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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에필로그따위 개나 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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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년 4월 17일 16시 45분 남쪽 문과동 고등부 제5구역 셀레시우스 학교 고전 전투술 동호회]

 

 

국제 학원 도시인 만큼 로엔 학원은 동호회 활동도 타 국가의 그것과 궤를 달리한다.

축구부나 농구부, 무술부, 마술부 같은 보통 생각하기 쉬운 동아리 활동 외에 사격 동아리도 있으며 역사재현(리인액트)동호회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중에서 고전 전투술 동호회는 무기술이나 맨손격투술에 관하여 그것이 탄생했을 당시의 조건을 전재로 무술에 대해 접근하여 연구/수련하는 그런 클럽이다.

현대 문명 사회에 들어서 스포츠 화된 투기류에서 벗어나 각 무술이 태어났을 당시의 실전 환경을 전재로 지속적으로 연구 및 수련하는 이들 동호회는 유스티나가 활동하는 동아리 활동이기도 했다.

 

“흡!”

“하압!”

타악!

 

몸에 달라붙어 몸매가 들어나는 방호복을 입은 두 소녀가 목검을 들고 격렬하게 공방을 주고 받는다.

얼굴은 헤드기어에 가려 잘 들어나지 않았지만 헤드기어 뒤편으로 각각 긴 금발과 근 흑발이 흘러나와 휘날린다.

한쪽은 중세 유럽에서 널리 사용된 롱소드 형상의 목검을 들고 있었으며 다른 쪽은 동시기 일본에서 널리 사용된 카타나 형태의 목검을 휘두른다.

젤라틴 질의 소재로 만들어진 이 방호복은 도검 상해로부터 착용자를 완벽에 가깝게 보호하면서 극히 가벼운 특성을 지녔다.

군용 방탄/방검 소재에서 실생활용으로 스핀 오프 된 것이 이 방호복이다.

물론 그만큼 값이 비싸다.

그러나 로엔 학원은 돈이 많다.

적극적인 클럽 활동을 권장하는 학원의 특성상 이러한 방과후 취미 활동 또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때문에 훈련용 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여기서는 좀 다른 이야기다.

 

“체력이 많이 붙었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잠시 거리를 벌린 두 소녀들은 자세를 바꾸는 와중에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롱소드를 들은 금발쪽은 무릅을 굽혀 무개중심을 낮춘 자세를 취했다.

그 자세에서 검을 아래로 늘여트려 하단세를 취하더니 순간 늘여져 있던 검끝이 위쪽으로 향하며 상단세로 바뀌었다.

그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달려들며 위에서 아래로 종으로 배어 내린다.

눈 깜짝할 세에 접근해오는 상대에 맞추어 카타나를 든 흑발쪽은 한발자국 물러서며 하단세로 늘어져있던 검신을 부드러우면서 신속하게 위쪽으로 치켜올렸다.

위에서 떨어지는 롱소드의 검신과 아래에서 솟아 오르는 카타나의 검신이 중간에서 만난다.

 

타닥!

 

목검과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롱소드와 카타나가 서로 지나쳐갔다.

롱소드를 옆으로 흘려보낸 카타나가 그대로 검로를 타고 허공에서 회전한다.

롱소드는 목표한 부위를 노리지도 못하고 검로가 어긋나 엉뚱한 데로 향한다.

흑발의 머리위에서 한 바퀴 돌은 카타나는 뒤이어 곧바로 역습을 가한다.

금발 쪽은 오히려 물러서며 좀 전의 카타나의 움직임처럼 아래에서 위로 롱소드를 들어올린다.

카타나 쪽에서 떨어지는 배기를 크로스가드로 받아낸 금발은 롱소드의 검신으로 카타나의 검신을 엮어 상대 무기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대로 앞쪽에 내딛은 발을 한 발자국 더 앞세우며 들어가며 검을 찔러넣는다.

그 끝은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삐빅!

“하하! 첫 점은 내꺼다!”

 

방호구에서 비프음과 함께 점수를 따낸 금발은 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카타나를 늘어트린 흑발은 씁쓸함을 담아 입을 열었다.

 

“여전히 대단하네요. 유스티나 상.”

“코토노하. 너도 만만치 않아. 요즘 들어 몸에 힘이 팍팍 붙었더라? 그나저나 너 그렇게 여유로운 말 할 때가 아니거든? 으흐흐흐. 무슨 뜻인지 알지?”

“무, 무슨 말하시는거예요!”

 

취미가 중세 유럽 검술인 유스티나는 클럽 내에서 명성이 자자한 검객이다.

남성 회원도 혀를 내두르는 지치지 않는 지구력에 순발력, 근력 등의 체력은 같은 여성 사이에서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인 면모도 딸리는게 아니라 체력이 월등한 남성 회원을 번개같이 검을 놀려 가볍게 제압한다.

검술 상대인 가츠라 코토노하가 절대로 실력이 딸리는건 아니다.

고향인 일본에서도 그리고 현재 유학중인 로엔에서도 그녀는 명성이 자자한 검객이다.

장검을 사용하기 힘들정도로 밀착한 초근접전 상황으로 몰아가 유술이나 검신을 짧게 고쳐잡는 하프소딩 등 다소 변칙적인 기술을 즐겨 사용하는 유스티나를 상대로 그녀는 거리를 철저하게 띄우며 노련미 있게 상대해 나아간다.

때문에 여태껏 남성을 제외한다면 유스티나를 상대로 가장 대등한 대결을 펼칠수 있는 몇 안되는 검객중 하나가 바로 코토노하였다.

 

“뭐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저도요. 유스티나 상 덕택에 전보다 검을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됬어요.”

“웨이트 트레이닝 하니까 다르지?”

“네. 확실히요.”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두 소녀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자세를 잡은 두 소녀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견제하는 듯 잠시 서로를 노려보더니 접전을 벌였다.

선공은 코토노하 쪽이었다.

이를 쳐내며 방어한 유스티나는 역습을 가했다.

또 다서 이것을 방어한 코토노하 또한 공격을 가한다.

마치 완벽하게 구성한 안무를 추는 듯 두 소녀 검객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공격과 방어를 주고 받았다.

그러던 중 두 도검이 서로 맞붙었다.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체격도 월등하고 코토노하에 비해 기술적인 면도 딸리지 않은 유스티나는 거칠게 코토노하를 밀어 붙였다.

코토노하 또한 만만치 않았다.

노련하게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으면서도 힘을 넣을 때와 뺄 때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유스티나에게 맞섰다.

그러다 문득 유스티나의 왼손이 코토노하의 오른쪽 손목을 잡았다.

이걸 놔두고 좌시하다간 유스티나가 레슬링 기술을 걸어 코토노하를 매칠 것이다.

여기에 맞서 코토노하의 왼손이 유스티나의 오른쪽 손목을 잡으며 대응했다.

몸을 낮춰 무게중심을 아래쪽으로 두며 유스티나의 레슬링에 대항하여 유술을 구사한다.

이래서야 또 다시 힘 대결이다.

 

“검술과 캄프링겐 전환이 익숙해 졌는걸?”

“언제까지나 이런 변칙에 안당해요!”

“변칙이 아니라 엄연한 기술이거든?”

 

대화를 마치자 두 소녀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의 손목을 잡은 손을 노은다음 떨어져 거리를 두었다.

그 후로도 두 소녀는 수어차례 검을 섞었다.

과감하게 달려드는 유스티나에 맞서 코토노하는 공격을 흘리고 역습을 가하거나 그 반대도 있었다.

거리를 벌린 어느 순간 유스티나는 자세를 풀었다.

 

“좀 쉬었다 하자.”

 

코토노하는 자세를 풀더니 헤드기어를 벗었다.

운동을 위해 틀어올린 머리가 땀에 흥건히 젖어있었다.

 

“예. 그렇게 하죠.”

 

유스티나와 코토노하는 체육관 한쪽으로 물러섰다.

그쪽에는 의자나 바닥에 앉은 동호회 회원들이 있어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하는 다른 회원들을 구경하거나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적당히 한쪽 구석 바닥에 자리잡은 유스티나는 스포츠 음료수를 빼어들어 코토노하에게 건내었다.

 

“고마워요.”

“아니 괜찮아.”

 

나란히 앉은 두 소녀는 동호회 회원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본다.

좀 전의 그녀처럼 장검으로 겨누는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회원들은 할버드 같은 폴암(Polearm:2~3m에 달하는 장대병기. 동양권에선 월도나 나가나타등이 이 분류에 해당됨)을 들고 공방을 주고받았다.

다른 몇몇은 갑옷을 입은 상태로 무기를 들거나 혹은 갑옷은 입되 무기를 들지 않은 갑주 유술을 겨누었다.

유스티나가 눈여겨보고 있는 곳에는 중기병 세이버를 들은 수진이 마찬가지로 세이버를 들고 있는 상대방과 프리플레이(free-play)를 하고 있었다.

남자들도 손목 분쇄기라 부르며 꺼려하는 물건을 자신의 몸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상대방을 몰아쳤다.

주로 15~16세기를 중심으로 중세와 근세를 아우르는 당시의 전투술에 대해 연구하고 수련하는 것이 이 동호회의 주 활동이다.

당시의 전장 및 실전 상황, 환경 등을 전제로 연구하고 학습되는 동호회 활동상 동양의 고류 무술이 당시에 추구하던 목표상과 일치하는 면모가 많이 일본의 고류무술을 익힌 학생들의 참여도도 제법 높다.

코토노하만 하더라도 출신지인 일본에서 익힌 고류검술에 단순히 검술 뿐만이 아니라 검을 쓰기 힘든 초근접전에서의 유술등도 수련한바 있다.

당연히 맨손무술에도 소양이 있다.

 

“이제 내가 우위에 있는 건 체력밖에 없는 거 같아.”

“아니에요. 유스티나 상. 전 아직도 버거운걸요. 하프소딩이나 캄프링겐은 그렇다 치더라도 방어후 카운터 어택 들어올 때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알아요?”

“헤에?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 호흡 하나 흐트러트리지 않으며 검을 놀리는데 넌 대단하다고 생각 안하고? 좀 전에 한말 날 두 번 죽이는 거라구.”

 

그 말에 코토노하는 약간 시무룩해졌다.

 

“죄송해요,”

 

그 반응에 머쓱해진 유스티나는 괜시리 머리를 긁적였다.

덩달아 목소리의 톤도 살짝 낮아진다.

 

“아니. 그렇다고 죄송해할 필요는 없고. 괜히 죄책감 들잖아? 이거?”

“죄송해요.”

“그니까 자꾸 죄송하다고 하지 말라고. 자신감을 가져. 계속 그러면 가슴만지면서 놀꺼다?”

“아, 그건! 안되요.”

 

얼굴을 붉히며 당혹스러워 하는 코토노하를 보며 유스티나는 키득 거렸다.

아아, 귀여워. 정말인지 장난치는 보람이 있는 아이라니까.

유스티나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음심을 억제하고 억제했다.

그녀의 손길을 거쳐간(?) 친구들 가운데 코토노하는 정말 반응이 색다르다고 생각했다.

잠시 코토노하에게 웃어보인 그녀는 화재를 돌렸다.

검술에 관해서 훈련에 관해서 최근 남자친구와는 어떻냐는 등의 대화가 오고 갔다.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수많은 말이 오고 갔다.

그러다 문득 시간을 확인한 유스티나는 15분가량 흘렀음을 알았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코토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빈 공간으로 나온 두 소녀는 간단하게 스트레칭하며 몸을 풀었다.

헤드기어를 쓰기 직전 유스티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를 본 코토노하는 화들짝 놀라해 하였다.

 

“왜, 왜그러세요?”

“많이 세졌다고는 하지만 이번 판은 용납 못해. 으흐흐흐. 코토노하 내기하나 하자. 3판 선승제로 이기는 쪽이 진 쪽의 몸을 마음대로 농락하기.”

“네, 네에에엣!”

 

얼굴을 잔뜩 붉힌 코토노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으흐흐흐. 키키킥! 오늘밤 너의 몸을 농락하는 것은 네 남자친구가 아닌 바로 나다!”

“…유스티나 상. 그, 그런건!”

“으흐흐흐! 히히히! 키키킥! 크크큭! 침 줄줄줄-. 츄룹!”

“이, 이상해요. 그런 건! 그리고 침 줄줄줄 이라니. 무슨…!”

 

대답대신 유스티나는 헤드기어를 쓰며 자세를 취해 보였다.

무릅을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춘 상태에서 양손에 쥔 롱소드의 자루를 머리 옆에 두어 검신을 위로 치켜올린다.

그 자세에서 그녀는 묘한 집념에 사로잡힌 눈빛으로 코토노하를 본다.

 

“오늘은 극한까지 보내주겠어. 내손에 의해 절정에 도달하는거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지. 전에 보지 못한!”

“꺄악! 대체 무슨 말씀을!”

“자세를 잡아라 코토노하. 오늘 너와 나의 운명을 가르어 보자꾸나.”

 

잠시 불안에 가득찬 눈빛으로 공포에 사로잡혀 부들부들떨던 코토노하는 헤드기어를 쓰고 카타나 형태의 그녀의 연습용 도검을 들어 유스티나에게 겨누었다.

유스티나와 똑같은 자루를 얼굴 옆에 둔 상단세 였다.

자세를 취하자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판단한 유스티나는 조금씩 발을 옴겨 코토노하에게 접근해갔다.

여기에 맞추어 코토노하 또한 유스티나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서로간의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한발자국 정도 거리를 남겨두었을 때 두 소녀는 폭발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서로를 향해 검격을 날린다.

위에서 아래로 우상단에서 좌하단으로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사선으로 내려베는 가운데 이에 상응한 방어와 대응한 공격이 두 소녀 사이를 빠르게 메운다.

불꽃이 튄다 할정도로 격렬한 공방이 오고간 다음 갑자기 두 소녀는 간격을 띄우며 서로의 행동을 예의주시한다.

발을 바꾸며 자세를 바꾸며 검끝이 위에서 아래로 오락가락하며 두 소녀는 각 상대방이 취할 행동에 맞춰 대응할 자세를 바꾼다.

그녀들의 표정에선 다른 것은 없고 진지함만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 자리엔 강렬한 개성을 지닌 기센 소녀도 상냥하고 귀여운 여린 소녀도 없었다.

두 검객만이 있을 뿐이다.

이대는 21세기에 막 진입한 현대이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수백년전 야만적인 옛 시대 검투사들 간의 목숨을 건 급박한 긴장감이었다.

훌륭한 보호구를 입은 덕택에 목숨을 잃을 염려는 0에 한없이 수렴한다.

만에 하나 가능성이라는 것을 생각해봐도 그것은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연습용 도검을 진검으로 대하는 듯 조금이라도 스칠세라 신중하게 그러나 틈이 보이면 과감하게 몸을 내던졌으며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하다가도 모레알 하나 들어가기 힘들정도로 밀착하기도 했다.

격검과 격검을 거듭한 가운데 어느 순간 코토노하가 수세에 몰렸다.

베기를 흘려보내고 카운터를 가할려 하면 자루 끝부분인 폼멜로 내려찍는다던가 어쩌다 이쪽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검신을 짧게 고쳐잡는 하프소딩 기법으로 총검술을 부리듯 코토노하의 검을 튕겨낸다음 짧고 간결하게 찔러들어온다.

레슬링에 휘말릴 뻔 하다가 금세 거리를 떨어트리더니 상하좌우에서 정신없이 검격이 들어온다.

힘, 속도, 기술. 모든 면에서 정점에 도달한 유스티나의 장검술은 유동적이고 변화무쌍하여 정신을 조금만 잃는다면 그 순간 죽음을 머금고 그녀의 칼날이 코토노하의 목숨을 취할 것이다.

물론 보호구를 입고 연습용 도검이기에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이렇게 겨우 견디는 것이 고작이어서야 승리를 쟁취할 수는 없지.

이대로 간다면 그녀는 오늘밤 저 소녀의 탈을 뒤집어쓴 변태 아저씨에게 능욕당하게 될 것이다.

그건 안될 말씀!

 

‘내 몸은 오직 그를 위할 뿐!’

 

마음속으로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음을 지어보이는 유우부단한 남자친구를 떠올린 코토노하는 이를 악물더니 맞부딪친 유스티나의 검을 밀쳐내었다.

여기에 거리를 띄운 유스티나는 검신을 아래로 늘여트린 하단세를 취했다.

이에 대응하여 코토노하가 맞선 자세는 상단세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보인 상단세가 조금 특이했다.

보켄(일본도의 연습 도검의 총칭 마트에서 파는 목검 또한 보켄이라 부른다.)의 가드, 일본에선 쯔바 쪽에 가깝게 잡은 오른 손을 쭉 치켜올리고 그 아랫부분 자루 끝부분은 감싸듯이 왼손이 쥔다.

무게중심을 낮게 취한 지금까지 자세와 달리 다리를 모으고 무릅을 살짝 굽혔다.

유스티나의 입장에선 코토노하의 지금 자세는 꼿꼿히 몸을 세운 것이나 진배없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헤드기어 너머에서 보이는 그녀의 눈빛에는 전에 없는 흉흉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

꼿꼿이 몸을 세워서 다소 허술해 보이지만 높게 치켜든 보켄은 이를 사용하는 검객과 신검일체가 되어 마치 커다란 절벽처럼 유스티나 앞에 위압적으로 그 존재를 들어내놓고 있었다.

유스티나는 그 자세를 알고 있었다.

 

‘돈보(잠자리)자세? 시현류로군 그보다는 지현류 인가?’

 

모든 것을 내려치는 첫 일격에 승부를 본다.

첫 일격으로 삼천지옥까지 내려베어 적을 제압한다.

일본의 고류 검술 가운데 지겐류. 다시 말해 시현류 혹은 지현류라 알려진 검술은 내려치는 첫 번째 검격에 모든 것을 건다.

막부말 신선조 조장으로 유명한 콘도 이사미가 시현류를 익힌 사쓰마 번의 무사들을 상대할 때 첫 일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라고 한 말은 유명하다.

오랜 세월 전사로 스스로를 단련해온 유스티나는 본능적으로 위험한 기류를 읽어냈다.

앞에서면 그녀는 검을 내려벨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베어버리고 말 것이다.

만약 진검을 들었다면 사정권 내에 있는 누구든 그 즉시 사신과 대면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유스티나는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해보는 수밖에!’

 

10년 넘는 인생 동안 단련에 단련을 거듭한 그녀는 소녀이기도 했지만 투지넘치는 전사이기도 하다.

미지의 위험에 눈앞에 두고 그녀는 오히려 격앙된 흥분감에 온몸이 도취되었다.

유스티나는 자세를 바꾸어 검을 쥔 양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야아아-!”

 

간합은 훌륭했다.

치고 나가는 타이밍 또한 완벽했다.

호흡에 맞추어 그녀의 훈련용 롱소드는 코토노하의 한쪽 어깨를 노리며 빠르게 휘둘러진다.

코토노하의 보켄이 움직인건 조금 후였다.

 

“크아아아악!”

 

허공을 찢을듯한 기합성이 검은머리의 작은 소녀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 기백은 처절할정도로 어떻게 보면 서글픔이 감돌게 야성적이었다.

뿜어져 나오는 기세만으로도 코토노하를 감싼 주위의 공간은 그녀를 중심으로 일그러질 정도였다.

마치 이 일격에 내 모든 것을 담았다. 내 검은 못밸것이 없다! 라는 느낌이랄지.

평상시 상냥하고 배려심 깊은 소녀는 그곳에 없었다.

대신 자리잡은 것은 한 마리의 고독한 그러나 잔혹한 야수만이 있을 뿐이었다.

순간 털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녀의 검이 움직인다.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검과 코토노하의 검이 맞부딪친다.

아니 맞부딪쳤다고 생각했다.

양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

그보다는 뭔가 가볍다라는 느낀 그 순간 헤드기어위로 그녀의 머리 한가운데를 무언가 후려친다.

 

 

“컥!”

 

어찌나 강렬한 타격인지 그 충격에 비명도 제대로 세어나오지 못한다.

그녀의 몸은 힘을 잃고 맥없이 무너졌다.

눈자위가 뒤집히고 입에서는 흰거품이 나온다.

그녀가 의식을 완전히 잃기 직전 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동호회 회원들이 경악에 가득찬 표정으로 자신을 본다.

왜 저러지? 의식이 흐릿한 가운데 유스티나는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제대로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그녀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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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쓰마 번의 검술인 시현류는 실제로도 무시무시한 검술이었습니다.

소설중에 언급한 수천명의 사쓰마 무사들이 2만의 정규군에 맞서 싸웠을때 그들에게 참패한 정규군의 시신은 머리에서 배꼽까지 갈라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시현류는 크게 시현류와 지현류로 나뉘는데 검리 등은 두 유파가 다를게 없는 반면 시현류는 고급무사들이 배운 반면 지현류는 하급무사들이 주로 익혀 야성적인 면모가 강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상은 다소 우스꽝스러운게 많은데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일격 하나하나에 모든것을 담아낸다는 처절함이 베어나옴을 느낄수 있습니다.(아닌가?)

특이하고도 독특한 시현류.....

그 영상은.............

 

알아서 찾아보시라-.(-_-)/

  • 발뭉 2011.02.05 20:22

    이글루의 코토노하를 좋아하는 그분이 보시면 분노하시겠군요....

    거합도가 아니라 시현류라니

  • 홍차매니아 2011.02.05 23:18

    거합도 + 고류무술 아무거나 하나 + 시현류 + 웨이트 트레이닝 + 이것저것 기능성 트레이닝 하여 마개조된 코토노하 임

  • 홍차매니아 2011.02.06 18:57

    용어 해설

    하프소딩 - 장검을 짧게 고쳐잡은 근접전 기술. 혼전이나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의 장검(롱소드)의 응용 방법이다. 롱소드 뿐만 아니라 쯔바이핸더로도 사용 가능하다.

     

    캄프링겐 - 독일어로 레슬링. 여기선 도검 전투 상황에서 검을 사용할정도로 밀접해 있을때 상대방의 손이나 팔 등을 잡아 레슬링 기술로 사용한다. 하프소딩과 연계되기도 한다.

     

    폼멜찍기 - 롱소드 자루 끝에 달린 무게추. 롱소드 검술 중엔 왼손을 이부분을 잡아 사용하기도 한다. 폼멜의 존재 용도는 다양한데 우선적으로 도검의 중심을 잡기 위한 균형추의 역활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메이스 만큼은 아니지만 이부분으로 타격하면 제법 타격을 줄수 있다.

     

    캄프링겐의 경우 일본의 유술이 이에 해당하며 현대의 유도는 여기서 떨어져나와 발전된 것이다.

    하프소딩 기법 역시 일본의 고류 무술에도 이 범위에 해당하는 전투방법이 있을 것이다.(아마도?)

    하지만 현대 검도에서 스포츠화 하는 과정중에 이러한 범위에 해당하는 기술은 모조리 생략되었다.

    보통 현대 검도에서 도검을 사용하기 힘들정도로 초근접전 상황이 된다면?

    요령껏 거리를 띄어 사정거리를 만들거나 아니면 심판 판정이 들어가겠지?(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