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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건 조금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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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학생회에선 베언트의 방에서 나온 자료에 의거하여 제4제국의 마약 유통 창고로 의심되는 지역 몇 곳을 습격하여 현 문제의 표면화를 노릴 계획입니다."

 

 

일행 중 하나가 손을 들었다.

훤칠한 키에 흑인 남학생이었다.

이름은 '레이놀드 클라우드' 로 유스티나와는 같은 스포츠 센터에 다니면서 그럭저럭 면식을 트고 지내는 사이다.

 

 

"그래요. 레이놀드. 질문인가요?"

"자치위원회는 알고 있습니까?"

 

 

방대한 규모의 로엔 학원 학생 인구는 1억명을 상회한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등 각 학급별, 학교별로 학생회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체 학생회를 관장하는 상위의 총 학생회의 명칭은 학생자치위원회 이다.

셀레시우스 학교 학생회도 학생자치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다.

 

 

"승인은 받아둔 상태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지원은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레이놀드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 말인즉 우리들로만 일을 치러야 한다는 건가요?"

"지극히 안타깝고도 유감스럽게도 저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께 부탁을 드리는 입장입니다. 사실 위원회에선 성공하면 좋고 안되도 딱히 상관 없다는 입장이에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마친 이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회장의 모습을 눈에 담은 레이놀드는 머리를 긁적였다.

 

 

"우리 만으로도 될까요?"

"일단 대략적인 계획은 재빠르게 습격하고 이탈하는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증거물로 대량의 마약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번 목표니까요. 그러니 많은 인원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힛 앤 런을 통해 소요사태를 일으키고 사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동해서 현장을 점거한다.

그리고 현장 점거 와중에 대량의 마약을 발견하고 이를 이슈화 하여 현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제4제국 뿐만이 아니라 마약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다른 조직에게도 동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잘만 한다면 마약 문제 뿐만이 아니라 로엔의 전체적인 치안 상황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킬수 있는 수단이었다.

문득 자리에서 일어난 이진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다과회 참석 인원들을 한번씩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 때문에 저는 이번 일을 여러분에게 강제하는 것이 아닌 부탁을 청하고자 합니다. 상급 학생회 에서도 필요하다면 이 계획을 철회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잘 성공시킨다면 당분간 커다란 파문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지만 근래에 들어 범죄조작의 유입으로 혼란이 가중화된 로엔의 치안을 안정화 시키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공격 목표는 신중하게 선택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진의 시선은 유스티나에게로 꼿혔다.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유스티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떡하시겠습니까. 여러분?"

 

 

[4월 8일 일요일 03시 12분 북동쪽 02구역]

 

02 구역은 북동쪽 구획을 비롯하여 북부 중심 구획에 필요한 생활 필수품이나 식료품 등의 물자를 저장하는 조그마한 물류창고가 자리잡고 있었다.

규모가 작다고는 하다 그것은 상대적인 의미로 건물 자체 크기만으로 보자면 5층정도 크기의 제법 규모있는 건축물이다.

 

"그래도 다행이야. 우리가 직접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으니까."

 

 

바비큐 파티가 끝난 바로 유스티나는 그 자리에서 목표를 부여받고 다른 단속반원과 함께 예정된 시간에 모여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북동쪽 섬에 와 있었다.

현재 그녀는 인근 빌딩 옥상 위에서 관측장비로 창고 외부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

평상시 발할라의 발키리로써 브룬힐데의 갑옷을 입던것과 다르게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것은 몸에 착 달라붙는 타입의 가압식 통합 전투복이었다.

나노테크놀러지의 산물인 이 가압복은 소화기에 대한 완벽한 방탄/방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고 착용자의 몸을 기타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었으며 나노 근육이 있어 착용자의 근력과 체력을 보조하는 파워 어시스트 기능까지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M40A3 저격총으로 무장하고 역시 같은 전투복을 입은 수진이 엎드려쏴 자세로 창고 건물을 겨누고 있었다.

 

"언제나 위험한 일은 내 몫이어서 내가 저기에 들어가서 일을 벌일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잖아. 저 녀석들도 고생 좀 해봐야 해."

 

나이트비전 기능이 있는 관측 장비에서 눈을 땐 유스티나는 낄낄거렸다.

그녀가 웃음이 일때마다 어둠속에 잠겨 있던 그녀의 실루엣이 들썩였다.

 

"하지만 대기하면서 기다리는 것은 조금 지루하네. 수진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저는 제가 해오던 일이라서 그다지 큰 불편은 없어요."

 

유스티나와 함께 일하면서 저격 및 외부 관측으로 그녀를 보조하는 일을 주로하던 수진이다.

이번에 하는 일도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일이다.

원치 않은 대답이었는지 흥미를 잃은 유스티나는 입을 삐쭉 내밀더니 목표인 창고건물을 들여다 보았다.

 

"뭐 사실 위험한 것보다 좀 지루한게 좋긴 한데."

-유니폼 원 여기는 마이크 시에라 투. 붐박스 배달이 완료됬다. 빠져나갈태니 엄호를 부탁한다.

"여기는 유니폼 리마 원. 알았다 마이크 시에라 투. 신속이 빠져나오길 빈다. 참고로 마이크 시에라 투의 남편씨가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아앗! 뭐야, 유스티나? 일 하는 중에 그런 농담은….

"긴장 풀라고 하는 말이야. 그리고 민우도 진짜 걱정하고 있어."

 

창고로 잠입한 다른 풍기단속반원인 콜사인 '마이크 시에라 투' 민시아와 잡담을 나누며 유스티나는 자그마하게 낄낄거렸다.

그런데 낄낄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 소녀가 노트북을 잡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저어-기 말이야. 지금 일하는 중인데 조금은 긴장해야되지 않겠니?"

"아, 누리?"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뒤돌아보는 유스티나를 보며 누리라 불리우는 소녀는 염통이 터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수 있었다.

결전의 '그 날' 이후 거짓말 처럼 사라진 '그것'을 추적 및 조사하는 임무를 뛰고 이곳 로엔까지 온 그녀다.

한누리 그녀는 메가테크라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장의 딸이다.

동시에 그녀는 메가테크의 보안부 소속 에인전트 이기도 하다.

1년전 메가테크 사가 지닌 오버 테크놀러지로 만든 전투 안드로이드 EA(에아) 시리즈와 메가테크 사에서 개발한 게임 메탈 하트에 관련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결전의 '그날'이후 모습을 감춘 '그것'의 추적 끝에 이곳 로엔 까지 오게 되었다.

그녀의 임무는 민시아를 비롯한 에아 들을 도아 '그것'을 추적하여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그 본 임무와 상관없는 일을 돕느라 살짝 짜증이 나 있는 기분이다.

 

"대체 우리가 왜 이런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겠네. 지금 그것을 찾아야 하는 임무만으로도 벅찬데 민시아는 무슨 생각으로?"

 

투덜대는 누리를 향해 유스티나는 고개를 돌렸다.

잠시 가만히 그녀를 향해 눈길을 고정시키던 그녀는 그 시선을 느낀 누리가 어색해하는 몸짓으로 역시 눈빛을 마주하자 빙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뭐, 뭐야?"

 

그녀의 시선과 표정이 부담스러운 누리가 살짝 당황해 하며 물었다.

대답없이 조용히 유스티나는 고개를 내밀어 얼굴을 누리에게 가까이 붙였다.

반짝뜬 눈에 당황스러움이 가득찬 누리는 갑작스러운 유스티나의 행동에 어찌해야할줄 몰랐다.

 

"저기, 장난치는거라면…."

 

뭐라도 입을 열러던 차 갑자기 유스티나가 누리의 등뒤로 돌아갔다.

누리의 등뒤를 잡은 그녀는 손을 뻗어 양 가슴을 움켜잡았다.

나름대로 격투훈련을 받은 누리지만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각종 기능성 훈련을 계속해온 유스티나의 몸놀림에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꺄아-. 무슨 짓이야!"

"헤에? 100점 만점의 80점 인가? 중량감이 조금 부족한 걸?"

"으윽!"

 

음흉한 웃음을 짓는 유스티나는 반항하는 누리를 힘과 기술로 찍어 누르며 가슴을 주물럭 거렸다.

스코프를 통해 물류 창고를 주변을 감시하던 수진은 한숨을 흘렸다.

메가테크 사의 에인전트로써 고도의 훈련과 스스로도 무술 수련을 좋아하는 그녀지만 그러한 훈련들을 좋아하는것을 넘어 즐기는 경지에 이른 유스티나에게는 아무래도 중과부적인 모양이다.

 

"이거 놓지 못해?"

"이거 놓지 못함."

"아 쫌!"

"후후훗. 어디보자. 약점이 여긴가?"

"아흑! 제발 그만!"

 

다행히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드센 성격을 지닌 누리는 수진이나 유스티나가 속한 교반의 학급반장 아가씨처럼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던가 애원하는 등의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일까?

밀려오는 분노로 인한 노호성과 유스티나의 손길이 민감한 곳(?)을 자극할때마다 새어나오는 신음소리와 비명을 간신히 억누르기 위해 이를 악무는 그녀였다.

약점(?)을 건드릴때는 움찔거리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역력히 들어나려 하는 표정을 억지로 억누르며 그녀는 겨우겨우 유스티나에게 대항했다.

 

"흐흥. 건강한걸? 감도가 좋은데? 다행인줄 알아. 이런거 못느끼는 사람도 있다?"

"하아. 그만!"

 

누리의 요청을 무시하며 유스티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떡주무르듯이 주물렀다.

정신을 집중 할수 없던 탓에 힘이 풀리는

어느덧 손을 다시 가슴으로 옴겼다.

 

"괜찮아. 괜찮아. 가슴이 빈약하다고 기죽지 마. 빈유도 희소가치가 있다구."

"그만해! 니가 무슨 변태 아저씨야?"

"학생회에서도 자치위원회 차원에서 열심히 찾고 있다잖아. 뭐가 문제야?"

 

 

유스티나의 구속 속에서 아등바등 거리던 누리는 일순간 화제를 돌리는 유스티나의 그 한마디에 뇌를 관통하는 무언까 찌릿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뒤이어 밀려오는 이러저러한(?)자극에 다시 신음소리를 흘렸다.

 

 

"하아아-. 그, 그렇다고는 해도…우,우리는. 으윽! 우리는 하루 빨리 그것을 찾지 않으면!"

"그걸 이해 못하는 줄 알아? 민시아는 바보가 아니란 말이야. 넌 그녀가 무슨 자원봉사자 인줄 알아?"

"으윽!"

"그녀는 자신이 가진 힘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반대 급부로 학생회의 정보력을 이용해서 그것을 찾도록 계약했어. 여기에 뭐가 문제 라는 거야?"

"하,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콰광!

 

어둑어둑한 새벽 하늘을 뚫고 푸른빛의 전격이 물류기지를 강타했다.

단 한순간, 눈 깜빡임보다도 훨씬 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낙뢰는 그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유스티나를 포함해서 그녀의 조교(?)에 저항하느라 정신없는 누리, 진지하게 창고건물을 관찰하고 있던 수진 비롯한 현장에 있던 3인 모두 깜짝 놀랐다.

낙뢰가 일어난 이후 창고 주변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고요함과 어둠만이 가득했다.

넋을 잃고 낙뢰가 떨어진 부분을 지켜보던 3인을 정신을 깨운 것은 각자의 귀를 때리는 공용회선을 타고 들어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였다.

 

-유니폼 원. 여기는 로미오 세븐. 응답하기 바란다. 긴급 상황이다!

 

로미오 세븐은 유스티나와 같은 팀을 이룬 레이놀드 클라우드의 콜사인 이었다.

강력한 초능력을 지닌 그는 접근전 중시형인 민시아를 지원하도록 같은 팀으로 묶었다.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는 모르겠지만 무전기 리시버에서는 그의 목소리와 더불어 총성으로 짐작되는 소음이 섞여 들려왔다.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유스티나는 무전기를 조작했다.

 

"여기는 유니폼 원. 무슨일인가 로미오 세븐?"

-포위됬다. 정체 불명의 괴한들에게 총격을 받고 있다! 마이크 시에라 투는 낙뢰에 맞아 행동불능에 빠졌다!

 

그 말과 함께 드드득 거리는 소리가 리시버를 넘어 고막을 때렸다.

유스티나는 냉랭한 눈빛을 한 채 창고 건물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밖에서 보이는 창고의 걷 모습은 고요하기만 했다.

 

-황급히 지원을! 염동결계 유지가 한계다!

"알았다. 로미오 세븐."

-잠깐! 잠깐만 기다려달라. 민시아가 깨어났어.

"그래? 교환해줘."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교신음이 바뀌며 다른 화자가 끼어들었다.

 

-유니폼 원. 여기는 마이크 시에라 투. 나는 무사해. 아무래도 매복이 있던거 같다.

"조심하라 마이크 시에라 투. 근처에 전위 관련 능력자가 있는 듯 하다."

-보울을 쓰겠어.

"잠깐!"

콰광!

 

재차낙뢰가 창고 건물로 떨어진다.

푸린빛의 하전입자 덩어리들은 허공을 가르고 창고지붕을 뚫었다.

그밖에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박살내고 분쇄하며 쇄도해 나아가 민시아를 후려쳤다.

순간 민시아는 불길한 감에 사로잡혀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 보았지만 무언가 대응책을 강구하기엔 너무 늦은 뒤였다.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교차시켜 막아서긴 했지만 격렬하게 요동치는 전격의 격류 앞에선 무모해 보였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튀고 전자의 파열음이 대기를 진동시켰다.

그러나 이 전위의 광기는 민시아의 주위를 감싼 반구형의 투명한 장벽을 타고 주변으로 흩어졌다.

놀라해하며 민시아는 자신의 동료를 돌아보았다.

영화상에서 흔하게 접하는 흑인 케릭터와 달리 차분하고 지적인 남학생인 레이놀드는 양팔을 허공에 뻗으며 염동력을 보내어 강력한 염파방벽을 구축하고 있었다.

온힘을 쏟아붙는 모양인듯 결계를 유지하는 레이놀드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젠장. 민시아! 네가 발리면 좃되는게 누군지 알아? 난 전기구이 따위는 되고싶지 않단 말이야!"

"고마워. 그런데 말 좀 가려서 써!"

"지금 그런 걸 따질만한 여유가…!"

 

 

레이놀드가 따지려들려는 찰나 갑자기 주위가 환해졌다.

천지를 찢을듯한 굉음과 함께 전자의 폭풍은 다시금 창고 내부에 몰아쳤다.

그러나 낙뢰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노린 목표인 금발머리의 소녀는 동료인 남학생을 잡아 끓으며 간만의 차이로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높이 도약해 창고 자재더미 위로 올라선 그녀는 거의 눕다시피하여 자세를 낮추고는 아래쪽 동향을 살폈다.

갑작스런 변화에 어찌된 일인지 상황이 잘 파악 안 된 레이놀드는 잔뜩 흥분되어 씩씩 숨을 몰아쉬었다.

 

"홀리 쉿(Holy shit)! 민시아, 방금 날 구한거야?"

"쉬이-! 조용히…!"

 

민시아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체 짧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런 상태로 잔뜩 기척을 죽인체 기다리니 잠시 후 그녀와 레이놀드가 있었던 그 자리로 총기화기로 무장한 괴한들이 나타났다.

사라진 두 남녀학생을 찾으려는듯 그들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몸을 낮추며 그녀처럼 눈만 살짝 내민 레이놀드도 아래 상황을 파악했다.

 

"오랫동안 숨을 수는 없어. 또 번개가 떨어질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할꺼야?"

 

그는 고개를 돌려 민시아를 돌아보며 물었다.

흑인인 덕택에 안그래도 어두운데 새까만 그의 피부는 두눈과 말할때마다 들어나는 치아들이 강한 대조를 보였다.

유스티나는 다리를 당겨 가져와 살짝 웅쿠렸다.

 

 

"수단은 한가지밖에 없어."

"뭔데?"

"헐리우드 액션 영화식으로 말하자면. 플랜 B."

"플랜 B?

 

의아해하며 레이놀드가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는 그녀가 장난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금발 소녀의 눈빛은 진지하기만 했다.

 

"설마 무모한 짓 하려는 건 아니지?"

"간다."

 

레이놀드의 입이 체 다물어지기 전에 민시아는 어둠에 잠긴 허공속으로 몸을 던졌다.

짙은 어둠속에 녹아들은가 싶더니 그녀가 사라진 칠흑 한 가운데에서 빛이 일었다.

강렬한 빛에 휩싸인 가운데 민시아가 입은 가압식 통합 전투복 위로 빛을 내뿜는 입자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덧씌운다.

빛의 입자들이 자리잡고 난후 그 기운이 잣아들자 들어난것은 다음과 같았다.

정강이받이와 흉갑, 그리고 얼굴을 완전히 가르는 마스크가 달린 헤드기어.

마지막으로 양 팔뚝에 달린 돈파는 그 크기가 더욱더 커졌으며 길죽한 방패 같은 것들이 달려있었다.

아래쪽에 있던 괴한들은 순간 머리 위쪽에서 빛이 일자 깜짝 놀람과 동시에 고개를 처들었다.

하지만 빛이 있었던것은 정말로 순식간 이었다.

다시 잠잠해지자 그들은 허공을 강하게 주시만 할뿐이었다.

 

쾅-!

"으악!"

"아아악!"

 

공기를 찟는 폭음이 울려퍼지며 폭발이 일어났을때와 같은 충격파가 괴한들 가운데서 일어났다.

놀랄틈도 없이 괴한들 대부분이 충격파에 휩쓸려 창고 사방으로 날아가 흩어졌다.

괴한들은 제각기 쌓여있던 창고더미 한 가운데로 날아가며 자재더미의 산을 무너트렸다.

충격파에 휩쓸렸으나 바닥에 쓰러지기만 했던 괴한들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위로 올려보니 거대한 자재더미의 그림자가 자신의 몸 위로 쓰러지는 것을 눈에 담았다.

그의 비명소리는 잡동사니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음에 묻혔다.

그러한 충격파의 한 가운데에는 변신안 민시아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주변을 정리한 민시아는 하늘을 올려보며 아직 자재물 더미 위에 숨어있는 자신의 동료를 향해 입을 열었다.

 

"레이놀드. 빨라 탈출하자!"

 

자재물 더미 위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고 레이놀드가 고개를 내밀었다.

 

"…깨끗한데?"

"빨리나가자구. 여기 있다간 총든 무시무시한 아저씨들이 우릴 잡으러 나타날껄?"

파지지직-!

 

유스티나가 대답하자마자 갑자가 하늘에서 낙뢰가 작열했다.

콰광하는 폭음과 함께 시퍼런 낙뢰가 유스티나가 있던 자리를 후려쳤다.

미리 조짐을 감지한 그녀는 창고에 쌓여있는 잡동사니 너머로 피한뒤였다.

 

"…빨리 이곳에서 나가야해!"

 

몸을 웅크리며 유스티나가 말했다.

그런데 웅크린 그녀의 몸 뒤로 짓은 음영이 드리웠다.

어둠속에서 몸을 일으킨 그 음영의 주신은 눈에 살기를 띄우며 두 손으로 무언가 거대한 무기를 들고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더니 그녀를 향해 세차게 휘둘렀다.

이에 살기를 느낀 유스티나는 앞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몸을 날리자마자 그녀가 있었던 자리를 향해 육중한 무언가가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휘둘러진다.

마치 거인이 휘두르는 망치와도 같이 공사장의 철거장비를 떠오르게 할 정도였다.

허술하세 쌓아올린 잡동사리의 언덕이 이를 감당해낼리 없었다.

잡동사리들은 충격을 받고는 부서져 무수히 많은 파편으로 변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민시아는 피한 자리에서 한쪽 손을 땅을 짚은 자세로 창고의 어둠속 그 너머 있는 상대방을 경계했다.

자신의 무기를 들어올린 상대는 재차 민시아에게 달려들었다.

미약한 달빛 아래 문득 들어난 그 무기는 커다랗고 길다란 메이스였다.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바닥을 깨부셔진다.

파편이 튀는 가운데 검은색 실루엣의 상대는 커다랗고 육중한 중병기를 사용하는것 답지 않게 이 거대한 메이스를 들어올리며 재차 돌격했다.

민시아는 왼쪽팔의 돈파와 결합된 방패를 내세우며 이를 방어하려들었다.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 형언하기 힘든 육중한 타격이 방패를 후둘 겼다.

왼팔을 타고 온몸에 퍼진 그 충격은 이전에 겪었던 그 어떤 공격보다도 무시무시한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보울(VOLE)의 지배자.

강철의 육신과 전자의 영혼으로 이루어진 그녀는 강력한 수호자이며 기계들의 마녀이기도 하다.

단순 물리적 존재를 넘어선 초월적인 무언가인 그녀에게 겨우 이따위의 강한 공격 따위에 굴복한 그녀가 아니다.

공격받은 좌측 방패를 옆으로 잿기며 동시에 오른쪽 돈파로 공격을 날린다.

몸을 살짝 틀어 그 공격을 피한 상대를 향해 그녀는 왼팔로 위에서 아래로 종(縱)으로 내려찍는다.

이번에도 그녀의 상대는 살짝 옆으로 몸을 움직여 피했다.

메이스를 회수한 그 상대는 몸을 날리며 역습을 가하려 움직였다.

그러나 순간 쩌적하며 바닥에 금이가더니 움푹꺼지며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으윽!"

 

 

균형을 잃고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당황해 하는 그녀의 상대를 향해 민시아는 뛰어 올랐다.

허공에서 몸을 빙글 회전시킨 민시아는 그 반동을 이용해 전신의 체중이 실린 킥을 날렸다.

몸을 못가누며 허둥대는 상대는 민시아의 모든 힘이 실린 정강이에 강타당하였다.

그 충격으로 멀리 튕겨져 나간 상대는 창고 자재물 더미 사이로 박혔다.

그 위에 쌓여있던 자재물의 언덕이 무너져 내려 상대의 위로 쏟아져내렸다.

온갖소음과함께 민시아의 상대는 각종 잡동사리 속에 매몰되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전히 끝장을 보기위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자제물의 둔덕으로 달려들었다.

그때 그녀가 있던 창고 건물 바로 위쪽 창공에 푸른빛이 잔잔히 일었다.

그러는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뇌광이 허공을 짓이기고 내려와 쇄도하고 있는 민시아에게 꽂힌다.

 

우지직-

콰쾅!

 

놀랍게도 민시아는 낙뢰를 방패로 후려쳤다.

비산하는 전자의 줄기들은 수십 가닥으로 흩어져 창고 내부 이곳 저곳에 검게 그을린 자국을 만들었다.

이때 무너진 자재물 더미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폭발이라도 일어난듯 무언가 강한 힘에 의하여 흩어져 산지사방으로 비산했다.

흩어진 고물 더미 사이에서 여성의 것 특유의 가냘프고 섬세한 실루엣이 웅크린 몸을 일으켰다.

실루엣의 주인은 좀 전의 발차기로 민시아가 날려버린 그 '상대'였다.

'상대'는 박살난 창고 천장 사이로 비춰지는 달빛을 등지며 그 그림자가 만들어낸 얼굴의 음영 가운데 민시아를 노려보았다.

 

 

"보울의 주인 메탈하트 다운걸. 민시아?"

 

'상대'가 말을 걸어왔다.

경계를 늦추지 않은체 민시아는 의혹감이 드는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름을 아는 이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구면도 아닌거 같은 데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넌…누구냐!"

 

 

대답대신 '상대'는 자재물 더미 위에서 걸어 내려왔다.

전용 무기인 거대한 메이스를 들어 어깨에 걸쳐멘체로 '상대'는 한 발자국씩 천천히 민시아에게로 다가왔다.

그녀의 발걸음에 따라 움직임에 따라 그녀를 비추는 빛의 각도도 조금씩 바뀌었다.

실루엣과 음영 속에 있던 '상대'의 얼굴이 자세히 인식 가능할 정도로 가까이에 다가왔다.

안면의 모습을 확인한 민시아는 순간 눈을 부릅뜨며 놀라해하였다.

그러나 놀라해 하는 눈초리도 잠시 곧 강한 적의를 담은 매서운 눈초리로 변했고 표정은 강한 분노에 가득찬 투사의 것으로 바뀌었다.

'상대'가 입을 열었다.

 

 

"후후. 많이 놀랐나? 아니 놀라웠을거야. 안 그러니? 응? 민.시.아!"

 

 

공기를 가르며 상대의 거대한 메이스가 민시아를 노리며 횡으로 허공을 휘젓는다.

이를 피해 뒤로 몸을 날린 민시아를 향해서 '상대'역시 몸을 날렸다.

보름달을 배경으로 두 명의 소녀들이 허공에서 공격을 주고받는다.

창백한 달빛을 받아 민시아의 머리체가 찬란하게 비산한다.

그녀처럼 긴 금발을 지닌 '상대'방의 머리카락도 똑같이 빛난다.

몸에 착 달라붙는 가압식 전투복 덕택에 그 위로 들어난 몸매 위로 월광이 흐른다.

'상대'역시 같은 부류의 복장을 갖추었는지 그녀처럼 달빛을 받은 타이트한 복장 위로 빛이 흐른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달빛 속에서 '상대'의 얼굴이 완전히 들어났다.

민시아와 똑같은 금발, 민시아처럼 갸름하고 새하얀 얼굴 그리고 민시아처럼 붉은 눈동자.

다름아닌 그 모습은 민시아 자신이었다.

 

 

"이야아압!"

"하압!"

 

기합성과 함께 무기가 교차한다.

한차례 공방을 교차한 두 소녀는 거리를 띄우고 상대를 예의주시했다.

그때 잔뜩 긴장한 민시아의 귓가로 무전기 리시버 너머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마이크 시에라 투. 무사한가? 반복한다 마이크 시에라 투. 무사한가?

-빌어먹을! 민시아 무사하면 대답해!

 

 

침착하게 안부 및 상황 설명을 요구하는 유스티나의 통신음에 중간에 다른 화자가 끼어들었다.

그 목소리 또한 민시아가 오랫동안 익히 들어온 것이었다.

듣기만 해도 그 성격과 생긴 면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민시아는 오히려 침착하고 담담한 어조로 대답한다.

 

 

"진정해 누리야."

 

 

한탬포 말을 멈춘 민시아는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어서 보고하였다.

 

 

"여기는 마이크 시에라 투. 문제가 생겼다."

-설명을 요구한다. '문제'가 무엇인가?

-무슨 일이야? 민시아. 괜찮은거야?

 

 

리시버에서 말소리가 어지럽게 교차하고 뒤섞인다.

이 이상 보고하는게 무리라고 생각한 민시아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체 만체하며 마치 쌍둥이처럼 자신과 똑같이 생긴 상대방에게 달려들었다.

  • 홍차매니아 2010.12.29 02:28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이거 외에 올리지 않은 쓰다 만 페이지가 많이네요.

    사실 이것도 아마 나중에 봤을때 뜯어 고칠 부분이 많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글은 삘 받았을때 써야지 억지로 쓰면... 음 여러모로 안좋다는걸 세삼 깨닭습니다. 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