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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XX418일 학원구역 남동쪽 블루 크로스 스퀘어]

 

등교시간에 분주한 광장 사이로 언제나처럼 두 소녀는 한결같이 자전거를 타고 진입한다.

잠시 후 자전거에서 내린 두 소녀, 유스티나와 홍수진은 그들이 타고온 교통수단을 끌고 광장을 걸었다.

매일같이 자전거를 묶어두는 자전거 주차장에 도착한 그녀들은 각자의 자전거를 묶어두었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자택에서 이곳 블루 크로스 스퀘어 까지 약 10km 가까운 거리를 내달린 탓에 그녀들은 아침부터 땀에 흠뻑 젖었다.

헬멧을 집어넣고 스포츠 음료를 꺼내어 들이키며 그늘 속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문득 인파 사이를 헤집고 한 소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웨이브진 긴 허니블론드의 머리에 하얀피부, 모델 같은 장신의 키의 여학생이었다.

두 소녀 가운데 먼저 그녀를 발견한 유스티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뭐야?’

 

하얀 반팔 셔츠에 파란색 체크무늬 넥타이, 같은 무늬의 스커트, 오버 니 삭스에 캔버스 화 차림.

학교에 따라 교복 디자인이 제각각인 이곳 학원 도시에서 좀처럼 본적 없는 디자인의 교복이었지만 그녀는 저 교복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코페르니쿠스 과학 학교 인가?”

아가씨.”

 

수진이 부르자 유스티나가 고개를 돌렸다.

두 소녀가 시선을 마주한다.

누구나다 할꺼 없이 정색한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어떻게 하실거죠?”

몰라. 모른 척 할래.”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됩니다.”

어떻게 하라고. 하여간 난 지금 저년이랑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근데 어떻게 알았데? 홀리드 스칼프 접근 권한도 없는 주제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허니블론드의 여학생은 두 소녀가 있는 곳에 한발자국 앞까지 다가왔다.

걸음을 멈춘 그 여학생은 우두커니 서서 유스티나와 수진 두 소녀를 내려다 보았다.

잠시 그러고 있자니 자연스럽지 못한 어색한 감각에 유스티나 또한 그 여학생을 마주 보았다.

 

뭐야? 이게 대체 뭐하는지꺼리야? 연장질에 이어 이젠 눈 싸움 이야? 도무지 이건

좋은 아침이다. 안 그래?”

 

머리 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날아다니고 있는 와중 그 여학생이 입을 열었다.

경계하는 눈빛으로 눈을 껌뻑이며 잠시 그 여학생을 쳐다본 유스티나는 한숨을 쉬더니 그 인사를 받아들인다.

 

그래 좋은 아침이지?”

지난 10일 화요일엔 즐거웠어.”

난 재미없었는데? 정말 최악이었어. 워스트 오브 워스트!”

 

유스티나의 이죽거림에 장신의 여학생, 알렉산드라의 표정엔 별다른 미동은 없었다.

분명히 모욕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철면피 인건지 아니면 자기 통제가 철저한건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냉랭한 표정의 그녀는 양 입술을 떼었다.

 

긴말하지 않겠다. 승부를 내자.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커다란 억양 차는 없었지만 은근히 힘이 들어가는 말 한마디 였다.

알렉산드라 본인도 못느끼는 것이지만 어느세 그녀는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런 그녀에게 유스티나는 턱을 치켜올렸다.

 

싫은데?”

 

그녀 스스로 생각하기에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무례함을 담아 그녀는 알렉산드라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에서 인지 알렉산드라를 도발하는 유스티나와 그런 그녀 앞에 서서 변함없이 내려다보는 알렉산드라 사이에서 긴장의 끈이 고개를 들었다.

수진은 유스티나와 알렉산드라 사이를 보면서 잔뜩 굳은 얼굴로 가방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기엔 총이 있었다.

잠시간 두 금발의 소녀는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았다.

몇 초 흐르지 않았지만 그 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덕택에 몇시간이라도 지난 듯 했다.

그러다 알렉산드라가 입을 열었다.

 

도전을 받아들이면 피하지 않는다. 전사로써 긍지가 없는 건가?”

여기가 중세 유럽이나 전국시대 일본인줄 알아, 빌어먹을 돌대가리년아? 대낮의 길바닥에서 결투신청하게?”

 

비난일색인 유스티나에 반하여 알렉산드라는 문득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후후. 아무래도 내가 널 과대평과 한 모양이로군. 같은 아스가르드의 워메이든으로써 나와 같은 긍지와 자긍심을 지니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지. 안 그러나? 발키리!”

과대평가라고? 긍지와 자긍심? 아 좋지. 좋아. 좋은 단어들이지. 헌데 착각하지 말았으면 하는데?”

 

유스티나 또한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나 역시 나름대로의 정의가 있다. 하지만 너처럼 어디서든 물불 안 가리고 피를 봐야하는 성미는 아니야. 같은 발키리라고 해서 내가 너와 같을거라는 착각은 자제해줬으면 좋겠군? 지랄맞은 가치관으로 나의 신념에 똥싸지 말았으면 하는데?”

 

언성을 높이며 말을 내뱉은 유스티나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알렉산드라에게 냉소를 띄어 보였다.

이에 알렉산드라는 등골을 관통하는 오싹함에 살짝 몸을 떨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것을 바라기라도 한 듯 유스티나에 맞서 그녀는 더욱더 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수진은 그 사이를 지켜보며 가방 속에서 무기를 잡은 손에 긴장을 더했다.

엄지를 비틀어 안전장치를 해제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두 금발의 소녀는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 거릴 뿐이었다.

 

어찌됬든 지금 여기서 싸우는 건 거절한다.”

?”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유스티나가 열차역 방향으로 몸을 돌리며 대답하길

 

학교가야 되.”

 

대답을 들은 순간 표정이 풀린 알렉산드라는 허탈한 얼굴로 유스티나를 시선에 담았다.

힘이 풀린 그녀의 동공에는 관심을 끊코 역으려 향하려는 금발의 혼혈인 소녀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러나 알렉산드라는 겨우 이정도로 물러설 위인이 아니었다.

 

내가 선제공격을 가할지도 모른다.”

무방비한 적을 기습해서 제압한다? 좋은 생각이야. 그리고 고결한 성자처럼 위선 떨던 네년은 안팍의 구분이 없어지겠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건 좋은거야.”

성스러운 갑옷을 소환해.”

너 혼자서 하세요. 그런데 너는 학교 안가냐?”

 

관심 없다는 듯 그녀는 계속해서 등을 보인체 자신이 갈길을 간다.

뒤늦게 수진이 따라붙으며 언제라도 총을 꺼낼 준비태세를 취하며 알렉산드라를 경계한다.

분노에 온몸을 부들부들 떤다.

그러나 유스티나가 도발하면서 강조한 기사도가 알렉산드라의 행동에 족쇄를 체운다.

어떻게 하지? 가서 잡아 세워야 하나?

머뭇거리는 사이 유스티나와 수진은 한걸음 한걸음 멀어져갔다.

가치관과 승부욕 사이에서 갈등하던 알렉산드라는 아랫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결국 참다 못한 그녀는 유스티나를 향해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따라잡고는 어깨를 잡아 돌린다.

다시 마주한 유스티나의 얼굴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했다.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금발의 독일 소녀는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날 무시하지마!”

푸하하하하! 보기보다 귀여운데?”

 

화를 폭발시키는 알렉산드라와 여유있게 그녀의 분노를 받아넘기는 유스티나 이다.

저마다 서로를 향해 취한 모습은 달라도 그들의 눈엔 서로를 향한 적의가 가득했다.

 

여기서 널 죽여버리겠다! 무기를 들어!”

싫거든? 너랑 같은 곳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부터가 토 나오거든? 인종차별주의자 나찌 꼴통아!”

잡종답게 입이 거칠구나.”

너처럼 되먹지 못한 돌대가리는 아니다. 암퇘지야? 따라해봐 암...”

널 갈기갈기 찢어주마!”

 

이미 이 둘 사이에는 이성적인 대화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서로를 향한 헐뜯는 말과 모욕, 살인 협박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급기야 수진은 가방에서 반쯤 권총을 꺼내보였다.

그러나 알렉산드라를 비롯해서 그 누구의 눈에도 그런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그녀들이 지닌 힘 앞에서 이런 소화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알렉산드라는 으르렁 거린 반면 유스티나는 더욱더 비웃음과 조롱에 가득찬 얼굴로 턱을 치켜들었다.

 

해봐 암퇘지. 말만 죽인다 허세 부리지 말고 진짜로 해봐.”

이 빌어먹을 영국 잡종년이!”

그러니까 해보라니까! 겁먹은 강아지처럼 왈왈 짓지 말고 해봐. 못하겠지? 겁쟁이니까.”

 

얼굴을 붉으락 푸르락 하는 알렉산드라와 여전히 여유만만히 그녀의 분노를 맞받아치며 조롱 일색인 유스티나는 알렉산드라를 제촉하며 비웃음을 던졌다.

그 둘 사이에서 수진은 언제라도 권총을 꺼내어 사격할 준비를 한다.

 

각오해.”

그럴 필요도 없을걸. 왜냐하면 넌 겁쟁이에 비겁한 암퇘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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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아래 광장에는 등교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다양한 색상에 다양한 디자인을 갖춘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저마다 가야할 곳을 향해 분주히 움직인다.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평온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광장의 평화가 난데없이 울려퍼진 총성과 함께 깨졌다.

 

타앙-!

탕탕!

 

등교하던 학생 중 일부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다른 폭음과 총성을 구분할줄 아는 몇몇은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그보다 더 많은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것에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그대로 아무일이 없었으면 그 소음은 등교의 분주함속에 묻혔을 것이다.

그랬을 터였다.

시퍼런 뇌광이 일며 웬 날벼락 하나가 광장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갑작스럽게 작열하는 낙뢰에 순간 등교하던 학생들은 발걸음을 저마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번엔 거의 대다수의 시선이 폭음의 진원지로 향한다.

갑작스러운 낙뢰는 한번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콰쾅-.하는 대기를 찢어발기는 폭음이 여러차례 울려퍼지며 광장 곳곳에 낙뢰가 내리쳤다.

낙뢰에 맞아 기물이 파손되고 바닥이 움푹 패인다.

그렇게 벼락이 내려치길 수차례.

학생들은 누구하나 없이 겁을 집어먹고는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며 광장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낙뢰는 계속되었다.

 

콰쾅-!

꺄아아아악!”

 

낙뢰의 폭음이 울려퍼지는 그 속으로 여자의 비명이 합류해 합중주를 이룬다.

고함소리와 욕설이 뒤섞이고 이성을 잃은 사람들은 무질서하게 도망쳤다.

일부가 넘어지고 일부는 그 사람의 안위를 신경쓰지 않은체 밝고 도망치거나 그것에 걸려 넘어진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한편 평화가 깨진 광장의 그런 배경위로 두 명의 무장한 여성이 떠있었다.

둘 다 갑옷을 입고 있었고 둘 다 금발이다.

금방 구별할 수 있는 확실한 특징이 있다면 한쪽은 약간 더 덩치가 있었고 거대한 전투 망치를 들고 있었다.

알렉산드라다.

다른 쪽은 어른의 사지만한 독일식 양손검을 들고 있었으며 등에서 푸른색 불꽃이 날개의 형상으로 솟아나고 있었다.

유스티나다.

두 여전사는 서로를 주시하며 광장의 허공 위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은 흡사 거대한 윤무(輪舞)와도 같았다.

그러다 알렉산드라는 멈춰서선 머리 위로 망치를 들어올렸다.

룬문자의 나선이 생겨나 회전하기 시작했다.

강렬한 뇌기가 일어나 그녀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동시에 유스티나는 WCF(Winged Cloak of Falcon)의 출력을 높여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그때 알렉산드라를 감싸앉았던 뇌기가 한꺼번에 망치머리로 몰렸다.

룬문자들의 나선은 형체를 잃은 빛으로 화하더니 전투망치를 감싸 그 기운을 더했다.

유스티나의 쇄도에 맞서 그녀 또한 달려들었다.

광장의 하늘 한가운데서 두 존재가 격돌했다.

 

퍼펑-.

 

굉음과 함께 강렬한 빛이 한순간 광장 전체를 가득매웠다.

여기에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도망치던 학생 몇이 쓰러져 기절한다.

여전사들이 맞붙은 여파는 스케일이 확대된 섬광수류탄 수준이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여전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소녀는 첫 격돌이 있은 직후 거리를 띄우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내려앉았다.

알렉산드라는 광장 한쪽 구석에 있는 건물 위로, 유스티나는 광장을 장식하는 여러 조형물 가운데 하나에 발을 대었다.

서로의 손에선 아직 무기가 떨어져 있지 않았다.

또한 상대를 주시하는 서로의 눈에선 강렬한 투지와 적의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미친년. 사람 많은데서 함부로 발키리의 갑옷을 소환하다니. 겁이 없는 거야? 아니면 멍청한거야?”

-반드시 죽이겠다. 고통 속에서!

 

상대방의 무도함에 혀를 내두르던차 통신기를 통해 그녀의 귓가로 적의어린 선언이 들려왔다.

그런 그녀에게 금발의 소녀는 변함없이 비웃음을 던졌다.

 

그럼 어서 해보시지! 열병 걸린 중딩처럼 말만 죽인다 죽인다 하지 말고!”

-네가 원한다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알렉산드라를 중심으로 강렬하기 뇌기가 일어나 용틀임하였다.

바이저의 디스플레이어에 표시된 데이터는 끊임없이 그 숫자가 변화하였다.

맨눈으로 봐도 그 기세가 역력할정도로 이 독일 출신 소녀가 내뿜는 기운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유스티나는 장궁을 꺼내들기 위해 왼손을 부렸다.

동시에 알렉산드라부터 전격이 휘몰아치며 유스티나에게로 쇄도했다.

몰아닥치는 하전입자의 폭풍과 함께 그녀의 판단은 곧바로 시행될 수 없었다.

알렉산드라의 공격을 피해 그녀는 광장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간발의 차이를 두고 피한자리에 꼿힌 뇌격은 단면적 그대로 조형물을 관통하고 그 너머에 있는 건물을 박살냈다.

광장 바닥으로 내려온 그녀는 뛰어들자마자 다시 WCF를 전개했다.

푸른불꽃의 날개가 그녀에게 추진력을 제공했다.

호버크레프트처럼 약간 바닥에서 떠오른 그녀는 미끄러지듯 기동하며 알렉산드라에게 접근했다.

왼손에 들린 활을 겨누어 시위를 당기는 시늉을 하니 빛으로된 시위와 화살이 생겨났다.

바이저의 조준선이 알렉산드라를 포착하자 삐비빅-하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하며 디스플레이어에 ‘LOCK-ON’이라는 빨간색 문구가 떳다.

시위를 놓는다.

 

푸슝-.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빛의 화살이 날아간다.

알렉산드라를 휘감은 뇌기가 아무렇지 않게 이를 막아내었다.

그렇지만 유스티나의 활에선 계속해서 화살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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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당-. 하는 소리와 함께 화장실 문이 거칠게 열어 젖혔다.

열리기에 무섭게 투우처럼 한 소녀가 뛰어들어왔다.

갈색빛이 감도는 흑발에 햇빛에 그을려 구릿빛을 띄는 피부를 지닌 동양계 소녀였다.

셀레시우스의 교복차림을 한 이 소녀가 이처럼 뛰어든 이유는 단순히 생리현상 때문이 아니었다.

들어서자말자 화장실 내부를 재빨리 눈알을 굴려 확인한 그녀는 좌우로 늘어서 있는 여러 칸 가운데 시야에서 우측 끝 세 번째 칸으로 다가갔다.

그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위로 올라서더니 천장 판낼을 위로 들어올려 옆으로 젖힌다음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 무언가를 꺼냈다.

커다란 검은색 스포츠 백 이었다.

조심스럽게 가방을 꺼낸 그녀는 물건을 챙기기가 무섭게 좀전과 같은 기세로 화장실에서 뛰쳐나갔다.

화장실에서 나오자 마자 오른쪽으로 돌아 건물 복도를 따라 달린 그녀는 그 끝에 돌달해선 옆으로 나 있는 철문을 열고는 그 너머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랐다.

한번 발을 디딜 때 마다 세네칸씩 뛰어오르는데 그 모습은 마치 공중을 난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빨랐다.

그것도 등에 무언가를 매고서 올라가는데 평범한 소녀의 체력은 아니었다.

각 층마다 써 있는 숫자 표시가 휙휙 지나가고 결국은 맨 위층을 지나쳐 옥상으로 향한다.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이 소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문을 열어젖히고 나가니 끝없이 건물이 펼쳐진 도시의 광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건물과 건물이 숲을 이룬 가운데 넓게 자리잡은 광장의 모습 또한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포탄을 맞은 듯 이곳저곳이 파괴되어 폐허가 된 광장의 모습이 말이다.

그리고 그 공중 위에서 광장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 둘이 서로에게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달려들었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거리를 띄우면 서로를 향해 무언가를 쏘아내며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옥상 난간을 향해 다가간 소녀 수진은 스포츠 백의 지퍼를 열더니 그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와 미사일이 들어있는 발사관이었다.

발사기에 발사관을 결합하고 절차에 따라 무기를 작동 시키더니 수진은 발사기에 얼굴을 가져가 댄 다음 뒤로 주저 앉으며 미사일을 발사할 태세를 갖추었다.

줌을 당긴 조준기의 화면에는 망치를 휘두르는 여전사의 전신이 잡혔다.

여전사의 모습을 잠시 조준기의 네모난 창 안에 잡아두자 약 30초후 미사일이 락온됬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그 즉시 수진은 무전기를 꺼내더니 약속된 주파수로 체널을 돌려 상대방을 호출해냈다.

교신할 상대는 당연히 그녀였다.

 

들려요. 아가씨?”

-! 수진이구나. 준비 됬어?

.”

-신호를 보내면 쏴.

 

통신이 끝나자마자 광장의 하늘 위에서 검을 들고 싸우던 여전사가 망치를 든 여전사를 향해 돌진했다.

그녀의 등뒤의 푸른 불꽃이 더욱 큰 날개를 그렸다.

그녀의 돌진에 맞춰 망치를 든 여전사도 달려들었다.

이윽고 서로간의 무기의 간격 안에 들어오자 망치를 든 여전사가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검을 든 여전사는 웬일인지 자신의 무기를 버리더니 날렵한 몸동작으로 망치의 괘적을 단지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피했다.

뒤이어 상대의 품 안으로 파고든 그녀는 양팔을 뻗어 상대의 목덜미를 휘감아 끌어 당겨 자신의 몸에 단단히 밀착시켰다.

그 상태에서 상대의 복부에 연신 니킥을 먹인다.

상대는 아무런 대응조차 못한 체 무력하게 그 모든 공격을 받았다.

그탓인지 그 여전사는 제대로된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잠시 몸부림을 치는 듯 심었지만 몇 번 더 니킥이 들어오자 이내 잠잠해졌다.

 

-지금이다. 날려버려!

 

무전기에서 다급한 명령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수진은 지체하지 않고 미사일의 트리거를 당겼다.

가스압력에 의해 발사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잠시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는가 싶더니 꼬릿부분의 자체 로켓 모터를 작동시키고는 길다린 포물선을 그리며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양손검이 무기인 여전사는 목덜미를 잡은 손을 풀고는 앞차기를 날려 상대를 멀리 떨어트렸다.

무력하게 추락하기만 하던 그 상대는 허공에서 몸을 돌리더니 금세 자세를 가다듬고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그녀의 적을 노려보았다.

동시에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미사일이 보였다.

시야에 처음 담았을 때 콩알만해 보이던 그것은 순식간에 확대되더니 이내 바로 코앞까지 당도해왔다.

생명의 기운이 감돌지 않는 미사일의 시커 부분 렌즈에 그녀의 얼굴이 비추었다.

 

퍼펑-.

 

폭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여전사는 그 거친 화염의 한 가운데 속에 있었다.

조준기를 통해 보는 그곳에는 여전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통신기에서 수신음이 들려왔다.

 

-좋았어! 이대로 빨리 도망치자. 지각하겠어.

알겠습니다.”

 

광장위에 떠 있던 나머지 여전사는 그 위를 잠시 배회하더니 건물 사이로 날아가 자취를 감추었다.

수진도 빨리 장비를 챙기고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폭발이 걷히고 난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별바 2011.09.13 02:58

    오랜만에 올라온 릴레이[... 이전 내용은 다 까먹..퍽! 다시 함 읽어봐야겠넹]

     

    등교길의 대민폐[...] 여기 학생들은 태연하게 등교하고 있어?!  무섭다 일상이라는 건가?!

  • 홍차매니아 2011.09.13 03:44

    태연이라니 -ㅅ-;;;;;;;; 벼락치자 도망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