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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들어올린 유스티나는 한쪽 손을 가드 윗부분 칼날이 없는 부분인 리캇소를 잡고는 바닥에 깔린 알렉산드라를 향해서 검끝을 둔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찍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온몸의 체중을 실어 칼을 내려찍었다.

여기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손을 빼어들어 칼끝을 쳐낸 알렉산드라는 유스티나를 걷어차며 일어섰다.

유스티나는 한쪽 손을 땅으로 집으며 착지한 다음 알렉산드라를 향해 무기를 겨누었다.

느긋한 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알렉산드라는 별다른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자신의 망치를 자루 끝을 땅바닥에 박고 한손으로 무기를 잡고는 유스티나를 주시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올곧은 자세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여유가 느껴질 정도로 의연하기 그지없었다.

 

 

“제법 잘 싸우는군.”

 

 

혼잣말인지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인지 알렉산드라는 그런 미묘한 어조의 말을 내뱉었다.

 

 

“DC 코믹스를 애독하지만 마블을 손을 안 댄 건 아니야.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거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대사 던가? 그럼 넌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 라도 되나?”

“뭐 대충 비슷하지. 그럼 넌 슈퍼 빌런이야.”

“세상은 코믹스 만큼 간단한게 아니다.”

“맞는 말인데. 네 입에서 나올말은 아닌거 같다?”

“그래?”

 

 

대답을 들은 알렉산드라는 폭소를 터트리며 상대 여전사를 비웃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잠시 눈앞의 상대방을 비웃은 그녀는 이어서 입을 열었다.

 

“정말 제멋대로구나 너는! 그렇다면 그 기준이 뭔데?”

“이 세상에는 말이다 변하지 않을 절대적인 가치라는게 있거든?”

“누가 정해주는 건데? 사람들? 신? 아니면 네 녀석이 좋아하는 마블 코믹스?”

 

시니컬한 웃음을 지으며 알렉산드라는 이어서 말했다.

 

“나의 자매여. 영혼으로 맺어진 사랑스러운 나의 자매여. 이 세상엔 절대 가치라는 것은 없다네. 단 하나도! 세상은 힘을 지닌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지. 정의는 힘을 지닌 자만의 것이야. 이것은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진리이기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게.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 약자를 위해 힘을 써라? 그런 건 패배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공허한 외침이야.”

“힘을 가진 자가 정의라? 그래서 파시스트들이 엉클 샘이랑 강철의 남자(스탈린 이름 뜻)에게 그렇게 개박살 났군.”

“나치즘은 다시 부흥할 것이다.”

 

말을 마치고는 한쪽 발을 뒤로 옴긴다.

무릎을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춘 알렉산드라는 두 손으로 자루를 잡으며 싸울 자세를 잡았다.

그런 알렉산드라에게 유스티나가 외쳤다.

 

“그러니까 네가 한 말들은 완전히 궤변이야.”

“이해 못하는군. 내가 말하는 바를….”

“힘에 의한 정의? 그딴 건 개나 줘버려. 싸우자. 엉덩이를 걷어차주지!”

“너 또한 힘을 사용해 의지를 관철하려 하잖아? 좋아. 어디 한번 해봐.”

 

그 순간 유스티나의 전신에서 폭발하는 듯이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머. 전체 시스템 리미트를 해제한다. 콘덴서 출력 제한 해제. 작동 코드. 발할라의 투지!”

-Yes ma'am. overdrive mode 'sprit of valhalla' activate.

 

눈 앞을 덮은 바이저의 계기에선 디지털 표시기의 각종 계기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속도, 출력 등의 각종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더니 최대 수치를 의미하는 ‘MAX’ 라는 글자를 띄웠다.

한편으로는 그녀를 중심으로 거친 바람이 요동치며 창고 내부를 작은 회오리로 휩쓸었다.

이를 지켜보는 알렉산드라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 기세에 누그러진다던가 뭔가 선수를 쳐서 이점을 취한다는 행동 또한 취하지도 않았다.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잠시 후 유스티나의 기운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알렉산드라는 갑자기 자세를 풀고 몸을 곧바로 세웠다.

 

“헌데 물어볼 것이 있다.”

 

알렉산드라가 질문을 던졌다.

 

“넌 우리들의 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무슨 소리냐?”

 

순간 강렬한 섬광이 일어나며 알렉산드라의 몸 전체를 격렬한 스파크가 뒤덮었다.

그녀의 전투망치에선 룬의 배열이 일어나 그 주변을 회전하고 있었다.

그 기세는 유스티나를 압도했다.

 

“자기 자신의 손에 쥔 무기도 모른 체 힘을 논한 다라. 어처구니가 없구나.”

 

그 말을 끝으로 알렉산드라가 시야에서 살아졌다.

뒤이어 유스티나도 모습을 감추었다.

둘이 다시 나타난 건 좀 전에 서있던 자리의 정 가운데에서 였다.

무기를 맞대고 있던 둘은 떨어지며 재차 달려들었다.

공격과 공격이 서로 엇갈리고 부딪치며 주변의 공기를 달구었다.

부스트를 이용해 유스티나가 떨어지자 갑자기 알렉산드라의 몸이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두터운 우레가 나와 요동치며 온사방을 향해 크고 작은 우레를 쏘아보냈다.

 

“토르의 분노!”

 

알렉산드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격렬한 전자의 홍수는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분쇄해 나아가 창고 전체를 체웠다.

그중 일부는 창고 외벽을 꽤뚫코 밖으로 삐져나와 외부에서 지켜보던 경찰로 하여금 기겁하게 만들었다.

피할 틈도 없었다.

공간 전체를 점유하며 파고드는 데 틈이 있을 턱이 없었다.

발키리의 갑옷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방어기재인 반투명한 막이 선명한 색을 띄우며 나타났다.

잠시 동안 전뢰의 질주로부터 유스티나를 보호하는가 싶었던 이내 돌파당하더니 유스티나를 덮쳤다.

 

“크아아악!”

 

격렬한 벼락에 내동댕이 쳐진 유스티나는 그 충격에 그대로 날아가 창고 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움푹 들어간 곳을 중심으로 쩌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미줄 감은 균열이 일었다.

바이저에 표시된 계기는 그 후유증으로 잠시 지지직 거리는 화면만을 표시했다.

다행히도 몇 초를 넘기지 않고 기능은 회복 되었다.

겨우겨우 회복된 디스플레이어에서 우선적으로 바이저 너머의 시야를 제공했다.

그런데 그렇게 회복된 시각 센서에서는 온몸에 전뢰를 두른 갑주차림의 여기사를 표시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유스티나는 상황의 위급함을 느꼈다.

 

'Damn it!'

“빛의 속도로 날아가 본 적 있나?”

 

그녀는 아래에서 위로 유스티나 자신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머리 중심으로 왠지 모르게 전하의 고리들이 생겨났다.

전하의 고리를 통과하며 가속한 망치머리는 육중한 외형과는 달리 소닉붐을 일으키며 초음속으로 유스티나를 강타했다.

 

펑-!

 

공기의 장벽을 통과하는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었다.

창고 구조물, 외벽이 통째로 박살나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런 가운데 쏜살같은 속력으로 무기력하게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유스티나가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던 수진은 화들짝 놀라해 했다.

 

“아가씨!”

 

비명과도 같은 소리로 유스티나를 염려하는 한편 스코프를 들여다보며 그렇게 만든 적을 찾아 나섰다.

폐허가 된 창고 한가운데서 스파크를 내뿜으며 무언가가 유스티나를 향해 치솟아 올랐다.

알렉산드라 였다.

그녀의 갑옷의 등판에서도 유스티나의 갑옷처럼 일부 플레이트가 젖혀지며 부스터를 전개해 공중으로 몸을 띄어 올렸다.

유스티나보다 약간 높은 고도에 올라섰을 때 알렉산드라는 자신의 전투망치 자루에서 망치머리를 분리했다.

사슬에 매달려 자루에서 떨어져 나온 육중한 망치머리는 알렉산드라가 자루를 휘두르며 탄력을 가하자 힘을 받아 허공에서 호를 그렸다.

스파크를 내뿜으며 호를 그리던 망치머리는 한줄기의 낙뢰가 되어 무력화된 유스티나의 몸을 후려쳤다.

강렬한 충격이 그녀의 몸을 덥쳤다.

유스티나는 충격에 튕겨나가 경찰병력이 배치된 가운데로 깊숙하게 처박혔다.

여기에 휩쓸린 학원경찰대 몇몇과 차량들이 튕겨나가 주변으로 비산했다.

 

“으아악!” “아아악!” “이, 이게 뭐야!” “정신차려! 모두 각자 위치로! 각 팀 피해상황을 보고하라!”

 

비명성과 노호성이 현장을 휩쓸었다.

다만 재난에 휩쓸리지 않은 다른 경찰들이 달려들어 피해를 입은 동료들을 구출하거나 상급자에게 무선으로 보고를 했다.

반면에 대다수의 싸울수 있는 경찰들은 엄폐물 뒤로 대열을 잡고 아직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한 전투망치를 들고 있는 갑주차림의 여성 - 알렉산드라를 조준했다.

지휘관인듯한 풍채 좋은 남자가 차량 무전기를 빼어 들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사격개시!”

드르르르륵!

 

수십, 수백, 수천발의 크고 작은 총탄이 알렉산드라에게 쇄도해왔다.

하지만 총탄들은 그녀를 감싼 스파크의 보호를 뚫지 못하고 튕겨나가거나 전자의 격류 구속되어 입자분해 되었다.

이를 본 경찰들의 얼굴에 경악이 퍼져나간다.

 

“쏴라 쏴! 계속 쏴! 어떻게 해서든 저걸 막아!”

“50구경도 안 통합니다! 저런 괴물을 어떻게 막습니까!”

 

사격 지속을 요구하는 지휘관에 맞서 SWAT 차림의 경찰이 항변한다.

그 경찰을 향해 지휘관이 화를 낼려는 찰나 알렉산드라를 중심으로 전뢰의 물결이 퍼져나와 그들을 덮쳤다.

그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경찰들 중 태반이 감전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일부 차량이 고압전류에 연료가 발화된 듯 폭발을 일으켰다.

알렉산드라가 이를 거둬들였을 때 경찰들은 실이 끊킨 마리오네트처럼 픽픽 쓰러졌다.

그녀는 여기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를 못하고 유스티나가 파묻힌 곳으로 유유히 날아갔다.

그때 저 멀리에서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미사일 이었다.

 

콰쾅-!

 

폭음과 함께 미사일이 폭발했다.

성형작약이 폭발하며 일어난 메탈제트는 무엇이든 꿰뚫을 창이 되어 알렉산드라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알렉산드라의 몸이 폭염에 휩싸였다.

잠시 후 연기가 걷히고 난 그 자리에는 스파크를 내뿜으며 건재한 모습을 갖춘 알렉산드라가 있었다.

그녀는 미사일이 날아온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미간에서 스파크를 일으키며 그녀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무언가를 튕겨냈다.

총탄이었다.

총탄이 날아온 방향을 보니 과연 저 멀리 한블록쯤 떨어진 곳에서 저격총의 스코프에서 반사된 것으로 보이는 빛이 반짝 거렸다.

그녀의 눈 앞에 입체 화면이 떠올랐다.

허공에 표시된 화면에서 저격지점으로 보이는 곳을 지정해 줌 하니 그곳에는 저격총을 그녀에게 겨누고 있는 수진이 보였다.

총구가 다시 불을 내뿜었다.

 

파지지직!

 

이번엔 총탄을 튕겨내지 않고 허공에서 잡아내었다.

하전입자가 요동치는 스파크의 거친 물결 속에서 8.6미리 라푸아 매그넘 탄이 입자분해되어 사라진다.

알렉산드라는 룬의 나선에 휩싸인 전투망치를 들어올렸다.

지난 일요일 처럼 낙뢰를 일으켜 저격수를 제거할 생각이었다.

룬의 회전이 절정에 달했을 때 갑작스럽게 유스티나가 불쑥 뒤에서 나타났다.

허공에서 부스터에 도움을 받아 회전하며 알렉산드라에게 킥을 먹였다.

 

“이얍!”

빡-!

 

이번에 알렉산드라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거의 폐허로 변한 창고 바닥 한가운데 처박힌 그녀를 향해 유스티나는 어째서인지 양 어깨에 하나씩 대전차 로켓포를 걸친 다음 겨누었다.

아마 바닥에 버려진 경찰 장비 가운데에서 챙겨간 모양이다.

 

“먹어랏!”

푸슝-.

푸슝-.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두 로켓이 차례대로 발사되었다.

반쯤 몸을 일으키던 알렉산드라가 들어올린 눈 앞에 두 개의 로켓포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콰콰쾅-!

 

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폭발이 일어나 창고 전체를 거의 날려버리다 시피했다.

빈 로켓포를 버린 유스티나는 이번에는 플라스틱 폭탄 여러개 묶은 것을 꺼내들었다.

1초도 안되게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폭탄에 연결된 시한신관을 조작한 그녀는 격발 버튼을 누르자 마자 발로 차 이제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창고 건물을 향해 날렸다.

 

콰앙-.

 

재차 폭발과 폭음이 휘몰아치며 얼마 남아있지 않는 건물을 날려버린다.

천장은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다른 창고 건물에 흠집을 남겼다.

남아있는 것은 타닥타닥 타드러가는 창고 자재물과 파편더미 그리고 젓가락 휘듯 휘어버린 철골 빔만이 남아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뿐이었다.

폭발을 확인한 유스티나는 바이저를 들어올렸다.

외부에 모습을 비춘 그녀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헉헉. 뭐 저딴 괴물이 다 있어!”

 

발키리의 갑옷 덕분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몸엔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심신이 받은 극도로 받은 피로로 금세라도 탈진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괜찮아요?

 

귓가의 리시버에서 수진의 염려가 들려왔다.

하지만 유스티나는 제대로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통신을 개방한 체 숨을 헐떡거리며 한참 동안이나 아무런 말 한마디 조차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빨리…헉헉.… 철수하자.”

-학원 경찰대엔 뭐라고 할까요?

“그…그건.”

 

그때 화재와 연기에 휩싸인 창고의 폐허 한가운데에서 스파크가 일더니 하늘을 향해 두터운 우레가 솟았다.

땅에서 하늘로 역으로 치솟는 이 기묘한 벼락은 주위의 연기와 화재를 밀어내었다.

유스티나는 허탈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하하. 정말 넌더리가 나는 썅 년이야.”

아마도 저기 있는 네오나치인 발키리는 아직 싸울 힘이 나아있는 모양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그녀는 몸을 돌리더니 등판의 부스터를 전개해서 멀리 날아났다.

멀리서 유스티나를 지원하던 수진도 무기를 챙겨 들더니 제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지붕에서 내려온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험비 차량을 향해 뛰었다.

유스티나와 수진이 현장에서 사라진 얼마 후 벼락은 서서히 사그라들더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전입자의 폭풍이 춤을 추던 자리 한 가운데엔 갑옷을 입고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는 여성, 알렉산드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천둥의 힘을 갈무리해 온몸을 감싸던 스파크를 가라앉힌 그녀는 창고의 폐허에서 나왔다.

고개를 들어올린 그녀는 유스티나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저 멀리 중심 행정 구역에 있는 마천루들의 정글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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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에필로그랑 3화1파트 올라감

 

그건 그렇고 빛의 속도로 날아가면 어떨까염?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