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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엔 본섬 서북부 부두가와 창고를 비롯한 물자 선적 및 하역 시설은 일부 제한된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버려진 시설이다.

그나마 그 일부 시설의 평상시 가동률도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에 현재 그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행정당국의 관심이 줄어든 덕택에 범죄조직의 손길이 와 닿고 있는 상황이라 이곳을 통해 범죄조직들의 상품이 이동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고성된 불법무기들은 아시아로 그리고 아시아에서 생산된 필로폰등의 마약은 미국의 청년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이곳을 거친다.

그동안 북미 마약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된 마약들은 남미 산 코카인에 비해 경쟁력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들어가는 물류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평양 한가운데 나타난 인공 섬 로엔의 존재는 이를 상쇄시켜주었다.

덕분에 라오스, 미얀마, 태국 등 동남아시아 3국의 국경지대인 황금의 삼각지대에서 생산되고 거래된 필로폰은 경쟁력을 가지고 북미 시장에서 남미산 코카인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약쟁이들과 아시아의 독재자 그리고 전쟁광들에게 축복을! 큰 전쟁이 없어진 요즘이라지만 무기장사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 노스롭 그루만하고 록히드 마틴, 보잉이 전부 합친 매출은 월마트를 못 따라가지만 블랙마켓에서 수익까지 합하면어떻게 될까?”

 

낡은 컨테이너 더미위에 쭈구려 앉아서는 유스티나는 관측장비를 통해 하역 및 선적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부두가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겉에서 보기에는 서둘러 화물을 처리하고 있는 여느 부두가와 다를바 없어 보였지만 곳곳에 총기를 든 인원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인부들 가운데에서도 간단한 기관단총등으로 무장한 인원도 감지되었다.

척 봐도 평범한 하역 작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관측 장비에서 눈을 땐 유스티나는 한쪽 손을 목 언저리로 가져가 성대마이크를 건드려 회선을 열었다.

 

수진아. 거긴 어때?”

-유니폼 원. 여기는 호텔 투. 이상 없습니다.

 

수진은 부두가 근처 폐건물 3층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본디 물류 회사 사무소로 사용된 건물이었지만 부두가를 비롯한 해당 지역이 버려진 덕분에 사용하지 않아 주인을 잃은 건물이 된지 오래되었다.

 

이제부터 호랑이의 소굴로 들어갈 거야. 내 뒤를 잘 봐줘.”

-롸저.

 

통신을 끝낸 후 그녀는 헤드기어에 달련 고글을 내려 눈을 가렸다.

몸을 일으키자 가압식 통합 전투복을 따라 들어난 그녀의 몸매 위로 월광이 흘렀다.

그러고 잠시 하역과 선적작업으로 분주한 부두가를 바라보고 있다가 밤의 그림자 속으로 몸을 던져 뛰어들었다.

스며들 듯이 어둠속으로 몸을 감추는 그녀였다.

 

 

---------------------------------------------------

 

 

----------------------------------------------------

 

잠입은 성공적이었다.

오랜 인내와 기치 덕분에 그녀는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고 선내에 들어설수 있었다.

부모의 취향과 본인의 의지 덕택에 어렷을 적부터 사냥을 비롯하여 각종 단련과 거친 취미 생활을 해온 그녀의 몸놀림은 베테랑 특수부대원 못지 않았다.

방학때마다 빠지지 않고 북미의 산지에서 사냥해온 그녀다.

민감한 야생동물의 감각을 수도 없이 기만하고 속여온거에 비하면 이건 좀더 쉬운일이다.

진동센서나 레이저 센서 같은 경우는 조금 곤란했지만 이것들을 설치한 사람들은 그다지 베테랑은 아닌 듯 비교적 수월하게 기만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창으로 내려가는 문 앞에 산탄총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는 남자만이 그녀 앞에 막아서고 있을 뿐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녀는 소음기를 결합한 권총을 들이대어 경비를 조준한다.

긴장을 머금은 몸은 행동 하나하나에 신중을 가한다.

그러나 그 다음은 번개 같았다.

 

푹푹푹!

 

소음기에서 빠져나온 세발의 총탄이 남자의 몸을 후려갈겼다.

몸통에 두발, 머리에 한발 맞은 남자는 실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주저앉는다.

표적이 무력화 됬음을 홖인한 그녀는 권총을 겨눈 자세에서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걸어나온다.

조명이 비치는 밝은대로 나온 금발의 소녀는 조금 전에 사살한 경비를 지나치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탱고(Tango. Target) 다운."

 

문 앞까지 다가간 그녀는 옆쪽 벽에 몸을 붙이더니 몸을 숙인다.

헤드기어에서 마이크로 카메라를 빼어든 그녀는 신중하게 그것을 문 너머 선창 내부를 비추었다.

마이크로 카메라로부터 전성된 영상이 그녀의 고글에 표시되었다.

무장 병력 없음.

그리고 그밖에 다른 인원도 감지되지 않았다.

적외선 감지모드로 돌려도 마찬가지다.

선창 내에서 어슬렁거리는 생명체는 쥐 몇 마리가 전부였다.

안전을 확인한 그녀는 마이크로 카메라를 다시 헤드기어에 장착한 다음 권총을 집어넣고 멜빵끈에 매달려 엉덩이 뒤편에서 덜렁거리고 있던 카빈총을 꺼내들어 견착했다.

그리고 조금 전과 같은 조심스러운 몸놀림으로 선창 내부로 들어선다.

맨눈으로도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녀는 자세를 풀더니 자연스러운 몸놀림으로 선적물 사이로 난 통로를 걸었다.

그러다가 어떤 나무 상자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가만히 상자를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한다.

가까운 선창 한쪽 구석에 크로우 바 -그러니까 빠루로 널리 알려진-를 발견하고는 집어 들었다.

상자 틈에 공구를 비집어 넣은 그녀는 몇 번인가 크로우 바를 흔들더니 일거에 힘과 체중을 실어 상자 윗부분을 들어올렸다.

열린 상자에는 종이 조각으로 만든 완충제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걸 조금 치워보니 여러자루의 검은색 M16A2가 들어났다.

기름을 먹어 맨들맨들한 표면이 선창의 미약한 조명을 받아 빛난다.

물건을 확인한 그녀는 고글을 위로 들어올렸다.

 

휘익-. 상태 좋은데? 무기고에 처박혀 있다가 이제서야 첫 해외여행 나가시는 건가?”

 

상자 안의 총을 하나 꺼내들은 그녀는 잠시 견착하더니 허공을 향해 조준해 보았다.

그러나 곧 흥미를 잃고 상자 안에 총을 던져놓았다.

그 뒤 그녀는 연이어 다른 상자들을 뜯어내었다.

꺼내보면 꺼내는대로 작은 상자에는 수류탄이나 탄약이 들어 있었고 큰 상자에는 자동소총이나 기관총이 들어있었다.

거기다 길다란 상자에는 일회용 대전차 로켓포나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들어있었으며 어떤 것은 토우 대전차 미사일 같은 중화기가 실려있었다.

 

수량도 많고 상품도 다양하군. 대형활인마트 차릴기세인데?”

 

흥얼거리며 이어서 나머지 상자를 개방하던 유스티나는 눈을 번쩍 뜨며 휘파람을 불었다.

 

호오. 이건 또 예상 밖인데?”

 

감탄을 아끼지 못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상자 내부의 육중한 검은색 관을 꺼내들었다.

유스티나는 잡지나 인터넷 자료등을 통해서 그 물건이 무엇인지 익히 봐온 바 있다.

 

재블린 2!”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미군에서 개발한 대전차 미사일로 적외선 화상으로 유도되는 파이어엔 포겟 타입의 대전차 화기로 탑어택으로 취약한 전차 상부를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개량형으로 개발된것이 재블린 2.

재블린 마시일의 가장 단점인 조준 시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또한 이후 개발된 신소재를 대폭 사용하여 중량도 줄인 물건이다.

조작도 좀 더 간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제아무리 기계치라 할지라도 몇 분이면 간단하게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다.

그녀의 흥미를 끄는 것은 개발 중인 첨단 무기가 어떻게 이곳에 있냐는 것이다.

 

미친놈들. 어떻게 이걸 빼돌렸지? 워싱턴 정가를 어떻게 구워삶은거야? 아니면 밀매를 가장한 실전테스트?”

 

범죄조직과 연계해서 비밀리에 무기를 빼돌려 실제 분쟁지역에서 사용한다.

있을법한 일이다.

뭔가 큰 건수를 발견했다고 판단한 그녀는 학생자치위원회가 좋아할만한 사항이라고 속으로 되네기며 재블린2에 대한 영상 자료를 꼼꼼히 기록하였다.

그렇게 눈앞에 대전차 미사일을 살펴보던 유스티나는 문득 고개를 돌리더니 선창 저너머의 깊은 어둠속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조명이 제대로 비추지 않은 그곳에는 짙은 어둠이 드리우고 있는 커다란 둔덕이 마치 웅크린 거인처럼 그곳에 있었다.

이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유스티나는 미사일을 내려놓고 자신의 소총을 들어 겨누었다.

어두운 언덕을 조준한체 그대로 조금씩 한걸음 한걸음 주위의 경계를 놓치 않고 다가간다.

이윽고 그녀는 방수천으로 감싼 큰 둔덕을 한발자국 남겨둔 곳까지 왔다.

총구를 겨눈 그 자세에서 포어 핸드그립 (총열 덮개 아랫 부분에 달려 있는 손잡이.)에서 왼손을 떼어내어 방수천을 잡아 위로 들어올렸다.

워낙에 내용물을 덮은 방수천이 커다란 덕분에 이렇게 들어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상태에서 헤드 기어 위로 들어올려져 있던 고글을 다시 내려쓴 그녀는 고글에서 나이트비전 기능을 켰다.

방수천 아래의 내용물이 초록빛으로 치장되어 그녀의 눈에 비친다.

내용물을 확인한 두 눈이 부릅떠진다.

 

, 이것은!”

 

너무나도 예상 밖의 것이었을까.

지금 시야에 들어온 물건은 그녀의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단순히 로켓포나 첨단 미사일과는 괘를 달리하는 그 무엇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물건을!”

 

신선한 충격에 더듬더듬 감탄사를 늘어놓을 뿐인 그녀였다.

그러던 차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선창 곳곳에 나 있는 철문이 열어젖혀지며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방탄복이나 총기등을 장비를 충실히 갖춘 그들은 유스티나를 겸겸히 애워쌓았다.

그녀는 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이런이런이런! 이게 누구신가? 어딘가의 쥐세끼가 숨어들어왔구먼? 대체 누구의 쥐새끼인거지? 한번 맞춰볼까?

 

선내 스피커를 통해 누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제대도 대답하기도 전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여기에 반응하여 검은옷 차림의 남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르르륵!

탕탕탕!

 

총탄이 빗발치는 가운데 상체를 숙여 선창내 상자 사이를 잽싸게 움직이던 유스티나는 한 컨테이너 반대편으로 돌아가 몸을 숨겨 완벽하게 엄폐할 수 있었다.

카빈총을 양손으로 들은 그녀는 컨테이너 밖으로 상체를 내밀어 응사했다.

 

푸푸푹!

아악!”

 

반대편 위층 복도 위에서 기관단총을 겨누고 있던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져 떨어진다.

동시에 다른 남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권총을 쏜다.

탕탕-. 하는 두 번의 총성과 함께 두 개의 탄자가 총구에서 발사된다.

그중 하나가 유스티나의 오른쪽 어깨를 맞추었다.

총탄에 맞은 그녀는 총격의 관성에 휘말려 등뒤로 쓰러져버렸다.

 

으윽!”

 

다행히 총격으로 인한 부상은 없었다.

완벽한 수준의 방탄능력을 지닌 가압식 통합 전투복은 권총탄 정도는 근거리에서 충분히 막아내고 남을 수준의 방어구였다.

몸을 추슬러 일으켜 세운 유스티나는 콘테이너 한쪽 구석에서 동태를 살피기 위해 조심스럽게 눈을 내놓았다.

그 순간 총격이 날아왔다.

 

타타탕!

 

다행히 이번 총탄은 엄폐물에 맞거나 빗나가 버렸다.

고개를 다시 집어 넣은 유스티나는 앉아쏴 자세로 내려앉더니 상체를 내밀어 총격을 가했다.

드득 거리며 몇 번인가 짧게 점사하던 그녀는 이내 방아쇠를 길게 잡아 당긴다.

 

푸푸푸푸푹!

 

탄창 하나를 비워낸 그녀는 몸에 익은 잽싼 동작으로 새 탄창을 꺼내어 갈아끼웠다.

그리곤 다시 사격할려는 찰나 리시버에서 지직 거리는 통신 개통음이 들려왔다.

 

-치이익. 유니폼 리마 원. 여기는 호텔 투. 건쉽 두 대가 나타나 상공을 배회하고 있다. 추가로 차량이 도착해 인근 무장 인원을 증원하고 있다. 좋지 못한 상황이다. 속히 그곳을 빠져나오길 바란다.

여기는 유니폼 리마 원. 그 말대로 문제가 생겼다. 다수의 무장병력에 포위되어 총격을 받고 있다. 참고로 선적된 화물 내역이 범상치 않다. 풍기단속반에 어서 보고를. 아니 그보다는 학원경찰대에 어서.”

-유니폼 리마 원. 여기는 호텔 투. 아무래도 발각된거 같습니다!

씨발!”

 

보다못한 상황에 유스티나는 욕지꺼리를 내뱉었다.

여기에 용기를 얻기라도 한 듯 불현 듯 엄폐물 밖으로 나온 유스티나는 총탄비를 피해 움직이면서 침착하게 조준해 총격을 가했다.

푹푹 거리는 소음기에서 나온 억제된 총성이 짧게 울릴 때 마다 검은옷의 남자들은 피분수를 흘리며 쓰러졌다.

발걸음을 옴기는 몸놀림이나 상체를 조금 앞으로 내민 자세에서 타깃을 하나하나 조준하는 그 모습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한 특수부대원의 모습과도 같았다.

비속어를 내뱉으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않은 조금 전에 비해 순식간에 냉정을 되찾은 그녀는 소름끼칠정도로 침착한 자세로 적들을 하나씩 사살해 나아갔다.

잠시 후 새로 갈아끼웠던 탄창도 가벼워졌다.

그때를 노린 것인지 엄폐물에 숨어있던 어떤 남자가 나타나 그녀에게 총을 겨누었다.

이에 맞서 자연스럽지만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권총을 꺼내들어 방아쇠를 당긴 그녀였다.

 

푹푹푹!

 

세발의 총성이 제각각 몸통과 머리를 헤어 집는다.

뒤로 고꾸라지는 남자는 총격에 당한 반동에 수중의 총을 허공에다가 쏴재끼며 무의미한 총성과 함께 쓰러졌다.

유스티나는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더니 다시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눈만 조금 내밀어 외부 상황을 주시하는 한편 소총을 새탄창으로 갈아끼운다.

그런데 엄폐물에 숨은 그녀의 등 뒤로 방수천에 뒤덮힌 예의의 커다란 둔덕이 갑자기 팬을 돌리는 듯한 저주파음을 내었다.

동시에 방수천의 어둠 속에서 도깨비불 과 같은 푸른빛 두개가 번뜩였다.

강렬한 빛을 느낀 유스티나는 화들짝 놀라해 하며 고개를 뒤로 돌려보았다.

저주파 음과 기계음이 들리며 철컥 철컥 거리는 쇳소리가 둔덕으로부터 들려온다,

유스티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Bloody hell!"

콰콰콰콰콰-!

 

배를 박살내버릴 기세의 폭음과 폭염이 사방을 향해 투사되었다.

선창에 실린 나무 박스와 컨테이너 따위는 가루로 만들어버린 파괴의 폭풍은 실제로도 배를 침몰시킬 수준의 위력을 지녔다.

이를 예상하기라도 한 듯 여자를 제지하기위해 내려왔던 남자들은 신속하게 빠져나가 이 거친 파멸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파괴의 소용돌이는 멎었다.

그리고 이를 일으킨 범인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딱정벌레를 연상시키는 매끄럽고 납작한 몸체, 길다란 포신이 거만한 각도로 머리를 치켜든 포탑, 몸체 양쪽에 달린 두꺼운 머니퓰레이터(기계팔)와 여기에 각각 장착된 20미리 발칸 그리고 그러한 몸체를 지탱하는 세 쌍의 다리들.

그것은 소문 속에서나 존재하던 보행전차였다.

공격을 멈춘 보행전차는 몸체 곳곳에 달린 센서로 선창내부를 꼼꼼히 수색하며 유스티나의 존재를 찾았다.

하지만 전차의 최첨단 외부 탐지/경보 체계는 탐색중이라는 문구를 패널에 표시하기만 하였다.

도망치기라도 한건가?

요행히 그녀는 보행전차의 기관포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선창을 벗어난건 아니다.

누군가의 실루엣이 전차 상면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브룬힐데의 갑옷을 입은 유스티나였다.

다른 곳을 보고 있던 외부 카메라가 유스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카메라에 일체화된 기관총이 전차 상면에 내려앉은 그녀를 향해 불을 뿜었다.

 

드르르르륵!

 

그녀는 갑옷을 입은 이상 총탄따위는 간지럽다는 듯 과감하게 몸을 날려 외부 카메라를 발로차 부셔트려버렸다.

총탄과 파편에 방호되도록 만들어진 카메라는 허무할정도로 그 목이 꺽이곤 방전된 전기만 조금씩 내뿜을 뿐이었다.

순간 다른 편 장갑판의 일부가 열리더니 기관총이 튀어나왔다.

몇 번인가 그녀를 향해 불을 뿜던 기관총은 그녀가 뽑아든 검에 머리 위에 찍혀서 작동을 멈추었다.

방해물을 제압한 유스티나는 양손으로 검을 거꾸로 쥔 상태에서 전차 상면을 향해 내리꼿았다.

화력통제컴퓨터를 비롯해 베트로닉스 등 전차를 움직이는 두뇌가 집중된 핵심부위였다.

 

“Hasta la vista!”

파가가가각!

 

장갑판을 관통하는 검에서 불꽃이 튄다.

하지만 전차는 중요 부위를 파손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스티나를 떨쳐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유스티나는 흔들리는 전차 위에서 자세에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꼿혀있는 검을 잡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매달려 있던 그녀는 검을 뽑아들더니 나머지 검도 빼어들고는 연속해서 사정없이 내려꼿았다.

 

파각! 파각! 파각!

"끈질긴 남자는 흥미없다고! 죽어라. !“

 

기계 내부를 헤집고 비틀고 뒤틀어버린다.

수많은 기판이 서로 뒤엉키고 전차의 사고를 담당하던 회로가 완전히 박살난다.

그렇게 검을 꼿아넣기를 여러번.

계속된 검격을 견디지 못한 강철의 괴수는 고개를 떨구더니 그 생명을 잃었다.

보행전차를 제압하고 무기를 거둬들이자 선창의 스피커로부터 재차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훌륭해! 훌륭해! 정말 대단하구나 발키리 브룬힐데! 과연 더 퍼니셔라는 별명이 아깝지가 않구나! 아직 배치도 안된 최신병기를 간단하게 제압할 줄이야! 그렇다면 이건 어떨는지?

 

스피커의 말이 끝나자 저 너머 아직 유스티나가 발길을 들이지 않은 선창 깊숙한 곳에서 좀전의 보행전차의 불빛처런 푸른색의 빛이 번뜩였다.

위이잉 거리는 저주파 음이 들려오더니 두 푸른 빛 사이의 위쪽 부분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

  • 홍매클론 2011.02.24 21:32

    이번편 문제 : 유스티나가 선보인 권총사격술은 무엇인가?

  • 발뭉 2011.02.24 22:01

    답 : 오타로 인해 작품의 이해가 떨어져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 홍차매니아 2011.02.26 20:21

    크아악!