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3월 31일 토요일 13시 21분 게스트 하우스 xx층 옥외 노천 카페]

 

"사례금은 확실하게 전해줬습니다."

 

금발의 소녀 유스티나는 눈앞의 상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평상시 쓰던 영어가 아닌 한국어라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대화상대는 한국 국적의 동년배 소녀이다.

 

한국에서 몇 년간 오랫동안 생활한적 있는 유스티나는 한글을 그녀의 모국어 만큼이나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었다.

 

유스티나의 말을 들은 그녀의 대화상대인 한국인 소녀, 이진은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수고하셨어요."

"별말씀을."

 

유스티나도 미소를 지으며 아이스 티에 꼿은 빨대를 물었다.

 

이진도 자신에 앞에 나온 커피를 입에 대었다.

 

웬일인지 그녀는 평소에 즐겨 마시던 에스프레소가 아니라 아이스 모카 였다.

 

"그는 사례금을 거절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기숙사 방안에 두고 나왔습니다. 알아서 처분하겠죠."

 

"어떤 사람이죠. 그는?"

 

"흐음. 글쎄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금발의 소녀는 난처하다는 것인지 양해를 구해달라는 것인지 양 눈썹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양 볼을 끝까지 말아 올린 미소를 지었다.

 

이진은 그 표정을 보고 눈매와 입술의 모양이 조화가 안되는 이상한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유스티나는 말하기 어려워 하는 거 같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 역시 모양세만 다른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말하기 어려우면 안하셔도 되요."

 

"하하 알겠습니다. 사실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아요. 단적으로 말해서 모릅니다. 정 원하신다면 몇 일 동안 관찰한 다음 보고서라도 제출할까요?"

 

"어머, 정말로요?"

 

그 반문에 유스티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반쯤 농담 삼아 던져본 말이지만 원하신다면 써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저로선 조금 유감스러운 감정을 품을 수밖에요…."

 

"농담이에요."

 

순간 얼굴에 힘이 빼버린듯 표정이 탁 풀린 유스티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핫!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그녀는 멋쩍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사건은 결국 풍기단속반의 연락을 받은 학원 경찰대가 도착하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 이전에 풍기단속반의 일반단원과 강력단속반인 '어벤져'의 인원으로 구성된 일종의 테스크 포스를 파견하여 사전조치를 취하여 유스티나와 수진, 그리고 그녀들과 격전을 벌인 김선현과 과다출혈로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유우나 라는 소녀는 경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사고현장에서 사라질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스티나의 관한 비밀은 학원 경찰대에 노출되는 일은 없었다.

 

그건 김선현쪽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그 사람을 스카우트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네요. 분명 굉장한 전력이 될 텐데."

 

"그 사람은 절대로 풍기단속반에 들어오지 못할겁니다. 아니 그보다는 그 스스로 안들어올려고 하겠지요. 억만의 금을 줘도 말입니다."

 

"호오? 왜 그런거죠?"

 

"누구도 그를 함부로 길들일수 없을태니까요."

 

"야생의 흉폭한 맹수라도 되나요?"

 

음료잔을 기울이며 이진은 되물었다.

 

"맹수라…. 글쎄요. 그 보다는 그는 뭐라고 해야할까? 그래, 다루기가 까다로운 한 자루의 날이 잔뜩 선 도검 이라고 하면 될까요?"

 

"무슨 말이죠?"

 

"동서양을 불문하고 도검은 그 사용하는데 있어서 높은 집중력과 주위를 요구합니다. 특히 일본인들은 그들의 칼에 대해서 편집증에 가까운 날카로움을 추구했지요.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려진 사이 아차 하는 순간 크게 피를 보게 되죠. 뭐, 이 부분은 다른 도검도 마찬가지지만요. 하여간 그를 다루는데 있어서 극도로 높은 주위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흠, 그런가요? 재미있군요?"

 

회장은 싱글벙글한 얼굴을 한체 대답했다.

 

아무래도 그 남자를 포기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하여간 유스티나 양께서 그렇게 경고하시니. 일단은 한발자국 물러나서 관찰해 볼까요?"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머, 유스티나양도 참. 위험한 남자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거 몰라요?"

 

"아아, 그런 매력이라면 이쪽에서 사양합니다. 이미 제가 충분히 위험한 여성이거든요? 더 이상 위험하다간 큰일날겁니다. 그나저나 회장은 그런 쪽 취향입니까?"

 

셀레시우스 학교 학생회장, 이진은 큭큭 거리는 낳은 웃음을 흘렸다.

 

미묘한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은 그 자체의 표정만으로는 유스티나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이상한 기운을 흘릴뿐이었다.

 

"글쎄요?"

 

 

-----------------------------------

 

시간은 약 20분정도 흘러넘어갔다.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그렇게 훌떡 넘어갔다.

 

유스티나의 아이스티의 유리잔에는 얼음만이 남이었었고, 그것은 이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네에, 그렇게 하죠."

 

자리를 정리하고 두 사람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작은 쟁반 위에 빈잔을 옴기던 유스티나는 문득 이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음주 주말에 저희 집 앞마당에서 가든 파티를 할 계획입니다."

 

"어머, 초대해주시는 건가요?"

 

"예. 와주실건가요?"

 

그러자 이진은 입술을 턱에 대며 무언가 골몰히 생각하다가 시선을 돌려 유스티나의 눈과 마주하더니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뭔가 일이 있을줄 알았는데 특별한 일은 없네요. 갈께요. 유스티나양. 한번 집구경도 해봐야겠네요?"

 

유스티나는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오히려 이쪽에서 고마워 해야하는 걸요."

 

 

 

[4월 2일 월요일 10시 12분 셀레시우스 학교 XX 층 화장실]

 

수업시간이 한창인 학교는 한적하기 마련이다.

 

또한 학교라면 어디에 있든지 간에 교실을 빠져나와 화장실 같은 구석진 곳에서 시간을 때우는 불량학생이 있기 마련.

 

올해 고등부 1학년으로 승급한 독일인 유학생인 베언트 에베르트는 겉보기에는 멀쩡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교내에서 마약을 유포하는 불량학생중 하나였다.

 

지독한 백인 우월주의자에 순혈주의자 이기도 한 그는 단순한 불량학생이 아니라 스킨헤드들의 갱단인 '제4제국'의 말단중의 최하위 말단이기도 했다.

 

본래 갈색머리였던 그의 머리카락을 금발로 염색하고 파란색 렌즈를 껴서 언제나 남들이 보기에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북유럽풍 백인의 면모를 갖춘 그는 수업을 거부하고 교실에서 빠져나와 화장실에 숨어들었다.

 

그곳에는 마찬가지로 수업을 받지 않고 교실에서 빠져나와 화장실로 숨어든 다른 학생들이 있었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떼우던 그들은 베언트가 오자 그를 반가이 맞이했다.

 

"이제 오냐?"

 

"뭐했냐? 이 하얀 원숭이 자식! 기달렸잖아!"

 

"멍청한 백인놈."

 

흑인, 백인, 황인, 히스패닉, 사모아 계열 등등 국제 학원 도시 로엔 답게 불량학생들의 면모는 전세계 곳곳에서 모인 인종의 표본이라고 할 만큼 각양 각색이었다.

 

하여간 이 국제연합 양아치 집단은 욕설을 하는 한편 베언트를 반가워 했다.

 

정확히는 그가 가져온 물건을 반가워 하는 것이지만.

 

"기다리긴 뭘 기다려, 빌어먹을 머저리들아?"

 

"헤헤. 삐졌냐?"

 

"그건 그렇고 이번에 내온 물건좀 줘봐."

 

"빨리빨리!"

 

가져온 물건을 보여달라는 친구들의 제촉에 베언트는 비웃음을 짓고는 품 안에서 종이포장지에 쌓인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러자 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오오!"

 

"베언트를 찬양하라!"

 

"찬양하라! 낄낄낄낄."

 

베언트를 제외하곤 나머지들은 마치 외딴 섬의 토템 신앙을 믿는 원주민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절 하는 시늉을 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베언트는 종이 포장에 쌓인 그것을 원주민들의 성물이냥 들어보였다.

 

잠시후 분위기가 잦아들자 그들은 베언트를 둘러쌌다,

 

"고순도 코카인 1kg이다. 팔아야할 상품이니까 맛만봐."

 

"오케이 오케이."

 

품에서 나이프를 꺼낸 베언트는 종이 포장지를 살짝 찢은 다음 칼 끝에 새하얀 코카인 가루를 조금 떠내었다.

 

약에 굼주린 아이들은 탐욕에 젖은 눈빛으로 저마다 나이프 위의 코카인에 노골적인 시선을 보냈다.

 

소년들 중 하나가 나이프에 코를 가져가 코카인을 흡입했다.

 

점막을 감겨오는 고통을 견디자 곧바로 쾌락이 찾아왔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에 대만 출신의 동양계 소년은 깜짝 놀라했다.

 

"으헉! 씨발 이거 뭐야!"

 

"왜 그래?"

 

"존나 끝내줘!"

 

머리 속에서 강렬하게 퍼지는 마약의 쾌락을 견디다 못한 그 소년은 벽을 집고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물러난 자리에 다른 소년이 달려들었다.

 

"어디 나도 좀."

 

"아, 내가 먼저 거든?"

 

"꺼져. 깜둥아."

 

대만인 소년의 반응을 보고 앞다투어 나머지 소년들이 달려들었다.

 

얼마 안가 화장실은 코카인을 흡입하려 달려드는 소년들의 아우성으로 가득찼다.

 

그러던 차에 셀레시우스 교복에 더해 남색 베레모를 쓰고 길다란 레이피어 검을 찬 학생이 들어왔다.

 

풍기단속반 이었다.

 

풍기단속반원은 몇 명씩 돌아가며 수업시간중에 몰래 이탈한 학생을 감시 하기 위해 나와 있기도 하다.

 

화장실에서 들려온 소란 스러움에 무슨 일인가 하고 들어온 풍기단속반 소속의 그 남학생은 코카인을 흡입하고 있는 일단의 소년들을 발견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깜짝 놀라해 하며 풍기단속반 남학생이 소리쳤다.

 

화들짝 놀란 소년들은 그제서야 남색 베레모를 쓴 남학생의 존재를 확인할수 있었다.

 

"씨발 튀어!"

 

마약을 즐기던 소년들은 화장실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그곳에 풍기단속반 단속반원이 버티고 서 있었지만 그는 혼자였다.

 

물소떼처럼 달려드는 불량 학생들을 보며 어어 하던 그는 얼떨결에 테이저 건을 꺼내어 방아쇠를 탕겼다.

 

강렬한 전기 충격을 머금으며 와이어가 발사되어  누군가가 맞았다.

 

일순간 막대한 전기충격을 받은 누군가가 정신을 잃고 화장실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불량 학생들은 정신없이 화장실 문을 달려나갔다.

 

단속반의 남학생은 테이저 건 한방 쏘고는 그대로 학생들의 돌진 속에 휘말렸다.

 

-----------------------------------------------

 

 

코카인을 흡입하면 어떤 기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