 패배자. 이제 제 육신은 당신의 껏. 저의 몸을 바치겠사오니. 부디 마음껏….”

“…….”

 

순간 두 소녀의 몸이 경직되었다.

할 말을 잃고 형체가 없는 혼백이 입에서 나와 “자유다!” 라고 외치며 저멀리 어딘가로 향해 사라지려 한다.

다행히 수진이 자기 정신을 수습하는게 빨랐다.

 

“아가씨!”

 

사자후와 같은 고함소리가 체육관 전체에 울려퍼졌다.

정신적 패닉에 의한 주화입마(?)에 빠져들려고 했던 코토노하의 정신 또한 재자리로 돌아온다.

그녀는 더욱더 난처해 하더니 틀어버린 수돗꼭지처럼 식은땀을 흘렸다.

 

“그, 그렇다고 이렇게 하실 꺼 까진.”

“철 좀 드세요! 대체! 친구들을 그렇게 괴롭히더니 이번엔 그쪽에 눈을 뜨시려고요? 제가 고혈압으로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예요? 네에-? 이번엔 어떤 별명을 원하시는 거죠?”

“아잉. 왜들 그래? 니들 보다 조금은 작지만 탄력있는 가슴이라고. 자 만져봐.”

 

오히려 유스티나는 자신의 가슴을 모아 코토노하와 수진 앞으로 가져가 보인다.

여기에 성난 사자처럼 화를 내는 수진과 도리어 창피해져 고개를 돌리는 코토노하에게 오히려 신이나 유스티나는 더욱더 들이밀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노닥거리던 가운데 체육관 입구에 셀레시우스 교복을 입은 작은 체구의 동양인 소년과 비슷한 체구의 동양인 소녀가 모습을 들어냈다.

가슴을 모아 들이밀던 유스티나는 그들의 모습을 우연히 시야에 담더니 짓굿은 장난질을 중간에 끊었다.

 

“장난은 여기서 끝. 코토노하. 너의 서방님 오셨어. 그리고 그 중매인도.”

 

그렇게 말하며 고갯짓으로 입구쪽 소년 소녀를 가리킨다.

코토노하가 고개를 돌리자 소년과 소녀는 반가워하며 멀리서 손을 흔들었다.

소년의 모습을 시야에 담은 코토노하는 양 볼에 홍조를 띄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유스티나는 포근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가봐야 하지 않겠어?”

“네? 그, 그러면.”

“빨리 가봐.”

 

유스티나와 입구쪽에 있는 소년을 번갈아 보던 코토노하는 유스티나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더니 쪼르르 달려나갔다.

소년과 마주선 그녀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체 무어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흐뭇한 기분이 들은 유스티나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수진을 돌아보며 이렇게 묻는다.

 

“보기 좋지? 어떻게 생각해?”

 

그 질문에 잠시 눈을 깜박거리던 수진은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더니 역시 그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아가씨.”

“서로 사랑하는 선남선녀는 언제보아도 아름다워.”

 

그렇게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데 코토노하는 연인으로 보이는 소년의 한쪽 팔에 살며시 팔짱을 끼더니 출입구 너머로 걸어나갔다.

그 뒤를 따라 그 소년과 같이 왔던 소녀가 걸어나간다.

이와 동시에 그 소녀가 시야에 들어온 유스티나의 얼굴에선 지긋한 표정이 사라지고 언제그랬냐는듯 싸늘한 표정이 자리잡는다.

아무렇지 않게 코토노하와 소년 커플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가는 그 소녀의 웃음짓는 얼굴을 보노라니 유스티나는 적개심에 날카로운 눈매를 짓는다.

자기도 모르게 그 소녀를 향한 적개심을 입 밖으로 조용히 내뱉는다.

 

“빌어쳐죽일 화냥년!”

“…아가씨. 진정하세요. 누가 들을지 모릅니다.”

 

염려하는 표정을 지은 수진이 옆에서 말을 건다.

사정을 아는 수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말에 얼굴에서 끓는 분노를 지운 유스티나는 언제나처럼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수진을 돌아보았다.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구나.”

“빨리 의료실에 가봐요.”

 

고개를 끄덕인 유스티나는 장비를 챙겨 들고는 체육관에서 빠져나왔다.

체육관에서 빠져나와 의료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는데 자꾸만 코토노하와 그의 연인인 이토 마코토 라는 소년 그리고 그와 함께 있었던 소녀 사이온지 세카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가츠라 코토노하, 이토 마코토, 사이온지 세카이.

저 세 명의 관계는 유스티나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 저 세명이 알게 되었는지 어찌되어 코토노하와 마코토가 서로 연인 관계가 되었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말이다.

자칫 커다란 비극으로 발전할 뻔 한 그 일 또한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다행히 유스티나의 온힘을 다한 중재덕분에 그들 사이에 있었던 사건은 불문율에 붙여졌지만 말이다.

이 모든 일의 원흉에 대해서 유스티나는 아직까지 격렬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 일은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은 상처가 되어 결코 매워지지 못한 간극을 형성하고 있긴 하지만 그 외 자세한 사항은 다음 기회에….

궁금하면 스X데이즈 라는 어른용 미연시를 찾아서 해보도록?

참고로 19금 미디어 니까 애들은 가라 가.

  • 발뭉 2011.02.06 10:47

    전에하고 분위기가 확 바뀌었군요...

     

    어서 별바가 와야 수습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