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거절한다!”

 

 

유스티나의 검이 그녀의 상대를 향해 떨어진다.

바닥에 누은 상대는 검의 괘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위에서 아래로 휘두른 검날이 그녀와 유스티나 사이에서 반투명한 막에 가로 막혀 저지되었다.

반투명한 막은 격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검신의 전진을 막았다.

 

 

“난 대인배라고 말했잖아!”

 

 

그때 유스티나의 검을 막았던 전기장이 갑자기 확장되더니 그녀의 몸을 덮쳐왔다.

이러하리란걸 예상하지 못한 유스티나는 놀라하기도 전에 전기장의 반발력에 튕겨나갔다.

몸을 일으켜 세운 유스티나의 상대방은 자신의 망치를 한손에 주어들었다.

 

 

“이번엔 내가 보답할 차례지!”

 

 

망치머리 위로 룬 문자의 배열이 나타나 맹렬하게 회전했다.

양손에선 스파크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이를 기점으로 강렬한 전자의 기운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순간 유스티나의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코앞에서 나타났다.

잔상을 남긴것도 아니고 그저 있던 자리에서 나타나 이쪽에서 다시 나타난 그런 느낌이었다.

화들짝 놀라해 하며 유스티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망치가 바닥을 부수었다.

전뢰가 뒤덮은 망치를 휘두르며 그녀는 유스티나에게 ‘신세’를 갚기 위해 움직였다.

망치의 공격을 피하며 유스티나는 거리를 벌렸다.

접근전에선 저 무지막지한 힘 때문에 해결책을 보기 힘들었다.

검을 집어넣고는 유스티나는 왼손을 상대방을 향해 뻗었다.

왼손을 감싼 건틀릿의 손등에서 빛이 일어남과 함께 쇳소리를 내며 손아귀에서 장식이 가미된 영국식 장궁이 전개되었다.

시위가 없는 그 활에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려하자 빛으로 이루어진 시위와 화살이 나타났다.

그렇게 나타난 활을 상대방을 향해 겨누더니 연신 화살을 날렸다.

 

 

“흥!”

 

 

망치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화살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유스티나의 상대는 콧웃음을 칠뿐이었다.

 

 

철컥.

 

 

망치 자루에서 망치 머리의 튀어나온 요철에 잠겨 있던 갈고리가 풀어져 나왔다.

그 상태에서 그녀는 움켜쥔 자루를 튕기듯이 살짝 움직이며 망치머리를 몸 뒤로 넘겼다.

자루에서 망치머리가 분리되어 나왔다.

그러나 망치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자루와 연결되었던 부위에서 쇠사슬이 풀려나와 자루와 망치머리를 연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대형 망치는 커다란 프레일이 된 것이다.

프레일이 된 망치를 한번 더 흔들어 탄력을 불어넣은 그녀는 유스티나가 있는 곳을 향해 망치머리를 날렸다.

망치머리를 연결하는 쇠사슬은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났다.

 

 

“원거리 전투는 너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스터를 전개시키며 유스티나는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간발의 차이로 유스티나를 놓친 망치머리는 애꿎은 잡동사니들을 후려쳤다.

쇠사슬이 다시 줄어들며 빨려들어가듯 망치머리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

유스티나는 줄어드는 쇠사슬에 내려앉더니 그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상대는 자루를 크게 흔들어 쇠사슬에 커다란 굴곡을 넣었다.

오히려 유스티나는 그 파동을 밟고는 뛰어올라 창고 벽쪽에 붙어있는 철제 난간에 올라서서 상대를 향해 다시 활을 겨누었다.

 

 

“그나저나 묻고 싶은 게 있다. 발키리 라드그리즈. 본명은 알렉산드라…던가?”

 

 

갑옷을 입은 여성, 알렉산드라는 유스티나를 향해 몸을 돌리며 재차 망치머리를 날릴 준비를 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았나.”

“우리들의 주인이자 아버지이신 오딘. 그리고 그분의 옥좌인 홀리드 스칼프는 정말 편리해 그렇지 않아?”

“홀리드 스칼프?”

 

 

홀리드 스칼프는 오딘이 지닌 여러 마법 도구들중 하나다.

그 힘은 오딘의 권위의 상징과 함께 앉으면 세상 모든 일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유스티나는 발키리로써 그녀의 이름인 브룬힐데의 힘으로 옥좌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랬었군. 그래서 지난번에 내 위치를 알아차린 건가?”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넌 옥좌의 힘을 쓸 수 없나보군.”

 

 

대답 대신 망치머리가 호를 그리며 날아온다.

허공에 뛰어 들며 공격을 피한 유스티나는 부스터를 이용해 알렉산드라의 측면으로 돌아가 빛의 화살을 날렸다.

화살들은 별 피해를 남기지 못하고 또다시 전자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망치머리를 회수한 알렉산드라는 다시 허공에서 한번 휘둘러 탄력을 불어넣은 다음 유스티나에게 공격을 날렸다.

급히 부스터에 가속을 걸어 그 공격을 피한다.

그런 그녀에게 알렉산드라가 한쪽 손을 뻗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더 강하다!”

 

뻗은 손바닥에선 스파크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푸른색의 전광이 뿜어져 나와 유스티나에게 쇄도했다.

그 기세는 유스티나의 온몸을 뒤덮을 정도로 커다랗다.

그녀의 생각은 재빨리 방패를 꺼내야겠다는 데에 미쳤다.

하지만 방패를 소환해내야할 왼손에는 활이 들려 있었다.

활 대신 방패를 꺼내기엔 눈앞에 당도한 푸른 뇌광은 너무나도 가까이 와 있었다.

 

쾅-.

 

폭음과 함께 밝기 그지없는 빛이 창고 내부를 가득 채웠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한 낮이었지만 창고에서 뿜어져 나온 빛 덕택에 오히려 주변이 잠시 어두워질 정도였다.

그 원인인 전자로 이루어진 광선을 직접 맞은 유스티나는 바닥에 내려와 한쪽 무릅을 꿇코 있었다.

몸 앞에선 푸른빛을 내는 반투명한 반구형 막이 있었다.

수명이 다하려는 전구처럼 몇 번인가 점멸하던 빛의 막은 이내 곧 사라졌다.

그런 사이 그녀 앞으로 몇 발자국 정도 떨어진 곳에 어느 세 알렉산드라가 자리해 있었다.

 

“내 이름은 알렉산드라 슈펜하우젠. 구스타프 슈펜하우젠의 딸이다. 선조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해왔듯이 슈펜하우젠의 후예로써 나는 위대한 아리안 족의 이상세계를 위해 싸우며 국가 사회주의를 수호한다.”

“…네오나치냐?”

“틀렸다.”

 

순간 알렉산드라가 달려들어 망치를 휘둘렀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망치를 바닥을 구르며 피한 유스티나는 양손에 검을 쥐어 알렉산드라의 다음 행동에 대비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라의 다음 행동은 없었다.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무기를 거두어들이며 천천히 이쪽을 돌아볼 뿐이었다.

 

“기사다.”

 

 

그 말에 유스티나는 눈을 번쩍 뜨더니 치켜 올린 검을 바닥으로 내렸다.

 

“기사라고?”

 

이번엔 오히려 유스티나가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자루를 사선으로 비스듬히 세워서 알렉산드라는 유스티나의 검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루와 검신이 맞닿기 무섭게 유스티나는 발을 바꾸며 알렉산드라의 측면 바깥으로 돌아간다.

오른발은 뒤편으로 뒤쪽에 있던 왼발은 앞으로 내딛으며 바뀐 발의 위치에 맞추어 비교적 앞쪽에 있던 오른 어깨를 뒤로 뒤쪽에 있던 왼 어깨를 앞으로 내민다.

발을 바꿀 때 그냥 바꾼 게 아니라 옆으로 살짝 조금씩 움직이면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알렉산드라의 공격 축선에서 벗어나 완벽하게 측면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몸의 움직임에 맞추어 검신을 자루에 댄 상태 그대로 밀어붙이며 비튼 다음 몸이 완전히 측면에 돌아 섰을 때 망치 자루에서 땐 다음 내려쳤다.

이번만큼은 알렉산드라도 깜짝 놀라서는 황급히 거리를 벌릴려고 했다.

유스티나의 검이 그보다 훨씬 빨랐다.

검을 휘두르는 팔이 안보일 정도였다.

 

쉬식-!

 

반투명한 장막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유스티나의 검을 막아섰다.

유스티나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떠올랐다. 반면에 알렉산드라는 눈 앞에서 자신의 장막과 힘싸움을 하는 유스티나의 검을 보며 식은 땀을 흘릴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망치를 휘두르자 유스티나는 거리를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몇 발자국 거리를 둔 상황에서 대치한다.

 

“기사라고? 엿이나 먹어. 무슨 성자마냥 고결한척 거들먹 거리며 무기를 휘두르면 죄다 기사냐?”

“마음대로 지껄여봐라.”

 

유스티나는 검을 머리 왼편에서 고쳐 세우며 상단세를 취했다.

 

“아머. 파워 어시스트 레벨 5. 프레이의 검은 고출력 모드로.”

-Yes ma'am. power assist BOT(Belt Of Thor) level 5. Setting SOF(Sword Of Frey) high power mode. form zweihander.

 

그녀의 지시와 함께 갑주의 AI가 명령을 수용했다.

그러자 검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검신은 좀더 길게, 좀더 넓게, 좀더 두껍게.

그러다보니 가드쪽에 가까운 검신 부분에 날이 사라지고 새로이 잡을 수 있는 부분이 나타났다.

날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구분하기 위해 작은 크기의 돌출 부분도 돋아났다.

손잡이와 가드 부분 역시 검신의 길이에 맞추어 늘어났다.

변하고 난 후의 검의 모양세는 16세기 독일식 양손검(Zweihander)이었다.

 

“하아아압!”

 

등판의 부스터가 전개되어 유스티나의 몸을 초음속으로 가속시켰다.

떨어지는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아서 그녀는 찰나의 순간에 알렉산드라를 공격권에 넣었다.

알렉산드라도 여기에 맞서 망치를 휘둘렀다.

 

챙-.

파가각!

 

금속성이 울려퍼진다.

뒤이어 금속과 금속간의 고막을 찟어발길듯한 마찰음이 울려퍼졌다.

힘과 힘이 맞선가운데 이번엔 유스티나도 동등한 대결을 펼쳤다.

 

“출력 설정을 변경했군?”

“보면 모르냐?”

 

그 말을 끝으로 유스티나는 알렉산드라로부터 몸을 떨어트렸다가 다시 달려들며 검격을 퍼붇었다.

여기에 맞추어 알렉산드라 또한 무기를 휘두르거나 방어를 해가며 대응한다.

최소한 물러서는 것은 없었다.

챙챙-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수차례 공방이 오고간다.

보통의 인간의 동체시력으로는 쫒을 수 없는 속도로 두 여전사는 무기를 섞었다.

때론 붙었다가 때로는 거리를 두기도 하면서 창고 전체를 링으로 삼아 종횡무진하며 격렬한 결투를 벌였다.

그렇게 붙었다 떨어지기를 수차례.

한차례 서로의 병장기를 주고 받은 후 거리를 벌린 두명의 투사는 거리를 벌리더니 서로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무기를 겨누었다.

 

“아깝군.”

 

 

견제에 견제를 가하여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유스티나가 입을 열었다.

여기에 알렉산드라는 의아해 하며 되물었다.

 

“무엇이?”

“콧수염난 독재자의 유행 지난 썩은똥을 머리에 처박은 꼴통인데 발키리잖아."

“그래?”

“대체 뭐 때문이냐? 발할라의 힘은 그러라고 있는게 아니거든?”

“어짜피 힘은 중립적이다. 사용자의 의지만 있을 뿐이다. 쓸곳 안끌곳을 정하는게 우끼는 소리다.”

“그래서 썩어버린 히틀러의 똥을 위해서 그 지랄이야?"

“백인을 제외하고는 유색인종은 어린 아이 같은 존재다. 아무리 달래고 원하는 것을 해줘도 끝이 없지. 그들의 앞길엔 창조는 없으며 오로지 욕망에 가득 찬 본능과 파괴만 있을 뿐이다. 때문에 우리 백인은 성스러운 책임을 지고 이들을 구제해야할 의무가 있어.”

“개소리는 하얀 집에 가서 해라.”

 

 

그 말을 끝으로 유스티나가 달려들며 또다시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연신 터져나온다.

몇 차례 공방 끝에 무기와 무기를 맞댄 여전사들은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한쪽 손을 검신 중간을 잡고 밀어붙이는 유스티나와 자루를 넓게 잡은 알렉산드라는 온몸을 이용해 서로를 밀어내려고 안간힘을 가했다.

얼굴과 얼굴이 코앞에 있는 가운데 유스티나 쪽의 투구 바이저가 위로 젓혀지며 그녀의 맨 얼굴이 들어났다.

들어난 유스티나의 두 눈은 바로 앞의 알렉산드라의 안면 노려보았다.

 

“힘은 중립적이라고? 웃기고 있네.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거 몰라? 마블코믹스도 안봐?”

“난 DC(Detective Comics) 코믹스를 본다.”

“DC 코믹스? 빌어먹을 DC 코믹스? 좆까!”

 

한순간 순발력을 발휘하여 유스티나는 알렉산드라를 밀쳐냈다.

약간의 거리가 벌어졌지만 그녀는 저돌적으로 달려들어 알렉산드라의 몸통에 어깨를 들이 박았다.

안 그래도 균형을 잃은 알렉산드라는 충격을 받더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위에 올라서서 가슴팍을 한쪽 발을 들어올려 짓이기듯 거칠게 밟아버린다.

 

“나는 마블 코믹스를 본다고! 내 콜렉션이나 보고 열폭이나 해!”

 

--------------------------------------------------------------------------------------------------------

 

사실 DC 코믹스도 많이 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