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크리드 가문은 대륙에서 유명한 검객 집안이었다. 

크리드 가문의 유명함은, 대대로 내려오는 검객기술인 광속검이 정평이 나있었다.

눈보다 빠르고, 상대가 앞에 와있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몸이 두동강 난다는 크리드 가문의 광속검 기술은

난다 긴다 하는 검사, 기사, 전사 할것 없이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강력한 검술 기반으로 이름을 알린 크리드 가문은 제국의 명을 받아 제국의 암살부대로 활약했고,

그로 인해 프네리아 공왕의 총애를 받아 승승장구 해왔다.

더군다나 절제와 청렴, 절약을 모토로 가문을 유지하던 크리드 가문은 프네리아 공왕로부터 받은 영토를 

국민들에게 나눠주길 원했고, 저택도 거대하게 건설하지 않았으며, 소박한 삶을 살았다.

그로 인해서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리고 암흑기가 펼쳐진 날 이후로도

크리드 가문의 활약은 여전했다.

이교도와 괴물무리를 쳐부수는데 앞장섰으며

막강한 크리드 가문은 쓰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큰 사랑을 받으면 그만큼 미워하는 세력들이 많아지듯이,

하늘 높은지 모르는 크리드 가문의 영향력은 항상 적이 많았다.


그리고 광속검은 누군가 눈으로 보고 따라할 수 있는 검술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발도검을 기반으로 순간적으로 숨을 빼어 올려 벤 뒤 다시 착검까지 하는 기술은,

크리드 가문의 유전자가 가진 팔과 어깨, 다리의 힘, 등의 근육 구조 자체가 달랐다.

때문에 광속검을 흉내내는 자는 있었지만, 따라하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익히는 과정조차 혹독하기 때문에 같은 크리드 가문이라 하더라도

완벽하게 익히는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다.

그것이 제랄드 크리드.



  "테아? 테아?!"

   어려보이는 남자아이가 활짝 웃으며 갈대밭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테아라는 아이의 옷을 털어주며 다그친다. 흰색 2층 집 바로 옆에 갈대밭이 있는 평화로워 보이는 집이었다.

  "엄마가 여기 들어가지 말랬지? 여기 지지한다고 말야"

  "지지, 지지-!"

  다그치는 것은 아는 것일까 테아의 미소는 걱정많은 엄마를 미소짓게 만들었다.

  "으이그! 정말! 그런데, 나리아는 어딨어?"

  "나리아.."

  순간 갈대밭 쪽에서 여자아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테~~~~~아아아아아아!!! 너어어!!"

  곧 테아가 튀어나온 같은 갈대밭에서 여자아이가 튀어나왔다. 좀 전에 달려온 남자아이보다는 2살 많아 보였다. 그리고 여자아이는 어째서 인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헤헤"

  여자아이가 화난 이유는 테아 때문이었는지, 테아의 앞에 서서 멈춰서서 화가 난 표정으로 테아를 노려봤지만, 테아는 해맑게 웃었고 있었다. 

  "아이고 나리아 너까지.."

  엄마는 나리아의 옷과 머리칼에 붙은 갈대들을 열심히 털어냈다. 

  "테아가!! 테아가!! 밀었어!!"

  나리아는 마치 테아를 혼내달라는 듯이 엄마를 보며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말했다. 그리고 엄마는 테아를 향해서 꾸짖는 척을 했다.

  "테아! 너 정말 나리아 밀었어?

  엄마의 말에 테아는 오히려 흥분하며 말했다.

  "아냐! 나리아가 메뚜기 밟을랬단 말이야!"

  테아의 순수한 대답에 엄마는 허탈하게 웃는다.

  "그렇다고 나리아를 밀면 되?"

  "엉! 내가 잡을랬단 말이야!"

  그리고 엄마는 테아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다.

  꽝

  "으이그! 그렇다고 밀면 나리아가 다치지!"

  엄마의 꿀밤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테아는 더욱더 해맑게 웃는다.

  "헤엥!! 메뚜기도 다치거든!!"

  "야! 내가 더 아파!"

  그러자 나리아는 테아의 말에 버럭 화를 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테아는 꿋꿋히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흥! 넌 다치면 낫잖아! 메뚜기는 안나아!"

  "어머 테아는 그걸 어떻게 아는거니? 키득키득"

  테아의 순수한 대답에 엄마는 마냥 웃음이 나와서 테아에게 물었고, 테아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걔 이름이 크키인데, 걔가 얘기해줬어."

  미안하다고 한마디 하지 않는 테아에 결국 화가난 나리아는 테아의 뺨을 때리고 집으로 도망갔다.

  짝

  "테아! 미워!"

  탓 탓 탓 탓 탓 · · · ·

  "으엥!"

  나리아에게 뺨을 맞은 테아는 억울함과 분함이 동시에 밀려들며 그 자리에서 울어댔다.

  "아이고오 테아야.."

  엄마는 우는 테아를 안아주며 달래주었다.


  목검으로 갈대밭을 천천히 수평으로 가른다. 한치의 미동도 없이 부드럽게 목검의 방향은 바위와 같은 느낌으로  한방향으로 흘러 다시 돌아 갈대를 가른다. 그러나 갈대는 쓰러지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는다. 베어지지 않는다. 목검을 묵직하게 들고 갈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평!"

  퍼엉

  호랑이와 같은 일갈, 분명히 목검은 멈추어 있는데, 갈대가 파쇄되어 흩날린다. 그리고 연이어서 목검을 잡은 팔은 그대로 인채 몸을 돌려 반대의 갈대까지 어루만진다.

  "강!"

  퍼엉

  응축된 공기가 터지는 소리, 목검은 잡고 있는 팔로 인해 미동도 없이 굳건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검 주위로 갈대가 파쇄되어 태풍이 일으키는 바람과 같이 휘몰아친다. 그리고 태풍의 눈에 고요하게 있는 한명의 검사. 

  광속검의 정수를 가지고 있는 제랄드 크리드였다.

  제랄드 크리드의 수련은 광속검의 감을 잊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었고, 집을 갈대밭 근처에 둔 이유는 항상 수련을 하기 위함이었다. 테아와 나리아, 그리고 엄마인 리디아는 제랄드의 수련이 끝나자 다가왔다.

  "아빠!"

  "아빠아~"

  귀여운 테아와 나리아는 아빠곁으로 달려갔고, 제랄드는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가진 사람처럼 미소를 띄웠다.

  "테아, 나리아."

  제랄드는 두아이를 동시에 팔로 안아 올렸다. 이제 갓 5~6살이 된 아이라도 20kg는 되어보이는데, 가볍게 들어올리는 것으로 보아 팔힘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뭐하고 놀았니?"

  "크키와 점프놀이!"

  "아빠! 테아가 나 밀었어!"

  동시에 대답하는 아이들이었지만, 제랄드는 나리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테아를 바라보며 묻는다.

  "어째서 테아는 누나를 민거니?"

  "그게에..."

  테아가 뭔가를 말하려다 순간적으로 나리아의 눈치를 보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더니 나리아를 보며 되려 화를 낸다.

  "너도 나 뺨때렸잖아!"

  "너는 나 밀었잖아!"

  "으잉?"

  아이들을 달래주려던 목적으로 물었던 것인데 오히려 싸움은 커져만 간다. 둘은 제랄드의 팔에 안긴채 투닥투닥 거린다. 그걸 보던 리디아는 두 아이들의 싸움을 멈춘다.

  "자자 두 꼬마들 그만 싸우시고 이제 집에 가서 밥먹을까~"

  제랄드는 두 꼬마를 내려놓지만, 투닥투닥 거리며 서로 붙어대는 아이들을 각자 손을 잡고 갈대밭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왕궁안에서 개회식이 열리고 있었다. 많은 대신들과 귀족, 영주와, 맹주들이 양쪽으로 서서 프네리아 공왕의 입장을 지켜보고 있다. 분위기는 굉장히 시끌시끌했다. 폭죽도 터트리며 축제의 분위기가 났고, 먹을 것들은 가득했다. 그리고 그 인파속에서 제랄드와 오르겐 빈 피넬리와 함께 서 있었다.

  "이번에도 자네가 무공훈장을 받을 꺼라던데?"

  오르겐 빈 피넬리가 제랄드에게 묻는다. 굉장히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그러나 제랄드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미안하지만, 사실 내겐 그런게 별로 중요하지 않네. 그저 쇳덩어리일 뿐이지."

  오르겐 빈 피넬리는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

  "허 참, 아주 선비나셨군."

  갑자기 제랄드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선비가 뭔가?"

  오르겐 빈 피넬리는 제랄드가 궁금해하는 것이 웃긴지 배꼽을 잡으미 웃는다.

  "자네도 모르는 것이 있는겐가?"

  "아니 내가 모든걸 알지는 못하잖나."

  오르겐 빈 피넬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한다.

  "그게 말일세, 내가 최근에 소식을 접했던, 동방국에서는 말일세."

  제랄드가 오르겐의 말에 집중하며 귀를 기울인다.

  "자네같이 씀씀이도 없고, 융통성없는 가문들을 말하는 걸세!"

  오르겐의 말에 제랄드의 표정이 굳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았다.

  "자네 언제까지 그렇게 나를 골려먹을 겐가?"

  "킥킥킥킥 자네가 땅에 묻혀 사라지면 말일세 킥킥킥"

  "흠흠..."

  두 사람의 앞으로 프네리아 공왕이 지나가자, 두 사내는 자세를 고쳐잡으며 인위적인 미소로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오르겐 빈 피넬리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일세, 자네가 살고있는 곳 좀 위험하지 않는가?"

  "뭔 말인가?"

  오르겐 빈 피넬리는 진지한 듯이 무거운 분위기로 말한다.

  "자네가 사는 곳 말일세. 그 외곽으로 몬스터들이 늘어났는데, 홀스타인 외성쪽에 구멍이 뚫린게, 그 몬스터 짓이라지 뭔가!"

  제랄드도 진지하게 고민섞인 목소리로 얘기했다.

  "허허.. 그 일대는 내가 다 처리했는데.. 또 몬스터가 생겼단 말인겐가.."

  오르겐 빈 피넬리는 맞장구를 치며 얘기했다.

  "그렇다네! 그 홀스타인 외성을 보수하지 않으면 안될 걸세."

  "알겠네. 내가 가서 확인해 보겠네."

  "그럼 있다가 보세"


  제랄드는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주겠노라고, 홀스타인 외곽쫄에 집을 짓고 살았다. 위험은 다소 있었지만, 살지못할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랄드는 오르겐의 말에 걱정이 앞서서 개회식이 끝나자마자 말을타고 급하게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오르겐 빈 피넬리는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벌써 오셨어요?"

  제랄드가 숨을 헐떡거리며 집에 들어와 가족들의 안위를 살폈다.

  "헉헉.. 리디아, 혹시 몬스터가 근방에 오던가 하는게 없었어?"

  리디아가 제랄드의 말에 걱정하며 말했다.

  "아뇨.. 그렇지 않았는데요. 혹시 몬스터들이 처들어온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성벽에 구멍이 뚫렸단 말이 있어서 말야.. 내가 잠시 성벽을 조사하고 올게. 문을 잠궈두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무슨일이 있으면 호각을 불어"

  "알겠어요."

   리디아의 뒤로 계단 근처에 두 아이들이 제랄드를 보고 있었다. 제랄드는 그 아이들을 보며 더 빨리 조사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타고 곧장 성벽을 향해 달린다. 제랄드는 달리면서 생각했다. 저 아이들을 지키겠노라고. 저 아이들이 커서 훨훨 나는 모습을 보고 말겠다고. 

  이윽고 2시간 동안 제랄드는 성벽을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 분명히 오르겐 피넬리가 성벽에 구멍이 났다고 얘기했지만, 그렇게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순간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제랄드는 다시 말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럇!"


  집에 도착할때 쯔음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울타리의 한쪽이 부서지고 여러명이 집으로 들어간 흔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제랄드는 황급히 집으로 다가가 외친다.

  "리디아!! 테아!! 나리아!!"

  불길한 느낌이 엄습해서 제랄드는 어쩔 줄 몰라했다. 손과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평소에 마음을 단련하던 평정심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집안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꺄악!!"

  "리디아!!"

  제랄드는 단숨에 집의 문까지 뛰어올라 착지한 후 물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앙

  "컥.."

  화약이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제랄드의 허벅지에 총알이 관통했다. 제랄드는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 들려오는 목소리.

  "동방의 불꽃이군"

  곧 잔잔한 치키니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윽고 오르겐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거 사고가 많아. 조심해야되."

  "크윽... 피넬리..."

  제랄드는 이를 갈며 피넬리의 이름을 부른다. 이윽고 창날이 제랄드의 오른쪽 어깨를 관통하며 피가 흘러 내렸다.

  피넬리의 병사가 창으로 제랄드를 찌른 것이었다.

  푸욱

  "으아악"

  "제,제랄드...!"

  "아,아빠!!"

  "아빠!!"

  불안섞인 리디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리디아와 두 아이들은 피넬리의 병사들에게 구속되어 있었다. 제랄드는 칼이라도 얼른 꺼내고 싶었지만 어깨를 찔린 탓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오르겐은 제랄드의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제랄드를 향해 쪼그려 앉았다.

  "쯧쯧쯧... 이렇게 무식하게 저택을 지어놓으니, 이렇게 되지. 쫌생이."

  "하악... 하악.. 네 놈이 욕심이 많은 거겠지..!"

  오르겐은 사악한 미소를 띄운 채 제랄드를 내려다본다.

  "같잖은 네놈을 죽이고 싶어하는 귀족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는가? 되지도 않는 쓰레기같은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땅이나, 쓸떼없는 훈장..! 그리고 돈 모든 것!"

  오르겐은 일어선 뒤 일어서서 말했다.

  "이미 많은 가문들이. 자네를 죽이는데 동참했네. 미안하지만 자네는 여기서 끝일세."

  "하악... 하악... 네놈이 주도한 것이냐...!"

  오르겐은 제랄드를 비웃으면 얘기했다.

  "아니, 모든 사람이 주도했지. 같잖은 네놈의 행색머리에 말이야."

  순간적으로 제랄드는 다른 다리로 튀어올라 어깨에 꽂혀있던 창을 뽑아 창의 봉을 돌려 오르겐의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그럼과 동시에 리디아와 아이들을 구속하고 있던 병사들의 목을 순식간에 봉의 뒷쪽으로 찔러 넣었다.

  '왼팔로는 광속검이 안되지만...! 이 정도라면...!'

  리디아와 아이들이 구속으로부터 풀려나며, 제랄드는 몸이 기울어지는 채로 뒤로 돌아 우측에 있던 병사의 얼굴까지 정확하게 후려쳤다. 

  "리디아! 테아! 나리아! 도망쳐!"

  한순간에 병사들을 제압한 제랄드는 가족들에게 도망치라고 외쳤다. 다행히도 리디아의 바로 뒷편에 뒷문이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오르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래서 크리드 새끼들이란!"

  몸의 방향이 무너진 제랄드는 등부터 꼬꾸라지며 쓰러졌고, 오르겐은 병사가 떨어트린 망치를 잡고 일어나 리디아의 옆에 붙어있던 나리아의 머리를 후려쳤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나리아는 비명도 없이 쓰러졌고, 리디아는 나리아의 쓰러진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나,나리아..!"

  제랄드는 누운 채 고개를 들어 나리아가 누워있는 쪽을 본다. 나리아의 뒷머리가 보이고, 바닥에는 흥건하게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제랄드는 고통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오르겐이 쓰러진 나리아를 보며 얼떨떨해 했다.

  "아하하... 아하하.. 난 저년 후려치려고 했는데 실수했네?"

  순간적으로 리디아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리디아는 그대로 오르겐에게 달려들었고, 리디아와 오르겐은 뒤엉킨채 굴러다녔다.

  "리,리디아!!"

  한동안 엎치락 뒤치락 하더니 오르겐은 리디아를 눞혀놓고 올라서서 리디아의 목을 조르려했고, 리디아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리디아는 그 와중에 테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테,테아! 도, 도망가!!"

   그러나 테아는 주저앉은 채 나리아의 멍하게 모습을 보고 있었고, 표정은 굳어있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보니 아무래도 나리아의 모습에 정신이 나간듯 했다.

  "테아! 테아!"

  오르겐이 목을 조르려는 중에도 리디아는 그저 테아의 안위만 걱정하며 테아를 불러댔지만, 테아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결국 리디아는 더욱더 크게 소리친다.

  "테아!!!!!!!!!! 어서!!!!!!! 집을 나가!!!!!!!! 꺼져!!!!!! 꺼지란 말이야!!!!!!!"

  테아에게 집중한 탓에 힘이 빠져버린 리디아는 오르겐이 목이 조이도록 허용한다. 그리고 숨이 막혀 발을 구르며 발버둥쳤다. 이사이에 제랄드는 오르겐에게 기어가며 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찌르려 했지만 순간적으로 가슴팍에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푸욱

  "프,푸욱.."

  제랄드는 입에 피를 쏟아냈다. 뒤에서 치키니가 제랄드의 가슴을 찌른 것이었다. 그리고 리디아의 손과 발의 떨림이 더욱 커지며 부들부들대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이윽고 멈추었다. 제랄드는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통탄했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것만 같았다. 오르겐은 리디아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는 일어서서 리디아의 배를 콱콱 밟아댔다.

  "이 개같은년, 감히 나를 공격해? 이! 계집! 년!"

  피가 역류해서 말하기 어려운 제랄드가 겨우겨우 말을 꺼낸다.

  "ㅌ,테아 만은.. 사, 살려주게나.."

  제랄드의 말을 들은 오르겐의 시선이 제랄드에게 갔다. 그리고 오르겐은 제랄드 앞으로 걸어가 몸을 숙이며 제랄드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하며 조롱했다.

  "뭐, 뭣? 네가 누굴 살려달라는 처지인가? 쿡쿡쿡...."

  오르겐은 다시 일어서서 쓰러져있는 나리아 앞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오르겐은 쓰러져있는 나리아의 배를 발로 찼다.

  퍼억 퍼억 퍼억

  "내가 왜? 이 아이들을 죽이는 줄 아는가 자네?"

  제랄드가 주먹을 꽉쥐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오르겐은 더욱더 신나서 얘기한다.

  "너희 일족은 하나같이 재수가 없어! 네놈들의 그 피! 피에 섞인 재능이 정말 재수가 없어!"

  제랄드의 고개가 오르겐을 향해 돌아가며, 정면에 초점을 잃고 정신이 나간 테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테아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아무래도 테아의 도망은 어려울 것 같다.

  "테아..." 

  푸욱

  그리고 곧 제랄드는 아득함이 느껴진다. 눈가에 피가 흐르고, 정면의 테아에게 시선을 홀리며 생각이 무뎌져 간다.

  그리고 동시에 오르겐이 망치로 테아의 머리를 후려치는 것이 보인다.

  '이렇게... 나는...'

  치키니가 창으로 제랄드의 관자놀이로 창이 관통시킨다. 그리고 제랄드는 눈조차 감지 못하고 원통하게 의식이 무뎌져간다. 제랄드의 동공에 테아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바닥에 꼬꾸라져 있는 모습이 비춰진다. 그리고 제랄드의 의식이 이내 멈춘다.


  쏴아아아아

  비가 흘러 내린다. 하늘도 이 슬픔을 아는 듯이, 더욱더 세차게 쏟아져 내린다. 피가 온 거실에 묻은 채 잔혹한 결과를 맞이한 크리드 가문은 이렇게 끝나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쓰러져있던 테아의 손이 움찔거린다.

  아침이 밝자, 테아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초점을 잃은채 멍하니 오랫동안 누워있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고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앞엔 잔혹한 현장이 있었지만, 테아는 마치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테아는 읍조렸다.

  "어... 서... 집을... 나가... 꺼져...  꺼... 져..."

  테아는 한동안 같은 말을 반복하다 멍하니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갔다.


  얼마 후 홀스타인에 비보가 걸렸다.

  크리드 가문이 몬스터의 습격에 의해 몰살된 것으로.

  그리고 이후 테아는 빈민가에서 발견되었다.

  약간 모자란 아이로, 멍하게 있었으며, 그저 꺼지라는 말만 반복했다. 가끔 한번 씩 배고픔을 느낄 때마다 정신이 돌아는 듯 했다. 테아를 가엽게 여긴 어떤 아주머니가 테아를 데리고 자신이 사는 판자집으로 데려왔다. 그 아주머니에게도 아이가 있었는데, 풍족한 편이 아니라서 잘 먹지 못했고 꼬질꼬질하게 보였다. 테아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는 테아에게 이름을 물어본다.

  "얘 너 이름이 뭐니?"

  테아는 아줌마의 질문에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크... 리... 크... 리... ㅅ"

  "뭐? 크리스?"

  테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크리스" 



----------------------------------------------------------------------------------------------------------------------------------------------------------

 연이어 작성중입니다.

 뼈대만 완성되었으며, 문장이 불완전한 구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