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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2021.05.15 21:38

DEKER 1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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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각자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름 냄새와 모닥불 타는 소리.

숲의 다양한 풀과 나뭇잎을 때리는 빗소리.

그리고 점점 가까이 들리기 시작한 괴물들의 울음소리.

 

오두막 안에서 침묵을 깨고 콜터가 입을 열었다.

 

자네, 검술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괴물이면 두 마리 정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처리라면 확실한 우위란 뜻이겠지?”

 

창밖을 보던 리암은 마지막 질문을 듣고 콜터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며 대답했다.

 

두 마리라면 다칠 수 있습니다. 절대 장담할 순 없죠.”

 

콜터가 쓴웃음을 지었다. 리암은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나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의 기억 속에서 자신을 향해 저런 쓴웃음을 보인 사람이 떠올랐다. 오래된 듯 오래되지 않은 그 기억이 낯선 사람을 통해 떠올려지자 낯설지 않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나쁘다면 미안하네. 자넬 비웃은 것은 아니야.”

, 그냥, 아닙니다.”

 

순간 창문에 검은 형체가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콜터가 장검을 빼들었다. 리암이 일어나서 재빨리 문 뒤에서 자세를 잡았다. 반대편 창문에서 다시 검은 형체가 지나갔다. 그 모습을 본 리암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저렇게 큰 놈은 처음 봅니다.”

 

콜터가 허리춤에 있던 손도끼를 꺼내며 대답했다.

 

다른 놈도 정상적인 크기는 아니야. 7마리쯤 죽이고 나니 힘에 부쳐서 도저히 안되겠더군.”

“7마리!”

 

그 순간 문이 부서지며 괴물이 머리를 들이밀었다. 리암이 부서지는 문을 피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는 동시에 장검을 머리 위로 올려 세웠다. 그리고 한걸음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서 장검을 놈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내려쳤다.

 

늑대혼종이 비명을 질러대며 쓰러졌다. 쪼개진 두개골에서 피가 튀었다. 리암은 머리가 쪼개져 쓰러진 채 발버둥치고 있는 놈에게 다시 장검을 내려쳐 숨통을 끊었다. 순간 또 한 마리가 문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이번엔 리암의 팔을 물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으나 재빨리 돌아서며 피한 덕분에 강력한 턱이 닫히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괴물이 리암을 향해 방향을 틀다가 미끄러져 균형을 잃었다. 땅과 달리 미끄러운 나무 바닥 때문이었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리암은 놈의 배를 발로차서 벽 쪽으로 나뒹굴게 만들었다. 자세를 잡고 놈을 향해 재빨리 달려들려고 하는 순간.

 

멈춰!”

 

단호한 콜터의 외침과 동시에 손도끼가 그의 허리 높이를 스쳐지나 날아갔다. 손도끼는 문에서 뛰어 들어오던 괴물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고 그 괴물은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쓰러져 오두막 안으로 굴러들어왔다. 이어서 리암이 그 괴물의 숨통을 끊었고, 콜터가 어느새 먼저 들어온 괴물의 머리를 연속으로 내려쳐 숨통을 끊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천장에서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다.

 

무너져요!”

 

천장이 부서지면서 커다란 괴물 두 마리가 떨어졌다. 쪼개진 지붕의 통나무 조각이 바닥을 어지럽히는 와중에 억수같은 비가 시야를 가렸다. 리암은 구석으로 뒹굴었지만 어깨에 큰 충격을 받았다. 통나무 조각 하나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콜터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든 팔과 다리를 움직여 몸을 일으켰을 때 커다란 괴물이 그를 향해 달려들어 부딪혔다. 다친 어깨가 벽에 부딪히며 또다시 충격이 왔다. 숨을 쉴 수 없었고 고개를 들자 빗물이 입으로 들어와 혼란스러워졌다. 나지막하게 그르렁대는 소리가 코앞에서 들렸다. 놈은 마치 제압한 먹잇감을 대하듯이 킁킁대며 리암의 냄새를 맡았다.

 

리암은 성한 팔로 상체를 일으켜 어떻게든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검은 털로 뒤 덥힌 괴물의 얼굴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암은 간신히 앉은 상태로 주먹을 날려 괴물의 턱을 가격했다. 제대로 타격이 들어갈리 없었다. 괴물은 리암의 어깨를 물고 난로 옆으로 그를 내던졌다. 그의 한쪽 어깨는 이제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이 세 번이나 타격을 받은 고통인지 놈의 아가리에 물린 고통인지 분간조차 되지 않았다.

 

우두머리가 네놈이군.”

 

리암은 이전과 달리 정신은 또렷해져 놈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유난히 덩치가 크고 온몸에 검은 털 뿐인 놈은 보통의 괴물과 다르게 눈에 정확한 초점이 잡혀있었다. 멧돼지 정도는 쉽게 죽일 정도로 큰 늑대혼종은 이야기로만 전해져오는 존재였다.

 

불 좋아해?”

 

그는 성한 팔을 벽난로에 뻗어 아직 불씨가 남아있던 장작을 꺼내 놈의 앞에 흔들어 보였다. 놈은 고개를 내려 공격자세를 취했고 리암은 그 놈을 비웃으며 기름 냄새가 나는 통나무 잔해 속에 장작을 던졌다. 그러나 장작은 장대같은 비로 인해 남아있던 불씨까지 꺼져버렸다.

 

제기랄.”

 

우두머리 괴물이 달려들었고 리암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성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으나 놈은 그 팔 마저도 물어서 이리저리 흔들었고,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들어 배를 차보고 무릎으로 닿는 부위를 필사적으로 가격했지만 팔에서 전해져오는 고통만 커져갔다. 놈이 마음만 먹으면 팔이 떨어져 나갔겠지만 그만 포기하라는 듯 적당히 물고 흔들며 고통만 안겨줄 뿐이었다.

 

순간 리암은 번개소리인지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인지, 아니면 발버둥치다 들린 바닥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었지만 어떤 큰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놈의 아가리가 벌어지고 물고 있던 팔이 힘없이 바닥에 떨구어졌다.

 

우두머리 괴물이 처음으로 낑낑대며 신음소리를 내었다. 자신의 머리를 앞발로 긁으며 뒹굴다가 다시 일어서며 뒤로 물러섰다. 바닥에는 분명 놈의 피가 흩뿌려져 있었다. 곧이어 화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리암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다행이다. 좀 더 버텨!”

 

피투성이가 된 콜터의 손에는 기병총이 들려 있었다. 잔뜩 화난 우두머리 괴물 같이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기병총은 화약 냄새로 가득한 허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괴물은 개의치 않고 자세를 낮추며 콜터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기병총을 리암에게 던지고 반대쪽으로 뒹굴며 괴물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나 그 거대한 몸은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그의 머리 위로 아가리를 들이댔다. 그러나 아가리 속에 들어간 것은 그의 장검이었다.

 

목구멍에 들어가 박힌 장검은 손잡이채로 아가리에 고정되어 놈이 발버둥치는 대로 움직였다. 앞발로 어떻게든 장검을 꺼내보려 발버둥치는 사이 콜터가 리암의 장검을 들고 놈에게 다가갔다. 놈은 그를 보곤 아가리를 벌린채 구석으로 뒷걸음질 쳤다. 몸을 웅크리고 꼬리는 긴장한 채 말려있는 모습을 보아 완벽하게 항복한 모습이었다. 전세가 역전되고 약자가 된 놈에게 다가가는 콜터의 모습이 리암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 순간만큼은 그의 덩치가 저 우두머리 괴물보다 훨씬 커보였다.

 

괴물의 사지는 수십 번 난도질 당했다. 발버둥치며 다리가 잘려져 나가고 급소만을 피하기 위해 뒹굴며 털가죽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리암은 놈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았다. 불과 몇 분 전에 자신의 처지와 같은 모습을 보며 묘한 공포감으로 사로잡혔다.

 

콜터가 축쳐진 놈의 아가리에서 자신의 장검을 뽑았다. 리암에게 다가와 그의 장검을 건내주며 털썩 주저앉은 그의 얼굴은 이전의 모습과 사뭇 달라보였다.

 

내 검보다 더 좋군. 함부로 써서 미안하네.”

 

리암은 그에게 두려움과 희열을 느꼈다. 그제서야 어깨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몸을 살폈지만 다행히 떨어진 것은 없었다.

 

감사합니다.”

 

콜터는 쓴웃음을 지으며 리암의 감사를 받았다. 흐느껴 우는 청년에게서 측은함이나 안도감이 아닌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데커! 리암 데커! 살아있으면 대답해!”

리암! 어디야!”

세상에 이게 무슨!”

여긴 다 죽었군. 더 있을지 모르니 다들 조심하게!”

 

무너진 오두막 바깥에서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